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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비평]글로벌 금융위기 극복하려면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중국팀장
  • 게시일2008/09/29 00:00
  • 조회수5,030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그 여파로 상하이주가지수가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는 등 중국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은행들이 보유한 리먼브러더스 관련 채권이 3억8000만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도 침체하고 있어 중국발 금융위기를 걱정하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자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최근 중국의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조정은 2006년 이래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비정상적인 투자 열기가 조정되는 건전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리먼브러더스 관련 채권의 추정 규모도 일본(22억달러)이나 한국(13억4000만달러)에 비해 작다. 더구나 중국은 9월15일 마치 때를 맞춘 듯이 6년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덕분에 글로벌 금융 혼란 적기에 신속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이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수출경기의 둔화이다. 당장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17.5%(2008년 상반기)로 높은 편이다. 또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몰고 올 경우 수출은 더 둔화될 것이다. 다만 8월까지도 수출증가율이 21.1%에 달해 그 우려가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출 말고는 소비가 작년부터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고 투자 증가율도 여전히 높다. 중국 당국자들이 작금의 환경 속에서도 내년 9∼10%의 경제성장을 자신하는 이유이다.

중국이 이처럼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10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의 교훈을 잊지 않고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성급한 자본시장 개방보다는 은행의 건실화와 금융감독 시스템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다고 금융 개방 자체를 회피한 것은 아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의 상업은행 분야는 완전히 개방돼 있다. 보험이나 자산운용업의 개방도도 높다. 반면 단기적인 국제자본의 유출입이 일어날 수 있는 채권이나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가령 50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적격 기관투자자에 대해서만 300억달러 총액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중국 내 주식투자를 허가한다. 시장과 개방의 효율성은 취하되 국제자본의 과도한 유동이 주는 위험은 막자는 것이다.

원래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나왔다. 10년 전 우리가 겪은 경제위기를 중국은 그렇게 자신의 교훈으로 삼았다. 정작 그 위기를 겪은 우리 입장에서는 금융의 건전성과 기업의 투명성을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 나아가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미국발 위기가 보여준 것은 시장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긴 하지만 경제 주체들의 리스크까지 관리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된 금융 파생상품들은 그 리스크를 상품화한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보여준 성과는 참담하다. 결국 공동체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자은행 자체가 존립의 위기를 맞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100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형성되었고, 경제위기의 현장마다 불가피한 악역을 도맡아 온 투자은행의 역할이 송두리째 부정될 수는 없다. 다만 리스크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이 투자은행의 본질인 이상, 앞서가는 금융감독과 투명한 경영과 분명한 책임 추궁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한국도 투자은행을 육성하자고 한다.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의욕에 앞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투명한지, 그동안 얼마나 철저하게 경제 주체들에게 불법과 부실의 책임을 물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타산지석은 우리도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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