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연구원소식

홍콩 각료회의 개막에 앞서

  • 언론사
  • 저자강문성 연구위원
  • 게시일2005/12/04 00:00
  • 조회수3,501
오는 13일 홍콩에서 개최되는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개막이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2001년 11월 도하 각료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향후 국제통상질서를 결정할 중요한 다자무역협상이다.

농업, 비농산물 시장접근,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이슈에 대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DDA 협상은 그 동안 주요 쟁점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순탄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간 이해가 맞서 있고 148개국 모두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합의를 도출하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홍콩 각료회의에서 주요 의제별 세부원칙(modality)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비관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최근 홍콩 각료회의의 의미를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국내외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DDA 협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나 인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기본적으로 홍콩 각료회의에서 세부원칙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DDA 협상 전체가 실패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단지 모든 일정이 어느 정도 연기될 뿐이다.  

지난달 10일 홍콩 각료회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에 대응해 라미 WTO 사무총장은 홍콩 각료회의의 목표를 재조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동안 홍콩 각료회의의 목표는 ‘완벽한 세부원칙(full modality)’으로 도약하는 것이었으나 이러한 목표의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에 홍콩 각료회의의 목표를 ‘중간 단계’로 재조정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2006년 상반기에 각료회의 형태든, 고위급회의 형태든 한 번 더 모여 세부원칙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홍콩 각료회의에서 목표하던 세부원칙에 대한 합의가 지연됨을 의미할 뿐, DDA 협상 전체가 실패할 것임을 뜻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쟁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관세를 얼마나 인하할 것인지, 농업보조금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회원국 그룹별로 제시돼 있기 때문에 방향만 설정된다면 협상이 급격히 진행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8년 정도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DDA 협상 역시 타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부분적으로는 옳은 얘기이지만,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WTO뿐만 아니라 회원국 모두 UR 협상을 경험했고 이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다. 즉, 다자무역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UR의 경험으로부터 얻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DDA 협상은 UR만큼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홍콩 각료회의에서 세부원칙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2006년 상반기에라도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2006년 말 또는 2007년 상반기까지 DDA 협상 전체가 타결될 수도 있다. 그러면 회원국별 국내비준 절차를 거쳐 2008년에 DDA 협상 결과가 발효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DDA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회원국들은 다자무역협상보다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지역주의에 좀더 정책 초점을 모을 것으로 전망돼, FTA 추진실적이 미미한 우리로서는 수출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FTA 역시 다자주의의 굳건한 체제 하에 활성화될 수 있다. 즉 FTA가 우리 체형에 맞도록 직접 맞춘 양복이라면, DDA 협상과 같은 다자주의는 한 시대의 전체적인 양복 유행을 결정한다.  

따라서 이번 홍콩 각료회의는 향후 국제통상질서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 업계, 통상전문가 등 모두 힘을 합쳐 협상전략을 마련하고 향후 국내 대응방안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첨부파일

목록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 만족도 조사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