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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미국은 정말 위안화 절상 원할까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수석대표
  • 게시일2006/10/11 00:00
  • 조회수6,332
 

지난 수년간 전 세계는 위안화 평가절상을 둘러싼 각종 뉴스들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심지어 중국의 위안(元)화는 세계적 차원의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핵심적인 요소로 지목되기도 했다.
 

동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중국의 환율은 달러당 8.3위안 수준에서 사실상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7월 21일 이른바 ‘복수통화바스켓을 참고한 변동환율제’가 도입됐다. 달러화에 대해 2%의 일시적 절상도 함께 이루어졌다. 그 이후 위안화의 달러당 환율은 최근 7.9위안 수준까지 꾸준히 절상돼 왔다. 그러나 이는 14개월간 2% 남짓에 불과한 속도다.
 

때문에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논란은 2005년 7월을 경계로 환율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 하에서의 절상 속도를 둘러싼 논란으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절상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두 가지 오해  

안화 절상 문제에 관해서는 널리 퍼져 있는 두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는 위안화가 비록 느리긴 하지만 절상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달러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약 4% 정도 절상됐다. 그렇지만 2002년 이래의 달러화 약세 기조에 따라 유로(30.3%), 한국 원화(28.4%), 엔화(16.0%) 등 주요 통화들은 같은 기간(2006년 5월 기준) 위안화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절상됐다. 이는 위안화가 최근 수년간 달러를 제외한 여타 통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큰 폭으로 절하돼 왔음을 의미한다. 가령 원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그동안 25% 가까이 절하됐다.  

두 번째 오해는 미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매우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통념이다. 물론 미국 각계가 강력하고 다양한 목소리로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슈머-그래엄(C. Schumer, L.Graham) 법안 등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이 같은 강력한 언사에도 불구하고 정작 미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적은 없다. 2006년 5월의 환율보고에서도 중국은 환율조작국을 판정하는 3가지 기술적 기준에서 24개국 중 각각 5, 6, 12번째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와 스위스·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이 더 강한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위안화 절상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미국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상식에 속한다.  

결국 위안화를 둘러싼 진짜 문제는 수년간 달러화의 약세, 달러에 고정된 위안화 환율제도, 결과적인 위안화의 동반 약세이다. 중국은 2002년 이후 매년 22~35%의 높은 수출 성장율을 구가했다. 2005년 1018억 달러에 이어 2006년에는 15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누릴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환율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이 아니라 유럽·일본·한국 등이다. 정작 미국은 환율로 인해 중국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 저하를 겪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다. 미국측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말잔치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무엇을 고민하나  

국제적인 절상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사실 각국은 자기 실정에 맞는 환율 제도를 가질 권리를 갖고 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무역체제의 규율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데는 또 다른 내부적 고민이 있다.  

첫째, 국내 산업에 미칠 충격에 대한 우려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주로 중국 수출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간주돼 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동아시아와 전 세계를 연결하는 국제분업구조의 허브(Hub)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세계시장의 가격탄력성은 별로 크지 않다. 중국상품의 가격이 오르더라도 결국 중국상품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고민은 수입가격의 변화에 있다. 최근 중국은 전통 중화 학산업을 회생시켜 산업고도화와 수입대체를 이루고자 하는 국가적 열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급격한 위안화 절상이 이루어지면 원자재와 부품의 수입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값싸진 수입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중화학산업 분야의 국유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결국 빠른 위안화 절상은 국유기업 회생과 중화학 산업의 육성이라는 중국의 국가적 목표와 충돌한다.  

둘째는 동아시아 경제 위기의 교훈이다. 중국에게 한국이 겪은 1997년 수준의 경제위기는 곧바로 체제 위기와 경제 자주권의 상실로 연결된다. 따라서 적정규모의 2~3배로 평가되는 9545억 달러(2006년 7월 말)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부담스러워 하기는커녕 더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국제수지 흑자 상황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셋째는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고민이다. 중국은 WTO에 가입할 때 약속했던 시장개방 일정에 따라 자본시장을 매우 조심스럽게 개방하고 있다. 최근에야 제한적으로 외국 기관투자가(QFII)의 중국내 투자와 중국기관투자가(QDII)의 해외투자를 허용했을 뿐이다. 중국은 무엇보다 자본시장 개방에 따라 국내경제가 국제자본의 논리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물속의 돌을 더듬으며 강을 건넌다’는 식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해왔다. 하지만 자본시장 개방이 없는 한 진정한 의미의 시장 환율이 형성되기는 어렵다. 환율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리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유럽·일본 압력이 변수  


중국은 2005년 7월 복수통화 바스켓을 참고한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당분간 제도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충분한 환율 변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문제는 현 제도하에서의 절위상 속도다.  

2006년 들어 위안화는 약 1.5% 절상됐다. 최근의 무역수지 흑자 급증으로 절상속도가 가속된다 해도 절상 폭은 연말까지 3% 선에 머무를 전망이다.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절상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2007년에 들어서면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일본을 넘어 세계 1위가 된다. 이 시점을 계기로 외환보유고 적정 규모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역수지 흑자급증 추세가 계속될 경우 총 무역규모의 일정비율(예를 들어 10%)을 넘지 않도록 절상수준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더라도 2007년의 절상 폭 역시 5%를 넘기는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절상 속도는 중국 원자재 및 부품 산업의 경쟁력 확보 수준과 자본시장 개방의 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절상만을 지속하기보다 절상과 절하를 반복하면서 환율 운용 경험과 능력을 쌓아가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적인 변수는 미국의 압력이 아니라 실질적 피해자인 유럽이나 일본 등의 반응이다. 중국도 이미 세계 4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로서 국제사회의 근거 있는 요구를 무작정 무시할 수만은 없다. 이는 G7(서방선진 7개국) 등 경제대국 간 협의체에 중국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문제와 연동될 것이다. 국제 위상과 대국으로서의 책임을 교환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꾸준한 절상이 유리  

위안화 절상속도가 지금보다 빨라지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 원화의 빠른 절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실효과를 조금이나마 상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시장에서 중국과의 경합은 아직 크지 않다. 때문에 제3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 그렇지만 중국에 대한 원자재·부품·설비의 수출가격 경쟁력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중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상당수는 가공형 수출기업이다. 위안화 절상은 이들의 수출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중간재 수입가격도 함께 떨어지므로 절상의 부정적 효과를 얼마간 상쇄할 것이다. 또한 위안화 절상은 중국투자 한국기업들이 진행 중인 원자재 조달의 현지화 속도를 늦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으로부터의 조달을 늘리거나 최소한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위안화 환율의 급변으로 인해 중국경제가 불안해지는 것은 우리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위안화의 꾸준한 절상은 우리에게 좋은 변화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도 경제대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3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우리도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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