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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美 경제, 단호한 조치 필요

  • 언론사
  • 저자이경태 원장님
  • 게시일2008/03/28 00:00
  • 조회수8,876
 미국 부동산가격 급락으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의 파장은 최근 베어스턴스의 부도 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즉 유동성 위기를 넘어 지급불능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구제금융으로 급한 불을 끈 뒤 JP모건에 헐값으로 매각되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일단 차단하기는 했다. 만약 또 다른 대형은행에서 유사한 사태가 돌발하면 투자자들의 집단 환매요구와 예금자들의 경쟁적 인출요구라는 최악의 금융대란으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놀란 부시 행정부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숙의하고 연준은 정책금리인하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회의적으로 관망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국면으로 진입하기 전에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의 뿌리가 주택가격 하락이므로 썩은 뿌리를 제거하지 않고는 병든 나무를 되살리려는 모든 노력들이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맡겨 놓더라도 주택시장의 수급균형이 언젠가는 회복되기는 할 것이다. 계속 늘어나는 인구는 주택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는데 주택신축은 부진하다. 그 차이를 메워주는 것은 개인 소유자나 할부금융회사가 팔려고 내놓은 기존 주택들인데 늦어도 내년 중에는 초과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그때까지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신용경색이 악화되며 달러가치와 주가가 하락하면서 미국 경제성장이 올해 연간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파국적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금리인하와 조세환급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주택가격의 안정을 직접 겨냥하는 시책이 필요할 것이다. 주택할부금융차입자들의 이자를 동결하고 연체금 상환을 유예해주면서 그로 인한 할부금융회사의 손실을 보전해준다든가 차압된 이후에 매물로 나오는 주택들을 정부가 나서서 구입한 뒤 주택가격의 안정이 이뤄지면 되파는 등 다양한 수단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구제조치들이 시장규율을 이완시키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비판은 옳은 지적이다. 주택가격의 상승을 예상하고 투기한 개인들과 방만하게 대출해준 금융회사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만 시장의 정의가 바로 서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면 대다수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도 연쇄 불황의 파급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

적어도 당분간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경제는 평년작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얼마간의 성장약화가 예상되지만 중국, 인도는 물론 동남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아프리카등이 활발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들의 대미수출 의존도가 낮아졌고 내수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석유, 광물성 원자재 및 곡물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총생산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면 여타 지역의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은 이머징 국가들이 수출과 자원에 높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경제의 본격 침체는 연쇄경로를 통해 전세계로 파급돼나가게 돼 있다.

신용경색 와중에서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아직도 잠재적 화약으로 잠복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 과잉유동성이다. 오히려 미국의 금리인하와 긴급금융공급으로 과잉유동성은 더욱 확대됐다. 주가와 부동산시장의 부진 때문에 풍부한 투기자금들이 금과 자원으로 이동해서 가격상승을 부채질했다. 만약 미국발 침체가 본격화돼면 투기자금 이탈로 인한 자원가격 폭락으로 자원생산국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수습되면 세계경제의 지배구조에 대한 전면 개혁이 불가피하다. 우선 미국의 금융감독과 위험관리의 대수술이 행해질 것인데 특히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강화의 범위와 강도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며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서방선진7개국(G7)등 현존 국제경제조정 기제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효용성에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과도한 성장이 세계 차원의 자원파동을 초래하고 미국의 부동산거품붕괴가 국제금융시장을 요동시키고 있는 등 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요 국가들 간 정책협조의 신속성과 효율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본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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