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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한·미 FTA 5년 뒤의 한국

  • 언론사
  • 저자이경태 원장님
  • 게시일2007/04/03 00:00
  • 조회수5,21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지도 어언 5년이 지났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고 국민을 찬반양론으로 분열시켰으며 평범한 시민까지 FTA 전문가로 만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다. 그사이 외환위기보다도 더 거센 경제 쓰나미가 몰려오지 않은 것은 물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마냥 좋아진 것도 아니다. 예상했던 대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농산물의 수입 증가와 공산품의 수출 증가다.

우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5년 전 협상시한을 연장하는 벼랑 끝 담판 끝에 관세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는 호주산 쇠고기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면서 소비자의 입맛과 주머니 사정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부분적으로 한우 시장도 잠식하고 있다. 한우 사육농가들은 정부 자금과 기술지원을 받아 원가절감, 육질개선과 신선육 제공으로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쌀은 5년 전 협상에서 미국이 협상전략으로 비공식 거론은 했지만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표명 때문에 정식 의제로 올리지도 못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받은 10년의 관세화 유예가 몇 년 후에는 종료되고 재연장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관세 수준을 놓고 힘겨운 협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 한.미 협상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안도하지 말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개방에 대비해 농업 구조조정을 확실히 했어야 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중국으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은 해마다 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염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5년 전 시작된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공식협상이 최근 개시됐다. 농산물 개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 때보다 더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우리 농가가 재배한 유기 농산품이 중국 대도시의 중상류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중 FTA에서 농산물을 대폭 개방해 중국 시장을 우리 농산물의 안방시장으로 만들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리 자동차와 고급 가전제품 및 의류.가죽제품 등의 대미 수출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미국 자동차의 수입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미국 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유보적이다. 반면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 자동차의 수입이 관세삭감 때문에 상당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자동차 업계는 현재 진행 중인 한.일 FTA 협상을 조기에 타결지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동북아 및 동아시아 FTA 추진의 가교역할을 해 왔으며 북한의 개혁개방과 함께 지역통합이 이제 가시적으로 진전되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한.미 FTA에서 서비스 부문의 개방이 미흡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개방해서라도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교육.의료 등은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아직도 좌초하고 있으며 이들 부문의 해외소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관광.금융.법률.유통.문화산업 등은 정부와 기업의 공동노력으로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신뢰도는 높아졌다.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거의 사라졌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축소까지 겹치면서 국가신용등급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말도 많던 투자자-국가 제소제도의 도입으로 행정절차가 투명해지고 있으며 규제개혁도 많이 이뤄져 외국인 투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

한.미 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지지하는 쪽에서도 한.미 FTA의 기대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국내 조치들을 치밀하게 실천에 옮겨야겠다는 압박을 받았고 이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미 FTA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복지재원의 확보를 통해 양극화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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