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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세계화냐 지역화냐… 묘한 동거

  • 언론사
  • 저자윤덕룡 연구위원
  • 게시일2007/03/05 00:00
  • 조회수4,626
 

21세기는 세계화와 더불어 지역화의 시대다. 세계화는 상품들이 국가의 경계를 마구 넘나들 수 있게 만들었다. 국가의 경계 안에 가두어 두고 독점적으로 사용되던 자본이나 인력도 값을 많이 쳐주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WTO체제는 이러한 세계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화와 함께 강화되고 있는 또 하나의 조류는 지역화다. 지역화는 특정지역 국가들간 통합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필연적으로 외부지역에 대해 차별적 대우가 발생한다. 얼핏 보면 지역화는 세계화에 역행하는 조류이다. 그러나 지역화가 세계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열린 지역주의’의 이름으로 양자간의 묘한 동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 24조는 지역경제통합을 허용하면서 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차별원칙의 예외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구조를 잘만 활용하면 세계화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지역화로는 자국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도 하다.  

 

지역화는 수혜면에서의 비대칭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역화가 더딘 국가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역화가 가장 더딘 곳은 동아시아이다. 동아시아의 무역규모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적지 않다. 상호투자나 역내교역에서 나타나는 기능적인 시장통합의 진척은 여타지역보다 통합여건이 성숙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이 제도화되지 못한 탓으로 동아시아는 세계시장에서 경제력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역통합이 진척된 유럽 등과의 교역을 위해서는 통합체와 개별국 차원의 이중협상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화에 늦어질 경우 실제 시장을 상실하기도 한다. 한국은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진행하다가 중단한 사례가 있다. 반면 일본은 멕시코와 FTA 합의에 도달하였다. 당시 멕시코로 타이어를 수출하던 한국의 모기업은 이 소식을 듣고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배를 돌려 다시 한국으로 수출품을 회수하였다고 한다. 관세면제를 받게 된 일본의 수출품과 경쟁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역내외를 막론하고 지역화는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조류이다. 싫건 좋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의 시장이 사라지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은 더욱 감소한다. 주변국과의 선린우호를 위해서라도 지역화는 비켜갈 수 없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개방을 강요하다시피하고 있는 세계화추세가 그 바람막이로서의 지역화를 강제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묘한 결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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