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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동아시아 경제통합, 한국이 주도하자

  • 언론사
  • 저자이경태 원장
  • 게시일2005/12/20 00:00
  • 조회수4,368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개국 정상회의와 이어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동남아 10개국과 한·중·일 등 13개국은 장기 목표로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을 내걸고 여러 가지 협력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금년의 정상회의에서는 특히 2007년 동아시아공동체 건설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합의했으므로 앞으로 2년간 지역통합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시아는 과거 일본의 고도성장에 이어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신흥공업국이 그 뒤를 이었고, 근자에는 중국이 경이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등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역내 무역과 투자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 경제의 상호의존도가 날로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변화는 주로 시장 주도로 이루어지고 정부 간의 협력과 합의를 통한 제도화는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은 한중일이 각각 아세안과 별도로 협상하고 있고, 한중일 간에도 한일 간을 제외하면 FTA에 관한 논의조차 없다. 지역 공동 관심사인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서도 논의만 무성할 뿐 실질적인 진전은 없으며, 중앙아시아와 극동을 잇는 송유관 건설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경합까지 벌이고 있다.  

시장에 맡겨 놓아도 경제교류가 급증하는데, 구태여 정부가 나설 이유가 없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남녀가 서로 좋아하면 됐지 굳이 결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도화가 필요한 이유로는 협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비가역성을 담보하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에만 의존하면 불황 등으로 외부 여건이 악화될 때 보호무역으로 후퇴할 수도 있고, 외국 투자자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제약을 가할 수도 있다. 동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협정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무역과 투자의 지속적인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환율과 통화 협력은 제도화의 또 다른 이유이다. 중국의 부상 이후 역내 교역은 날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역내 통화 간 환율 안정이 더욱 요구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유로화와 같은 단일 통화가 채택되어야 명실상부한 시장통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불행했던 역사적 경험의 잔재가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고, 더욱이 중일, 한일 간의 긴장과 갈등이 빚어내는 상호 불신은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상호 신뢰 구축 없이는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경제적 협력체제의 확립이야말로 신뢰 형성의 첫걸음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 때 동아시아공동체 논의를 주도하였다. 동아시아비전그룹을 제의하고 그 의장을 맡았는데, 그때 제시된 평화·번영·진보의 비전은 지금도 동아시아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 이후에는 중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세안과의 FTA를 가장 먼저 체결하였고 동아시아 FTA 공동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다.  

중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이 우리나라에는 동아시아 통합의 촉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자신들이 중심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경제력과 국력에서 월등한 한중일이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니까 하는 얘기일 뿐이고, 한중일이 연합한다면 주도권은 저절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우선 동아시아와 동북아의 전략적 가치를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우리 운명이 결정되는 것을 방지하고 역내 경제의 역동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설정한 다음에 구체적인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 한중 FTA의 추진도 역내 통합 차원에서 접근하고 대외 원조도 동아시아 지역에 집중시키는 등 지역 전략과 전술을 재점검해 나가야 한다. 내년도 아세안+3개국 회의에서는 동북아비전그룹을 제의하여 지역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되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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