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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중국, 겁내기보다 활용해야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연구위원
  • 게시일2006/01/20 00:00
  • 조회수4,779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이나 중국의 외환보유액 운용에 관한 작은 변화도 외신의 머리기사가 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에는 글로벌 경제질서의 한 축으로 부상한 중국이 이제는 그에 값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기대와 요구가 반영돼 있다.

 

사실 중국은 개방된 국제교역의 가장 큰 수혜자다. 그 중국이 글로벌 경제질서의 룰(rule)을 얼마나 존중할 것인지, 또 커지는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지를 이제 온 세계가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한국과 중국의 실력을 초조하게 키재기 하면서 중국의 추격과 위협을 염려하는 발전도상국적 인식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바라보는 한국이 갓 1000달러를 넘어선 중국과 임금 등 요소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다. 곧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 될 것이 확실한 중국과 세계시장 1등 품목의 수를 비교하는 것도 이미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러한 비교는 불필요한 초조감만을 퍼뜨릴 뿐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을 지향하는 시각에서, 보편적인 세계인의 시각에서 중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중국의 위협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이 중국 산업의 성장에서 위협을 느끼고 있을 때 선진국들은 중국의 저렴한 생산요소를 활용하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염려해야 할 것은 상당수가 국유기업들로 이루어진 중국 산업의 추격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당면한 위협은 중국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는 선진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으로 인한 제조업 공동화를 우려하기보다는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을 중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절실하다.  

 

둘째, 선진국형 개방전략을 구축하고 실행해야 한다. 특히 다양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형성되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유리한 방향으로 주도해야 한다. 한.중.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동아시아는 이미 세계의 공장이 돼 있다. 이 지역의 생산요소와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한국이 어느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중국과의 거래비용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된다면, 이는 새로운 수출산업 하나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효과적인 경쟁력 강화의 수단이 된다. 중국의 연해 지역에 인접한 한국은 확실한 지리적 우위를 갖고 있다.  

 

셋째, 선진국의 입장에서 공정한 세계 경제질서의 수립과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중국을 필두로 한 발전도상국들의 위상이 커짐에 따라 각종 다자 간 통상협상에서 우리가 발전도상국의 지위를 고수하는 것의 실익은 줄어들 것이다. 반면 지적재산권, 보조금, 기업 투명성 등 분야에서 선진국과 대열을 맞추어 후발국에 공정한 경제운영을 요구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앞선 산업, 더 개방된 시장, 더 투명한 시스템을 갖추도록 강요받고 있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 추격하는 중국이 아니라 앞서가는 선진국이라는 사실이다.  

 

암벽을 오를 때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라는 충고는 여기서도 유용하다. 이웃 중국의 요란한 잔치에 함께 호들갑을 떨거나 지레 초조해 봐야 우리가 얻을 것은 없다. 선진국 기업들이 중국의 시장과 생산요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얼마나 개방적이고 투명한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중국이 변수가 되는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더 주목하고 차분하게 준비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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