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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은 …

  • 언론사
  • 저자이장규 중국팀 연구위원
  • 게시일2007/12/31 00:00
  • 조회수7,965
 [신 차이나 쇼크] 중국을 뒤흔든 노동계약법

노동비용 상승은 불가피 인플레이션 우려 안높아

5년 전쯤, 중국의 일부 경제학자들이 중국은 향후 20년간 고속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기억이 난다. 농촌의 풍부한 잉여노동력을 매년 1%씩 도시부문으로 유입되도록 조정한다면 중국의 임금 수준을 향후 20여 년 동안 현재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중국의 경쟁력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다분히 계획경제적 색채가 묻어있는 주장이었지만, 당시에 엄청난 중국의 과잉노동력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최근 동향을 보면 이러한 예측은 그다지 정확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중국 진출 한국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최근 2~3년 동안 현지 노동비용은 대략 30% 정도 상승하였고,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국에서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 비즈니스 환경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향후 전망도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던 노동계약법이 2008년부터 발효되면, 궁극적으로 추가적인 노동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법규의 제정과 실제 집행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노동계약법의 파급효과를 정확하게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노동계약법이 중국경제 그리고 중국경제와 밀접히 통합되어 있는 세계경제 전반에 과연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개략적이라도 전망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세칙이 최종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몇 가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진출기업, 특히 중소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노동계약법에 따르면,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 근속하거나 연속 3회 이상 계약을 맺은 근로자는 종신 고용을 보장 받을 수 있다. 퇴직금 지급도 확대되고 노동조합의 권한 역시 대폭 강화됨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상당 정도 저해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손상된다면 추가적으로 노동비용이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노동생산성은 낮아지면서 최소한 단기간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세계의 제조공장으로서 중국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양질의 풍부한 저임 노동력과 이에 따른 해외로부터 자본유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국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목격하면서 중국이 향후에도 세계의 공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중국은 최근 들어 외국자본유입을 무조건적으로 환영하지 않고 않다. 종전과 달리 외국자본을 유치하면서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고, 환경친화적이거나 높은 기술수준을 보유한 외국자본만을 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외자정책의 전환, 급격한 임금상승, 인력부족 등의 투자환경 변화를 감안한다면, 무조건적으로 중국을 가장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투자지역을 선정하는 문제는 업종, 기업규모 및 각종 투자환경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윤 마진폭이 낮은 신발, 봉제, 완구 등 노동집약적 조립부문은 이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가 유력한 투자지역으로 등장하면서 중국과 경합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강점이 완전히 소진됐다고는 볼 수 없다. 중국은 연안지역을 따라서 도시지역에 엄청난 규모의 빌딩숲을 건설하고 있다. 또 인터넷, 통신시설, 고속도로, 항만설비 등의 각종 인프라가 완비되어 있는 수많은 투자공단에 많은 생산공장을 건립함으로써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제조업 집적지와 대규모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동남아시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인프라가 발달되어 있다는 점, 낮은 비용으로 각종 생산부품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배후에 엄청난 대규모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많은 외국기업들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본격적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이며, 노동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연안에서 비교적 가까운 내륙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치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근까지 중국은 각종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시장에 공급해 왔다. 그러나 노동계약법이 발효되고, 노동비용이 상승한다면 이제까지 저가 중국제품에 의존하던 세계경제에 중국발(發) 인플레이션이 출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생산비용 상승에 의한 공급측면의 인플레이션은 긴축정책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도 전면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중국경제의 수많은 제조업종은 현재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따라서 얼마 전까지 중국은 오히려 디플레이션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가격인하 압력에 의해 중국 내 수많은 기업들은 부품조달의 현지화, 생산공정의 효율화, 자동화 등으로 노동비용 상승을 상쇄하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 등으로 해외 이전하는 것도 옵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노동계약법을 분석하면서 중장기적인 평가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이 최근에 두 자릿수 고속성장을 구가하여 왔지만, 이러한 성장 방식이 지속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문제 중에서 계층, 지역, 도농(都農)간 소득불균형의 극심한 확대, 아시아 여타 개도국의 절반에 불과한 사회보장 수준 및 열악한 근로환경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중국의 지속가능성장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약법이 앞으로 어떻게 시행될지 불확실한 상태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경제의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면, 중국의 지속성장 그리고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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