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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DDA 협상 중단됐으니 …

  • 언론사
  • 저자이창수 팀장
  • 게시일2006/07/25 00:00
  • 조회수4,137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24일(현지시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다자간 협상에 의한 개방 확대로 149개 회원국의 성장잠재력을 확대시키려던 목표는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DDA 협상 중단에 따른 득실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높은 수준의 개방으로 협상이 타결됐으면 국내 농업계의 반발을 초래했을 것이고, 반대로 낮은 수준의 개방으로 타결됐을 경우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핵심 6개국(미국.유럽연합(EU).브라질.인도.호주.일본)이 합의에 실패한 표면적인 이유는 농업보조금을 더 많이 감축하라는 EU.브라질.일본의 요구에 대한 미국의 거부 때문이다. 미국 쪽에서는 EU의 농산물 시장과 개도국의 비농산물 시장의 개방 확대가 미국의 농업보조금 추가 감축에 따른 피해를 보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결국 DDA 협상이 중단된 근본적 이유는 미국.EU.G-20(브라질.인도.중국 등 개도국 협상그룹) 등 3대 핵심 그룹 간의 이른바 3각 쟁점(농업보조금, 농산물 관세 및 비농산물 관세 감축)을 조정하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EU와 개도국 그룹은 미국에 농업보조금 추가 감축을 요구하고, 미국과 개도국 그룹은 EU에 농산물 관세 감축의 확대를 주장하며, 미국과 EU는 개도국 그룹에 비농산물의 관세 감축을 요구하는 등 물고 물리는 이해 관계의 상충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이다. 3각 쟁점에서 발생하는 협상그룹별 이익과 피해를 균형 있게 맞추는 데 실패한 것이 협상의 중단으로 귀결된 셈이다.  

 

그러나 협상 중단 선언을 곧바로 협상 결렬이나 다자무역질서의 후퇴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보다는 당분간 각 협상그룹이 기대이익을 얻기 위해 얼마나 더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재검토하는 냉각기를 거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DDA 협상 중단으로 잠재적 피해를 많이 보는 국가는 중국 등 개도국, 농산물 수출 선진국 및 중소규모 개방경제일 것이다. 그러나 DDA 협상이 장기간에 걸쳐 표류할 경우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보호주의의 대두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모든 국가에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요인을 감안할 때 반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일 다자체제가 후퇴하면 모두가 패자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협상의 잠재적 수혜자들은 더 많이 지불할 용의가 커지고, 미국이 농업보조금을 더 양보할 환경이 조성된다면 연말 이전에 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핵심 협상그룹의 입장에 새로운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2~3년간은 다자간 협상을 끌고갈 추진력을 잃게 될 우려가 크다. 그 대신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 간 무역자유화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 DDA 협상 지연과 한.미 FTA 타결로 위기감을 느끼게 될 중국은 물론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이 우리나라에 FTA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반세기 동안 무역자유화의 이익을 향유하며 경제 발전을 이룩해 온 우리나라 입장에선 일단 국제무역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DDA 협상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국제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동시에 다자주의가 퇴조하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다변적인 FTA 추진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다자간 협상이든 양자 간 FTA든 우리에게 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DDA 협상 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의 구조조정과 국내 제도의 정비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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