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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홍콩 WTO 각료회의가 남긴 것

  • 언론사
  • 저자강문성 연구위원
  • 게시일2005/12/18 00:00
  • 조회수4,066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지난 18일 밤늦게 선언문을 채택하며 막을 내렸다. 홍콩컨벤션센터(CEC)가 위치한 완차이(灣佐)지역은 지난 일주일 동안 각료회의와 반(反)세계화 시위 등으로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 11월 7일 WTO의 라미 사무총장은 이번 각료회의의 당초 목표이던 ‘완벽한 세부원칙’(full modality)의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홍콩 각료회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이번 홍콩 각료회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의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향후 협상에 대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WTO 회원국 중 가장 못 사는 나라 32개국에 대한 지원이 합의돼 선진국은 97%의 품목에 대해 무관세·무쿼터 혜택을 2008년까지 이들 최빈(最貧) 개도국에 부여해야 한다.  

선진국의 농업 수출보조금은 2013년까지 철폐될 예정이다. 또 ‘식량 원조’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던 우회적인 무역왜곡 행위에 대해 규제를 마련키로 합의, 개도국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부여될 것이다.
 

WTO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내년 4월경 스위스 제네바에서 모임을 한 번 더 갖고 원래 목표인 분야별 세부원칙을 타결할 예정이다. 만약 이때까지 분야별 세부원칙이 합의된다면,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2006년 말 또는 2007년 상반기까지 DDA 협상 전체가 타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회원국별 이행 검증과 국내 비준 절차를 거쳐 2008년 중 DDA협상 결과가 발효될 것이다.
 

그러나 세부협상 의제별로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DDA 협상 전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회원국들은 다자(多者)무역협상의 한계를 인식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를 선정해 자유무역협정(FTA) 등 지역주의에 정책초점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지역주의가 확산되면 지금까지 발효된 FTA가 칠레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수출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이 보도된 것처럼 홍콩 현지에서는 한국 농민의 시위를 TV와 신문들이 톱뉴스로 보도하는 등 한국 시위대의 동향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이런 인식이 협상 테이블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농업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WTO 회원국마다 ‘제 코가 석 자’이고 협상 테이블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국의 이해득실이다.
 

반(反)세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WTO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제 150개국으로 늘어난 WTO 회원국 숫자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는 중국은 WTO에 가입하기 위해 왜 그렇게 애를 태웠을까? 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부산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 WTO 가입을 위해 왜 회원국의 도움을 요청하고 다녔을까? 또 미국이 원하는 대로 DDA협상이 굴러간다면 왜 이렇게 합의가 어려울까?
 

우리는 UR 이후 쌀 협상까지의 10년을 헛되이 보냈고 쌀 관세화 유예의 첫해를 이렇게 그냥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결코 WTO 때문에 한국 농업이 어려워진 게 아니다. 우리 농업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농민, 정부부처, 관련 전문가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 농업의 보호와 경쟁력 강화라는 실익의 관점에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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