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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기고]美소고기에 무역의 미래 발목 잡혀서야

  • 언론사
  • 저자이준규 미주팀장
  • 게시일2008/07/30 00:00
  • 조회수6,628
미국산 소고기 협상에서 비롯된 촛불집회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동안 한국과 미국은 일주일에 걸친 진통 끝에 소고기 추가 합의를 이뤄냈다. 추가협상 결과에 따라 저녁 밥상에 오를 수 있는 미국산 소고기가 어떻게 달라지고 그간 논란이 됐던 사항들이 어떻게 최종 합의됐는지 차분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많은 국민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의 수입, 수입이 금지되는 특정위험물질(SRM), 검역주권 강화 등이었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30개월령 이상의 소고기가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 ‘한국 QSA(품질체계평가)’를 미국으로부터 확보했다. 이로써 한국에 소고기를 수출하려면 수출위생증명서에 30개월령 미만임을 증명하는 미국 농무부의 보증이 있어야 하고, 증명이 없으면 한국이 반송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업체의 자율 규제 위반 가능성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소고기가 한국에 팔리기 시작하면 물건을 파는 쪽이 사는 쪽의 정서와 시장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소고기를 한국에 지속적으로 팔기 위해서라도 이를 준수할 것으로 본다. 상대국 수출업자의 위반 가능성 때문에 이 제도의 실효성을 우리가 부인한다면 어떻게 세계를 향해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등을 믿고 자유무역을 하자고 할 수 있겠는가.

양국은 한국QSA 프로그램의 유지 기간을 ‘한국 국민의 신뢰가 확보될 때까지’로 명시해 촛불 민심의 불안심리를 반영했다. 또 소의 뇌, 눈, 머리뼈, 척수는 연령에 따른 SRM 범위와 무관하게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 수입을 금지하고, 국내 검역과정에서 해당 부위가 발견될 경우 반송할 수 있게 했다.

국민의 비판이 거셌던 검역주권도 추가협상을 통해 그 권한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검역과정에서 2회 이상 식품 안전에 위해가 발견될 경우 한국 정부가 해당 수출 작업장의 작업 중단을 미국 정부에 요구하고, 미국은 우리 정부의 요구에 따라 수출작업 중단조치를 즉각 이행하도록 했다. 미국 작업장에 대한 작업 중단 요구 주체가 한국 정부로 명시됐고, 한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특정 작업장을 모두 점검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우리 정부가 취소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 셈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추가협상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국제무역의 일반적 상식과 규범을 깨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우려를 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협상 결과로 평가된다. 이 세상 어디에도 자신의 요구가 상대방에 100% 관철되는 통상협상은 없다. 통상협상은 이를 규율하는 국제 무역규범이 있고 서로 다른 이해를 갖는 협상 상대국이 있기 때문이다.

촛불을 통해 국민의 우려가 정부에 전달되었고, 이런 배수진이 미국과의 추가협상 결과를 만들어 냈다.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이제는 최선을 다한 협상 결과에 격려를 보내고 정부가 이를 어떻게 집행하는지 차분히 지켜봐야 할 때다.

국회가 의견을 모으고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촛불의 열정을 냉철한 이성으로 바꿔 가야 한다. 세계 11위 무역대국인 한국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를 재협상 논의에 국력을 그만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소고기에 발목 잡히지 않고 세계무대를 향해 계속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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