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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경제관계, 경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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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기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전략 평가와 시사점
WTO 가입 이후 무역 등 경제력 증대에 기반하여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과 주요국의 대중국 견제 등에 대응하면서, 스스로 주도하거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글로벌 질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보다 강하게 느끼게 되었..
정지현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및 필요성
2. 영향력의 개념
3. 선행연구 및 차별성
4. 연구 범위 및 구성
제2장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및 대외전략 변화
1.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변화
2. 시진핑 시기 중국 대외전략의 변화
제3장 경제 분야 영향력 강화 전략 및 평가
1. 무역통상
2. 통화금융
제4장 외교 분야 영향력 강화 전략 및 평가
1. 글로벌 파트너십
2. 국제개발협력
3. 기후변화 대응
제5장 안보 분야 영향력 강화 전략 및 평가
1. 자원안보
2. 해양안보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 평가 및 전망
2.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WTO 가입 이후 무역 등 경제력 증대에 기반하여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과 주요국의 대중국 견제 등에 대응하면서, 스스로 주도하거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글로벌 질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보다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에 국가 주도적인 영향력 강화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는 미국 등 선진국과의 경쟁 및 갈등을 심화하면서 개도국 등 신흥국의 진영화 유대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외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어 관련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전략을 경제, 외교, 안보 측면에서 분석, 평가, 전망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모색하였다.닫기
제2장에서는 세계 주요 기관에서 분석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지수의 추이 변화와 특징을 파악하여 시진핑 시기의 글로벌 영향력 변화 정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력 변화가 중국의 국가 목표 및 대외 전략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한 후 미국과의 갈등 심화 및 경제안보 강화 속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전략을 파악하였다. 제3~5장은 각각 경제, 외교,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시진핑 시기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전략을 분석하고 이들 전략과 그 영향력에 대해 평가하였다.
제3장은 경제 분야를 무역통상과 통화금융으로 구분하여 영향력 강화 전략을 분석 및 평가하였다. 우선 무역통상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은 무역 고도화를 통한 중간재 수출국으로의 성장 및 공급망 우위 확보, 공급망 우위를 활용한 수출 규제 등 통상안보 강화, RCEP 타결 등 지역경제협력 네트워크 확충, 일대일로 협력국과의 무역/투자 증대(표준 수출) 및 해외시장/해외자원 선점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핵심기술의 해외 의존, 개도국 중심의 낮은 수준의 FTA, 일대일로의 부작용 증대와 경쟁 플랫폼 등장, 중국의 무역·투자·기술·산업 및 국제표준 활동 등에 대한 선진국의 견제 심화 등의 한계도 나타났다.
통화금융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은 국제통화금융체제 개혁과 역할 확대, 양/다자 통화금융 협력을 통한 위안화 유동성 공급망 구축에서 일정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AIIB, NDB 등이 IMF, ADB 등 기존 다자금융기구의 대안적 다자기구로 성장하는 데는 장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위안화 국제거래 활성화를 위한 역외 위안화 시장 형성과 자본계정 자유화, 국제결제시스템 구축에 성과를 보였다. 그중 중국의 자본계정 자유화는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나, 결과적으로 중국의 국경간 위안화 자본거래가 시진핑 시기 급속히 증가하였다. CIPS의 회원기관과 거래규모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금융표준제정 참여 주도, 위안화 석유거래 등의 정책은 성과가 미미하였고, 국제통화금융체제 개혁안으로 제시된 SDR 사용 확대는 국제적으로 널리 수용되지 못하였다.
제4장은 외교 분야를 글로벌 파트너십, 국제개발협력, 기후변화 대응 협상 측면으로 구분하여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을 분석하였다. 우선 글로벌 파트너십 분야에서 중국은 양자, 소·다자 협력 체제 및 공공외교 등을 통해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한 특징은 대만을 겨냥한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전략이 작동하고 있고, 개도국 및 주변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협력을 중시하고 있으며, 강화된 경제력과 풍부한 문화자산 등을 활용한 공공외교를 추진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였다는 것이다.
개발협력 분야에서 중국의 전략은 수원국에 대한 공공재 제공 확대, 일대일로 플랫폼 활용, 지역협력 메커니즘 활용 정책 등에서 성과가 나타났다. 상당 비중의 수원국들은 이 정책들이 자국의 무역, 투자 성장과 인프라 격차 축소, 경제·기술 발전 등에 기여하였고 정치적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였다. 수원국의 개발목표를 진전시키고 지속가능한 개발목표를 달성함으로써 국제개발협력 거버넌스 및 관련 국제표준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중국은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내 ‘베이식(BASIC)’ 협의체와 ‘같은 견해를 가진 개도국 모임(LMDC)’ 등을 통해 개도국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개도국의 입장을 모으고 협상력을 강화해 이해관계를 관철시켜 왔다. 그러나 기후 거버넌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는 탄소중립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책임 확대가 수반되어야 지속될 수 있다.
제5장은 안보 분야를 자원안보와 해양안보로 구분하여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을 분석하였다. 우선 자원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인 보유 광물 개발 및 통제 강화, 적극적인 해외광물 투자 개발 등은 중국이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선점하면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자원안보를 강화하고 해외에서 자원 관련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제재에 직접 대응하고, 미국 이외 제3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자국의 기술자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양안보 분야에서 중국은 원양 작전이 가능한 강한 해군 건설, 해양안보 활동 범위 확대, 전략적 가치가 높은 주요 해역 거점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대내적으로 해양관할권 강화, 해경의 법 집행력 강화, 국내법 정비와 국제법 대응 능력 향상을 통해 해양분쟁에서 법률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해상민병을 활용한 회색지대전략은 갈등 상대국의 행위를 방해하고 있으며, 해경을 통해 남중국해 법 집행을 강화하는 등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제6장에서는 본 연구의 내용을 종합 정리하고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우선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전략의 특징, 평가 및 전망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분야별 영향 및 전망을 정리하였다. 이어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에 대응한 우리의 대응방안을 분야별로 제시하였다. -
수출규제의 경제적 함의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본 연구에서 수출규제 정책이란 국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국의 수출 흐름에 제약을 가하는 정책 일반을 의미한다.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은 목적, 대상, 근거법에 따라 크게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로 분류할 수 있는데, ..
예상준 외 발간일 2023.12.30
경제안보, 무역정책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 연구의 주요 내용
제2장 수출규제 사례의 장기적 조망
1. 서론
2. 산업화 시기: 기술 유출 통제를 위한 수출규제
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ㆍ군사안보적 수출규제
4. 현대 수출규제의 경제적 효과
5. 소결
제3장 수출규제의 유형화와 사례 분석
1. 수출규제의 유형화
2. 수출제한
3. 수출통제
4. 경제제재
5. 소결
제4장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 수출제재를 중심으로
1. 서론
2. 분석 자료
3. 분석 모형
4. 분석 결과
5. 소결
제5장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이론적 근거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함의
1. 서론
2. 이론모형
3. 소결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수출규제 사례의 장기적 조망
2. 수출규제의 유형화와 사례 분석
3.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 수출제재를 중심으로
4.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이론적 근거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함의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본 연구에서 수출규제 정책이란 국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국의 수출 흐름에 제약을 가하는 정책 일반을 의미한다.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은 목적, 대상, 근거법에 따라 크게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로 분류할 수 있는데, 최근 각국의 수출규제는 이 세 가지 분류에서 모두 늘어나는 추세이다. 각국 기업이 복잡한 거래 관계로 얽혀 있는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을 따라 파급되는 수출규제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공급망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본 연구는 그동안 국제무역에 관한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았던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 배경과 경제적 효과,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에 따른 공급망의 변화 등을 살펴봄으로써 수출규제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닫기
제2장에서 우리는 이미 산업혁명기 때부터 횡행한 수출규제의 대표적 사례들을 조망하고 각 사례에서 달성하고자 했던 정책 목표와 실제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규제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수출규제가 성공적인 정책 수단이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냉전 이후 수출규제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여러 연구를 살펴봄으로써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과 대응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였다.
제2장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산업혁명 시기의 수출규제는 주로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당시의 국제 환경은 첨단기술을 가진 선도국과 이를 따라잡으려는 국가간의 경쟁이 존재했고, 제조 장비와 기술자의 국외 이동이 기술 유출의 주요 채널로 인식되었으며, 후발주자인 국가 내에서는 선도국으로부터의 기술 유출을 묵인하는 등 오늘날 미ㆍ중 패권 경쟁 구도와 유사한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규제의 효과는 점점 떨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지식재산권 제도의 개선, 생산 기술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제조 장비와 기술자의 국외 이동에 따른 기술 이전의 효율성이 점점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오늘날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효과 또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규범 강화와 기술 발전의 경로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의 수출규제는 주로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시행되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미국과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자간 수출통제체제인 CoCom은 냉전 초기 공산권으로의 군사물자 이동과 관련 기술의 유출을 통제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능하였다. 당시 서방국가와 공산권이 첨예하게 대립한 점, 생산기술의 변화 속도가 느린 점 등이 CoCom의 성공을 견인하였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업 다변화, 기술 변화의 가속화, 글로벌 공급망 및 가치사슬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국가마다 공산권과의 이해관계 및 교역 패턴이 달라지고, 수출통제 품목의 적발이 어려워지면서 CoCom 체제는 점차 효용성을 잃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한계 요인들은 이후 등장한 다자적 수출통제 협의체에서도 유사하게 관측된다. 다자적 수출통제체제의 성공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유연하게 조율되고, 첨단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반영해야 보장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출통제 대상 품목을 차등화하거나, 수출 당사국의 경제적 불가피성 등을 고려한 수출허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각국의 이탈 유인을 줄여야 한다. 또한 효율적인 정보 공유에 기초한 상향식 시스템을 도입하여 시장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냉전 이후 시행된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더러,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나타냈다. 미국이 항공우주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한 수출통제 정책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산업적 우위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7~08년 식량 위기 당시 러시아, 우크라이나,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곡물 및 식료품 수출규제는 오히려 자국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증가시켰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규제는 국제시장과의 가격 괴리, 가격 변동성 심화, 시장 불확실성 증대를 초래하여 밀 생산자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미국, 캐나다,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가나 등의 목재 수출규제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해당 국가 목재 산업의 생산성을 장기적으로 감소시켰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국제시장에서의 중국산 희토류의 시장지배력을 증가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 외 국가의 희토류 생산이 증가하고 희토류의 대체재가 개발되는 한편 희토류 재활용에 나서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시장지배력은 다시 감소하였다. 중국 상무부의 기술 수출통제는 관련 산업 내 기업의 잠재 수요를 제한하여 기업 이윤을 낮추고, 신기술의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R&D 투자의 편익 감소에 따른 투자 감소를 초래하였다. 수출규제는 예상치 못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불가피할 경우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하여 불확실성을 낮추고, 수출규제의 경제적 영향에 취약한 경제주체를 보호하는 정책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수출규제가 규제 대상국뿐 아니라 시행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분별한 수출규제를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3장에서 우리는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을 목적, 대상, 근거법을 기준으로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 수출규제 정책의 법적, 제도적 근거와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각 수출규제 정책에 관한 시사점과 대응 방향을 도출하였다.
수출제한은 수출국 수요 충족, 환경 보호, 천연자원 보호 등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수출금지 또는 제한 정책이다. GATT 제11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금지되지만, 필수 상품 부족 방지, 환경 보호, 천연자원 보호 등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수출제한 사례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 제한 등이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수출제한 사례는 WTO 분쟁해결절차가 진행되었으나 중국은 상소심에서 패소하였고, 인도네시아도 패널 단계에서 패소했으나 기능 정지 상태인 상소심 절차에 회부하면서 후속 절차가 중단된 상태이다. 비록 필수 상품 부족 방지 또는 천연자원 보호 등이 수출제한 조치의 이유로 제시되더라도 조치의 구조와 합리적 대안의 존재 등을 바탕으로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러한 WTO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WTO 상소기구의 기능 마비로 인해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자원 수출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도미노처럼 이어지지 않으려면 수출제한 조치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함께 중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단기적으로는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해야 한다.
수출통제는 안보 목적으로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로, 주로 군용물자와 이중용도 품목이 대상이다. GATT 제21조(안보상의 예외)를 충족하는 수출통제는 WTO 협정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된다. 수출통제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2022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와 2023년 중국의 게르마늄 및 갈륨 수출통제 조치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협의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WTO 패널이 이를 심리할 권한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수출통제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근거로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첨단기술을 중국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 중국이 중요 원자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수출통제의 형식으로 시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주요국의 안보 논리에 의한 일방주의적 조치가 확산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이를 경계하고 대응해야 한다.
경제제재는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에 무역제한을 취하는 압박 조치이다. WTO 협정에서는 GATT 제21조 안보상의 예외 규정을 통해 경제제재를 정당화할 수 있다. WTO의 분쟁해결절차를 밟은 대표적인 경제제재 사례로는 미국의 쿠바 자유 및 민주적 연대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상품 통과 제한 조치가 있다. 미국의 쿠바 자유 및 민주적 연대법은 EU 수출자의 쿠바산 설탕 수출을 제한하여 GATT 제11조 등에 위반되는 조치로 지적되었으나, 미국이 EU와 정치적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WTO 분쟁해결절차에서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관련 절차가 종결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상품 통과 제한 조치는 GATT 제5조 및 제10조를 위반하는 조치로 지적되었으나, 러시아는 당시 미국, EU 등 다수 국가로부터 받고 있던 경제제재를 안보상의 예외 규정이 적용되는 증거로 제시하여 해당 조치가 패널로부터 정당화되었다. 경제제재는 국제사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단이지만, 제3국 또는 피제재국과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재국은 국제사회의 법적 판단을 받기보다 정치적 해결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발전으로 국가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오늘날, 타국간 경제제재는 제3국인 우리나라의 중간재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제재 수위가 높다면 러시아-통과운송 사건처럼 피제재국이 경제제재에 대한 대항조치를 취한 후 GATT 제21조를 통해 이를 정당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전면적인 제재를 시행하기보다는 피제재국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을 최소화하고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똑똑한 제재’와 같은 대안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접근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똑똑한 제재’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4장에서는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1950~2022년까지 시행된 수출제재로, GSDB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관련된 통계는 세계투입산출표를 통해 계산한 전방참여도, 그리고 WITS 데이터의 국가간 수출 자료와 BEC 코드를 연계하여 수집한 소비재, 중간재, 자본재 수출액을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국가간 수출제재는 제재부과국의 피제재국으로의 전방참여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이 감소하며, 소비재 및 원재료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부과국은 피제재국으로의 수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제3국으로의 수출전환을 모색할 수 있으나, 2014년 러시아를 대상으로 수출제재를 이행한 제재부과국의 수출전환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3국으로의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전환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제재가 제재부과국에도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일반적으로 피제재국에 대한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2010년대 후반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제재를 단행한 사건을 살펴본 결과, 제재 기간에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중국 외 제3국으로 전환되었으며 이 중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비재 수출의 경우 중국 외 제3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북미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감소폭을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 아세안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아세안 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외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아세안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제5장은 미국과 중국의 수출규제 정책의 합리성을 분석한 이론모형을 제시한다. 이 모형은 미국과 중국의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국가간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분석틀을 제공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은 안보 측면에서 상호 배타적인 관계에 있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하면 중국의 군사적 역량이 강화되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본고의 모형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자 첨단기술과 연관된 품목의 수출에 따라 양국에 발생하는 상반된 외부효과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였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함으로써 발생하는 안보적 위협은 미국기업이 이윤을 추구함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효과로 볼 수 있다. 기업은 자국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첨단기술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제한하고 자국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수출통제와 아웃바운드 투자심사 강화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할 유인이 있다.
첨단 반도체 상품과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는 해당 품목의 수출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안보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첨단 반도체 및 그와 관련된 서비스는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다. 반면 중국정부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중요 원자재에 대해 강력한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은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이 크지 않다면, 중국은 미국 본토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이 매우 크다면, 중국은 미국기업 유치를 위해 원자재 수출제한 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계속될 때 미중 간 첨단 반도체 생산의 공급망이 단절되는 계기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했을 때 나타난다. 만약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하여 미국 첨단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실질적으로 얻는 경제 외적인 이익의 크기가 크지 않다면 중국정부는 원자재 수출통제 정책을 고수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는 산업혁명 후기에 수출통제 정책이 사라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본고의 모형은 첨단기술과 관련된 품목의 수출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효과가 양국 모두에 긍정적인 경우 또한 분석한다. 이 경우 선진국은 수출규제를 고려하지 않는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투자로 인한 외부효과를 누리기 위해 원자재 수출을 제한할 유인이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금지 사건과 유사한 결과이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로 인해 향후 미국 첨단기술 기업의 중국 내 투자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의 대중국 우회 수출국으로 지목되지 않도록 전략물자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핵심 원자재 보유국과 협력하는 한편, 이 국가들 내에서 자원 이기주의가 횡행할 경우를 대비해 같은 처지에 있는 제조업 선진국들과 공동 대응 및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어려운 과제로서, WTO 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제6장에서는 앞 장에서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고 각 장의 분석 내용에 대한 시사점과 정책 제언을 기술하였다. -
미중갈등과 경제안보: 닉슨-저우언라이 회담록을 통한 교훈
전 세계가 정치적ㆍ경제적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적 대전환의 시대(paradigm shift)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부터 대외정책이 확연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소위..
정영록 외 발간일 2024.07.30
경제안보, 국제정치목차프롤로그닫기
국문요약
일러두기
제1장 미ㆍ중 2023년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 회담과 경제안보
1. 들어가기
2. 세계적 대전환과 경제안보
3. 미ㆍ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4. 미ㆍ중 관계의 향배
5. 한국의 대외통상 정책에 주는 함의
6. 부록 및 참고문헌
제2장 공동 코뮈니케(JOINT COMMUNIQUE)
제3장 회담록 번역
자료 1: 1972년 2월 21일 마오쩌둥ㆍ닉슨 회담
자료 2: 1972년 2월 21일 제1차 전체 회담
자료 3: 1972년 2월 22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1차 회담
보충 자료: 1972년 2월 23일 키신저ㆍ예젠잉 회담
자료 4: 1972년 2월 23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2차 회담
자료 5: 1972년 2월 24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3차 회담
자료 6: 1972년 2월 25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4차 회담
자료 7: 1972년 2월 26일 제2차 전체 회담
자료 8: 1972년 2월 28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5차 회담
제4장 부록
1. 영어판 상하이 코뮈니케
2. 중국어판 상하이 코뮈니케국문요약전 세계가 정치적ㆍ경제적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적 대전환의 시대(paradigm shift)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부터 대외정책이 확연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소위 ‘경제안보론’이 대두된 것이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서 “미국의 영광을 다시 한번!”이라는 구호로 자국 위주의 세계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을 세계 유일의 경쟁국가로 지목하면서,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정책ㆍ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경제영역에서는 안보 강화를 위해 국가 간 경제교류를 통제해야 한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CHIP4 동맹, IPEC, 「IRA」 등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의 재편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2020년 브렉시트를 통해 EU 역내에서 가장 먼저 살길을 찾아나섰으며,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같은 해 10월에 이루어진 중국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 성공에 대해 전 세계는 마오 시대로의 복귀를 의심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전선이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중동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상황을 연상하게 하고 있다. 현상황은 1972년 미ㆍ중 데탕트 직전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닫기
1972년 당시에 국제정세는 복잡했고, 지도자들은 불안해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이 장기화함에 따라 국내의 반전 여론이 들끓었고, 닉슨 대통령 역시 대통령직 연임마저 확신할 수 없었다. 중국도 마오쩌둥의 건강이 하루하루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쪽의 소련 및 남쪽의 인도와의 긴장과 분쟁이 지속되었고, 바다건너 일취월장하는 일본의 국력도 부담스러웠다. 한편 한국은 미군의 베트남 철수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불안해 했고, 대만도 한국과 비슷한 처지였다. 한마디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태평한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배경하에 닉슨 대통령이 ‘키신저’라는 지략가를 동원해 중국과의 화해에 나선 것이었다.
미ㆍ중 갈등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국제사회는 현재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으며, 그 핵심 국가는 또다시 미국과 중국이다. 항간에서는 미ㆍ중이 무역과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에 신냉전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과거 미ㆍ중 수교 시 양국이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인식 차이와 공통적으로 지향했던 정책 방향은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최근 미ㆍ중 양국의 접촉은 아직도 미온적으로 보인다. 2023년 11월 15일의 미ㆍ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중국과 화해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후에는 국내 정치용으로 중국을 악마화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전형적인 정ㆍ경 분리 정책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은 물론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지속되기를 원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이 ‘거대한 시장’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경제통상을 지향하는 국가로서 미ㆍ중 간 대타협을 통해 세계경제가 다시금 활력을 찾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진전되는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경제통상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만큼, 대외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 신통한 외교정책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서는 1972년 데탕트 당시, 미ㆍ중 간에 어떠한 이야기들이 오갔으며,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지침을 제시한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과거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1장의 2023년 11월 15일 미ㆍ중 간에 이루어진 샌프란시스코 회담과 경제안보 기술은 물론, 제2장의 미ㆍ중 공동 코뮈니케, 제3장의 생생한 회담록 번역문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속내를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세계적 대전환기를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내용들이다. -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 방안
본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의 경제적 영향을 알아본다. 이를 위해 수출통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분석하며 중국의 상대적 경쟁력을 파악한 뒤, 수출통제가 반도체 제조장비 및 첨단 컴퓨팅 반도체(..
김혁중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 무역장벽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2. 연구의 내용과 구성
제2장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현황 및 주요국 대응
1. 반도체 수출통제 현황
2. 수출통제에 대한 기업 및 협단체의 반응
3. 주요국 대응
제3장 반도체 산업 공급망
1. 반도체 제조 장비
2. 반도체 소재
3. 파운드리
4. 메모리 반도체
5. 첨단반도체 설계
제4장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의 경제적 영향
1.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수출통제의 영향
2. AI 반도체 수출통제의 영향
3. 소결
제5장 결론
1. 요약
2. 정책 시사점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본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의 경제적 영향을 알아본다. 이를 위해 수출통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분석하며 중국의 상대적 경쟁력을 파악한 뒤, 수출통제가 반도체 제조장비 및 첨단 컴퓨팅 반도체(AI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닫기
제2장은 오바마에서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점차 그 강도와 범위가 커지고 있는 반도체 수출통제 제도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여러 행정부를 거치면서 반도체 수출통제가 기존 제재를 보완하기 위해 더욱 빈번하게 등장함을 확인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시도했던 수출통제의 경우 미국기업이 중국기업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수출통제를 우회할 수 있었다면,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러한 우회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보완했다. 화웨이나 SMIC 같은 일부 기업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제재는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 전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출통제로 그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다. 또한, 제2장에서는 광범위한 수출통제에 대한 다양한 기업, 협회, 단체의 우려를 확인하고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국가들이 어떤 대응을 하는지도 확인한다.
제3장은 장비ㆍ소재ㆍ파운드리ㆍ메모리 반도체ㆍ반도체 설계에 걸친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 대해 살펴보면서 분야별 주요 기업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기술 수준에 대해 분석한다. 반도체 제조장비, 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설계 측면에서 수출통제로 인해 개별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영향을 각종 공시 및 기업 발표 자료를 통해 알아보았으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을 향상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제4장에서는 수출통제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제조시설과 AI 반도체(첨단 컴퓨팅 반도체) 영역에 수출통제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연구 결과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일부 차단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의 보완재 성격을 갖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역시 감소하였다. 이와 더불어 AI 반도체 수출통제가 고사양 디램 수요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다. 본 보고서는 AI 반도체 수출통제와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수요 감소폭이 작을 수 있지만 향후 수출통제의 전개와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장기적으로 잠재적인 영향이 클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제5장에서는 반도체 수출통제가 이종집적기술ㆍ차세대 전력반도체 등에 대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과 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에까지 통제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본 보고서는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경쟁력 확보와 위험 노출 감소를 위해 대체 생산시설 확보와 팹리스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변화와 한국의 대응
우크라이나 전쟁, 미ㆍ중 패권 경쟁으로 국제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주요국들은 공급망 재편과 산업 육성 정책, 연구의 안보 강화 같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안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는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경제안보 환경의 변화..
최원석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 경제협력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 연구의 범위와 구성
3. 선행연구와의 차별성
제2장 국제질서의 변화와 경제안보의 부상
1. 지정학적 갈등과 국제질서의 변화
2. 공급망 안정화 정책의 출현 배경과 함의
3. 신흥기술의 안보화와 기술통제의 부상
제3장 주요국의 경제안보 정책: 공급망 안정화
1. 미국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
2. EU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
3. 중국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
4. 주요국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 평가
5. 소결
제4장 주요국의 경제안보 정책: 과학기술외교
1. 미국
2. EU
3. 중국
4. 소결
제5장 한국의 대세계 공급망 및 기술 영향력 분석
1. 한국의 대세계 수입의존도 분석
2. 경제안보 품목의 수입의존도 분석
3. 한국의 대세계 수입 의존 품목 중장기 협력국 분석
4. 한국의 핵심기술 분야 영향력 분석
5. 소결
제6장 결론
1. 주요 내용 요약
2. 한국의 경제안보 정책 추진 현황
3. 정책 시사점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우크라이나 전쟁, 미ㆍ중 패권 경쟁으로 국제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주요국들은 공급망 재편과 산업 육성 정책, 연구의 안보 강화 같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안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는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경제안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미국ㆍ중국ㆍEU의 경제안보 정책이 갖는 위협 및 기회요인을 파악하고, 한국의 경제안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과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그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닫기
제2장에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강대국 경쟁의 부활, 상호의존의 무기화와 ‘디리스킹’의 부상, 진영화와 연대 경쟁을 중심으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지난 30여 년간의 지정학적 갈등과 국제질서의 변화를 설명하였다. 특히 탈냉전 시대 30여 년간이 세계적 자유무역과 경제적 상호의존의 시대였다면, 2018년 이후로는 미ㆍ중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더욱 지속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및 경제교류 파트너를 찾고 연대하려는 네트워크 재편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또한 공급망 안정화 정책의 출현 배경과 함의를 통해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과 통상위협 조치의 증가, 상호의존성의 무기화와 공급망 관문 효과를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이익 우선의 외교전략을 추구하고, 경제안보를 위해 핵심ㆍ신흥기술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제3장에서는 미국과 EU, 중국의 공급망 정책을 반도체ㆍ이차전지ㆍ핵심광물 분야 중심으로 분석하고, 통상위협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EU의 「유럽반도체법은 모두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다만 EU와 미국이 다자 협의체의 결정에 따른 수출통제 협력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산업 육성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향후 보조금 경쟁 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반도체를 명시한 지원법은 아직 제정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과 혁신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은 계속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국내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추진 중이며, 친환경차 관련 세액공제를 위한 핵심광물 및 이차전지 부품 요건을 규정한 조항(Sec. 13401)을 포함시켰다. 이 조항은 후속 발표된 시행지침(안)을 통해 핵심광물 채굴 및 가공에 대한 지역 조건을 ‘미국과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이며 핵심광물 관련 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확대 적용하는 등 논의가 진행 중인데, 세액공제 규모가 미국 의회예산처의 추정치와 달리 더 크게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부 조치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EU는 「기후중립 산업법」을 통해 역내 제조역량 목표율을 제시하면서 역내 기업 유치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관련 순환경제 구축을 선도하면서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통해 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등 기업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중국 내 친환경차 보급을 통해서 이차전지 산업의 수요 확대와 생태계를 조성했으며, 중국 국내기업들은 기술 초기부터 정부 지원을 받았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로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이차전지와 다르게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희토류, 갈륨, 마그네슘 등 일부 자원 분야에서 수출통제를 시도 중이나, 경제발전으로 인해 중국도 핵심광물 최대 소비국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핵심광물 무기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각국의 핵심광물 목록이 겹치고 일부 광물의 지역적 편재로 인해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운 점은 새로운 통상위협 요소가 될 여지가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중국과 EU 그리고 미국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산업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들 정책이 향후 EU와 미국 간 통상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한편 공급망 관리에서 선도적인 국가는 미국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행정명령 후속 조치 중 하나로 ‘공급망 핵심 품목 리스트’를 공개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곧 최종 목록을 바탕으로 공급망 관리 방향을 포함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목록 내 품목들은 향후 주요국에서도 경제안보와 연관된 품목으로 관리될 가능성이 커서, 이를 고려한 수입의존도 분석을 제5장에서 실시하였다.
제4장에서는 주요국의 과학기술외교 정책을 분석하였다. 원자력, 사이버 보안이 포함된 ICT 기술과 이중 용도를 갖는 기술은 미국과 EU 회원국 간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EU 및 미국과 중국 간의 동 기술 분야 협력은 축소되었다. 특히 미국은 2021년부터 우려대상국과의 협력보다는 유럽 국가들과 한국, 일본 등 유사입장국과 원자력, 우주 관련 기술 분야에서의 협정을 통해 기술협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또한 EU와의 무역기술위원회(TTC)를 통해 인공지능, 유전자 활용 바이오 기술에 관한 국제 표준 제정 등의 추진으로 향후 영향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EU가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외교 현황을 EU의 국제 과학기술 협력 사업인 ‘호라이즌 2020’을 통해 살펴보았다. 동 사업의 집행 내용을 보면 EU 회원국 89.1%, 준회원국 9.1%, 준회원국을 제외한 제3국은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비(非)EU 회원국이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것이 EU와의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한편 ‘호라이즌 2020’을 통한 EU와 중국 간의 과학기술 협력 규모는 매우 축소되었으나, 기후변화 및 팬데믹 대응 등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은 여전히 추진 중이다. 중국 역시 EU, 미국과의 기술협력 중에서 이중 용도를 갖는 기술 분야의 협력은 축소되었으나 미국과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며, EU와도 식품, 농업, 바이오 및 관련 영역, 기후변화 및 생물 다양성 관련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미국, EU, 중국이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기술(AI, 양자컴퓨팅, 차세대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의 협력은 점차 진영화가 진행 중이나,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과 같은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협력은 미ㆍ중 간에도 여전히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사입장국과의 협력이 점차 중요해지는 핵심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영향력을 점검하고, 국내 기술 경쟁력 강화와 분야별 협력국가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핵심기술 분야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기술 영향력 평가 지표를 통해 경제안보 관점에서 필요한 중장기 협력국을 제5장에서 제시하였다.
제5장에서는 제3장과 제4장에서 제시한 품목 및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의 공급망 분석과 핵심기술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분석하였다. 공급망 분석은 최근 한국의 대세계 수입의존도를 품목 단위로 분석하여 한국 공급망 문제를 식별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하였다. 한국의 반도체 수입 품목 중 주요국의 경제안보 관련 정책과 연관된 품목을 선별하여 수입의존도를 살펴본 결과,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은 점차 상승하고 있지만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한국은 해당 품목을 주로 일본,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나, 품목별 단일국 수입의존도는 대부분 60%대 이하이며 대체 수입국도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 다만 한국의 반도체 수입 품목 중에서 동 품목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이차전지 품목 수입은 최근 빠르게 증가 중이며, 이차전지 재료와 부품관련 수입 비중이 확대되었다. 한국의 이차전지 수입 품목 중 주요국의 경제안보 정책과 연관된 품목의 수와 수입액, 그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특히 해당 품목에 대한 한국의 수입은 상당수 중국으로부터 이루어지고 있어서 대중국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차전지 관련 주요국의 정책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핵심기술 분야의 영향력을 평가한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에너지 및 환경과 첨단 정보통신 분야에서 타 분야와 비교해 기술 영향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양자 관련 기술과 감지 및 내비게이션 기술 분야에서 영향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핵심기술 분야 중에서도 한국의 기술 영향력이 낮으면서 동시에 기술 영향력 상위국 간의 영향력 차이가 큰 기술 분야 여섯 개를 선별하여 경제안보 관점에서 국내 기술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중장기 협력 대상국을 제시하였다.
제6장에서는 한국의 경제안보 정책을 법제화를 통한 핵심기술 지정 및 공급망 안정화 추진과 대외협력 현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또한 정책 시사점으로 주요국과의 경제안보 협력방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미국과는 핵심 분야 관련 인력 교류 확대와 양자간 공급망 관련 조정기구 구축, 핵심광물 개발 협력을 제시하였다. 또한 EU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게이트웨이’와 ‘호라이즌 유럽’ 참여, 준회원 가입에 역량 집중, 한ㆍEU FTA에서의 공급망 협력 개정을 통한 관계 재정립 등을 제시하였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개도국(아세안, 인도, 멕시코ㆍ중국)과 ODA를 통한 협력, 공급망 대화채널 구축 및 녹색 전환 협력 추진방안도 제시하였다. 이 밖에도 한국의 경제안보를 위해서 △ 능동적 경제안보 정책 추진을 위한 부처간 소통체계 마련, △ 글로벌 공급망의 ‘프리미엄 중간재’ 공급 추진, △ 공급망과 핵심기술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중점협력국가(일본ㆍ독일ㆍ영국ㆍ이탈리아 등)와의 협력 추진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
인도의 중장기 통상전략과 한·인도 협력 방안
국제무대에서 인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는 2023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되었고, 경제규모는 현재 세계 5위에서 2030년이 되기 전에 3위 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서방국가와 중국의 외교적 마찰이 심화하면서 인도가 선진..
김경훈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관계, 경제협력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및 필요성
2. 연구 구성 및 방법
제2장 공급망 재편
1. 인도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 현황
2. 인도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 활성화 전략 및 성과
3. 한·인도 협력 방안
제3장 디지털 전환
1. 인도의 디지털 전환 현황
2. 인도의 디지털 전환 전략
3. 한·인도 협력 방안
제4장 기후변화 대응
1. 인도의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
2. 인도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
3. 한·인도 협력 방안
제5장 남-남 개발협력
1. 인도의 남-남 개발협력 현황
2. 인도의 삼각개발협력
3. 한·인도 협력 방안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연구 내용 요약
2. 협력 방안 및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국제무대에서 인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는 2023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되었고, 경제규모는 현재 세계 5위에서 2030년이 되기 전에 3위 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서방국가와 중국의 외교적 마찰이 심화하면서 인도가 선진국의 주요한 협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은 인도와 교역, 투자, 개발협력, 안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거대 소비시장 확보와 생산기지 이전을 목표로 한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자금이 인도에 유입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도 인도와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본 연구는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남-남 개발협력 등 4개의 주요 협력 분야를 선정해 인도 내 현황, 인도의 전략, 한국과 인도의 협력 방안을 분석했다.닫기
인도에서는 전방 및 후방 부문의 글로벌 가치사슬 무역 참여도가 2010년대 초중반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0년대 말에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복잡 가치사슬 참여도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가치사슬 참여도가 2010년대 말부터 글로벌 가치사슬 무역 참여도의 증가를 이끌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0년대 초와 2020년대 초 글로벌 가치사슬 무역 참여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인도의 이러한 점진적인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는 산업화 전략의 초점이 해외 부가가치를 활용한 수출 확대보다는 국내 부가가치 창출에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생산연계 인센티브’다. 2010년대 중후반에 추진된 ‘메이크 인 인디아’ 전략은 투자 절차와 인프라를 개선해 사업환경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한편 2020년대 초부터 도입된 ‘생산연계 인센티브’는 제조업체의 국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침이다. 더불어 인도는 제조업 투자유치를 위해 쿼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같은 국제 협의체에서 공급망 관련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정부가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이 앞다투어 인도에 생산기지를 설립하는 상황에서 한국 제조업체도 인도의 거대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도 내 제조업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한국 제조업체의 인도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인도 정부는 공급망과 관련된 고위급 정례적 대화를 설립할 수 있다. 이 소통 창구를 통해 양국의 경제부처는 한국기업이 인도에 진출하면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으며, 회의에서 논의되는 사안은 향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개정에도 반영될 수 있다. 한편 인도와의 개발협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한국정부는 인도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프라 부문을 지원해 연결성을 강화하고, 인도 기업과 인력에 중간재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 및 전수할 수 있다.
인도의 디지털 경제는 그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속도 면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도에서 디지털 통신망, 기기, 콘텐츠, 금융, 전자상거래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더불어 인도에서 디지털로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 교역이 늘어나고 있으며, 상당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디지털 경제의 성과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도에서는 자국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혜택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디지털 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정부는 전자신분증 제도 아다하르, 전자결제 제도 UPI, 전자상거래 제도 ONDC를 출범한 바 있다. 한편 인도정부는 디지털 데이터의 ‘공공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즉 데이터의 국경 간 자유로운 이동과 이를 위한 국제 교역규범 설정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다. 최근 디지털 산업 발전을 위해 인도정부가 데이터 관련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해외기업의 인도 시장 및 데이터 접근성을 제한해 자국 기업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디지털 협력 분야가 다양하다는 점과 인도가 디지털 경제를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정부는 인도정부와 고위급 협력회의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회의에서는 디지털 공공재, 통신망, 인공지능, 금융, 표준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으며, 협의 내용이 인도에 진출한 한국 디지털 기업의 전략에 반영될 수 있도록 민간 부문에 신속하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정부는 현재 발전단계에 있는 인도의 법제도 및 규제에 대한 분석을 지속하고, 위기 요인 발생 시 관련 내용을 기업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산업의 스타트업과 연구개발 활동에 한국과 인도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인도는 기후변화 관련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미 폭염과 폭우에 따른 피해 소식이 인도에서 자주 들려오고 있으며, 통계자료도 인도 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약 90년 전과 최근의 인도 기온을 비교해 보면 겨울은 따뜻해지고 여름은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강수량은 몬순의 절정기인 6월에는 줄어들고 몬순 후반기인 8~10월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후변화와 함께 홍수, 폭풍 등 재난 발생 횟수도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생명과 주거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저하해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어, 인도정부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국가행동계획’하 신재생에너지 확대, 생태계 및 산림 보호, 지속가능한 도시 조성 등 주요 분야에서 대응책을 마련했으며, 자연재해 피해가 커지는 점을 고려해 ‘국가 재난관리 계획’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인도정부는 기후변화 완화 정책도 도입하고 있는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및 실행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는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국제사회에서도 추진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선도 국가가 되려는 모습도 보인다. 인도는 ‘국제 태양광 동맹’과 ‘재해 복원력 있는 인프라를 위한 국제 연합’의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다자 협의체를 통해 인도는 여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 도입과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의 기후변화 관련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를 위한 양자간·다자간 협력 등 다층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정부는 인도와 기후변화 분야에서 협력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정례적으로 고위급 대화 채널을 구축할 수 있다. 해당 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부문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인도의 수요와 한국의 경쟁력을 파악하여 협력 전략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는 인도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가 주도하고 있고 이미 다수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참여하는 ‘국제 태양광 동맹’과 ‘재해 복원력 있는 인프라를 위한 국제 연합’에 한국이 가입해 다양한 국가와 함께 국제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한국정부는 인도와의 개발협력 사업을 녹색 분야에 집중하고 개발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녹색금융 도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여타 개발도상국과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위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의 남-남 개발협력은 1950년대에 시작되었고 2010년대부터 빠르게 심화되었다. 인도는 남-남 개발협력을 위해 다양한 정책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인도의 양자간 유무상 원조는 부탄, 네팔 등 주변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인도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차관도 제공하고 있는데, 최대 수원국은 방글라데시다. 수출입은행 차관의 경우 인도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용도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에 있는 다수의 국가에 제공된다. ‘인도 기술 및 경제협력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 인력을 인도에 초청해 교육 및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변국에 백신을 기부하는 등 국제사회의 재난 해결에도 기여한 바 있다. 많은 선진국은 주요 공여국으로 부상한 인도를 삼각개발협력의 조력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 인도가 국내 개발문제를 해결하면서 쌓아온 풍부한 정보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특정 국가와 오랜 기간 개발협력을 수행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삼자개발협력은 협력 진출 경험이 제한적인 국가에서 선진국의 개발자금을 활용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인도에 제공한다. 이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인도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과 다양한 유형의 삼각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글로벌 중추국가로 부상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와의 삼각개발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국제 태양광 동맹’과 ‘재해 복원력 있는 인프라를 위한 국제 연합’과 더불어 ‘글로벌 바이오연료 연합체’와 디지털 부문의 ‘원퓨처(One Future) 연합’ 등 G20 뉴델리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다자 협력체에 한국도 가입함으로써 삼각개발협력 기회를 도출할 수 있다. 한국은 삼각개발협력을 아직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은 상황으로, 전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우선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이후 한국과 인도가 삼각개발협력 의지 및 목표를 담은 공식 문서를 체결하고 양국의 특장점을 반영한 구체적인 사업을 발굴하는 조직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보고서는 한국정부가 인도와 원활하게 경제협력을 하기 위한 사전적 준비를 강조했다. 첫째, 경제 규모,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우리는 인도를 여느 개발도상국이 아닌 핵심적인 협력 대상국으로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인도의 발전에 따라 개발금융 도구에 대한 수요가 다양화되는 점을 고려해 한국정부도 원조 기관 및 공공금융 기관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인도정부가 자국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상황으로, 한국기업은 인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한국정부는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양국의 기업 및 인적 교류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에 대비해 인도 내 재외국민의 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섬세한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주요 협력 도구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무상원조, 유상원조를 한국의 각각 다른 정부기관이 담당하는 상황에서 대인도 전략을 총괄하는 정부 체제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밀접한 조율을 통해 협력 도구 간 시너지를 확대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미중경쟁에 따른 아세안 역내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방안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급망 교란은 전 세계적으로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이 지니는 취약성을 일깨웠고, 주요국의 위기의식은 경제안보 중시와 대중국 의존도 축소를 위한 정책으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법」을 통해 기업들의 중국 내 ..
라미령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관계, 경제협력목차닫기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2. 선행연구 검토
3. 연구 목적 및 주요 연구 내용
제2장 아세안을 둘러싼 미중 전략경쟁
1. 미국과 중국의 지역전략: 인도태평양전략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2. 미국과 중국의 지역통상 협력: CPTPP, RCEP, IPEF
3. 미국과 중국의 대아세안 정책
제3장 아세안-미국 및 아세안-중국 간 경제협력 관계 분석
1. 아세안의 무역ㆍ투자 현황
2. 아세안-미국 간 무역ㆍ투자 관계 분석
3. 아세안-중국 간 무역ㆍ투자 관계 분석
4. 미국 핵심 공급망 관리 품목의 교역 현황
제4장 미중 공급망 재편 전략에 따른 전망 및 영향 분석
1. 미중의 공급망 재편 전략
2. 미중 공급망 재편 전략의 효과: GVC 분석을 중심으로
3. 아세안의 대응
제5장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 제안
1. 연구결과 및 시사점
2. 대아세안 정책 제안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코로나19로 촉발된 공급망 교란은 전 세계적으로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이 지니는 취약성을 일깨웠고, 주요국의 위기의식은 경제안보 중시와 대중국 의존도 축소를 위한 정책으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법」을 통해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고, IPEF 협상에서 동맹국 간 공급망 형성에 대해 논의하는 등 중국 견제를 위한 주변국과의 연대를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미국정부는 안보를 명목으로 한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2022년 10월 반도체 관련 수출통제를 강화하였으며, 네덜란드ㆍ일본 정부와도 협력하여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의 중국 유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안보적 관점이 더욱 확고해지고 있고, 안보와 관련된 기술의 규제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전략기술 부문에서 대중국 압박과 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닫기
현재 우리 정부는 첨단기술, 공급망과 관련된 전략 동맹을 미국과 추진하고 한미일 공조를 가시화함으로써 미국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프렌드쇼어링 참여가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자 함은 아니나, 미국 주도의 협력체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과거 사드(THAAD) 배치로 인해 중국의 통상압력을 경험한바, 한미 동맹이 경제안보 영역으로 확장ㆍ강화됨에 따라 중국의 경제 강압, 경제적 종속의 무기화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ㆍ확대될 것으로 보여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교역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 아세안은 EAS, ARF, ADMM-Plus, RCEP 등 역내 정치ㆍ안보, 경제 및 사회ㆍ문화 협력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협력 파트너이자,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국과의 협력을 증진시키는 핵심 매개체로서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중 전략경쟁하에서 협력 파트너로서 아세안의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미중 전략경쟁에의 관여가 자국의 생산역량 축소 및 공급망으로부터의 배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세안과의 공급망 재편 관련 공조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진은 무역ㆍ통상 협력관계에서부터 현재 역내에서 진행 중인 미중 전략경쟁과 공급망 재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미국과 아세안,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더불어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아세안과 한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고, 아세안의 대응을 조사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결과와 현재 대아세안 정책에 기반한 한국의 대아세안 공급망 협력 과제를 제안하였다.
제2장에서는 아세안을 중심으로 경제 및 통상 분야에서의 미중 전략경쟁 양상을 조사하고, 미국과 중국이 각각 아세안과 맺고 있는 협력 관계를 살펴보았다. 미-아세안 협력관계를 살펴보면 경제 및 외교 측면에서 중국에 비해 미국의 협력 의지나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아세안과 정상급 교류가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첨단산업과 관련하여 미국은 ‘미-아세안 EV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세안 역내 EV 생태계 구축, 청정에너지 전환, 탄소감축 등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반도체 공급망을 중심으로 경제ㆍ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아세안 협력관계를 살펴보면 아세안은 2020~22년 3년 연속 중국의 최대 교역파트너로, 중국의 안정적 공급망 유지 및 주변외교에 있어 핵심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FTA 네트워크 심화, BRI 추진, 정상급 및 고위급 교류 지속, 중ㆍ아세안 엑스포 등 경제협력 포럼 개최를 기반으로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과의 지역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의 대중 봉쇄 전략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아세안과 높은 수준의 안보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나, FTA 체결 등을 포함한 경제ㆍ통상 협력은 상대적으로 중국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된다.
제3장에서는 아세안과 미중 간 무역ㆍ투자 관계 분석을 통해 아세안의 대미ㆍ대중 의존도를 조사하고, 미국의 핵심 공급망 관리품목을 중심으로 최근 교역 및 투자 현황을 살펴보았다. 아세안의 수출입을 살펴보면, 수출의 경우 최근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 유사한 반면 수입의 경우 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중국은 아세안의 최대 교역국으로 대중 수출보다는 대중 수입의 비중이 높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지난 약 20년간 전기ㆍ전자 품목이 아세안의 대미 및 대중 수출 증가를 주도해 온 것으로 나타난다. 투자의 경우 2010년에는 EU가 역외국 중 최대 투자국이었으나 2022년에는 미국이 최대 투자국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또한 아세안의 주요 투자국이나 역외 투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로 10%를 하회하는 상황이다.
한편 2021년 미국이 발표한 핵심 공급망 관리 품목 관련 수출입을 살펴보면, 해당 품목이 아세안의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낮은 반면(2022년 기준 4.1%), 대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2022년 기준 21.3%). 아세안의 대미 수출입의 경우 2020년 대비 2022년의 비중은 크게 변화가 없는 반면, 중국의 경우 전체 대중 수출(수입)에서 해당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에는 0.3%(0.3%)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33.2%(20.9%)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2022년에 해당 품목의 대중 수입이 급증한 것은 아세안의 자체 수요가 급증했다기보다 중국 소재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의 핵심 공급망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아세안으로 생산네트워크를 이전 혹은 확장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결과, 실제로 관리 품목 발표 이후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가 발생한 핵심광물, 태양광, 시청각 장비, 컴퓨터 장비, 통신ㆍ네트워크 장비 등에서 아세안의 대미 수출과 대중 수입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 더 정밀한 분석이 요구되나, 위의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교역 전환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무역전환의 원인은 중국이 아세안을 대미 수출 우회기지로 사용하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의 우회진출을 문제 삼으며, 반도체 관련 수출통제 조치를 확대 보완하는 조치를 2023년 10월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제4장에서는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미중의 공급망 재편 전략을 첨단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이러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향후 아세안과 한국에 미칠 영향을 국제산업연관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또한 실제로 아세안이 최근 미중 간 전략경쟁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향후 공급망 재편내용을 전망하였다.
미국의 공급망 전략은 자국의 생산역량 강화를 통한 가치사슬의 내재화,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 축소 및 중국 견제로 요약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반도체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수출통제 및 투자규제인 「거래제한명단(EL)」, 「수출통제개혁법(ECRA)」, 「수출관리규정(EAR)」,「해외직접생산규칙(FDPR)」,「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 등이 있다. 한편 중국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기본 전략은 △ 자국 내 자체 공급망 구축, △ 첨단기술 육성 및 보호, △ 주변국과의 공급망 연계 강화로 요약된다. 중국은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조치를 회피하여 우회진출함으로써 각국의 공격적인 공급망 재편 노력을 무력화하고자 한다.
한편 미국의 공급망 재편조치는 중국을 배제하고 동맹국 중심의 첨단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선별적인 디커플링을 위한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미국이 성공적으로 중국을 핵심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 파급효과를 글로벌소거법(GEM)을 사용하여 수치화하였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산업’과 ‘전자 및 광학기기 산업’의 경우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기존의 공급망으로 대체한 결과 미국, 한국, 일본, 독일 등이 가장 큰 이익을 보며 아세안은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아세안의 첨단산업 공급망 참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으로 보인다. 즉 현 생산연계 수준에서는 아세안이 탈중국으로 요약되는 공급망 다변화로 인한 수혜를 크게 얻지 못함을 의미한다. 중국과의 생산연계가 높은 일부 아세안 국가의 경우 오히려 첨단산업 부문 디커플링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 대응에 아세안의 일치된 의견 도출이 어려울 수 있으며, 아세안이 자체 단결력과 중심성을 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중국산 중간재가 여타 국가들에 의해 대체될 경우, 해당 국가에서 중간재를 생산하는 데 중국산 투입물(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외)이 활용되므로 결과적으로 중국의 GDP 감소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특정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할 경우 의도하지 않게 해당산업과 연관관계가 높은 여타 산업에서 중국의 공급망 참여가 증대할 수 있는 것이다.
미중경쟁이 지속됨에 따라 다국적기업이 미국의 대중국 규제를 회피하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반도체 산업이 발달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로의 다국적기업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아세안 주요국은 이들의 투자를 발판으로 삼아 제조업 발전 및 산업고도화를 이루고자 반도체 배터리 등과 관련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세안은 탈탄소화 사회에 대한 대응 및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전기자동차(EV)를 본격 육성하고 있다. 아세안 정상들은 2023년 5월 회담을 통해 아세안을 ‘EV 생산의 세계적 허브’로 육성할 것을 약속하였으며,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주요국은 니켈과 보크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산업 생태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세안은 미중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보여 왔다. 아세안공동체 차원에서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 간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일 것을 우려해 2019년 AOIP를 채택하였으며, 2022년에는 AOIP를 중심에 놓고 주류화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즉 미중 간 전략경쟁 상황에서 양국으로부터의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도록 아세안 주도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갈등을 피하고, 미중 양 진영과의 무역을 지속ㆍ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5장에서는 앞선 연구결과와 현재 진행 중인 대아세안 정책에 기반하여 한국의 대아세안 전략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첫째, 아세안 주도의 3각 협력 확대이다. 우리 정부는 2023년 발표된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이행계획에서 아세안 주요 대화상대국과의 연계협력 추진 의사를 표명하였는데, 일례로 아세안 주도 메커니즘 내에서 중국을 포함한 3각 협력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 상황하에서 미국의 제재, 중국의 경제 강압, 경제적 종속의 무기화 등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이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유지ㆍ강화해 나가는 데 적절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즉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를 따라가되, 중국과의 기능적 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을 KASI 안에서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세안 중심성 강화는 한-아세안 협력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의 대중국 전략에서 자유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향후 협력 전략에 있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이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려면 아세안 주도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아세안 역내 공급망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하에서 불확실성을 낮추고,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하겠다. 현재 KASI의 8대 중점 추진과제와 한-아세안 AOIP 협력 내용에 ‘아세안 역내 공급망 활성화를 위한 과제’가 부재하므로, 이를 위한 협력 사업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아세안을 둘러싼 통상질서의 변화는 아세안의 공급망 구축이나 회복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PEF 타결 시 중국은 이에 대응하고자 RCEP 고도화나 확대, BRI 2.0의 적극 활용 등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아세안 주도의 협력에서 주변에 머무르지 않도록 한-아세안 FTA를 통한 통상협력 논의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미 아세안이 참여하는 RCEP이 발효 중이나, 한-아세안 간 협력 채널로서 한-아세안 FTA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RCEP과 한-아세안 FTA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한-아세안 FTA 개선협상 범위를 논의하기 전에 기체결 양자 및 다자 FTA를 각각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 수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3각 협력 확대를 위한 채널로 RCEP을 활용하고, 미중을 배제하고 한-아세안 협력 관련 민감한 이슈를 다룰 대화창구로 한-아세안 FTA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우리 기업이 핵심광물을 많이 조달하는 아세안 주요국이 「IRA」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지원할 것,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아세안에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한-아세안 FTA 개정안에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
중국 태양광·BESS 산업의 글로벌 시장 독점화와 주요국 대응
국제사회는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의 발전비용이 화석에너지 수준으로 낮아졌고 설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김주혜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 에너지산업목차닫기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배경 및 필요성
2. 선행연구와 본 연구의 차별성
3. 연구의 구성
제2장 태양광 산업
1. 중국이 장악한 글로벌 태양광 산업
2. 주요국의 대응
3. 중국의 전략 분석
제3장 BESS 산업
1.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LiB 기반 BESS 산업
2. 주요국의 대응
3. 중국의 전략 분석
제4장 결론 및 시사점
1. 요약과 결론
2.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닫기국제사회는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의 발전비용이 화석에너지 수준으로 낮아졌고 설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발전원으로 부상했다. 이에 그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석탄의 누적 설비용량까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에 비례하여 ESS(Energy Storage System)의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시시각각 변하는 일조량과 풍속에 따라 전기 생산이 좌우되는 특성이 있어,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있을 때 방전하여 공급하는 ESS의 구축이 동반되어야 한다. ESS 중에서도 저수지 등에 설치되어 물의 낙차를 이용해 발전하는 양수 발전과 비교해, 장소의 제약이 덜하고 설비 이동·철거가 수월한 LiB(Lithium-ion Battery) 기반의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세계 태양광 공급망 각 생산 단계에서 74.7~96.8%를 차지하고 있고, LiB 기반 BESS 공급망의 업스트림 및 미드스트림을 중심으로 생산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태양광 및 BESS용 LiB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중국 태양광 제품 수입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고, 중국제품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국내 태양광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2021년에 BESS용 LiB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태양광 및 LiB 기반 BESS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공급망 장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와 함께 각 산업 독점화의 배경이 된 중국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전략을 살펴보고, 우리 정부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고민해 보았다.
2장에서는 중국이 장악한 태양광 산업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대응을 수입규제와 자국 공급망 강화 정책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중국정부의 태양광 산업 육성 정책과 중국기업의 전략을 파악하였다. 먼저 미국은 2012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해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대폭 낮췄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이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우회 수출을 시도했고, 미국의 대동남아 태양광 제품 수입의존도는 2022년에 오히려 70~90%까지 상승했다. 이에 미국정부는 동남아 우회 수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5개의 중국기업을 적발했지만, 이는 중국의 주요한 셀, 모듈 기업 중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대중국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낮췄을 뿐이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연이어 여지를 두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또한 미국은 자국 내 태양광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반으로 설비투자 세액공제(ITC, AEPC)와 각 공급 단계별 생산단위당 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태양광 공급망에서 웨이퍼, 셀 단계의 생산능력은 전무하고, 모듈의 생산능력도 바이든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데 역부족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유치해 공급망 내재화를 실현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한국 한화솔루션의 북미 최대 태양광 단지 조성을 중심으로 한 자국 내 완전한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공급망 구축, △First Solar를 필두로 한 박막형 태양광 셀 증산으로 추려볼 수 있다. 이로써 미국의 의도대로 태양광 공급망의 내재화는 가능하겠지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에는 어 려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유럽 역시 2013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지 만, 미국과 달리 2018년에 관세 부과를 종료했다. 이후 2021년 유럽의 대중국 태양광 모듈 수입의존도는 80%를 넘어섰다. 유럽은 태양광 제품의 대중국 의 존도를 낮추기보다, 저렴한 중국산을 대량 수입해 태양광 발전을 주축으로 재 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더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EU 집행위원회 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이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의 대유럽 화석에너지 공급 감축까지 더해져 유럽은 더 많은 양의 재생 에너지를 더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탄소중 립산업법」을 발표해 태양광을 8대 탄소중립 전략기술로 분류하고, 전략 프로젝트 추진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EU 수요의 40%를 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EU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민간자본의 투자 를 이끌어내기 위해 친환경 산업에 대한 한시적 보조금 완화 정책(TCTF)을 통 해 보조금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유럽 태양광 업계는 이미 중국산 저가 제품에 잠식당해 투자를 확대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수출 지원, 국내외 주식시장 상장 지원, 장비·기술 국산화를 위한 투자 보조금을 기반으로 태양광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했다. 하지만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규제를 시작하면서, 중국은 금태양 시범사업(태양광 발전설비 프로젝트 총투자금의 50% 지원)과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기반으로 내수시장을 키우기 시작했다. 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든 2017년부터는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R&D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도 무조건적인 보조금 지급이 아닌 기술 수준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중국 태양광 업계는 핵심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도태되고, 선도기업 중심으로 재편되어 갔다. 2021년 8월 중국정부가 태양광 산업에 대한 FIT 제도를 폐지하면서, 국가보조금 주도 성장에서 시장화 단계로 들어섰다. 이와 함께 2025년까지 태양광 산업 정책 방향은 △BIPV 등 태양광 발전의 응용 분야 확대, △페로브스카이트 중심의 차세대 태양광 기술 개발, △자국 기술 보호(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웨이퍼 기술 추가)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태양광 업계는 현재 공급과잉을 겪고 있어, 내부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중국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생산 역량 및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이제는 다른 기업이 추격할 수 없는 독보적인 주력 기술 확보와 업계 표준 선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 태양광 기업은 △미국 수입규제-동남아 생산기지 확대를 통한 우회 수출, △미국 IRA-미국 내 태양광 생산공장 건설로 대응하고 있다.
3장에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LiB 기반의 BESS 산업에 대하여 2장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의 대응, 그리고 중국정부의 정책과 기업 전략을 분석했다. 미국은 2019년부터 「301조」에 근거하여 중국산 LiB에 기존 관세 3.4%에 추가 관세 7.5%를 부과했지만, 미국의 대중국 LiB 수입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에는 10년 내 최고치인 70%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미국의 LiB 기반의 BESS 공급망 단계 중 주요 광물 채굴과 정제 단계를 제한다면, 4대 핵심소재와 셀 단계는 이미 자국 내 공급망이 구축되어 있지만, 생산능력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제 제품(리튬 화합물 등)과 핵심소재의 음극재(흑연) 등은 중국의 장악력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IRA를 기반으로 공급망 단계별 자국 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BESS용 LiB에 대해서는 중국산에 차별적인 규제를 두지 않는 현실적인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BESS 공급망을 강화하고자 BESS의 설비 투자비용에 대한 세액공제(ITC)와 LiB 셀 및 모듈, 핵심소재, 광물에 대한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BESS용 LiB는 거의 중국과 한국 기업에서 생산하고 있어 모두에게 호재이지만, 이미 가격 및 기술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배터리(LFP)에 AMPC 혜택까지 더해진다면 중국기업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유럽의 LiB 기반 BESS 공급망 역시 업스트림, 미드스트림 단계의 수요 대비 역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대중국 LiB에 대한 반보조금 등의 규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럽 내 중국산 LiB의 저가·물량 공세가 거세지면서, 2022년 기준 대중국 LiB 수입 비중은 45%를 기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태양광과 함께 배터리·저장 기술도 「탄소중립산업법」의 8대 전략기술에 포함하고, 2030년까지 연간 배터리·저장 장치 수요의 최소 40% 이상을 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을 겨냥한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표하여, 2030년까지 연간소비량 대비 역내 채굴 10%, 정제(가공·처리) 40%, 재활용 원자재 생산 25%를 달성하고, 원자재 수입을 다변화해 단일 공급원에 65% 이상 의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와 함께 높은 환경 기준을 배터리 공급망에 적용하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배터리의 시장진입을 차단하는 배터리법도 2024년 시행될 예정이다. 유럽의 전략을 종합해 보면,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우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LiB 공급망의 업스트림 위주로 공급처를 다각화하여 리스크를 분산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만,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물론 EU 배터리법의 시행으로 LiB에 높은 환경기준을 부여함으로써 해외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입이 까다로워지겠지만, 유럽 기업 또한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차별적인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2020년까지 중국의 신형 ESS(BESS,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 등)는 R&D 실증 단계에서 초기 상용화 단계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내부적으로는 LiB를 필두로 한 BESS와 압축공기 ESS 기술이 세계 선두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평한다. 중국정부는 2021년을 신형 ESS 산업의 원년으로 보고, 14·5 규획기간인 2021~25년에 규모화 단계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특히 LiB에 대해서는 향후 기술력 증강·운영비용 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내부 공급망 결속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정부는 LiB 공급망의 업·다운스트림 기업 간 장기계약 체결 등 긴밀한 협력을 유도하고, 공급망 단계별 양과 가격을 명확히 하여 공급을 보장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중국 LiB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업·다운스트림 기업 간 동맹을 맺고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미국 IRA에 대응해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 △미국의 FTA 체결국과 협력, △유럽 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 배터리법을 겨냥해 LiB 재활용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4장에서는 상기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 및 기업에 다음과 같은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우리 정부에서 종합적인 태양광 산업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구체적으로 ①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한 태양광 응용 분야 확대 및 생산 측면의 보조금 지원, ②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 ③ 미국 IRA를 기회로 북미시장 진출 확대가 기대되는 태양광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④ 페로브스카이트의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고 선제적인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R&D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유럽의 배터리법에 대한 대응과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LiB 재활용 기술 개발 및 투자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태양광 산업과 LiB 기반의 BESS 산업 모두 단기적으로는 중국 업스트립 기업과 한국 미드스트림·다운스트림 기업 간 장기 공급계약 체결이 시급하며, 장기적으로는 독자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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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시대 한ㆍ인도 경제협력의 방향과 과제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ㆍ지경학적 중요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으며, 이에 우리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하에서 대인도 협력을 주요 과제로 포함한 바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2023년 한ㆍ인도 외교관계 수립 50..
김정곤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 경제협력목차닫기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 연구의 차별성
3. 연구의 구성
제2장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상에 따른 인도의 전략적 위상 변화
1.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환경과 인도의 위상 변화
2. 주요국의 인도에 대한 전략적 인식
3. 인도의 대응 전략 분석과 전망
4. 소결
제3장 인도와 주요국의 경제협력 어젠다
1. 양자간 경제협력
2. 다자간 경제협력
3. 소결
제4장 한ㆍ인도 경제협력의 잠재력과 수요
1.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 개요
2. 인도의 대외 협력에 대한 전략적 인식
3. 인도 경제의 주요 과제와 대외 경제협력에 대한 시각
4. 한ㆍ인도 경제협력의 성과와 방향
5. 한ㆍ인도 경제협력의 유망 분야와 정책과제
6. 소결
제5장 결론: 인도태평양 시대 한ㆍ인도 경제협력
1. 인도의 전략적 위상과 경제협력
2. 한ㆍ인도 경제협력의 방향
3. 한ㆍ인도 경제협력의 주요 과제
참고문헌
부록: 설문조사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닫기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ㆍ지경학적 중요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으며, 이에 우리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하에서 대인도 협력을 주요 과제로 포함한 바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2023년 한ㆍ인도 외교관계 수립 50주년을 계기로 중장기적ㆍ전략적 관점에서 인도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외교ㆍ경제 정책 측면에서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는 배경과 주요국의 인도에 대한 전략적 변화, 그리고 인도의 대응 전략을 분석하고, 인도와 주요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양상과 어젠다를 분석하였다. 또한 한ㆍ인도 협력에 대한 양국 전문가의 시각을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분석하였다. 이상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한ㆍ인도 경제협력의 중장기 방향 및 주요 어젠다 등 정책 방안을 제안하였다.
현재 인도는 글로벌 리더 국가의 일원으로 올라서려는 강한 의지와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한 미국 등 유사입장국들은 인도의 외교, 군사, 경제 등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인도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최소화하고 사안별로 동맹관계보다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해당 사안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인도의 입장, 수요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 주요 국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인도와의 전략적 경제협력을 크게 강화해 왔다. 특히 주요국들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다변화에 착수했다. 단기간 내에 완전한 탈중국화를 이루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새로운 아시아의 대안적 협력 파트너(Altasia)로서 인도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인도를 중심으로 전략적ㆍ경제적ㆍ기술적 파트너십 네트워크가 확대되는 추세로, 인도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한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그리고 첨단기술을 둘러싼 진영 간 경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전략적 가치가 높은 인도와의 경제협력 양상이 뚜렷이 바뀌고 있다. 특히 무역, 가치사슬 복원력, 청정에너지ㆍ기후변화, 디지털 분야에서 주요국의 대인도 협력이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으며, 이 분야들은 글로벌 전략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인도 협력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본 연구의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인도의 핵심적인 전략적 파트너로서 미국의 위상은 크게 높아진 반면 인도의 대중국 견제 입장은 강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여건에서 한ㆍ인도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는 G3 국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으며, 정치적 가치, 아시아 내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에 대한 우려, 대미국 관계 등의 측면에서 한국과 접점을 갖고 있다. 또한 다극화되는 세계질서하에서 인도는 국제사회에서의 네트워크 강화, 외교 레버리지 확보 등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한편 남아시아는 한국의 ODA 중점 협력국이 집중된 지역으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추구하는 ‘기여외교’의 주요 대상 지역이며, 인도는 그 중심에 있다. 그리고 인도는 현재 미국, 일본 등의 핵심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이들과 연계한 대인도ㆍ남아시아 협력 가능성 역시 타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고려하에서 본 연구는 인도태평양 시대 한ㆍ인도 경제협력 방향으로 ‘지속성 있고 호혜적인 경제협력을 통한 신뢰관계 구축’을 강조했다. 향후 우리나라의 대인도 경제관계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호혜적 다각화가 중요한 과제이다. 인도는 공급망 디리스킹을 위한 파트너로서 위상이 급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한국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인도 경제의 최대 과제는 제조업 육성이며, 본 연구의 설문조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인도의 입장에서 한국은 제조업 육성, 대중 경제의존도 완화 등의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은 파트너이다.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조선, 자동차, 전기ㆍ 전자, 반도체, 차세대 통신 등 기간산업은 지금 인도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와 거의 일치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인도는 대중 리스크 완화, 생산 기지 다변화, 시장 확대, 혁신 등을 위한 파트너로서 잠재력을 과소 평가할 수 없다. 아울러 한ㆍ인도 경제협력을 진일보시키는 데 있어 제조업을 넘어선 다양한 협력 분야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는 제조업 육성 이외에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외 협력 수요도 많고, 한국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한국으로서도 인도는 ICT, 항공우주,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여, 미ㆍ중 경쟁하에서 한국경제의 첨단화를 도모할 수 있는 파트너이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한ㆍ인도 협력의 주요 어젠다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ㆍ 인도 CEPA 개선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은 양국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경제협력 플랫폼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개선협상 타결의 열쇠는 TBT, SPS 등 비관세장벽 완화, 통관 절차 개선, 추가적인 시장개방(관세 완화)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국간 무역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협력 이니셔티브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본 연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문가들 다수가 제도적 기반 강화를 양국간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한ㆍ인도 공동 이니셔티브’를 출범하여 양국 기업의 무역투자 활동을 지원하고, 이와 더불어 ‘한ㆍ인도 협력기금’을 도입하여 협력사업 발굴과 연구, 양국간 기업매칭 사업 등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치사슬 복원력 관련 협력은 미ㆍ중 경쟁하에서 인도의 양자간 협력이 활성화되는 분야로, 향후 한ㆍ인도 경제협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인도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ㆍ전자, 자동차(전기차 포함), 배터리,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은 양국간 협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는 한ㆍ인도 정부간 고위급(장관급) 통상정책 대화 채널 운영, 또는 더 나아가 첨단기술 파트너십 체결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인도 제조업 진출은 개별 기업 단위보다는, 산업단지 조성을 중심으로 진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선도기업과 협력기업의 동반 진출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인도 연방ㆍ주 정부와 정부 간 논의를 충분히 진행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다.
셋째, 기후변화 대응ㆍ에너지는 한국이 기업 투자, ODA 등에 걸쳐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이다. 인도의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필요성, 인도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탄소 감축과 에너지 안보 차원의 필요성 등의 측면에서 인도와의 기후변화 대응ㆍ에너지 협력은 중요도가 높으며, 이는 본 연구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에너지 관련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이 미미한데, 양국간에는 에너지 분야의 정례적 대화 채널이 없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한ㆍ인도 에너지 대화 및 한ㆍ인도 기후변화 협력협정 체결, 그리고 양국간 시범사업 추진이 필 요하다. 우리 정부는 인도와 EDCF 기본약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대응ㆍ에너지를 중점 분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디지털 분야는 미ㆍ중 갈등하에서 인도의 역할과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으나, 인도의 대외 협력이 아직 활발하지는 않다. 인도는 취약한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 대외 협력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지만, 디지털 무역의 경우 인도의 제도 환경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외국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부간 논의는 부진한 편이다. 디지털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협력 가능한 영역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영역, 사이버 보안, 공공서비스 디지털화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양국의 협력 수요를 발굴하고 통상규범 등 제도 동향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의 사례와 같이 디지털 분야 별도의 협력 채널(가칭 ‘한ㆍ인도 디지털 파트너십’)을 구축하거나, 상기한 한ㆍ인도 고위급 통상정책 대화 채널에 중점 논의 대상으로 반영해야 한다.
다섯째, 대인도 개발협력은 한국이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인도를 ODA 중점협력국으로 지정하고, 40억 달러 규모의 EDCF 기본약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도의 전문가들에게 한국은 저소득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부상한 신흥 ODA 공여국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아울러 인도 전문가들은 그동안 양국 협력관계에서 가장 부족 했던 부문 가운데 하나로 인프라 개발협력을 꼽았다. 한편 에너지ㆍ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인프라와 더불어 인도의 당면 수요가 집중된 영역으로, 인도의 호응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KSP 사업을 통해 한국의 개발 경험을 각 분야에 걸쳐 인도에 전달하는 사업도 효과적일 것이다. 인도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달한 한국의 경험이 높게 평가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주된 국가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다. 그에 더해 강조할 영역은 산업단지 개발, 현지 인력 육성 등 제조업 진출을 위한 기반 구축 사업이다.
여섯째, 한국과 인도의 상호간 이해 제고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본 연구의 심층 인터뷰에 의하면, 일반 인도인들의 한국에 대한 지식과 이해 수준이 낮으며, 이것이 양국간 외교관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제시한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은 특히 인도와의 관계 심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델리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주인도 한국문화원을 첸나이 등 주요 도시로 확대하고, 인도에서 K-pop, K-drama의 인기를 고려하여 한국제품과 연계한 현지 전시ㆍ마케팅 사업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K-beuaty가 여타 한류와 연계된다면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양국간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한류의 인기, 제2 외국어로 한국어 공식 채택 등의 영향으로 인도 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호 유학생 확대 등 인적 교류 증진은 양국간 미래 관계자본 강화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일곱째, 인도와 (소)다자협력체에서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인도는 공급망이나 기후변화ㆍ에너지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선진국과의 협력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한국도 인도의 입장에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또한 인도가 주도하고 있는 기후변화ㆍ에너지 부문과 관련해 개도국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ISA, CDRI에 대한 참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력체에서 인도와 협력하여 개도국을 지원할 수 있는 어젠다를 찾는 것은 한ㆍ인도 관계 증진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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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국의 경제안보 분야 대중국 전략과 시사점
본 보고서에서는 최근 EU 및 유럽 주요국에서 구상하고 있는 경제안보 분야 의 대중국 전략을 문헌조사, 통계분석, 현지조사, 전문가간담회를 통해 다각도로 분석하였다.제2장에서는 최근 유럽의 대중국 전략 및 인식 변화의 배경을 살펴본다. 중국..
장영욱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 무역정책목차닫기국문요약제1장 서론1. 연구의 배경 및 목적2. 선행연구3. 연구 방법 및 구성제2장 유럽 주요국의 대중국 전략 및 인식 변화의 배경1. 글로벌 환경 변화와 대중국 전략 변화 추이2. 대중국 인식 변화 추이 및 주요 요인 분석제3장 EU 차원의 대중국 정책 분석1. 공급망 강화2. 역외보조금규정3. 경제적 강압 대응 조치4. 미국과의 공동 대응제4장 유럽 주요국의 대중국 전략1. 독일2. 프랑스3. 영국4. 폴란드제5장 결론 및 시사점1. 연구 내용 요약2. 시사점참고문헌Executive Summary국문요약닫기본 보고서에서는 최근 EU 및 유럽 주요국에서 구상하고 있는 경제안보 분야 의 대중국 전략을 문헌조사, 통계분석, 현지조사, 전문가간담회를 통해 다각도로 분석하였다.제2장에서는 최근 유럽의 대중국 전략 및 인식 변화의 배경을 살펴본다. 중국 경제의 장기 고도성장,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 변화, 최근 중국의 해외직접투자가 유럽 내 대중국 전략 변화의 요인들이다.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위상 이 높아지면서 2010년대 중반 이후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었고, 이는 점차 체제 논쟁으로 전환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민주, 자유, 인권 등 체제 논쟁으로 미·중 갈등이 전환되었으며, 미·중 기술패권을 둘러싼 대립과 경쟁도 심화되었다. 이와 함께 서방은 중국의 인권 문제, 언론 통제 등 이슈를 제기하며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비난을 본격화하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이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 유럽의 대중국 인식은 더욱 악화되었으며, 국가별로 대중국 전략을 수립하는 등 그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였다.이 장에서는 추가적으로 유럽 주요국의 대중국 인식 추이 및 그 결정요인을 살펴보았다. 앞서 설명한 글로벌 통상 환경하에서 유럽 주요국 대부분에서 최근 10년간 반중 정서가 확산하는 추세를 보임을 Eurobarometer, Pew Research Center, YouGov 등의 자료를 통해 확인하였다. 이 중 Pew Research Center의 Global Attitudes Survey 자료를 활용해 회귀분석한 결과, 대중 무역적자가 대중국 인식을 악화시키는 유의한 요인이나, 중국과의 교역 자체는 오히려 대중국 인식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치 수준 등 제도적 요인은 전체 표본에서 유의한 영향이 없었지만, 중국과의 체제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에는 대중국 인식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내생성을 교정한 이후에도 대중 교역액 증가가 여전히 대중 부정 인식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나, 경제 교류가 지정학적 위험을 다소나마 낮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이어 제3장에서는 EU에서 추진하는 경제안보 분야 대응조치를 살펴보았다. EU는 2019년 말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취임 이후 대중국 전략을 전환하 여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조된 공급망 및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규정과 정책을 마련하였다. EU의 다양한 규정과 조치 의 성격은 미국과 다르다. 미국은 대통령 행정명령을 비롯한 각 행정부처의 강력한 집행력·초당적 의회에 의한 입법화를 기본으로 하는 중국기업 제재에 중점을 두는 반면 EU는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개념에 입각해 유럽의 가치 보호·역내 산업 및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궁극적으로 EU가 추진하고자 하는 그린딜 산업 계획 및 디지털 전환 계획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EU는 역내 시장에서 공정한 규칙에 근거한 경쟁의 장을 구축하기 위한 규범·제도 마련을 중요시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EU가 추진하는 주요 경제안보 관련 조치는 ‘위험 완화(de-risking)’ 전략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다. 즉 EU는 대중국 의존도가 높고 공급망 위험이 큰 분야에 대해 새로운 규범으로 대응함으로써 역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EU 27개 회원국과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는 중국과의 관계에 서 매우 다양한 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 즉 확고한 대중국 전략을 수립하는 국가부터 대중국 전략이 전혀 없는 국가까지 다양한 대응 양상을 보이고 있다.제4장에서는 △ 중국과 가장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독일, △ EU와 가장 유사한 입장을 보이는 프랑스, △ EU 비회원국이지만 자타공인 유럽 주요국인 영국, △ 중동부유럽의 신흥국가를 대표하는 폴란드 등 4개국의 대중국 전략을 분석하였다. 독일은 국가 차원의 대중국 전략을 발표하여 이에 따른 구체적인 정책대응을 하고 있는 데 비해 프랑스와 폴란드는 그렇지 않다. 즉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나 중국에 대한 공식적 언급은 없으며, 국가 차원의 명확한 대중국 전략도 없다. 폴란드는 공식적으로 반중 노선을 채택하고 있지 않으며,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EU 비회원국인 영국은 '외교안보전략 통합보고서' 2023년 개정판에서 중국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처럼 유럽의 주요 4개국은 중국과 경제 관계를 비롯해 각각 자국의 이해에 따라 중국에 다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상기 4개국은 국제사회와 경제안보 분야에서 중국이 자국경제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력에 대해 유사하게 평가하며, 이는 EU 차원 혹은 글로벌 차원의 대중국 대응에 잘 나타나 있다.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유럽의 대중국 전략 변화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기업 공급망 실사지침에서 요구하는 인권·환경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의무적 실사 요건, 역외보조금규정에 따른 재정적 기여에 관한 신고 의무 등을 이행하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역외 기업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여, 이는 EU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기업이 EU의 대응 조치나 규제 시행을 계기로 투명 경영과 공정 경쟁을 위해 노력한다면 EU 기업과 협력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한편 EU의 정책이 우리 기업에 주는 위협요인과 기회요인을 식별하여 분야별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EU 및 유럽 주요국의 경제안보 분야 대중국 전략은 우리나라가 향후 대중국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필수 첨단산업 분야의 위험 완화나 규범 기반의 무역질서 확립 측면에서는 유럽 주요국과 발맞춰 나아가되, 중국과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외교적·정치적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한 구체적 전략은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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