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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비평]국가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중국팀장
  • 게시일2008/08/22 00:00
  • 조회수6,066

베이징올림픽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화려한 개막식은 세계인의 눈을 끌었다. 그 올림픽 기간 중에 눈을 끄는 또 다른 뉴스가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내년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공산품 생산국이 될 거라고 보도했다. 내년에는 전 세계 공산품의 17%를 중국이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공장’이 된다.

한국 역시 제조업 강국이다. 조선, 반도체,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라는 새로운 제조업 대국의 등장을 맞아 그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산업고도화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 국제 분업은 더 이상 산업을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 국제 분업은 산업이 아니라, 각 산업 내에서 수행되는 부가가치 활동의 성격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령 막연히 섬유, 의류, 완구, 신발, 식음료 산업은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섬유산업은 이제는 첨단 신소재 산업으로 취급받고 있다. 고급 백화점을 가득 채우는 이른바 명품 의류, 완구, 신발은 LCD나 반도체 못지않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물론 그 부가가치의 대부분은 브랜드와 디자인을 틀어쥐고 있는 선진국이 가져간다. 코카콜라야말로 참으로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제품이다. 명품이랄 것도 없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황금알을 낳고 있다.

결국 문제는 산업단위의 추격에 있지 않다. 각국이 그 산업에서 무슨 역할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각 산업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 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은 기획,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능력이다. 그 바탕은 다시 창의력이다.

그런데 창의력은 한 사람의 천재한테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린 학생들을 모아놓고 창의력을 교육한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다. 창의력은 다양성이 인정되고 발휘되는 활짝 열린 사회 분위기에서 나온다.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화와 경제위기를 겪은 직후에 한국에서 IT, 소프트웨어, 문화산업이 꽃피운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기존의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가 잠시 주춤한 공간에서 새로운 경쟁력이 돋아난 것이다. 이들 산업은 중화학 공업과 함께 우리의 주력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얘기는 다시 베이징올림픽으로 돌아온다. 개막 공연에서 중국은 자기 문화의 깊이와 넓이를 화려한 스케일 속에서 보여주었다. 5000년 역사, 13억의 인구, 다양한 자연지리적 특성, 56개의 소수민족을 거느린 중국은 다양성의 보고다. 다만 중국은 그 다양성을 발휘하기보다는 국가의 통일과 단합을 더 강조하고 있다. 개막 공연에서 강조된 것은 중화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단일성이다. 다양성은 그저 양념 노릇을 했다. 중국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떠한가. 선진화가 국가의 모토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화는 바로 창의력에서 나온다. 그것은 동원(動員)이 아닌 다양성과 자발성에서 잉태된다. 한마음 한뜻은 21세기에는 더 이상 바람직한 슬로건이 아니다. 딴 마음도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 선진 한국의 가치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창의력의 토대인 다양성을 키워주는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가 지금 한국에 형성되고 있는가.

물론 한국은 단결과 총화를 내세우던 개발도상국 단계를 진작 벗어났다. 그렇지만 작금의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편 가르기 탓이다. 언제부터인가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담론이 좌우, 여야, 보혁이라는 편 가르기 속에 함몰되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양극단 딱 두 개로만 재단되고 있다. 이념의 과잉, 편 가르기의 과잉은 전체주의만큼이나 다양성과 창의력을 억압한다. 선진화를 저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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