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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南美 좌파정권의 확산

  • 언론사
  • 저자김원호 소장
  • 게시일2005/12/30 00:00
  • 조회수4,305
최근 남미 여러 나라에서 좌파정권이 득세하고 있는 점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연말까지 중남미 지역에서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국가가 12개국에 달하고, 대부분 좌파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해 좌·우파를 명백히 가르기는 어렵다. 정당의 정체성과 정책의 내용이 판단의 기준이 되지만 대부분 좌·우 성향이 뒤섞여 있다. 여기서는 논의 편의상 둘로 나눈다.  

 

혹자는 좌파바람의 원인을 국제정세, 반미정서, 사회변화 등에서 찾는다. 중남미 지역에서 좌파정권은 이미 지난 1970~80년대에 주류를 이루었다. 좌파정권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말까지 우파에게 자리를 내주었다가 최근 다시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약 15년을 주기로 대세를 바꾼 핵심변수는 경제정책의 실패였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좌파가 왜 득세하는지, 언젠가 왜 또다시 실패할 것인지,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좌파정권들은 어찌하여 지속할 수 있는지 꿰뚫어볼 수 있다.  

 

첫째, 좌파 득세와 우파정권의 실패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80년대 이래 중남미의 우파 개혁정부들은 이른바 신자유주의로 요약되는 시장개방 모델의 집행자로서 국내산업보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주도의 발전을 모색했다.  

 

글로벌화 시대 개방전략이 고용창출, 성장촉진, 세수증대로 이어지려면 국제 경쟁력을 길러야 했다. 그러나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남미 경제는 국제경쟁에 나설 기술수준이나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했고, 멕시코를 포함한 이들 개혁정부조차도 장기 비전을 갖고 인력자원육성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 못했다. 이따금 과감히 추진된 구조조정 정책들은 이익집단의 저항에 부딪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결국 아르헨티나의 경우처럼 물밀 듯 밀려드는 외국 상품과 서비스에 국내산업과 노동력은 설 땅을 잃게 되었고, 경상수지 적자로 외채는 쌓여갔고,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는 가운데 개혁정부의 긴축재정 의지와 고질적인 공직자 부패는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둘째, 과연 이들 좌파정권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유럽좌파와는 달리 통치 철학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은 채 민중주의로 흐르는 한, 그 시기는 정권을 버텨주는 재원이 언제 고갈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특히 중남미의 경우에는 원유를 포함한 국유자원의 국제가격이 폭락할 때까지일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우가 가장 두드러진다. 석유수출대국인 베네수엘라는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한 차베스 정권의 반시장정책과 반미구호는 버텨갈지 모른다. 차베스는 반미대열에 참여하는 이웃국가의 외채를 갚아주겠다거나 석유를 저가 제공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러나 좌파정부가 갑자기 풍부해진 재원을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개발, 산업구조조정, 물류기반 확대, 인력육성 등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지 않고 선심용 복지정책에 쏟아붓는다면 그 말로는 자명하다.  

 

셋째, 어떻게 하면 좌파정권이 집권을 계속할 수 있는가. 지난 20여년간 중남미 지역에서 경제혼란을 경험하지 않고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온 나라는 칠레와 코스타리카뿐이다. 특히 칠레는 지난 15년간 좌파정권이 안정된 통치를 지속하고 있다.  

 

칠레 좌파정부의 성공비결은 70년대 초의 좌파 실험이 실패를 되새겨, 고도성장을 이룩한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기조를 계승, 일관성을 유지하고, 글로벌화에 발맞춘 개방정책을 가속화하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점진적인 사회정책 보완을 시도해온 데 있다. 이로써 이들은 국민 대다수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1월 또다시 정권 재창출을 확정짓고 있다. 남미의 정국 변화는 결국 글로벌화 시대의 좌파정부가 실용주의적 좌파이어야만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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