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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방미 전 한·미 FTA 비준돼야

  • 언론사
  • 저자이경태 원장님
  • 게시일2008/02/28 00:00
  • 조회수8,960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공청회 등의 심의 절차를 거쳤으나 이번 국회 임기 내 통과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본격적인 논의조차 개시되지 않은 상태로 미 행정부 및 의회 인사들은 미국 쇠고기의 전면 수입개방 전에는 의회 상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공식 입장은 쇠고기 문제는 한·미 FTA와는 무관한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며, 이러한 입장은 2006년 2월 협상 개시 이전부터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의회 통과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를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쇠고기와 한·미 FTA를 연계시키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우선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이 자동적으로 미 의회 비준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 측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 측 주장의 핵심은 쇠고기 문제가 해결돼야 한·미 FTA에 대한 본격적이고도 진지한 논의가 개시된다는 것이다.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은 미 의회 비준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것을 충분조건이라고까지 과잉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으로 현 시점에서 재점검해 보아야 할 것은 미 의회의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한·미 FTA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고 유력한 대선후보인 힐러리와 오바마도 부정적이며 민주당 지지세력인 노조와 서민층은 FTA를 포함한 세계화의 이익에 대해서 회의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만약에 한국이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가 비준을 거부하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한국의 새 정부는 정치적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쇠고기 시장만 활짝 열어주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고 비난할 것이며 미국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한 매도가 반미운동으로까지 확산될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미국은 지금부터라도 쇠고기 문제를 FTA와 분리해 논의해야 한다. 미국은 쇠고기가 해결되어야만 한·미 FTA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공식적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 미국이 진정으로 FTA와 연계해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의 양보를 얻어 내고 싶으면 그 반대급부로 미 의회 비준을 약속하는 것이 순리지만 이는 대선과 의회선거 때문에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FTA 협상 훨씬 이전부터 한·미 간 통상 현안이 되어 온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위한 수입 위생 조건 협의를 즉시 개시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부시 대통령에게 합리적 기간 내에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추세에 맞춰 수입개방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부터 미국산 쇠고기 선적이 중단된 상태로 한·미 양국 간 쇠고기 교역이 전무한 비정상적 교역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4월로 예정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전에 한국은 국회 비준과 쇠고기 협상을 끝냄으로써 우리의 할 일을 다 한 다음에 미국 측으로 공을 넘겨 의회 비준의 책임을 차질없이 이행하도록 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이것은 또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미 의회의 재협상 요구를 차단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사전 포석이 된다. 미국의 FTA 정책에 대한 신뢰 약화로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FTA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난관에 부닥칠 것이고 역동적인 동북아 경제권과의 통합도 지연될 것이다. 특히 한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 중국과도 FTA를 추진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미국의 불이익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이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은 부시 대통령을 필두로 해서 미국 재계와 여론지도층이 합심해 한·미 FTA가 반드시 올해 안에 미 의회에서 비준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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