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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테마진단] 이젠 정부를 믿고 기다려보자

  • 언론사
  • 저자채욱 원장님
  • 게시일2008/06/30 00:00
  • 조회수7,134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한ㆍ미 장관급 추가협상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ㆍ미 양국의 복잡한 국내 사정으로 상호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는데 많은 난관과 고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의 경우 쇠고기 파동이 국정 난맥 상황으로까지 이어졌고, 미국 역시 자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기본 입장마저 국내외적으로 뒤흔들리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번 합의 내용이 모든 국민을 100% 만족시키기는 어렵겠지만 국제통상 차원에서 보면 현 상황에서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재협상이라는 형식적 틀에서 벗어나 국제적 신인도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우리 정부의 검역 권한도 상당 부분 강화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공식 인정하는 국제 기준보다 높은 특정위험물질(SRM) 기준을 적용해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에 대해서도 뇌, 눈, 척수, 머리뼈 등의 반입을 추가로 차단한 것도 큰 성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주장해온 일부 시민단체가 여전히 합의 내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또다시 재협상 논의를 부추기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의 합의 내용은 양국의 책임 있는 통상장관들이 서로의 어려운 정치ㆍ경제 현실을 십분 감안해 힘겹게 도출해낸 최선의 결과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합의 사항은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그에 더해 구체적 사항을 수입위생조건 부칙에 명시함으로써 분명히 실효적 집행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무리하게 재협상을 해서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가. 그동안의 상황을 지켜본 바에 따르면 재협상을 하더라도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지 않는 한 정치성 논란만 키우게 되고 결국 한ㆍ미 관계까지 손상될 수 있다. 또 국제사회에서 이미 합의된 협상 결과를 뒤집는 국가로 낙인 찍혀 앞으로의 모든 국제협상에서 우리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국가경제의 90% 이상을 대외무역에 의존하는 국가로서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촛불시위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는 충분히 나타났다. 이젠 차분히 정부의 대책 마련과 그에 대한 이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무역수지 적자는 물론이고 고물가에 따른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경제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 증가로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파업으로 민생경제까지 위협받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적한 경제와 민생 문제가 쇠고기 문제에 발목이 잡혀 멈춰진 상태다.

촛불 민심을 확인했다면 이젠 우리 모두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차분히 상황을 지켜보는 신중함이 필요한 때다. 정부가 국민의 염려와 요구사항을 어떻게 정책에 담아내는가를 지켜보아야 하며, 국회가 정치를 회복하고 민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주시해야 한다. 산적한 중대 경제 현안이 더 이상 그럴 듯하게 포장된 정치논리에 휘둘리거나 방치돼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의 광우병 염려를 잠재우면서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확실히 되살릴 수 있는 정부의 현명한 대책을 기대해 본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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