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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신뢰로 위기 극복하는 중국

  • 언론사
  • 저자양평섭 북경사무소장
  • 게시일2008/11/03 00:00
  • 조회수4,784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 경제는 감기에 걸리고,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 경제는 폐렴에 걸린다. 현재의 한-중 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두자릿수 성장률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3분기에는 9%로 급락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한국 경제에 충격을 주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중국 경제를 강타하고, 이 때문에 한국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만약 중국발 실물경기 위기가 발생한다면 미국발 금융위기보다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고, 중국은 우리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나라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강타하고 있다면, 중국발 실물경기 위기는 우리 수출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중국은 여타 국가에 비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성장률 둔화 역시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지난 2년여 동안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긴축 조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금융시장은 개방도가 낮은 통제된 시장일 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있어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았다. 그러나 중국의 실물경제 역시 세계의 금융위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경제성장의 20% 이상이 수출로 이루어지는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이기 때문이다. 중국 안에서도 내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과 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기 위축으로 수출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소비와 투자까지 위축될 경우, 내년도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은 보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수출보다는 국내 경기 부양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한다는 목표 아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내년에 시행할 정책 조처들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시장의 안정을 유도해 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조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 안정된 환율, 앞으로도 수차례에 걸쳐 내릴 수 있는 금리와 지급준비율, 충분한 재정력 등 다양한 정책수단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보다 더 부러운 것은 정부 대응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중국 정부 및 경제전문가들의 자신감이다. 중국의 주요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내수경기를 활성화한다면 세계경제가 불안해도 중국 경제는 내년에도 9% 정도의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비관적인 쪽에서도 최소 8% 중반대의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자신감이 시장의 정부 신뢰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세계경제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중국 내의 선순환 고리가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는 세계경제 위기가 자국엔 좋은 기회라는 인식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국내 경제 및 산업구조를 개편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성장력을 배가하고,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런 중국을 보며 부러움을 금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호 신뢰이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응집력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최근 중국 경제를 보면서 다시금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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