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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한국 외환보유액 2104억 달러 "다소 과다"

  • 언론사
  • 저자윤덕룡 연구위원
  • 게시일2006/03/21 00:00
  • 조회수4,731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이후 대규모로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고 있다. 2005년 말 현재 일본은 8469억 달러, 중국 8189억 달러, 대만 2533억 달러, 한국 2104억 달러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홍콩.싱가포르.태국 등도 외환보유액을 급속히 증가시키고 있다. 그 결과 동아시아 지역의 외환보유액은 2005년 말 약 2조5000억 달러로 세계 전체 외환보유액의 60%에 달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 국가의 적극적인 외환보유액 축적은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아시아 지역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과다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과다는 국제적으로는 환율의 저평가를 통한 불공정 무역정책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으며 국내적으론 보유 비용의 과잉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의 대규모 축적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찬반 견해는 외환보유의 득실과 상호 연관돼 있다.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외환보유의 막대한 기회비용에 주목한다. 외환보유액으로부터 얻는 수익은 적은 반면 외환보유액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이 정부채권 판매에 의해 축적되고 있어 외환보유액으로부터 얻는 수익률은 2~3%에 불과하나 정부채권은 6~9%의 높은 이자율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조87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적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외환 매입을 위해 발행한 통화안정증권의 이자, 외국환평형기금 예치에 따른 이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외환위기의 발생이 빈번해지고, 그 정도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 위기발생을 사전에 억지하기 위해 충분한 외환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불과 7년밖에 안 돼 아직 기업들이 부도와 낮은 수익률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외자가 대규모로 유출입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외환보유액의 기회비용은 외환위기 발생 때 치르게 될 비용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규모라는 주장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축적하고 있는 대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결국 적정 외환보유액이 얼마인가로 귀결된다. 적정 보유액 산정과 관련해 지금까지 제시된 설명들은 크게 경험적 접근법과 이론적 접근법으로 나눌 수 있다.  

 

경험적 접근이란 국제거래를 위해 필요한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를 경험적 자료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다. 90년대 이전에만 해도 국제거래는 수출입 중심의 경상거래 위주였다. 따라서 외환보유 수요는 수입 규모에 따라 증가하므로 수입액 대비 외환보유액의 비중이 적정 외환보유액의 측정지표로 활용됐다. 각국의 경험적 분석에 의하면 외환보유액은 총수입액의 40%가 적당하며 20%는 필요한 최저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맥락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간 교역의 1회전에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3개월 정도라는 경험을 근거로 적정 외환보유액을 연간 경상외환지급액의 25% 혹은 3개월 수입에 해당하는 규모로 제시했다.  

 

90년대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전에는 경상거래를 토대로 한 이런 기준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경상거래뿐 아니라 자본거래를 감안한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이 제시됐다. 먼저 고려된 것은 단기부채다. 개발도상국들의 금융위기 원인이 단기부채의 갑작스러운 회수와 관련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 규모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을 유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갑작스러운 자본 이동은 자본 도피를 통해서도 이뤄지므로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해 외환보유액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도피성 자본은 국제수지상에는 오차 및 누락으로 나타나므로 단기외채와 오차 및 누락의 합만큼 외환보유액으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보다 더 보수적인 견해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의 일부도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그 가능성을 적정 외환보유액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포트폴리오 투자가 동시에 모두 유출되기 어려우므로 보통 3분의 1을 유출 가능 규모로 간주한다. 따라서 경상거래 및 자본거래를 모두 고려해 필요 외환보유액을 산정한다면 3개월 수입규모, 단기외채, 도피성 자본, 그리고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의 3분의 1을 합한 규모다.  

 

지금까지 설명한 경험적 접근 방식 외에 이론적 접근이 있다. 중앙은행이 총비용을 외환보유의 기회비용과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조정 비용의 합으로 보고, 총비용을 최소화하는 외환보유 규모를 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중앙은행이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여러 제약조건을 고려해 목표 달성도를 최대로 만드는 외환보유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외환보유액의 적정규모가 중앙은행에 의해 자의적으로 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적정 외환보유액의 결정은 주로 경험적 접근 방식을 따르는 추세다.  

 

지금까지 제시된 적정 외환보유액의 추산 방식별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을 산정하면 최대 1857억 달러로 추산된다.  

 

적정 외환보유액의 규모는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전반적인 결과 및 각국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다소 많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시장 환경이나 환율제도의 변화, 남북문제, 지역협력 등을 고려할 경우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기존의 이론적 틀에서 제시한 방식보다 더욱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불확실성과 관련된 변수들이다. 한국은 자본시장에 대한 통제를 대부분 제거해 외국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또 환율제도는 자유 변동환율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체제로 전환됐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내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으며 환율의 급변 가능성도 크게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환위기와 같이 긴급한 환율 변동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안정적으로 확보해두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런 점들이 현재의 외환보유액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외환보유액의 과다 축적은 사회적 비용과 국내 금융시장의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취약성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 확대 등을 통해 자본잉여의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해외자본의 유입은 자유로운 반면 국내자본의 유출이 통제되는 제도하에서는 외환의 누적과 환율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의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달러 보유의 비중도 낮출 필요가 있으며 보유 형태도 단순한 미 재무부 채권 의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국가들 간 통화 금융 협력을 강화해 외환위기 때 금융 지원과 환율협력을 통해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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