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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한국을 지켜보는 中 자본의 시선

  • 언론사
  • 저자지만수 북경사무소장
  • 게시일2008/01/14 00:00
  • 조회수9,041
 2007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11%를 넘었다. 5년째 두자릿수 성장률이다. 2008년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수출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실로 ‘용(龍)의 귀환’이라 할 만하다. 한국은 중국의 빠른 성장을 어느 나라보다도 잘 이용해 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동안 그 공장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을 공급했다. 덕분에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출시장을 한국에 제공하고 있다. 즉 우리만 준비된다면 중국의 재부상이라는 세계사적 격랑을 오히려 큰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런데 새해 들어 중국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1조5000억달러가 넘는 세계 제일의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해외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7년부터 중국은 국내 기관투자자의 해외투자(QDII)를 허용했다. 모두 400억달러가 넘는 규모다. 또 별도의 외화투자기금(CIC)도 설립했다. CIC의 투자규모는 2000억달러에 달한다. 이제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 겸해서 세계의 돈줄이 되고 있다.

그 돈이 세계 각국의 은행과 기업을 사들이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2007년 말에는 중국이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미국 모건스탠리의 지분(전환사채)을 9.9%나 사들여 큰 뉴스거리를 제공했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 역시 중국 은행의 투자를 받았다. IBM의 PC 사업이 중국 기업에 매각된 것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은 이미 수년 전부터의 일이다.

넘치는 외환과 국내 저축, 오랜 외자 유치 경험, 홍콩과 싱가포르를 통해 흘러드는 선진 금융기법을 갖춘 중국이 본격적으로 해외 은행과 기업의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 세계경제에서 국경을 넘는 투자나 인수·합병(M&A)은 전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제값을 받고 외국에 기업을 파는 것은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하나다.

문제는 누가 언제 중국 자본의 인수 대상이 되느냐다. 월스트리트의 자존심인 모건스탠리가 중국에 손을 벌리게 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충격 때문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중국에 인수된 한국의 하이디스나 쌍용자동차 역시 길게 보면 경제위기 이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팔렸다. 일단 경제와 경영이 위기 상황에 들어서면 기업은 매물이 된다. 미국의 대표 은행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중국에 있어 한국 기업들은 가장 탐나는 인수 대상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 기업의 정보를 상세히 수집해 갖고 있다. 나아가 중국 스스로가 그 기업의 가장 큰 고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해당 기업조차 모르는 미래 경영환경까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지금 한국의 주력 산업들이 바로 중국이 키우려는 미래 산업이기도 하다.

이 속에 큰 위험이 잠재해 있다. 즉 이제부터는 한국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부실하고 불투명한 경영으로 자칫 어려움에 빠진다면, 아마도 그 즉시 반갑지 않은 구매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통 큰 중국 자본이다. 나아가 만에 하나라도 한국이 또 한 번의 경제위기를 맞는다면 그때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중국에 인수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중국의 성장을 활용할 수단을 영원히 잃게 된다.

새해 중국 자본이 은행과 기업 쇼핑에 나서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게 두렵다고 문을 닫아 걸 수도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철저한 위험관리이다. 안정적인 경제 운용, 금융 건전성, 기업의 투명성은 이제 경제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 중심의 경제운용을 약속하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는 사라질 전망이다. 규제가 사라진 자리에는 반드시 건전한 은행과 투명한 기업이 있어야 한다. 그 건너에서 중국 자본이 현금을 쟁여놓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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