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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비평]강한 기업이 국력이다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중국팀장
  • 게시일2008/05/13 00:00
  • 조회수8,531
새 정부는 올해를 선진화 원년으로 선포했다. 무엇이 선진화냐는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한동안 1인당 소득이 늘어나면 선진국이 되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당장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2만달러 시대의 삶이 1만달러 시대에 비해 더 팍팍하다고도 한다.

급성장한 경제 규모도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 된다. 한국 경제의 규모는 2005년 세계 11위를 기록했으나, 이후 러시아와 인도가 추월함으로써 지난해 13위로 밀렸다. 우리 앞에 브릭스(BRICs) 등 창창한 개도국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11위 재탈환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하지만 총량 지표들이 사람들의 행복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비판도 적지 않다.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 더 행복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아가 환경, 복지, 의료, 여가 등 사회가 추구해야 할 다양한 가치를 계측해 발전전략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10만달러가 된들 어려운 사람일수록 더 희망을 잃고 중산층마저 내집 마련과 사교육에 등골이 휜다면 그런 선진국은 별로 반갑지 않다.

추상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지표들 말고 선진화를 위한 노력에 실질적인 좌표를 제공하는 기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기업을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다.

포천지의 글로벌 500대 기업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기업 순위를 매긴다. 즉 ‘큰’ 기업을 본다. 한국은 2007년 14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162개, 일본은 67개,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30여개이다. 아쉬운 것은 한국은 1997년 12개 이후 정체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은 24개로 이미 2000년부터 한국을 추월했다. 하지만 반드시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의 24개 기업은 대부분이 금융기관, 사회간접자본, 에너지 분야의 내수 독점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조업 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사실 큰 기업을 보는 것보다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한’ 기업이 얼마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영국의 정부기관인 DIUS는 연구개발 지출액을 기준으로 세계 1250대 기업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2004년 이전은 700개). 이에 따르면 2006년 미국 509개, 일본 220개, 독일 83개, 영국 75개의 순이다. 한국은 21개로 9위이다. 미국은 차치하고라도, 일본의 기업 경쟁력이 얼마나 강한지 새삼 느껴지는 통계이다. 대만도 40개나 된다. 반면 큰 기업에서 우리를 앞섰던 중국은 7개인데, 그나마 5개가 에너지와 통신서비스 분야의 내수 기업이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의 강한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까지 한 개의 기업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으나 2002년 6개, 2004년 11개, 2005년 17개, 2006년 21개로 빠르게 늘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기업의 전문성을 촉진한 구조조정, 투명성 제고 노력,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입 등 고통스러운 과정이 우리 기업들을 강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개별 지표의 순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탄탄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도 분명해진다. 단지 큰 기업이 아니라 강한 기업이 더 많이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선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기업이 한눈팔지 않고 본업과 연구개발에 집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편으로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을 통해 중견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어 새로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투명성과 공정거래를 제외한 나머지 규제는 과감히 풀어 기업들이 마음대로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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