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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샌드위치’는 위기이자 기회다

  • 언론사
  • 저자지만수 북경사무소장
  • 게시일2008/02/04 00:00
  • 조회수9,119
샌드위치는 한국 경제의 상황을 묘사하는 유행어가 되었다. 세계화가 내포하는 무한경쟁 시대에 끊임없는 자기 혁신 없이는 생존조차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의 표현이다. 한편으론 그 위기감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눈을 좁혀서 한국, 일본, 중국이 자리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을 들여다보면 이 비유는 더 실감 있게 와 닿는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을 놓고 세 나라 사이에는 숨 가쁜 각축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도 2007년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가장 큰 수입국이 되었다거나,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줄기는커녕 298억달러로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하지만 이 비유에는 약점도 있다. 나라 사이의 ‘무한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보면 가장 잘사는(강한) 나라와 가장 못사는(약한) 단 두 나라만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가 결국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샌드위치의 비유가 세계화의 본질이나 개방경제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은 수십 년 동안 한국에 대해 막대한 흑자를 쌓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본의 부품과 소재, 기술을 활용해 우리 경제를 여기까지 발전시켜왔다. 중국이 무섭게 성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 수출은 2001년 181억달러에서 2007년 820억달러로 6년 새 4배도 넘게 늘어났다. 대중 흑자는 2007년 한국통계로 189억달러, 중국통계로는 450억달러가 넘는다.

즉 현실은 중국 위협이 아니라 중국 특수(特需)이다. 앞으로는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쫓아낼지 모른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중국의 세계 시장 진출이 본격화된 이후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중국 수출 100대 기업 중 10개가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다.

이처럼 체감과 현실이 다른 이유는 동북아 3국이 매우 밀접하고 보완적인 하나의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실제 생산라인은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이 생산한 부품과 소재, 기계가 중국의 연해지역에 자리 잡은 외자기업들로 흘러가고, 거기서 완성되어 전 세계로 팔려가는 것이다. 3국은 중국의 부품 및 소재 수입 1, 2, 3위를 차지한다. 2006년 그 합계가 2200억달러를 넘는다. 같은 해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77%가 소재 및 부품으로 분류된다. 기계 등 자본재까지 합하면 95% 이상이다.

동북아에는 분명히 샌드위치가 있다. 그런데 그 샌드위치는 한국의 야채와 대만의 햄, 일본의 참치, 중국의 빵을 합쳐서 만든 샌드위치다. 이 샌드위치는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재료를 따로 팔 때보다 더 비싸게 팔린다.

사실 이게 진짜 세계화 시대, 개방 시대의 샌드위치다. 동북아 안에서 초조하게 서로 키재기를 할 것이 아니다. 동북아가 전 세계와 맺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분업구조 덕분에 동북아 각국은 모두 세계적인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모두가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다.

앞의 샌드위치는 위기감을 준다. 긴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별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뒤의 샌드위치는 한·중·일이 앞으로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준다.

그 답은 분업과 거래비용 절감이다. 가일층의 개방은 역내 시장을 더 잘 작동하게 한다. 효율적인 시장은 비교우위에 따른 분업을 형성해 준다. 또한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중 FTA는 하나의 분업구조 안에서 부품과 소재가 이동하는 거래비용을 낮추어 준다. 동북아가 더 값싸고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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