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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미국 금융대책은 단기 효과용

  • 언론사
  • 저자윤덕룡 선임연구위원
  • 게시일2008/09/11 00:00
  • 조회수5,380

한국에 ‘9월 위기설’이 나돌던 시기에 미국도 ‘9월 위기설’로 시달렸다. 미국의 양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부실 때문이다. 미국 모기지 시장의 절반을 점하는 두 업체가 파산할 경우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거기다 리먼브러더스의 유동성 위기설, 100여 개의 지방은행 파산설도 미국 경제를 괴롭혔다.

7일 미 재무부는 위기설 진압을 위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 기업들을 인수, 유동성을 공급하고 경영진을 쇄신하여 정상화시킨다는 수순이다. 최대 2000억 달러까지 투입할 계획이다.

미 정부의 적극적 개입은 단기적이나마 금융시장 안정을 가져오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시장 내 불확실성이 제거돼 리스크 요인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추가적인 유동성이 제공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폴트 가능성이 낮아져 이자율도 내려가고 있다. 국유화 조치 발표 다음 날 30년 만기 모기지 이자율은 6.34%에서 6.04%로 떨어졌다. 미 국채이자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금융불안의 근본 원인까지 해소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부실에 빠진 원인은 전국적인 자산 디플레이션(가치 하락) 때문이다. 지난해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미국 전역에서 자산 디플레와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

돈을 빌려 구입한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빚이 자산보다 많아지고 이자 부담이 증가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나 부동산 매물은 쌓이고 가격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초래됐다. 그 결과 우량 신용자와 부동산을 담당하던 금융기관까지도 부실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 미국 전역에는 부동산 매물 적체현상이 심각하다. 자산 디플레이션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국유화되고 경영이 정상화되어도 주택 구매 수요를 획기적으로 늘려주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시장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도 미 정부의 국유화 조치에 따른 수혜자다. 아시아 국가들이 두 기관의 막대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이번에 두 회사의 채권에 대해 이자와 원금의 지급을 보증했다. 이로써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은 투자손실의 염려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외국 자금의 아시아 증시 이탈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아시아 증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미국의 자산 디플레가 멈추고, 본국의 유동성 위기에서 자유로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소식이 아시아 증시에 단 하루 만의 호재로 끝난 이유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두 가지 교훈을 남긴다. 첫째는 9월 위기설에 대응하는 한국 금융당국의 접근 방식과 대비된다. 우리 정부는 “위기설이 근거없다”고 여러 차례 해명했지만, 결국은“낭설이니 당일 날 보자”며 소극적 대응에 머물렀다. 미국처럼 ‘낭설’의 역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그동안의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치르지 않아도 되었을 터다.

둘째는 미국이 두 모기지 업체에만 집중하지 않고 더 적극적인 대책을 제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폴슨 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2%가 부족한 느낌이다. 문득 소설가 황석영씨가 소개한 단시가 떠오른다. “봄비-그러나 감자밭을 적시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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