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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한·미 FTA를 흔들면 안 된다

  • 언론사
  • 저자이준규 미주팀장
  • 게시일2008/11/10 00:00
  • 조회수3,695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미국 금융과 산업, 대외통상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한·미 경제관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그 영향권 안에 접어든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대목은 오바마의 경제위기 탈출 해법이다. 그는 저소득층 및 중산층에 대한 세금 혜택,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지출 확대를 새로운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장에 필요한 소비 기반을 확충하고 중장기적 성장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고용 확대를 위해 녹색성장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향후 이 분야에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경제로선 명암이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미국의 구매력 감소는 우리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바마의 보호무역주의 색채도 수출 위주의 한국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오바마의 조세정책을 통한 중산층 강화 전략이 이런 부담에 대한 상당한 완충 역할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추진할 대규모 정보기술(IT) 투자 정책과 녹색성장 전략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다. 과거 1990년대 미국의 IT 혁신은 세계경제를 불황에서 구해냈다. 우리 정부도 녹색성장 전략을 선포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녹색성장을 앞세운 오바마의 등장은 한국 기업에 유리한 시장 환경을 제공하고,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양질의 고용창출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바마의 의료부문 개혁도 놓쳐선 안 될 포인트다. 미국은 약제비를 내리기 위해 복제약 수입 및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복제 의약품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제약업계에 새로운 이익창출의 기회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우리 금융산업도 성장전략을 새로 손질해야 할 시점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 해결책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밀어붙이는 시장규제의 범위와 강도에 따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대목은 한·미 FTA에 미칠 영향이다. 보호무역 경향이 강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었고, 오바마 역시 후보 시절 여러 차례 양국의 자동차 무역역조를 문제 삼았다. 오바마의 이런 언급은 분명히 정치적 수사의 단계를 넘어섰다. 또 미국 자동차 업계가 파산위기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오바마 신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FTA 가운데 자동차 분야의 추가 협의 또는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2007년 페루 및 콜롬비아와의 FTA도 재협상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나 의회가 이미 협상을 끝낸 FTA를 완전 폐기한 경우는 없다. 또 오바마 정부와 미 의회는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과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내년에는 한·미 FTA를 비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 또는 추가 협의를 요청해 올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한·미 FTA는 2007년 미국의 신통상정책을 이미 반영한 공정한 협정이다. 따라서 자동차 재협상 요구는 FTA 전반에서 발생하는 양측의 경제적 이익의 균형을 깨는 것이고, 정치적으로 양국 동맹관계를 어렵게 한다는 점을 오바마 측에 충분히 설득시켜야 한다. 국내 여론의 악화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한국으로선 재협상 불가 원칙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의견 차이를 최대한 좁힐 수 있는 논리를 사전에 준비하는 게 급선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국회도 약속대로 한·미 FTA를 조속히 비준해 우리 정책의 일관성을 세계에 보여야 한다. 오바마 정부의 등장으로 다소 혼선을 빚겠지만, 양국이 2007년 6월 약속하고 서명한 FTA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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