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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갈림길에 선 한미 FTA협상

  • 언론사
  • 저자이경태 원장님
  • 게시일2007/03/09 00:00
  • 조회수4,787
 이번주 말 서울에서 열리는 제8차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타결이냐, 결렬이냐를 가름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난번 제7차 협상에서 그때까지의 답보에서 벗어나 진전을 위한 분위기 반전을 이루었고 양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협상 타결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는 주요 쟁점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그 이후의 타결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한ㆍ미 양국 모두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최대한의 신축성이다. 지금까지의 빈번한 만남을 통해 협상 대표들은 상대방 입장을 십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어느 분야의 어떤 문제가 상대방에게 중요하고 정치ㆍ사회적으로 민감한지를 숙지하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와 아량을 가져야 한다. 반대로 자기 이익과 어려움만을 앞세우는 경직성은 버려야 한다.
 

협상장에 나가는 대표들은 국내 여론과 의회, 이익단체들로부터 유ㆍ무형의 압력을 받기 때문에 신축성을 발휘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 대표들간에는 오히려 동지의식이 형성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등 뒤에서 밀려오는 압력 무게를 감당하면서 최선의 합일점을 발견해 나가는 공동의 노력이 오히려 요구되는 것이다.
 

협상장에서의 유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행히 양국 정상들은 이미 한ㆍ미 FTA가 갖는 상업적,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으로서는 세계 경제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아시아로의 진출 교두보를 한반도에서 마련하고 이 지역에서 중국 경제의 지나친 의존도 심화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의 FTA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재삼 확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 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과정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 유지 발전은 필수인데, 한국과의 FTA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자국의 상업적 이익 확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 최대 경제 강국이면서도 자국 시장 개방에 앞서 한국 시장 개방을 우선 요구해 왔다. 물론 한ㆍ미 무역불균형, 특히 자동차 등에서의 심각한 역조와 미국 제조업의 공동화를 감안하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제는 더욱 큰 그림을 보면서 양국간 이익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한국에 미국과의 FTA는 경제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갖는다. 하나는 미국 시장에 대한 진출 기회 확대인데, 미국 역시 한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동일한 목표를 갖는다.
 

다른 하나의 목표는 한국에 특히 중요한데, 우리 시장을 개방해서 경쟁력을 키우고 제도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시장 개방을 놓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한다고 생각하면 이는 당초 목표를 간과하는 것이며 좀 더 적극적인 개방 의지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것이 요망된다.
 

시장 개방이 그렇게 좋다면 일방적으로 개방하면 될 걸 왜 미국과 협상하면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개방까지도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우선 세계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시장의 지속적인 확보가 필요하고 국내 시장 개방이 후퇴하거나 지연되지 않고 예측 가능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의 FTA는 도움이 된다.
 

현안들은 대부분 개방에 따른 이해득실이 공존하는 양면성이 있다. 미국의약품의약가를 높이면 건강보험 재정과 소비자 부담을 높이지만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 또한 높아진다. 투자자와 정부간 제소를 인정하면 정부의 자의적인 재량이 견제받는 염려가 있지만 행정절차의 민주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해외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의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효과 또한 생기게 된다.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는 치열한 찬반 논쟁을 벌였고 만약에 협상이 타결되면 다시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이다. 찬반 논쟁에는 이념에 근거한 가치 판단과 경제기술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이념에 치우칠수록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과장하고, 불리한 것은 감추려고 한다. 따라서 아무리 대화를 해도 간극이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불신과 대립만 증폭된다. 중국은 공산주의에서 시장주의로 전환하면서 이념논쟁은 자제하고 경제기술적 토론으로 국가경영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지 곰곰 되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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