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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비평] 韓-中 FTA 신중해야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중국팀장
  • 게시일2008/06/10 00:00
  • 조회수8,325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싼 논란이 식을 줄 모른다. 우리에게 한미 FTA만큼이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한중FTA이다. 5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FTA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신중해야 한다.

아마도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세계 4대 경제권과 동시에 FTA를 추진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일 것이다. 미국과는 비준을 앞두고 있다. EU와의 협상은 진행 중이다. 일본과 협상 재개를 곧 논의할 예정이고, 이달 중순에는 중국과 산-관-한 공동연구를 마친다.

이는 거대 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으로 수준 높은 FTA를 추진한다는 지난 정부의 FTA 전략의 결과이다. 개방이 주는 경제적 이익은 물론이고, 개방이 초래하는 부정적 충격까지도 국내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추진한 개방 확대와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의 정점에서 각국과 FTA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나라이다. 지난해 대중 수출액은 대미-대일 수출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따라서 한중 FTA의 파급력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중국과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효과와 충격을 면밀히 예측해야 한다.

물론 자유무역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특히 한중 양국은 통합된 분업구조 속에서 함께 동아시아 공장을 이루고 있다. FTA를 통해 그 분업구조 안에서 물건이 오가는 거래비용이 절감되면 두 나라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동태적으로 볼 때는 비교우위에 기초를 둔 자유무역은 기존의 국가 간 분업구조를 고착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선진국의 논리라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과의 FTA가 여러 우려를 낳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한중 관계는 한일 관계과 정반대이다. 그때문에 오히려 한중 FTA를 지금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중 FTA를 둘러싼 진짜 고민은 수혜산업과 피해산업이 양분될 것이라는 데 있다. 더욱이 중국의 각 분야는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5년 후에 과연 어떤 산업이 수혜산업이고 피해산업이 될지 식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한중 FTA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원래부터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비용은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데 있다. 각 부문의 손익을 모두 모으고 계산해서 그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책상머리의 환상에 불과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의 상대국들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으로 FTA 협상의 대상을 선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외교, 안보, 에너지, 지역통합 등 다양한 전략적 고려가 가미된다. 중국은 아세안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걸프협력회의(GCC), 파키스탄 등과, 미국은 북미 자유무역협정 (NAFTA) 외에 호주, 이스라엘, 요르단, 파나마, 콜롬비아 등과 FTA를 체결 또는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일단 대상이 정해진 다음에는 이들도 경제적 논리에 입각해 협상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한중 FTA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중국과의 FTA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장래나 동아시아 통합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이 걸린 사안이다. 그 결론은 결코 귀납적으로 경제 각 분야의 손익을 거듭 계산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바람직한 동북아의 경제적 분업 구도에 대한 장기적 판단과 21세기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위치에 대한 차분한 성찰을 통해 연역적으로 결론이 도출되야 한다. 그래야 국내 다양한 이해집단간의 충돌을 극복하고 FTA를 추진해 나갈 기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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