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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기고]불안한 달러, 대안은? 새 브레턴우즈 체제 요구… G-20 정상회담

  • 언론사
  • 저자윤덕룡 선임연구위원
  • 게시일2008/11/17 00:00
  • 조회수4,875
 달러화 체제 유지되겠지만 다른 통화 활용 증가할 듯

 

G-20 정상회담이 15일 열린다. 사르코지(Sarkozy) 프랑스 대통령, 브라운(Brown) 영국 총리 등이 새 브레턴우즈 체제의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이번 회의의 발단이 됐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금융상품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 특히 달러화의 부족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 침체가 더 가속화되자 서구 지도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충실히 하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품고 있던 서구 지도자들은 달러화의 유동성 공급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이번에 아예 기축통화를 다극화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이런 요구에 어떻게든 답변해야 할 처지가 됐고, 급기야 G-20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G-20 회의에서 과연 새로운 국제통화체제가 탄생하게 될까? 개인적으로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간단하다. 달러화를 대체할 다른 통화가 없기 때문이다.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이 대체통화로 거론되지만, 이들은 아직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로서의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번 G-20 회담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까? 달러화 가치를 안정시키고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감독체제를 도입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식적으로 미국 달러화 중심체제는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달러화 이외의 다른 통화들의 활용이 증가할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지역별 역내(域內) 교역의 증가로 지역 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EU 국가들의 역내 교역 비중은 65% 안팎, 아시아 국가들은 45% 선이다. 역내 거래에 굳이 달러화를 쓸 이유가 없다.

둘째, 지금처럼 미국이 달러화 가치 안정을 소홀히 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그만큼 달러화 보유자는 손실을 보는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로 멀쩡한 나라가 위험에 빠져도, 미국은 중앙은행과 같은 최종 대부자로서 유동성 공급에 적절하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국 통화의 국제적 호환성이 없는 신흥경제국들은 달러화 부족사태가 발생하면 외환위기를 겪거나, 적어도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 엄청난 비용을 치른다. 한국이 1997년과 최근에 그렇듯이 말이다.

달러화 이외의 다른 통화를 사용하려면 그 통화의 사용 비용이 달러화보다 낮아야 한다. 즉 가치도 안정되고, 국제적으로 수요도 높고, 호환성도 보장되고, 최종 대부자 기능도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먼델(Mundell) 교수 같은 학자는 지역별 공동 통화(common currency)의 창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이미 유로화를 공동 통화로 도입해 쓰고 있다. 통화 관리는 유럽중앙은행이 엄격한 기준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에 참여하고 유로화를 받아들이는 국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결국 유로화는 적어도 유럽 지역에서는 달러화를 대체하는 통화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아시아 지역이다. 달러화 사용에 따른 비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대체할 통화가 없다. 엔화가 통용되고는 있지만 일본의 통화정책에 의해 수급이 결정되고 국제적으로 안정성을 담보할 아무런 장치도 없다. 위안화는 사용 인구가 늘고 있지만 국제적 호환성은 전혀 없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 통화의 영향력 확대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아시아에서는 아직 달러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은 미국·일본·유럽 등과 통화 스와프(swap)의 확대가 필요하다. 달러 유동성 불안으로 인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음은 역내 통화 사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거래가 많은 한·중·일 간 역내 거래의 일정 부분을 일단 원화나 위안화·엔화 등 현지 통화로 시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중·일 3국 간의 환율을 안정화시키는 메커니즘이 도입돼야 한다. 거시경제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하면 점차 현지 통화 사용이 확대되고, 유로 같은 공동 통화의 도입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를 줄이려면 결국 아시아도 지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개방화 시대의 리스크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다. 유럽도 그렇게 시작해서 오늘의 공동 통화인 유로를 도입했다. 그래야 아시아도 몇 년 후 G-20에서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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