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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일본물가가 더 싼 이유

  • 언론사
  • 저자정성춘 팀장
  • 게시일2006/07/04 00:00
  • 조회수4,580
최근 일본에서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드디어 플러스로 전환되었다고 떠들썩하다. 물가가 오르는 데만 익숙한 한국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장기 불황에 시달려 온 일본기업들 입장에서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의 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하락하였다.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1995년의 소비자 물가지수(생선·야채 제외)는 98.2이고, 2006년 5월의 지수도 98.5로 거의 동일하다.
 

이런 통계들은 필자가 1990년대 후반 유학시절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물가에 관한 의문들에 대해 답변해 주고 있다. 왜 작년의 수박 값과 올해의 수박 값이 변하지 않았을까? 왜 작년의 이발 요금과 올해의 요금은 동일할까? 물가에 둔감한 필자로서도 이런 의문들을 품으면서 일본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일본에 유학 온 초년생들은 일본 음식점에 들어가면 습관처럼 음식 값을 한국 돈으로 환산하곤 했다. 그리고 나오는 공통적인 반응은 “아! 너무 비싸다!”였다. 그래서 유학생들은 모두 그 식당에서 가장 싼 음식을 주문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러한 촌스러운(?) 행동은 곧 사라진다. 아무리 한국 가격으로 환산해도 그 가격에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떨까? 아마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이러한 부질없는 계산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계산 결과 일본이나 한국이나 서로 비슷한 가격대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출장이 잦은 필자도 요즘은 이런 계산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때로는 정반대 이유로 이런 계산을 해야 할 필요가 생기기도 한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사거나 소비하는 것이 한국보다 오히려 더 싼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물가수준 면에서 한국은 일본을 거의 따라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우리가 자랑해야 할 결과는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 경제정책의 최대 목표는 물가수준의 하락을 저지하는 것, 즉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물가수준 하락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물가가 하락한 최대의 원인이 총수요 감소와 값싼 외국제품의 수입증가라는 거시 경제적 요인이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가하락은 하락하는 물가수준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 비용절감노력, 신상품 개발, 새로운 고객층의 확보 등 공급측면에서의 피나는 경쟁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최근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을 격화시키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부문이 공급하던 공공서비스 중 민간부문이 더 비용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여 민간에 개방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며 공공조달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공개경쟁 입찰제도를 활용하여 비용절감을 도모하는 자치단체도 증가하고 있다.
 

때가 되면 가격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던 안이한 시대는 이미 지났다. 글로벌화가 급진전되는 경제전쟁 시대에 일본기업은 치열한 가격전쟁을 치르면서 전투력을 증강시켜 왔다.
 

한국 기업들은 과연 어떨까? 일본기업들과 싸울 수 있는 충분한 전투력을 국내시장에서 키워왔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독자들에게 맡기고 싶다.
 

한국은 최근 안정된 물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안주할 수 있을 만큼 우리에게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하고 진정한 가격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10여 년간 치열한 가격전쟁을 치러 온 일본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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