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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한 - 미 FTA로 선진국 진입을

  • 언론사
  • 저자이경태 원장
  • 게시일2007/01/09 00:00
  • 조회수4,260
 

2007 한국경제 분야별 진단 (2) 경제연구원장에게 듣는다


지난 한 해 다섯 차례 열렸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일부 진전을 보인 분야도 있으나 반덤핑, 자동차 등 여러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뚜렷한 합의를 못 본 채 해가 바뀌었다. 협상이라는 것이 막바지에 가서야 극적으로 타결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비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양국의 협상 대표들이 신뢰를 쌓지 못하고 오히려 불신의 골을 키우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


미국은 자국의 국내법을 건드리는 것은 한 발자국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경직된 태도에서 벗어나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고, 한국은 시장을 덜 여는 것이 협상을 잘하는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좀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양보·신뢰로 대화 물꼬 터야  

한미 FTA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체제를 잘 활용해서 중진국이 될 수 있었다. 가난한 농업국가이면서 가진 것이라고는 배워야겠다는 열정과 잘살아야겠다는 의지밖에 없던 한국이 오늘날 세계 굴지의 공업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힌 결과이다. 우리의 모자람을 겸허히 인정하고 우리 힘에 부치는 것은 밖에서 배우겠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배움의 자세는 우리 민족의 오래된 전통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었을 때 우리 선조들은 중국의 앞선 문화를 받아들이고 소화ㆍ개량한 결과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원효의 화엄불교사상, 불국사와 석굴암, 팔만대장경,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등은 오직 그 예에 불과할 뿐이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실 때 집현전 학자들은 중국학자들에게 음운학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밖으로는 중국ㆍ인도 등의 추격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안으로는 미래주도산업을 새롭게 일으켜야 하는 도전을 안고 있다. 우리의 제조업은 세계 정상 수준 가까이 왔지만 아직도 남은 10%의 부족함을 채워야 하며 서비스업은 세계 수준의 절반도 안되는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농업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이 모든 것을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하려면 부지하세월일 것이다. 먼 조상들이 했듯이, 지난 세기의 후반기에 했듯이 부지런히 앞서가는 나라로부터 배우고 익혀야 한다.  

 

한미 FTA의 의의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자리매김 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니까 자신감이 생겨서인지 이제는 밖에서 배울 것이 별로 없다는 자만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는 배워서는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극단적인 배타주의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개방에는 위험이 따른다. 물가에 자주 가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슬기로운 사람들이 헤엄을 배우고 바다에 뛰어드는 것과 같이 진취적인 국민들은 개방하면서 동시에 위험에 대비한다.  

 

미국시장을 더욱 넓게 여는 것과 앞선 제도 및 기술을 배우는 것은 한미 FTA의 양대 목표이다.  

 

韓·中·日 협상 촉매역 기대도  

 

시장 확대와 국내산업 보호에만 치중해서 협상에 임하면 협상 타결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협상 결과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기도 궁색해질 것이고 이를 의식하는 협상 대표들은 더욱 경직된 자세를 견지하려고 할 것이다.  

한미 FTA가 타결되면 한일 FTA 협상의 재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한중 FTA 추진도 탄력을 받아 우리가 한ㆍ중ㆍ일 FTA의 촉매 역할을 최대한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된다. 동북아공동체 논의가 국내에서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며칠 후 필리핀에서 열릴 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서 우리 대통령이 동북아비전그룹의 창설을 제안해 동북아 통합의 실마리를 풀게 되면 우리의 지역외교의 큰 성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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