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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삼일절에 돌아본 韓日경제

  • 언론사
  • 저자정성춘 팀장
  • 게시일2007/03/05 00:00
  • 조회수4,257
 최근 엔화 약세로 인해 우리 기업이나 경제에 많은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제품 등 수출시장에 일본 제품의 약진이 돋보이며 일본에 여행을 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여행을 오는 일본 사람들의 숫자보다 더 많아지게 되었다. 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 탓이다.

일본 경제의 최근 몇 년간 상황을 간단히 점검해 보자. 2000년대 이후 일본 경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어 왔다. 무엇보다도 커다란 성과가 나타난 분야는 기업 분야였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일본의 법인기업통계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의 연평균 경상이익률(매출액 대비)은 1980년대 3.5%였으나 1990년대에는 2.9%로 하락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4.0%로 회복됐다.  

경상이익 규모를 보더라도 1980년에 약 10조엔에서 1990년에는 약 20조엔까지 증가했으나 1998년에는 다시 10조엔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2004년 경상이익은 25조엔으로 증가해 버블기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처럼 기업 부문에서 많은 성과가 나타난 원인은 무엇일까. 일본 기업들은 이른바 리스토라(restructuring의 일본식 표현)를 단행해 종업원 수를 줄였고 임금 인상을 자제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에서 수익성이 좋지 않은 자산은 과감히 처분해 기업 조직을 간소화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은 최대한 빨리 상환하려 노력했다.  

이처럼 고용, 자산, 채무의 재조정을 추진한 결과 일본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회복됐다. 이러한 수익성 회복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그 동안 주춤했던 설비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과잉투자를 염려할 정도로 왕성한 투자가 이루어져 왔다.  

일본 기업들이 이러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일본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2001년 이후 약 5년반 동안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집권했던 시기였다. 이 시기는 이른바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구조개혁이 본격화되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1970년대 이후 경기대책으로서 널리 활용되어 왔던 재정정책이 1990년대에는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돈을 퍼부어 봐야 그 경제적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는 1990년대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둘째는 정부 부채 누적으로 국가 재정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구조개혁을 촉발했다. 고령화나 자녀 수 감소로 인해 사회복지 재정에 많은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 반면 정부 재정은 빚더미에 눌려 있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의식이 매우 강해졌다.  

어쨌든 이러한 경험과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고이즈미 정부는 공공 부문 개혁을 추진했고 이러한 공공 부문 개혁은 기업 부문 개혁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은 어떠한가.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하락하고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고령화, 자녀 수 감소 등으로 인해 향후 노동 공급이 줄어들거나 혹은 노동인력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이 염려된다.  

또한 기업의 국내 투자가 위축되는 한편 투자 자체가 외국으로 유출되면서 국내에서의 생산기반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회복지, 지역균형발전 등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중시하는 정책을 중시하면서 일본과 달리 큰 정부를 지향하고있다. 양극화 문제가 중시되면서 양극화 해소가 정책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는 서로 엇갈린 방향으로 달려왔다는 인상이 매우 짙다. 어느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할 시점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본 기업들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개혁이 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에 항거해 일어섰던 삼일절. 이제는 일류 제품으로 일본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과 우리 정부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삼일절의 진정한 의미는 이제 해묵은 민족주의적 감정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면서 일본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삼일절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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