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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 북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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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환기의 대중국 전략 연구2

    본 연구에서는 한·중 경제협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3대 요인(글로벌 환경 변화, 중국의 전략 변화, 한·중 경제협력 구조의 변화)과 관련된 16개 이슈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협력 전략을 넘어 중국에 대한 접근 전략을..

    양평섭 외 발간일 2024.12.31

    경제안보, 경제협력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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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4장 중국의 부상과 대중국 전략
    1. 중국의 제조강국 부상
    2. 중국의 기술강국 부상
    3. 중국의 금융강국 부상
    4. 중국의 경제안보와 통상 결합
    5.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와 대중국 전략

    제5장 한·중 분업의 구조 전환과 대중국 전략
    1. 대중국 무역적자 전환
    2. 대중국 중간재 교역 구조 변화
    3. 투자의 탈중국화
    4.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와 한국에 대한 영향

    제6장 대중국 경제협력 환경 평가와 전략 제언
    1. 대중국 경제협력 환경 평가
    2. 대중국 접근 전략 추진 방향
    3. 부문별 과제와 전략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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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본 연구에서는 한·중 경제협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3대 요인(글로벌 환경 변화, 중국의 전략 변화, 한·중 경제협력 구조의 변화)과 관련된 16개 이슈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협력 전략을 넘어 중국에 대한 접근 전략을 제시하였다.

    먼저 대중국 접근 전략 수립 시 고려해야 할 글로벌 환경 변화 요소로 트럼프 2기의 미·중 관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전략 경쟁, 미·중 경쟁의 핵심인 기술패권 경쟁, 경제안보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글로벌 핵심 광물과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1) 미·중 갈등이 시작된 오마바 행정부 이후 바이든 행정부까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변화와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2기의 미·중 갈등 전개 방향을 예측해 보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리더십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경쟁대상’으로 인식하고, 국가안보와 국가이익 보호에 바탕을 두고 대중국 견제를 강화해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기존 행정부의 기조를 대부분 유지하는 가운데, 무역과 통상(관세전쟁의 재현), 기술 등 전방위에 걸쳐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디커플링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며 경제·통상 및 군사·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해 왔다. 미국의 다자적인 압박에 대응하여 중국도 ‘쐐기 전략’ 추진과 더불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협의체로서 EU와 ASEAN, 그리고 개별 국가로서 필리핀, 베트남, 일본이 자국에 적합한 미국과의 동맹(또는 파트너십)을 추진한 사례와 함께 ‘전략적 자율성’의 경계 관련 다양한 논의와 고민을 살펴보았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격자형’ 구조 안보 네트워크와 중국 ‘쐐기 전략’의 충돌을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다만 한국은 정체성 및 국익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가치와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유지하며, 역내 상황의 변화에 따라 현안별로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대외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3) 반도체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을 분석하였다.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은 기술적 우위를 기반으로 중국의 굴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공세적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중국이 기술과 산업 경쟁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수세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내에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반도체와 과학법」을 기반으로 우호국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기술, 소재, 설계, 장비 등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기반으로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은 반도체 분야의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배터리 분야에서는 지배적인 글로벌 공급력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미·중 간의 전략적 갈등이 기존에 형성된 한·중 반도체 및 배터리 분야의 협력은 물론 미래 협력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의 반도체 시장으로서 중요성이 크고, 관련 소재 분야에서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협력이 지속되어야 하며, 새로운 협력 수요가 존재하는 비민감 분야(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에서는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4)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청정에너지(신재생에너지, 원자력)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와 자원 시장은 미·중 갈등과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국가자본과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청정에너지 제품의 생산·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이들 제품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호국가와의 양자·다자 간 협력을 통해 핵심광물 상류·중류 부문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중국 접근 전략 수립에 있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글로벌 환경 변화는 글로벌 산업정책의 부활, 디지털 전환 및 그린(녹색) 전환 과정에서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 및 공급망이 분절화(또는 블록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5) 주요국에서 산업정책이 부활하고 있는 양상과 함께 그 정책들이 중국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분석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부양 필요성,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경제안보의 부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 디지털·녹색 전환을 위한 정부주도 정책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선진국은 자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GTA(Global Trade Alert)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산업정책이 상호 대응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중국을 겨냥한 산업정책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산업정책의 부활은 현재 한·중 경제 및 산업 협력을 제약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보호주의적 산업정책을 한 발짝 늦게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다원적(多元的)임을 인지하고 특정 가치관을 강하게 표방하여 다원적 대응을 불가능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6) 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인공지능 및 로봇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동화와 지능화가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5G·인공지능 등 주요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미·중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디지털 전환 부문을 글로벌 선도주자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로 파악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을 추진하였으며, 이미 디지털 분야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은 디지털 전환 정책 공조, 디지털 관련 소부장, 전자상거래 분야의 양자 협력은 물론 지역 내 디지털 규범과 표준 제정 등에서 공조할 필요가 있다.
    (7) 기후변화 대응이 글로벌 핵심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달성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였다. 특히 탈탄소화를 위한 에너지 전환은 핵심과제로 부상하였다. 탄소피크 2030과 탄소중립 2060을 선언한 중국 역시 녹색전환을 국가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였다. 한·중 양국의 탄소중립 전략이 유사하고, 미·중 간 전략 경쟁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 한·중 간 협력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양국 국민의 보건과 직결된 동북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생태문명’과 글로벌 사회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발전 패러다임’에 중점을 둔 정책적 공조 협력은 필수적이다. 환경 분야의 한·중·일 삼각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중 양자 협정 내에서 환경 관련 규정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의 전략 변화 요소로서 3대 강국화(제조강국, 기술강국, 금융강국) 전략, 경제안보와 통상의 연계 전략, 글로벌 영향력 확대 전략을 분석하고, 이러한 중국의 전략 변화에 대한 대응과 양자 간 협력 전략을 탐색하였다.
    (8)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인터넷+, 빅데이터 전략, 전정특신 등의 제조강국 전략을 통해 산업 고도화를 추진함으로써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여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을 촉진하는 ‘인공지능 플러스’ 정책과 첨단기술·고효율·고품질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new productive force)’ 정책을 통해 미·중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첨단제조업 육성에 중점을 둔 중국의 제조강국 전략이 국내 산업과 무역 구조의 고도화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을 ‘제조업 강국’ 내지는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하는 동시에 제조강국 중국과의 연성협력을 확대하는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
    (9)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을 국가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기술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에 대한 대응으로 기술의 자립자강을 표방하고, 과학기술력 제고를 통한 기술강국(선진국) 진입을 기획·시도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지경학적 딜레마에 직면하면서 한·중 과학기술 협력이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 인공지능과 양자 등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기술 추격자’가 아닌 ‘기술 강국(선진국)’으로 인식하고, 한·중 기술협력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기술 개발과 수준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우리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미·중 기술패권 경쟁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중국 지방정부 및 기업을 활용하는 실리적 접근도 필요하다.
    (10) 중국은 2023년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금융강국’ 전략을 국가발전전략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금융강국화 전략은 △ 안전(금융 리스크 해소), △ 발전(금융산업 발전의 고도화를 통한 실물경제 지원력 강화), △ 개방(위안화 국제화 등을 통한 글로벌 금융 지위 강화)의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10대 은행 중 4개를 보유하였으며, 위안화 국제화와 IMF SDR 편입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견제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가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1) 미·중의 전략 경쟁, 코로나19, 글로벌 디커플링(decoupling) 추구 등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맞추어 중국도 경제안보와 연계하는 통상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대외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해 경제안보 전략 차원에서 자체 공급망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쌍순환’ 전략을 채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국 차별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3反(반제재, 반간섭, 반역외적용) 원칙에 입각하여 대항조치를 강화하고, 핵심 기술과 자원 등에 대한 수출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대응은 경제적 압박(economic coercion)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안보를 위한 통상조치가 상품 무역·기술·디지털·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화되면서 중국과의 갈등 발생 시 한·중 간 외교와 경제협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안보 결합형 통상정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자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조를 통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12) 중국은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글로벌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하고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과 디리스킹(디커플링)에 대응하여 대미 의존도를 축소하는 한편,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다양한 이니셔티브(GDI, GSI, GCI 등)를 통한 글로벌 규범 제정 과정에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및 불확실성 등에 대응하여 수입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가 필요한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자원 및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 ODA 확대, 경제협력 협정 체결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통해 이들 국가에 대한 노출(exposure)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무역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중 경제협력의 구조적 전환을 살펴보았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적자 전환, 중간재 및 경제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의 대중국 의존 확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탈(脫)중국 현상 등을 분석하고,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영향과 적정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추정하였다.
    (13) 한·중 무역 관계와 분업 관계가 구조적인 대전환기에 진입하였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우리의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으며,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가 적자로 전환되었고, 우리의 대중국 핵심 수출품목인 중간재와 공산품 교역도 적자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 수입의 대중국 의존도가 상승하면서 수출과 수입의 의존 관계가 역전되었고,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는 상호보완적 협력 관계에서 경쟁적 협력 관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멘텀을 창출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새로운 ‘병목(bottleneck)’ 분야에서 우리의 공급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14)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은 위축되는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한·중 간 중간재 공급망 의존관계가 역전되었다. 또한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무역흑자가 2021년 이후 빠르게 감소해 왔으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2023년에 이미 적자로 전환되었다. 한국의 중간재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중간재 분야의 중국 의존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중간재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중국 협력을 강화하는 병행전략 추진이 필요하다. 중간재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노력으로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새로운 가교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 및 지역에 대한 진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중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15) 재중 한국기업의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중국 사업 매각 또는 중단이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의 탈중국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중 반도체 갈등에 대한 사전적 대비로서 반도체 분야의 대중국 투자가 일단락된 2023년 이후 한국의 신규 투자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중국 투자사업의 회수 규모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 감소 현상은 미·중 갈등에 따른 지경학적 딜레마 이외에도 중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 외국인투자 여건 악화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가 한국의 글로벌 중간재 공급망 구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의 해외 공급망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가교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와 지역으로 해외투자 지역을 다변화(China+N)하는 동시에 대중국 진출 방식도 현지 시장지향형과 공급망 구축형으로 다양화 및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16) 중국 정점(Peak China) 주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중국 경제성장 약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중국경제가 중저속 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우리의 수출시장으로서 중국 역할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 이외 시장으로의 다변화에 있어 중심 국가, 새로운 가교국, 글로벌 사우스로 구분하여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한국의 적정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19.4% 내외로 추정되었다. 적정한 의존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부 품목에 편중된 대중국 수출 상품의 다양화가 중요한 과제이며, 특히 중국의 새로운 성장 분야에서 한국의 취약한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다섯째, 위에서 분석한 한·중 경제협력에 영향을 미칠 16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우리의 대응 전략과 중국과의 협력(또는 활용) 전략을 포괄하는 대중국 접근 전략(approach to China)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1) 대중국 접근 전략 수립 시 글로벌 환경 변화, 중국의 전략 변화, 한·중 관계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① 글로벌 경제구조의 재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협과 기회에 대한 대응이 포함되어야 한다. 경제안보에 기반을 둔 선진국의 대중국 견제 및 글로벌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의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자유무역체제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갈등이 한·중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대응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관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되, 수출을 포함한 중국과의 전반적인 경제협력 관계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② 중국의 글로벌 위상 변화에 따른 위협과 기회에 대한 대응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중국경제는 중저속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규모의 경제와 국가주도 체제의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공급망 내재화가 강화되고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되면서 한·중 양국 경제의 연계성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여부가 향후 글로벌 지경학적 구조는 물론 한·중 경제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중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산업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실질적인 산업 및 기술 강국(선진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을 개도국이 아니라 산업 및 기술 강국(선진국)으로 인식하고 대중국 접근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③ 한·중 관계의 구조적 대전환에 따른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 정립이 필요하다. 중국의 자체 공급능력 강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따라 한·중 협력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산업 및 기술적 비교우위가 사라져 가면서 한국은 반도체 등 극히 일부 업종에서만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도성장하는 중국의 병목(bottleneck)을 전제로 이루어진 지금까지의 대중국 접근 전략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한·중 경제관계가 역전되는 시점에 중국의 새로운 병목에 대한 우리의 공급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멘텀 창출 및 새로운 협력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
    (2) 중국이 우리에게 어떤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을 근거로 대중국 전략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내, 양자, 인·태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① 미·중 전략 경쟁하에서 한국의 산업과 기술 측면의 글로벌 전략적 가치(레버리지)와 한국경제에서 한·중 경제협력이 갖는 전략적 가치(영향력)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산업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세계 중심 국가의 입장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일 것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2대 경제 중심 국가(G2)로 자리잡은 중국이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의 수출과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중심 국가의 갈등과 분절 과정에서 한국이 일방에 경사된 협력 전략을 구사할 경우 한국이 받게 될 경제적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로벌 중심 국가인 미국 및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 안정과 동태적 균형(dynamic balance)을 유지하는 것을 대외경제정책의 핵심과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②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어떤 상대국인지에 대한 인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중국의 부상이 기회에서 도전(또는 리스크)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디리스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중국의 부상에 따른 기회보다는 리스크가 크고, 산업과 기술 측면에서는 경쟁적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이 추구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가 내포한 국가 주도의 비시장적·비개방적 요소들이 공정(fair)과 규칙(rule)에 기반한 양국 경제협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 및 투자 시장, 자원과 중간재의 중요 공급처, 아·태지역 경제통합에 있어 중국은 매우 중요한 협력자이기도 하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을 ‘경쟁적 협력자(competitive cooperator)’로 규정하고, 이에 기반한 대중국 접근 전략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③ 대중국 접근에 있어 양자(bilateral), 인도·태평양지역(Indo-Pacific), 글로벌(global) 등 삼차원 접근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양자적 접근을 통해 양국 경제관계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유보하고, 경제안보 확보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다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공급망의 안정화, 경제협력 제도 기반 강화, 전략적 소통 강화 등 양자 경제협력의 안정화를 추구해야 한다. 또한 인·태지역 내에서 한·미, 한·미·일, ASEAN 등 우호적 국가 및 지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부상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는 동시에 중국을 역내 경제협력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양자, 한·중·일, 역내 경제통합 차원에서 협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규칙에 기반한 무역 시스템(rule based trade system) 재구축이 필요하며, 경제적 강압, 전략산업의 공급과잉, 비시장적 제도의 개선 문제 등에 대한 대응으로서 유사 입장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④ 이러한 원칙과 인식에 기반을 두고 정부 차원의 대중국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전략을 통해 글로벌 정세, 중국의 변화, 한·중 관계의 변화에 따른 대전환기의 위협과 도전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정부 차원의 대중국 접근 전략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3) 대중국 접근 전략의 비전과 목표, 이러한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6대 분야별 대응 과제, 대응 전략을 제시하였다.
    ① 대중국 접근 전략의 비전, 3대 목표, 6대 과제를 도출하였다. 대중국 전략의 비전(vision)과 목표(aims)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중 경제협력 분야의 대중국 전략 목표를 성숙단계를 지나 위축되고 있는 양국 ‘경제협력 관계의 안정화와 질적 도약’에 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디딤돌이자 시금석이라는 관점에서 경제관계를 한 단계 격상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안정과 발전의 발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대중국 전략 비전으로 ‘상호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경제 동반자 관계 정립’을 제시하고, 이러한 비전하에 실현할 3대 목표로 △ 대전환기의 실질적·미래지향적 한·중 경제동반자 관계 구축(질적 고도화), △ 경제안보 시대의 한·중 경제협력 안정화 추진(공급망 협력 파트너), △ 다층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호혜의 경제협력 증진(제도기반 강화)을 제시하였다.
    ② 경제안보와 공급망, 무역과 투자, 산업과 기술, 통상(제도 기반), 지역과 글로벌 협력, 경제 분야의 전략적 소통 강화 등 6개 분야별 과제와 대중국 접근 전략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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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환기의 대중국 전략 연구1

    본 연구에서는 한·중 경제협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3대 요인(글로벌 환경 변화, 중국의 전략 변화, 한·중 경제협력 구조의 변화)과 관련된 16개 이슈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협력 전략을 넘어 중국에 대한 접근 전략을..

    양평섭 외 발간일 2024.12.31

    경제안보, 경제협력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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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한·중 경제관계
    2. 연구의 목적과 주요 연구 내용
    3. 선행연구와의 차별성

    제2장 미·중 전략 경쟁과 경제안보 시대의 대중국 전략
    1. 트럼프 2기의 미·중 관계 전망
    2.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국 전략
    3.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대중국 전략: 반도체, 배터리 중심
    4. 글로벌 핵심광물 및 에너지 무기화와 경제·에너지 안보

    제3장 글로벌 대전환과 대중국 전략
    1. 산업정책 부활과 대중국 전략
    2. 글로벌 디지털 전환과 대중국 전략
    3. 글로벌 녹색전환과 대중국 전략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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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본 연구에서는 한·중 경제협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3대 요인(글로벌 환경 변화, 중국의 전략 변화, 한·중 경제협력 구조의 변화)과 관련된 16개 이슈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협력 전략을 넘어 중국에 대한 접근 전략을 제시하였다.

    먼저 대중국 접근 전략 수립 시 고려해야 할 글로벌 환경 변화 요소로 트럼프 2기의 미·중 관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전략 경쟁, 미·중 경쟁의 핵심인 기술패권 경쟁, 경제안보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글로벌 핵심 광물과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1) 미·중 갈등이 시작된 오마바 행정부 이후 바이든 행정부까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변화와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2기의 미·중 갈등 전개 방향을 예측해 보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리더십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경쟁대상’으로 인식하고, 국가안보와 국가이익 보호에 바탕을 두고 대중국 견제를 강화해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기존 행정부의 기조를 대부분 유지하는 가운데, 무역과 통상(관세전쟁의 재현), 기술 등 전방위에 걸쳐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디커플링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며 경제·통상 및 군사·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해 왔다. 미국의 다자적인 압박에 대응하여 중국도 ‘쐐기 전략’ 추진과 더불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협의체로서 EU와 ASEAN, 그리고 개별 국가로서 필리핀, 베트남, 일본이 자국에 적합한 미국과의 동맹(또는 파트너십)을 추진한 사례와 함께 ‘전략적 자율성’의 경계 관련 다양한 논의와 고민을 살펴보았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격자형’ 구조 안보 네트워크와 중국 ‘쐐기 전략’의 충돌을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다만 한국은 정체성 및 국익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가치와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유지하며, 역내 상황의 변화에 따라 현안별로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대외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3) 반도체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을 분석하였다.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은 기술적 우위를 기반으로 중국의 굴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공세적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중국이 기술과 산업 경쟁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수세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내에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반도체와 과학법」을 기반으로 우호국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기술, 소재, 설계, 장비 등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기반으로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은 반도체 분야의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배터리 분야에서는 지배적인 글로벌 공급력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미·중 간의 전략적 갈등이 기존에 형성된 한·중 반도체 및 배터리 분야의 협력은 물론 미래 협력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의 반도체 시장으로서 중요성이 크고, 관련 소재 분야에서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협력이 지속되어야 하며, 새로운 협력 수요가 존재하는 비민감 분야(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에서는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4)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청정에너지(신재생에너지, 원자력)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와 자원 시장은 미·중 갈등과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국가자본과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청정에너지 제품의 생산·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이들 제품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호국가와의 양자·다자 간 협력을 통해 핵심광물 상류·중류 부문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중국 접근 전략 수립에 있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글로벌 환경 변화는 글로벌 산업정책의 부활, 디지털 전환 및 그린(녹색) 전환 과정에서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 및 공급망이 분절화(또는 블록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5) 주요국에서 산업정책이 부활하고 있는 양상과 함께 그 정책들이 중국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분석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부양 필요성,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경제안보의 부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 디지털·녹색 전환을 위한 정부주도 정책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선진국은 자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GTA(Global Trade Alert)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산업정책이 상호 대응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중국을 겨냥한 산업정책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산업정책의 부활은 현재 한·중 경제 및 산업 협력을 제약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보호주의적 산업정책을 한 발짝 늦게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다원적(多元的)임을 인지하고 특정 가치관을 강하게 표방하여 다원적 대응을 불가능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6) 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인공지능 및 로봇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동화와 지능화가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5G·인공지능 등 주요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미·중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디지털 전환 부문을 글로벌 선도주자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로 파악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을 추진하였으며, 이미 디지털 분야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은 디지털 전환 정책 공조, 디지털 관련 소부장, 전자상거래 분야의 양자 협력은 물론 지역 내 디지털 규범과 표준 제정 등에서 공조할 필요가 있다.
    (7) 기후변화 대응이 글로벌 핵심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달성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였다. 특히 탈탄소화를 위한 에너지 전환은 핵심과제로 부상하였다. 탄소피크 2030과 탄소중립 2060을 선언한 중국 역시 녹색전환을 국가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였다. 한·중 양국의 탄소중립 전략이 유사하고, 미·중 간 전략 경쟁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 한·중 간 협력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양국 국민의 보건과 직결된 동북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생태문명’과 글로벌 사회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발전 패러다임’에 중점을 둔 정책적 공조 협력은 필수적이다. 환경 분야의 한·중·일 삼각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중 양자 협정 내에서 환경 관련 규정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의 전략 변화 요소로서 3대 강국화(제조강국, 기술강국, 금융강국) 전략, 경제안보와 통상의 연계 전략, 글로벌 영향력 확대 전략을 분석하고, 이러한 중국의 전략 변화에 대한 대응과 양자 간 협력 전략을 탐색하였다.
    (8)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인터넷+, 빅데이터 전략, 전정특신 등의 제조강국 전략을 통해 산업 고도화를 추진함으로써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여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을 촉진하는 ‘인공지능 플러스’ 정책과 첨단기술·고효율·고품질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new productive force)’ 정책을 통해 미·중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첨단제조업 육성에 중점을 둔 중국의 제조강국 전략이 국내 산업과 무역 구조의 고도화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을 ‘제조업 강국’ 내지는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하는 동시에 제조강국 중국과의 연성협력을 확대하는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
    (9)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을 국가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기술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에 대한 대응으로 기술의 자립자강을 표방하고, 과학기술력 제고를 통한 기술강국(선진국) 진입을 기획·시도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지경학적 딜레마에 직면하면서 한·중 과학기술 협력이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 인공지능과 양자 등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기술 추격자’가 아닌 ‘기술 강국(선진국)’으로 인식하고, 한·중 기술협력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기술 개발과 수준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우리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미·중 기술패권 경쟁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중국 지방정부 및 기업을 활용하는 실리적 접근도 필요하다.
    (10) 중국은 2023년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금융강국’ 전략을 국가발전전략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금융강국화 전략은 △ 안전(금융 리스크 해소), △ 발전(금융산업 발전의 고도화를 통한 실물경제 지원력 강화), △ 개방(위안화 국제화 등을 통한 글로벌 금융 지위 강화)의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10대 은행 중 4개를 보유하였으며, 위안화 국제화와 IMF SDR 편입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견제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가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1) 미·중의 전략 경쟁, 코로나19, 글로벌 디커플링(decoupling) 추구 등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맞추어 중국도 경제안보와 연계하는 통상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대외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해 경제안보 전략 차원에서 자체 공급망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쌍순환’ 전략을 채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국 차별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3反(반제재, 반간섭, 반역외적용) 원칙에 입각하여 대항조치를 강화하고, 핵심 기술과 자원 등에 대한 수출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대응은 경제적 압박(economic coercion)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안보를 위한 통상조치가 상품 무역·기술·디지털·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화되면서 중국과의 갈등 발생 시 한·중 간 외교와 경제협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안보 결합형 통상정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자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조를 통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12) 중국은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글로벌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하고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과 디리스킹(디커플링)에 대응하여 대미 의존도를 축소하는 한편,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다양한 이니셔티브(GDI, GSI, GCI 등)를 통한 글로벌 규범 제정 과정에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및 불확실성 등에 대응하여 수입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가 필요한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자원 및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 ODA 확대, 경제협력 협정 체결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통해 이들 국가에 대한 노출(exposure)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무역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중 경제협력의 구조적 전환을 살펴보았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적자 전환, 중간재 및 경제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의 대중국 의존 확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탈(脫)중국 현상 등을 분석하고,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영향과 적정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추정하였다.
    (13) 한·중 무역 관계와 분업 관계가 구조적인 대전환기에 진입하였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우리의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으며,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가 적자로 전환되었고, 우리의 대중국 핵심 수출품목인 중간재와 공산품 교역도 적자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 수입의 대중국 의존도가 상승하면서 수출과 수입의 의존 관계가 역전되었고,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는 상호보완적 협력 관계에서 경쟁적 협력 관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멘텀을 창출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새로운 ‘병목(bottleneck)’ 분야에서 우리의 공급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14)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은 위축되는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한·중 간 중간재 공급망 의존관계가 역전되었다. 또한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무역흑자가 2021년 이후 빠르게 감소해 왔으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2023년에 이미 적자로 전환되었다. 한국의 중간재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중간재 분야의 중국 의존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중간재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중국 협력을 강화하는 병행전략 추진이 필요하다. 중간재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노력으로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새로운 가교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 및 지역에 대한 진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중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15) 재중 한국기업의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중국 사업 매각 또는 중단이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의 탈중국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중 반도체 갈등에 대한 사전적 대비로서 반도체 분야의 대중국 투자가 일단락된 2023년 이후 한국의 신규 투자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중국 투자사업의 회수 규모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 감소 현상은 미·중 갈등에 따른 지경학적 딜레마 이외에도 중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 외국인투자 여건 악화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가 한국의 글로벌 중간재 공급망 구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의 해외 공급망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가교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와 지역으로 해외투자 지역을 다변화(China+N)하는 동시에 대중국 진출 방식도 현지 시장지향형과 공급망 구축형으로 다양화 및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16) 중국 정점(Peak China) 주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중국 경제성장 약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중국경제가 중저속 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우리의 수출시장으로서 중국 역할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 이외 시장으로의 다변화에 있어 중심 국가, 새로운 가교국, 글로벌 사우스로 구분하여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한국의 적정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19.4% 내외로 추정되었다. 적정한 의존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부 품목에 편중된 대중국 수출 상품의 다양화가 중요한 과제이며, 특히 중국의 새로운 성장 분야에서 한국의 취약한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다섯째, 위에서 분석한 한·중 경제협력에 영향을 미칠 16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우리의 대응 전략과 중국과의 협력(또는 활용) 전략을 포괄하는 대중국 접근 전략(approach to China)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1) 대중국 접근 전략 수립 시 글로벌 환경 변화, 중국의 전략 변화, 한·중 관계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① 글로벌 경제구조의 재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협과 기회에 대한 대응이 포함되어야 한다. 경제안보에 기반을 둔 선진국의 대중국 견제 및 글로벌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의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자유무역체제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갈등이 한·중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대응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관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되, 수출을 포함한 중국과의 전반적인 경제협력 관계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② 중국의 글로벌 위상 변화에 따른 위협과 기회에 대한 대응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중국경제는 중저속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규모의 경제와 국가주도 체제의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공급망 내재화가 강화되고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되면서 한·중 양국 경제의 연계성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여부가 향후 글로벌 지경학적 구조는 물론 한·중 경제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중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산업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실질적인 산업 및 기술 강국(선진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을 개도국이 아니라 산업 및 기술 강국(선진국)으로 인식하고 대중국 접근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③ 한·중 관계의 구조적 대전환에 따른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 정립이 필요하다. 중국의 자체 공급능력 강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따라 한·중 협력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산업 및 기술적 비교우위가 사라져 가면서 한국은 반도체 등 극히 일부 업종에서만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도성장하는 중국의 병목(bottleneck)을 전제로 이루어진 지금까지의 대중국 접근 전략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한·중 경제관계가 역전되는 시점에 중국의 새로운 병목에 대한 우리의 공급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멘텀 창출 및 새로운 협력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
    (2) 중국이 우리에게 어떤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을 근거로 대중국 전략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내, 양자, 인·태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① 미·중 전략 경쟁하에서 한국의 산업과 기술 측면의 글로벌 전략적 가치(레버리지)와 한국경제에서 한·중 경제협력이 갖는 전략적 가치(영향력)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산업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세계 중심 국가의 입장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일 것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2대 경제 중심 국가(G2)로 자리잡은 중국이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의 수출과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중심 국가의 갈등과 분절 과정에서 한국이 일방에 경사된 협력 전략을 구사할 경우 한국이 받게 될 경제적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로벌 중심 국가인 미국 및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 안정과 동태적 균형(dynamic balance)을 유지하는 것을 대외경제정책의 핵심과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②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어떤 상대국인지에 대한 인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중국의 부상이 기회에서 도전(또는 리스크)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디리스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중국의 부상에 따른 기회보다는 리스크가 크고, 산업과 기술 측면에서는 경쟁적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이 추구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가 내포한 국가 주도의 비시장적·비개방적 요소들이 공정(fair)과 규칙(rule)에 기반한 양국 경제협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 및 투자 시장, 자원과 중간재의 중요 공급처, 아·태지역 경제통합에 있어 중국은 매우 중요한 협력자이기도 하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을 ‘경쟁적 협력자(competitive cooperator)’로 규정하고, 이에 기반한 대중국 접근 전략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③ 대중국 접근에 있어 양자(bilateral), 인도·태평양지역(Indo-Pacific), 글로벌(global) 등 삼차원 접근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양자적 접근을 통해 양국 경제관계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유보하고, 경제안보 확보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다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공급망의 안정화, 경제협력 제도 기반 강화, 전략적 소통 강화 등 양자 경제협력의 안정화를 추구해야 한다. 또한 인·태지역 내에서 한·미, 한·미·일, ASEAN 등 우호적 국가 및 지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부상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는 동시에 중국을 역내 경제협력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양자, 한·중·일, 역내 경제통합 차원에서 협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규칙에 기반한 무역 시스템(rule based trade system) 재구축이 필요하며, 경제적 강압, 전략산업의 공급과잉, 비시장적 제도의 개선 문제 등에 대한 대응으로서 유사 입장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④ 이러한 원칙과 인식에 기반을 두고 정부 차원의 대중국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전략을 통해 글로벌 정세, 중국의 변화, 한·중 관계의 변화에 따른 대전환기의 위협과 도전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정부 차원의 대중국 접근 전략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3) 대중국 접근 전략의 비전과 목표, 이러한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6대 분야별 대응 과제, 대응 전략을 제시하였다.
    ① 대중국 접근 전략의 비전, 3대 목표, 6대 과제를 도출하였다. 대중국 전략의 비전(vision)과 목표(aims)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중 경제협력 분야의 대중국 전략 목표를 성숙단계를 지나 위축되고 있는 양국 ‘경제협력 관계의 안정화와 질적 도약’에 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디딤돌이자 시금석이라는 관점에서 경제관계를 한 단계 격상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안정과 발전의 발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대중국 전략 비전으로 ‘상호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경제 동반자 관계 정립’을 제시하고, 이러한 비전하에 실현할 3대 목표로 △ 대전환기의 실질적·미래지향적 한·중 경제동반자 관계 구축(질적 고도화), △ 경제안보 시대의 한·중 경제협력 안정화 추진(공급망 협력 파트너), △ 다층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호혜의 경제협력 증진(제도기반 강화)을 제시하였다.
    ② 경제안보와 공급망, 무역과 투자, 산업과 기술, 통상(제도 기반), 지역과 글로벌 협력, 경제 분야의 전략적 소통 강화 등 6개 분야별 과제와 대중국 접근 전략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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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의 인프라 정책 및 수요 분석과 한·인도 협력방안: 개발협력을 중심으로

    인프라는 한ㆍ인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인도정부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는 상황에서 시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또한 인도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제조업 육성을 위한 파트너로서 한국 기업의 진출을 뒷받침하는..

    김정곤 외 발간일 2024.12.31

    ODA, 경제협력 인도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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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과 목적 2. 연구 목적과 차별성 3. 연구 내용과 방법

    제2장 인도의 인프라 개발계획 1. 연방정부의 상위 인프라 개발계획 2. 연방정부의 분야별 인프라 개발계획 3. 주정부의 인프라 개발계획 4. 요약과 시사점

    제3장 인도의 인프라 투자 현황과 수요 1. 개관 2. 인프라 투자 현황 3. 인프라 투자 수요 4. 요약과 시사점

    제4장 주요국의 대인도 인프라 ODA 전략과 사례 1. 일본 2. 독일 3. 프랑스 4. EU 5. DAC 회원국의 비구속성 계약의 특징 6. 요약과 시사점

    제5장 한국 기업의 대인도 인프라 사업 현황 및 설문조사 1. 한국의 대인도 인프라 진출 현황 2. 인도 진출기업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 3. 요약 및 시사점

    제6장 한ㆍ인도 인프라 협력에 대한 정책 제언 1. 대인도 인프라 협력의 기본 방향 2. 협력 분야 및 지역에 대한 검토 3. 대인도 인프라 개발협력 추진방안 4. 기업 진출에 대한 제언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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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인프라는 한ㆍ인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인도정부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는 상황에서 시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또한 인도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제조업 육성을 위한 파트너로서 한국 기업의 진출을 뒷받침하는 데 있어 인프라 개발은 중요한 요소이다. 더욱이 인도의 주요 인프라 사업에 대한 한국의 참여는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정부가 인도와 양자 간 EDCF 기본약정 체결을 추진 중인 가운데, 본 연구는 EDCF를 중심으로 ODA를 통한 한ㆍ인도 인프라 협력 확대에 기여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인도 연방 및 주 정부의 인프라 개발계획과 주별 개발 수요, 주요국의 대인도 인프라 ODA 정책과 사례, 인도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 인도 전문가들과의 면담을 토대로 한ㆍ인도 인프라 개발협력의 방향성과 주요 분야 및 지역 식별에 대한 시사점, 그리고 정책방안을 제안했다.

    제2장에서는 인도정부의 인프라 개발계획을 분석했다. 인도정부는 인프라를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며, 국가 산업회랑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도로ㆍ철도ㆍ항만ㆍ공항ㆍ스마트 시티 등을 연계한 종합적인 인프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 개발은 제조업 성장, 농어촌 인프라 연계성 확보, 수자원 안정화, 에너지원 다각화 등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소득 향상과 지역 간 소득 불균형 완화 등에 영향을 미치는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24년 출범한 모디 3기 정부는 2024/25년 예산에서 GDP의 3.4%에 해당하는 11조 루피를 공공 인프라 부문에 할당하며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정부는 PM 가티 샥티, 국가 인프라 파이프라인(NIP), 국가 자산 재활용 계획(NMP)으로 구성된 삼위일체 구조를 통해 인프라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주별 인프라 개발계획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이 드러나며, 도로, 철도, 항만, 에너지 전환, 전력 공급, 수자원/물관리 등이 핵심이다.

    제3장에서는 인도의 인프라 개발 현황과 계획(수요)을 프로젝트 단위로 분석했다. 2024년 7월 기준 운송, 통신, 전력, 산업단지 공공 인프라, 수자원 등 주요 인프라 부문에 해당하는 프로젝트가 총 1만 357개에 달한다. 분야별로는 운송 부문에 5,560개로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고, 수자원 부문 3,110개, 전력 부문 1,117개, 산업단지 관련 531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도에서는 현재 약 1,000개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가 계획 단계에 있다. 우타르프라데시는 철도 부문에 대한 프로젝트가 많고, 마하라슈트라는 철도와 물류 인프라 및 물환경관리 부문, 구자라트는 물환경관리 부문이 주종을 이룬다. 웨스트벵골의 경우 도로 부문에서만 149건의 프로젝트가 구상 단계에 있으며, 철도, 도시 대중교통, 발전, 산업단지 공공 인프라, 물환경관리 부문에서 투자 기회가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자스탄은 철도와 발전(發電), 하리아나는 철도 프로젝트가 많다. 타밀나두에서는 특히 항공, 도시 대중교통, 발전(發電), 산업단지 공공 인프라, 수자원관리 부문의 프로젝트 계획이 많다. 안드라프라데시에서는 도로, 철도, 도시 대중교통, 산업단지 공공 인프라, 수자원 등 부문, 카르나타카에서는 도로와 수자원관리 관련 다수의 프로젝트가 계획되고 있다.

    제4장에서는 주요국(일본, 독일, 프랑스, EU)의 대(對)인도 인프라 ODA 전략과 사례를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했다. 이들은 주로 유상 지원을 활용하며, 비구속성 지원을 우선시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구속성 지원도 병행한다. 예컨대 일본은 철도 및 도로 관련 분야에서 구속성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는 고부가가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인도 주요 ODA 지원 국가들은 자국의 ODA 정책에 부합하는 분야에 대해 지원을 집중하는데, 일본은 개별 프로젝트보다는 프로그램 중심의 통합적 사업에 참여하며, 독일과 프랑스는 각 분야별로 세분화된 전략을 통해 개별 사업에 집중한다.

    제도 및 정책 협력은 인프라 ODA 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일본의 경우 인도 연방정부 및 주정부와 협력하여 부족한 제도와 정책을 보완하고, 체계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프라 개발사업 추진 시 자국 기업과의 협력도 중요시한다. 일본은 자국 기업들과 협력하여 사업의 난제를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자국 기업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한다.

    제5장에서는 한국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인도 진출의 잠재력, 진출 제약요인 등을 식별했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화력발전소, 정유 및 화학 공장 설비와 같은 산업설비 공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한국 기업들은 인도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시장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고, 고속철도, 해상교량, 항만 개발과 같은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에 관심이 높다. 한국 기업들은 인도의 복잡한 행정 절차와 기업 간 경쟁을 제약요인으로 꼽으며,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주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제6장에서는 이상의 연구를 토대로 한ㆍ인도 인프라 협력 확대를 위한 정책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의 대인도 인프라 ODA는 시장 및 생산기지로서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수행할 필요가 있다. EDCF는 인도의 수요에 부합하면서 대인도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단기적 이익의 관점에서만 대인도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인도의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양국 간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인도의 인프라 사업 발굴을 위해서는 특정 주를 선별하여 핵심사업을 제안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사업 발굴 시 주정부와 1차로 협의를 거쳐야 하는바, 협력 대상 주를 선별하여 긴밀하게 접촉해야 한다. 최근 인도의 인프라 개발계획에서 두드러지는 분야는 도로, 철도(메트로 포함), 항만, 에너지 전환과 전력 공급, 수자원/물관리 부문으로, 이러한 방향성은 진행 또는 계획 중인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러한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의 기술우위 분야를 선제적으로 인도 측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인도 ODA는 지원 규모뿐 아니라 지식공유, 기술협력과 같은 ‘플러스’ 요소가 중요하다. 즉 개발을 위한 컨설팅, 정책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차관, 그리고 인프라 건설 사업 및 기술협력 단계를 포괄하는 패키지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 이러한 포괄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각 정부 부처가 가지고 있는 ODA 수단을 하나의 사업에서 결합할 수 있는 연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한국의 인프라 분야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인도 측의 이해를 제고해야 한다. 해당 지역의 수요에 부합하는 분야에서 한국의 유관 기관을 연계하여 해당 주 총리 등 최상위 의사결정자, 실무책임자를 초청하여 워크숍, 현장 견학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인도 연방 및 주 전문기관과 한국 기관 간의 주요 분야별 파트너십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인도의 수요를 파악하고, 현지 협력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다.

    사업의 계획단계부터 참여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는 사업의 위험도를 낮추고,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업의 발굴에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분야별 전문가 파견을 확대해 주정부의 개발 의지를 파악하는 한편, 분야별로 어떤 한국 기업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투자 의사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파견 전문가들이 우리 정부의 아웃리치 활동에도 참여하여 인도정부 사업담당자와 우리 기관, 기업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에도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 시 한국 정부나 유관 기관의 지원도 필요하다. 한ㆍ인도 인프라 협력 수요를 효과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범정부 협력이 필요하다. 인프라 협력 수요는 산업 협력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양국 정부 부처의 소관 영역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관 기관 또는 단체들은 인도의 법률 체계, 과세, 자본 조달 등에 대한 정보를 기업에 체계적ㆍ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현지 시장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들은 현지 지원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이는 행정적ㆍ법적 문제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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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해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과 물류 회랑 다변화에의 시사점

    2023년 12월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상선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홍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확산되었으며, 이에 따라 수에즈 운하를 통해 형성되었던 아시아와 유럽 간 물류 공급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홍해를 지나 수..

    강문수 외 발간일 2025.05.27

    경제협력, 국제무역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2. 선행연구 현황
    3. 연구의 범위 및 구성

    제2장 홍해 위기가 해상 물류와 우리나라 교역에 미친 영향
    1. 홍해 위기의 배경과 경과
    2. 홍해 위기가 중동 지역 해상 물류에 미친 영향
    3. 홍해 위기가 우리나라 해상 물류에 미친 영향

    제3장 중동 내 신(新)경제회랑을 통한 물류망 다변화 가능성
    1. 중동 내 추진 중인 신경제회랑
    2. 신경제회랑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 가능성 검토

    제4장 결론 및 시사점
    1. 연구 요약
    2. 물류 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제언

    참고문헌

    부록: 실증 분석 결과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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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2023년 12월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상선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홍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확산되었으며, 이에 따라 수에즈 운하를 통해 형성되었던 아시아와 유럽 간 물류 공급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홍해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기존 물류 경로가 남아공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로 바뀌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는 해운 물류비와 보험료 상승을 경험했으며, 이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와 동시에 홍해 위기와 같은 물류 위기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육상 및 해상 물류망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지속을 위한 물류 기지 건설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2023년에 열린 G20 회의에서 발표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 그리고 튀르키예와 이라크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개발 도로(Development Road)’ 등 중동 지역을 경유하는 경제회랑에 관한 논의가 홍해 위기 이후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홍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물류비 상승과 함께 해운 물류 정시성이 약화하면서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협 요인이 있는바, 중국발 대륙 간 고속철도를 이용한 육상물류 확대와 남아공 희망봉을 우회하는 방법 이외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① 홍해 위기가 글로벌 및 국내 무역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②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이라크·튀르키예를 통과하는 개발 도로 등 중동 내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육상 물류망 구축이 한국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등 두 가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제2장에서는 홍해 위기의 발생 배경과 홍해 위기가 해상 물류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서술했다. 홍해 위기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이 하마스와의 연대를 표명하며 1년여간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홍해를 지나는 주요 상선을 공격해 발생했다. 이에 대응하여 주요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공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경로를 택하기 시작하면서 해상 운항의 시간과 비용이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소비자 물가가 전 세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홍해 위기로 수에즈 운하 및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선박 통행량과 물동량이 크게 줄었는데, 주목할 점은 해운사들이 계속해서 남아공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두 개의 초크포인트를 통한 해상 교역이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세계 주요 항만의 선박 통행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며 물동량 역시 최대 6개월 동안 전년동기대비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대외 무역에 집중해서 보자면, 홍해 위기 발생 이후인 2024년 1~9월 사이 한국의 대유럽 교역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교역 규모가 전년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결과는 홍해 위기가 한-유럽 간 물류 지연을 넘어 교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품목별로 보더라도 자동차, 전자제품, 화학제품, 철강, 광물성 연료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 유럽 시장에서 전년대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대북미 및 대아시아 수출 규모는 증가했으며 실증 분석을 통해 홍해 위기 발생 이후 한국의 대유럽 교역 대비 대미 교역 및 대오세아니아 교역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홍해 위기 발생 이후 유럽으로 상품을 수출하던 우리 기업이 미국, 오세아니아, 아시아 시장을 대체 수출처로 고려하고 수출 시장 다변화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동 수출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나 석유 등의 광물성 연료 수입은 증가하면서 교역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홍해 위기 발생에 따라 젯다 등의 항구뿐만 아니라 제벨 알리, 살랄라 등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항구의 물동량도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대중동 수출 규모 감소가 기업의 위험 회피 성향이라기보다는 해운 물류망이 변화하면서 생긴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제3장에서는 기존 물류망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개발 도로와 IMEC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물류 다변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두 개의 경제회랑 모두 수에즈 운하를 대체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출범했다. 개발 도로는 이라크 남부 알포항에서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까지 고속도로와 철도로 연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 이라크와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이익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IMEC는 인도와 걸프 국가를 연결하는 동쪽 회랑과 걸프 국가와 유럽을 연결하는 북쪽 회랑으로 구성된다. 중국 견제,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모멘텀 유지, 에너지 전환과 같은 글로벌한 목표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개발 도로와 차이가 있다. SWOT 분석을 통해 두 개 경제회랑의 실현 가능성을 평가해 본바, 강점 및 기회 요인보다 약점 및 위협 요인이 두드러져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발 도로와 IMEC는 중국, 이란, ISIS와 같은 외부 국가나 세력의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한국의 참여 유인은 낮으나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와 기업이 개발 도로와 IMEC 건설및 활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언제든 심화될 수 있으므로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특정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인도, 중동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한-중동 경제협력을 제조와 물류 부문으로까지 확장해 양측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방안으로 중동 내 신경제회랑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서는 연구 결과를 종합하고, 우리나라 해운 물류 산업의 회복력 강화를 통해 물류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장단기 정책을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① 항만 건설과 운영을 위한 민관협력 및 투자개발형 사업 개발, ② 중소 화주들을 위한 물류비 지원 펀드 설립을 통해 신규 물류망 구축과 위기 대응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두 개 경제회랑의 특성을 고려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IMEC에 대해서는 기체결 정부 간 MOU를 기반으로 한 PPP 위주의 협력을 제안했고, 개발 도로에 대해서는 다국적 컨소시엄 및 ODA 형식의 협력 추진을 제안했다.

    본 연구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홍해 위기가 세계 경제, 그리고 우리나라 해운 물류와 수출입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물류망 다변화 가능성을 짚어 보았다. 분석 과정에서 품목과 지역을 대분류 중심으로 다뤄 세부적인 분석이 부족했으며, 현재 개발 도로와 IMEC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 단계인 탓에 이들 경제회랑이 글로벌 및 국내 물류 시스템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을 평가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욱 심층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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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KIEP 정책연구 브리핑

    주요 연구보고서의 연구 목적과 내용, 정책 시사점을 정리한 요약 리포트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발간일 2025.04.30

    경제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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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핵심광물자원 확보전략과 한ㆍ일 협력 시사점

    2020년대 들어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는 국내 산업기반의 DX(디지털전환), GX(녹색전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핵심광물자원의 공급망 단절 위기에 직면하자 각종 전략, 시책, 법률 제정을 통해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화..

    김규판 외 발간일 2024.12.31

    경제안보, 경제협력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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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2. 연구 목적 및 구성
    3. 선행연구 검토

    제2장 일본의 광물자원 확보전략과 성과
    1. 일본의 광물자원 확보전략
    2. 일본의 광물자원 확보시책 성과
    3. 일본의 희토류종합대책
    4. 소결: 요약 및 평가

    제3장 일본의 경제안전보장 전략과 핵심광물
    1. 경제안전보장추진법과 핵심광물
    2. 일본의 핵심광물 공급망 구조
    3. 핵심광물의 공급망 강화시책 성과
    4. 소결: 요약 및 평가

    제4장 한국과 일본의 전략 핵심광물 공급망 비교ㆍ분석
    1. 분석방법론
    2. 한국과 일본의 핵심광물 공급망 비교ㆍ분석
    3. 소결: 요약 및 평가

    제5장 한국의 핵심광물 정책 분석: 현황 및 향후 대응 방향
    1. 현 정부의 「핵심광물 확보전략」 추진
    2. 해외자원 개발: 자원안보 및 민간 주도로의 전환
    3. 리사이클: 재자원화 산업 생태계 육성
    4. 대체재료 및 희토류 사용량 저감기술 개발
    5. 국내입지 지원: 생산시설 확충 및 특화단지 구축
    6. 소결: 요약 및 평가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한국과 일본 정부의 핵심광물자원 정책
    2. 핵심광물의 해외의존 현황: 한ㆍ일 핵심광물 공급망 비교ㆍ분석
    3. 한ㆍ일 협력 방향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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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2020년대 들어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는 국내 산업기반의 DX(디지털전환), GX(녹색전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핵심광물자원의 공급망 단절 위기에 직면하자 각종 전략, 시책, 법률 제정을 통해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2023년 2월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통해 배터리 5대 금속과 희토류 등 금속광물을 핵심광물로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4년 2월에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을 제정(2025년 2월 시행)하였다. 일본 역시 한국보다는 다소 이른 시점인 2022년 5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2022년 12월에는 핵심광물을 11개 ‘특정중요물자(국가전략물자)’ 중 하나로 지정하였고, 2024년 3월에는 중국의 희귀금속 수출통제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갈륨, 게르마늄, 우라늄을 국가전략물자로 추가 지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해외광물자원 확보전략 수립과 시행 측면에서 경험이 풍부한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정부의 관리 대상 광종과 주요 광물자원 확보시책(정책수단)을 살펴본 후 그 성과를 평가하고, 해외광물자원 확보 분야에서 과거 한ㆍ일 간 협력 경험과 향후 협력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ㆍ일 협력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분석 대상 광종은 철금속을 제외한 비철금속과 희귀금속(rare metals), 희토류, 귀금속에 한정하였으나 시대별 시책에 따라 희귀금속, 희토류, 핵심광물(critical metals) 등 대상 광종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정부의 주요 광물자원 확보시책 역시 시기와 대상 광종에 따라 ① 해외광물자원 확보시책(민간기업의 해외광산개발권 취득 및 장기공급계약 체결 지원 등), ② 자원외교, ③ 리사이클 사업 지원, ④ 비축제도, ⑤ 국내입지 지원(국내 제련ㆍ정련시설 투자 지원) 등을 서로 조합(policy mix)하는 점을 감안하여, 시기 혹은 쟁점에 따라 구분하여 분석하고 있다.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0년대 초반 자원위기 이후 민간기업의 해외광물자원 확보 지원, 자원외교, 리사이클, 비축제도 등의 정책수단을 중심으로 일본의 광물자원 확보전략을 평가하였다. 먼저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일본정부는 JOGMEC, JBIC과 같은 공공기관과 정책금융기관(ECA)을 동원하여 해외광물자원 개발 시 민간기업과의 리스크 공유(risk sharing) 체제를 정비하였고, 자원위기 발생 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였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금속 4광종(구리, 납, 아연, 주석)의 자급률이 2020년을 기점으로 50%대에서 40%대 이하로 저하되는 점에서 2020년대에 들어서는 정부지원책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일본정부의 자원외교는 최근 한국처럼 MSP와 같은 미국 주도의 다자간 협력체 활용과 자원국과의 양자 간 외교로 전개되고 있으나, 자원외교 정책 가운데 EPA를 활용한 각종 무역ㆍ투자 자유화 효과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와의 EPA에서 알 수 있듯이 다소 회의적이라 평가하였다. 일본정부의 리사이클 정책은 배터리 핵심광물을 둘러싸고 최근 국내 전기차(EV)ㆍ배터리 금속의 회수제도와 리사이클 기술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전기차(EV)ㆍ배터리가 해외로 유출되는 점에 비추어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희귀금속의 비축제도와 관련해서는 경제산업성이 2021년 이후 경제안전보장 관점에서 광종별 비축목표 일수 및 실제 비축량은 물론, 이들 정보를 추측할 수 있는 사항은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비축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본 보고서의 연구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둘째, 일본정부가 2022년 5월 제정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근거하여 배터리 5대 금속(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과 희토류, 갈륨, 게르마늄, 우라늄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시책은 정부가 민간기업을 간접 지원하는 그간의 방식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JOGMEC을 동원하여 탐광ㆍ광산개발(투자)에 관여하는 정책기조의 변화로 해석하였다. 다만 현재 JOGMEC의 지원성과만 놓고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인데, 2026년부터 전고체전지를 탑재한 전기차 양산 목표를 제시한 도요타의 전기차(EV) 전략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일본 내에서 전기차(EV)ㆍ배터리 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면서 일본정부의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시책도 성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였다.

    셋째, 한국과 일본의 핵심광물 공급망 구조를 생산과점도, 시장 규모, 수요변동성, 수입과점도 지표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한국은 일본에 비해 광물 원료보다 중간재에 대한 수입 수요가 많은데, 이는 희토류 가치사슬에서 더 두드러졌다. 또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이차전지(전구체) 분야에서 광물 원료보다 중간재 공급망에 단절 리스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최근 5년간 한국과 일본의 배터리 5대 광물 수입 추세를 비교한 결과, 일본은 전반적으로 수입 하락세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광물 제련소재에 대한 수입 증가가 확연한 것을 발견하였다. 다만 한ㆍ일 양국은 공통적으로 광물 순수입국이자 수요국으로, 자원 편중성이 90% 이상인 천연흑연, 리튬, 희토류에 대해 공급 단절 리스크가 크다. 한편 니켈, 코발트, 망간은 한ㆍ일 공통적으로 수입다변화가 진전되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산화코발트와 같은 특정 중간재는 공급 단절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ㆍ일 협력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한국은 해외 핵심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MSP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일본 역시 MSP의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ㆍ일 양국은 MSP 참여국의 최대 이점인 MSP 포럼에 참여하는 자원국과의 비즈니스 매칭을 최대한 활용하되, 한ㆍ일 양국이 제3국에서 공동 프로젝트(광산탐사 및 개발)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둘째, 한ㆍ일 양국 기업 간 해외광물자원의 공동개발이다. 다만 2010년대 초중반 한ㆍ일 기업의 제3국 공동진출은 일본의 종합상사와 금융기관이 주도하였으나, 최근에는 배터리 광물의 하류기업인 자동차업체와 배터리업체가 직접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음을 감안하여, 우리 정부로서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을 통한 민간기업의 해외광산개발 지원 여부와 일본 JOGMEC과의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하였다. 셋째, 핵심광물 리사이클 분야에서의 협력은 우선 한ㆍ일 정부 간 정책대화(policy dialogue)를 통해 정책공조를 하나의 협력 의제로 설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최근 양국 정부의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를 감안하면, 리사이클 정책의 구체적 내용(성능평가, 안전관리, 제도ㆍ인프라 등)에서 상호 간에 벤치마크할 수 있는 분야를 도출하고, EU의 리사이클 규제에 대해 한ㆍ일 양국이 공동 대응 차원에서 한ㆍ일 간 해외 리사이클 제품 회수 공동 보조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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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의 데이터 거버넌스 분석과 한·인도 협력에 대한 시사점

    인도는 거대 디지털 시장으로서 높은 잠재력과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를 적극적으로 구축해나가고 있으며, 수립되었거나 수립 중인 전체 디지털 정책 가운데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된 정책이 약 25%(53건..

    김정곤 외 발간일 2024.12.31

    ICT 경제, 경제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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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2. 연구의 주요 내용과 차별성

    제2장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 프레임워크와 규범
    1. 정책 수립의 배경과 영향요인
    2. 데이터 축적 및 활용 기반 구축
    3. 데이터 규범
    4. 평가와 시사점

    제3장 인도의 디지털 통상협력: 데이터를 중심으로
    1. 데이터 거버넌스와 디지털 통상정책의 연계
    2. 데이터 현안에 대한 인도와 주요국 간 논의
    3. 인도의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 대외협력
    4. 인도 진출기업 사례
    5. 평가와 시사점

    제4장 결론: 한·인도 협력에 대한 시사점
    1. 정부 간 협력·논의 과제
    2. 기업에 대한 시사점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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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인도는 거대 디지털 시장으로서 높은 잠재력과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를 적극적으로 구축해나가고 있으며, 수립되었거나 수립 중인 전체 디지털 정책 가운데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된 정책이 약 25%(53건)를 차지한다. 한편 인도는 데이터 규제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하는데, 전체 디지털 무역 제한 정책 가운데 데이터 정책이 24.7%를 차지한다. 전자, 전자상거래,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금융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본 보고서에서는 인도의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와 정책 및 법제도, 이와 연계된 인도와 주요국의 통상협력, 그리고 국내외 기업의 대응사례를 연구하여 한·인도 정부 간 협력,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 확대에 기여하고자 한다.

    제2장에서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데이터 경제의 기반이 되는 최상단 정책 프레임워크’와 ‘이것의 실행을 규율하는 데이터 규범’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인도는 ‘국가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안)’과 같은 상위 정책 프레임워크를 통해 장기적, 포괄적, 국가 안보 중심의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있으며, 인디아 스택을 중심으로 데이터 축적·활용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데이터 축적 및 활용 기반 구축은 인도 디지털 전환 정책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디지털 전환의 후발국가들에 대안으로서 확산될 가능성도 보인다.

    인도의 데이터 규범은 글로벌 표준에 일정수준 부합하면서도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개인정보보호법」(2023년)은 과도한 규제를 지양한 기업친화적인 결과물로, 데이터 역외 이전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블랙리스트 방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적이다. 다만 분야별 데이터 현지화 규정이 우선 적용되며, 구체화되는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20년에 발표된 비개인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안)은 데이터 플랫폼과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지만, 과도한 규제 적용 가능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발표된 「디지털 인디아법(안)」은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거대 기술기업과 신기술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하는 포괄적인 법률 프레임워크로, 세분화된 플랫폼의 종류에 따른 데이터 처리의 투명성 기준, 인공지능 등 신기술에 대한 데이터 규제가 새롭게 도입되고, 인도 내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 여건이 새롭게 정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3장에서는 인도의 데이터 거버넌스가 디지털 통상정책을 통해 표출되는 양상을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인도 측에 지속적으로 디지털 무역 장벽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정부 차원에서 양자 간 통상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인도의 데이터 정책에 대한 미국 기업의 문제 제기와 영향력 행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U와 인도는 규범보다는 데이터 거버넌스 일반에 대한 논의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인공지능 등 양자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가 논의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가 주도하는 디지털 공공재 확산에 EU가 호응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호주가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자유화 및 데이터 현지화 조치 금지를 인도와의 CECA 협상에서 관철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호주는 AI-ECTA 서비스 무역, 금융서비스 협상에서 인도의 개방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호주는 쿼드 등 전략적 협력의 틀하에서 인도와의 디지털 무역, 데이터 부문 교류 확대와 제도적 호환성을 추구한다.

    중국에 대한 인도의 높은 경제적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인도의 경계심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데이터 안보와 직결된 영역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는 민감도가 매우 높게 다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G20, 세계전기통신표준화총회(WTSA-24) 등 주요 국제기구 및 쿼드와 같은 다자협의체에서 DPI(Digital Public Infrastructure)를 주요 의제로 제시하면서 자국의 DPI 모델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개도국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제4장에서는 이상의 연구를 종합하여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첫째, 인도의 데이터 규범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디지털 개인정보보호법」은 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업에 대한 별도의 규제 근거를 마련하고, 데이터 처리의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어,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인도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데이터 이전 제한 국가 명단’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인디아법(안)」은 플랫폼 기업을 주된 대상으로 하여 데이터 처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어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인도와의 통상협상을 통해 데이터 관련 기업의 활동을 보다 자유롭게 하기 위한 간접적인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컴퓨터 및 관련 서비스, 엔지니어링 및 통합 엔지니어링 서비스, 금융 정보 제공 및 이전, 금융 데이터 처리 등에 의해 제공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방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규범 관련 조항을 포함할 경우, 데이터 이동 및 데이터 현지화 관련 자유화의 중간단계로서 임시 조항을 포함하고, 인도의 제도 수립이 추진된 이후 이를 재검토하도록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미국 등 우호국과 인도의 디지털, 첨단기술 부문의 협력관계 강화에 주목하면서 소다자간 협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한·미·인 iCET에 참여하고 있는바, 쿼드 국가의 사이버보안, 디지털 공공 인프라 협력 어젠다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인도와의 디지털 부문 협력은 신뢰자본 구축을 통한 연성적 접근이 중요한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디지털 공공 인프라이다. 인도의 디지털 공공 인프라는 정부 주도 모델로서 선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개도국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인바, G20, ITU, UNDP, QUAD 등의 디지털 공공 인프라 협력 어젠다에 대한 호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공공 인프라 표준화 활동을 비롯하여 개도국에서 디지털 공공 인프라 개발 및 상호 운용성, 금융 포용성 제고 등을 위한 협력은 우리 정부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이슈이다. 또한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전문가 교류 등의 사업에 한국의 공조도 가능할 것이다.

    넷째, 원조자금을 이용한 인도의 공공 부문 디지털화에 대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관리 표준화, 데이터 보안, 데이터 플랫폼 구축, 공공 데이터 접근성 확대 등의 과제에서 협력 과제 발굴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도시 개발 전반에 걸친 정부 서비스 디지털화는 양국의 협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을 수 있다.

    다섯째, 한국과 인도는 데이터 거버넌스의 변화 양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접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립 예정인 양국 간 장관급 산업협력위원회, 기 수립된 한·인도 정보통신기술(ICT) 정책협의회와 같은 채널에서 데이터, 디지털 공공 인프라 등의 현안을 지속 어젠다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간다면, 양국 유관 부처 간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된 현안을 교류하는 정례적인 포럼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한편 한·인도 패스트트랙 메커니즘, 인베스트 인디아 등 정부 간 대화 창구를 통해 인도 진출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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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아프리카 자원 협력을 통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

    글로벌 탄소중립과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글로벌 경제 기반이 기존의 연료 집약적(fuel-intensive) 시스템에서 원료 집약적(material-intensive)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

    한선이 외 발간일 2024.12.30

    경제안보, 경제협력 아프리카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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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2. 연구의 범위 및 구성
    3. 연구의 기여와 정책 활용

    제2장 핵심광물 공급망과 자원 안보
    1. 핵심광물 공급망 및 수요 전망
    2. 글로벌 핵심광물 확보 대응 동향
    3. 한국의 핵심광물 확보 전략 및 관련 이슈
    4. 소결

    제3장 아프리카의 광물 분야 현황
    1. 아프리카의 핵심광물 현황
    2. 주요 광물 생산국의 정책 및 거버넌스
    3. 아프리카 지역의 기회 및 위험 요인

    제4장 국제사회와 아프리카의 핵심광물 협력 현황
    1. EU
    2. 미국
    3. 캐나다
    4. 중국
    5. 일본
    6. 소결

    제5장 아프리카 광업 분야 현안 및 과제
    1. 자원과 경제 발전
    2. ESG 기준 강화
    3. 국제사회의 대응
    4. 소결

    제6장 한-아프리카 광물 분야 협력 확대 방안
    1. 한국의 대아프리카 광물 분야 협력 현황
    2. 대아프리카 광물 분야 협력 방향
    3. 대아프리카 광물 분야 협력 방안
    4. 맺음말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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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글로벌 탄소중립과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글로벌 경제 기반이 기존의 연료 집약적(fuel-intensive) 시스템에서 원료 집약적(material-intensive)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에 대한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핵심광물에 대한 수요는 2040년까지 3배 이상, 2050년까지는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광물은 매장과 생산이 특정 몇몇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어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아 가격 변동성이 높고, 현재의 기술로는 대체가 어렵다. 따라서 규제 변화, 무역 통제,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한 공급 불안정성이 높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시급하다. 이에 미국, EU,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들은 핵심광물 공급망의 취약성을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자국 내 산업 육성과 소수의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핵심광물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전기차와 이차전지의 주요 생산국이지만 생산에 필요한 광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2023년 수립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와 양자ㆍ다자 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통해 수입의존도가 높은 리튬, 니켈 등의 자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흑연, 희토류 등에 대한 추가적인 공급망 다변화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광업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광물 수출국 GDP의 8.8%, 정부 수입의 8.1%, 수출액의 51.2%, FDI 유입의 31.7%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다. 아프리카는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의 전 세계 매장량 중 19%를,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그린 광물은 전 세계 매장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광물 중 전 세계 크롬의 95%, 백금의 88%, 망간의 82%, 인산염의 66%, 코발트의 49%가 아프리카에 매장되어 있다. 전 세계 코발트의 70% 이상, 망간의 60% 이상, 보크사이트의 25%, 구리의 15%, 상당량의 흑연이 남아공,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모잠비크, 짐바브웨,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기니 등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풍부한 광물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는 지금까지 광물 분야와 관련한 파트너십, 무역, 투자 등에 대한 논의에서는 대체로 제외되어 왔다. 아프리카는 핵심광물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고, 인구 증가, 경제통합, 산업화에 따른 협력을 위한 기회요인이 많지만, 동시에 원자재 가격 변동성, 광산 개발 비용 증가, 인프라 부족, 취약한 거버넌스 등 협력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 요인도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아프리카의 주요 광물 생산국 정부는 광물이 국가의 소유임을 강조하면서 광업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광업 활동에 대한 국가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광업 관련 법과 규제를 개정해 왔다. 자국인과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현지인의 일정 지분 확보를 보장하고, 관련 제품과 서비스의 현지조달을 의무화하는 로컬콘텐츠 활용 규정도 강화했다. 또한 광업권 허가 및 로열티 부과를 체계화하는 동시에 광업에 대한 투자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을 확대했다. 한편 짐바브웨에서는 최근 리튬 원광의 수출을 금지하는 기초 광물 수출 규제법을 제정해 광업에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흑인경제활성화정책(BEE: Black Economic Empowerment)에 따라 흑인의 광업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ㆍ제도를 개선했다.

    핵심광물 공급망은 더 이상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국가 간 경쟁 논리에 좌우되고 있다. 경제안보 및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다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광물 생산국과 소비국 모두 핵심광물 공급망 관련 정책과 전략을 발표하고 민ㆍ관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국제 공조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각국의 정책적 대응 및 확보 전략 강화 기조는 청정에너지 분야 핵심광물의 미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경우를 대비할 뿐만 아니라, 지리적 편재 및 소수국가 독점에 따른 공급망의 무기화 가능성과 같은 정치적 요소, 책임 있는 광물 조달 강화와 같은 글로벌 정책 기조 전환 등의 복합적인 사회ㆍ경제ㆍ정치적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국의 독점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한 무역 및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 주요국들과 아프리카의 핵심광물 분야 협력은 국내 자원 보유, 민간 부문 활동, 전략산업 등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EU의 경우 산업 발전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지털 및 녹색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원자재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EU는 핵심광물의 역내 생산 증대를 추구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프리카와의 광물 수급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 확보 차원에서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한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로비토 회랑 구축을 통해 대륙 내 대서양 기반의 운송로를 확보하여 아프리카의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 캐나다는 자원 부국으로 정부 정책은 해외 자원개발보다는 자국 내 광물 산업 육성과 부가가치 창출에 역점을 두고 주로 국내 인프라 개발 및 외국인 투자유치 관련 정책을 마련했다. 토론토증권거래소(TSX)가 다양한 세제 혜택을 통해 광물 기업이 투자하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 결과, 캐나다의 민간 부문은 아프리카 광산업에 많이 진출해 있으며 투자를 확대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핵심광물의 주요 공급국이자 수요국으로, 산업 발전의 기반인 원자재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유기업이 주도하여 해외 광산자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ㆍ하류인 정제 단계를 장악하면서 해외 광산에서 원광을 채굴하고, 이를 중국으로 수출해 자국 내 정ㆍ제련을 통해 가공된 제품을 재수출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중국에 알루미늄, 구리, 철광석 등 범용광물과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 리튬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으로, 2007~23년 중국의 대아프리카 투자 중 광물 분야에 대한 투자는 무려 42.6%를 차지했다. 일본은 핵심광물 순수요국으로, 많은 광물을 다양한 국가에서 확보해야 하는데 대아프리카 투자도 필수광물인 백금족, 크롬, 망간에 집중되어 있다. 일본의 대아프리카 광물 투자는 일본에너지ㆍ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주관하면서 금융지원(출자, 융자, 채무보증)과 비금융지원(기술지원, 정보수집 및 조사) 등을 통한 다양한 방식으로 민간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자원보유가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양상을 보인다. 즉 자원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은 산업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추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경제구조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린 전환으로 인한 핵심광물 수요의 증가에 따라 광업 활동이 확대되면서 이로 인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와 관련된 다양한 환경ㆍ사회적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광업 활동으로 온실가스 배출, 생태 다양성 파괴, 유해 폐기물 발생, 물 부족 심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심화되고 있고, 원주민의 토지 손실 및 이주 문제, 열악한 노동 환경 및 인권 문제, 아동 노동 등 사회 보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좋은 제도가 정착한 국가에서만이 풍부한 자원의 경제적 혜택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 개선이 중요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 광물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에서 부정부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거버넌스 문제는 광업 활동이 일어나는 지역에 불평등 문제를 야기하고 나아가 분쟁이나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핵심광물은 주로 취약국이나 분쟁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광업 분야에서도 ESG 기준이 높아지고 있으며 다양한 국제 이니셔티브를 통해 기업에 투명성과 환경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고 공급망 전반에서 기술적인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최근 기업의 비용 압박과 그린워싱 등의 문제 발생으로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ESG 규제가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경제의 파편화에 따라 짧고 단순한 안정적인 공급망이 중요해지고 소다자주의적 협력이 강조되면서 아프리카는 경제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인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복합 위기와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대륙에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가 되고 있고, 아프리카는 대륙ㆍ지역ㆍ개별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주체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아프리카와 지질 연구, 광물 탐사 및 개발, 광물 정ㆍ제련 및 가공, 교통ㆍ에너지 등 기반 인프라 구축, 광업 분야 인력 양성 및 역량 강화, ESG 기준 준수, 심해채굴 등 광물 공급망 전반에 걸쳐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협력 방향은 아프리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설정해야 하는데, 해당 국가들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확대하면서도 자국의 광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대다수의 광물 생산국에서 광업 가치사슬 개선을 원하고 있어 중기적으로 정ㆍ제련 가공 시설을 구축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및 배터리 부문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확대하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치사슬의 개선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기반 인프라 부족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력 인프라, 교통 및 운송 인프라 구축과 AfCFTA를 통한 경제통합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쟁력이 해외자원개발 자체보다는 인프라 구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광물 개발과 더불어 기반 인프라 구축까지 패키지화하여 사업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지질 조사, 연구개발, 자원 및 광해 관리, 기술 인력 양성 등의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협력을 확대해야 하며, 청정기술을 적용하고 ESG 정책 및 기술 표준을 설정해 그린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프리카 지역은 현재 한국과의 협력 수준이나 자원 개발을 위한 여건 등을 감안할 때 다른 지역에 비해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하는 협력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광물자원 개발과 가공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나 배터리 하류 부문의 제조 거점으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공급망 안정화가 특히 요구되는 흑연과 희토류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개발 잠재력이 높은 광종이라는 점과 아프리카 지역을 둘러싼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경제국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아프리카 지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원외교를 활성화하고 다자ㆍ양자 협력을 강화하며, 아프리카 광물 개발에 대한 민간의 참여를 증진시키기 위해 금융 및 재정 지원과 비금융지원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광물은 발견 즉시 개발로 이어지기 어렵고 탐사 이후 개발, 생산에 이르기까지 평균 17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아프리카 지역은 여전히 인프라 부족 등 많은 제약이 존재하고 기업 진출에 대한 위험 요인이 많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아프리카 지역과의 협력은 장기적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해외 광물자원 개발과 아프리카 지역과의 협력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전략 방향에 걸맞은 자원외교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광물자원은 국유 개념이 강하고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사업 수행이 위험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자원외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지원 기관의 현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출범한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 등과 같은 고위급 협의체를 정례화하여 광물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협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아프리카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광물 분야 기술 선도국(미국, EU, 일본 등)과의 양자 대화채널 및 다자협의체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광물 분야에서 아프리카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프리카 지역 내 경험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제3국과 협력하는 삼각협력 방식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광물의 주요 소비국이지만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민간 기업이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통해 민간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 광물 생산국과 광업에 대한 정보 네트워크가 취약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현지 광물 분야 최신 동향, 투자 환경, 사업 기회 및 정보를 수집하여 기업에 제공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에서 핵심광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산 전부터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자원개발을 위한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민간 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2024년 「조세특혜제한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면서 해외자원개발 투자 세액공제 대상이 확대되고 투자ㆍ출자의 범위와 지원 요건이 현실화되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해외자원개발 활동에 대한 금융 및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관 간 협업은 물론 국외 기관과의 협업도 전략적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 해외자원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주요국의 개발금융기관(DFI)이나 수출신용기관(ECA)과 협력하여 협조융자를 제공하는 등의 금융 재원을 보다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광물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활용이 필요한 만큼 민간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고위험 프로젝트에 대한 위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2024년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설치했는데, 10대 전략 핵심광물 사업도 지원 대상이다. 아프리카 지역 내 광종별 중점 협력국을 지정해 전략국 진출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핵심광물 개발과 물류 및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연계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금을 활용하면서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나 정책금융, 수출금융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개발협력 사업을 통해 자원 탐사, 광해 관리, 역량 강화, 광업 분야 개발 컨설팅 사업, 인력 양성을 위한 연수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

    공공지원기관인 광해광업공단이 자원 생산국과 한국 민간 기업 간의 교류와 협력을 주도하여 광해광업 분야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정보 수집 및 분석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해외자원조사를 위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해외 자원개발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자원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현직자의 현장 경험과 실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체계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여 핵심광물 광종별 탄소 저감 기술, 탄소 저장 및 포집 기술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2024년 「민관협력 해외자원개발 추진 전략」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정부 지원 정책을 추진하여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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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성자료를 활용한 북한 소비시장 변화와 무역에 관한 연구

    북한이 국경봉쇄를 지속하면서 북한경제를 조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고의 목적은 위성자료를 새롭게 활용하여 북한의 시장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시장의 시기별 발달과 그 특징을 밝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위성사진을..

    최장호 외 발간일 2024.12.31

    북한경제, 평가방법론 북한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2. 연구의 목적과 내용
    3. 연구의 범위와 자료

    제2장 대내외 환경 변화와 북한 시장
    1. 북한 당국의 시장정책
    2. 북한 시장의 구조
    3. 대내외 환경 변화와 시장 4. 소결

    제3장 위성자료를 통해 본 북한 무역과 물류
    1. 위성 기반 북한 무역 및 물류지표의 생성
    2. 북한의 무역 및 물류 추세
    3. 북한 시장에 대한 소비재 공급
    4. 소결

    제4장 위성자료를 통해 본 소비시장
    1. 위성 기반 시장 활성도 지표의 생성
    2. 시장 활성도 지표 검토
    3. 소결

    제5장 북한 시장의 도소매 물가 분석
    1. 목적, 자료, 범위
    2. 물가 분석
    3. 소결

    제6장 결론
    1. 요약
    2. 논의와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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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북한이 국경봉쇄를 지속하면서 북한경제를 조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고의 목적은 위성자료를 새롭게 활용하여 북한의 시장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시장의 시기별 발달과 그 특징을 밝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위성사진을 활용하여 북한의 시장과 물류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최초로 시도한 연구라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별점이 있다. 보조적으로 분석한 북한의 수입/도매/소매 가격 변화 분석도 사상 처음으로 도매와 소매 마진을 분석하여 도소매 상인의 역할을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연구에 사용된 위성자료는 2017~23년 기간 측정한 Sentinel 1 위성의 SAR 센서 자료, Sentinel 2 위성의 가시광선 밴드 자료이며, 북한 물가는 2022년 11월~2024년 7월의 자료를 활용하였다. 이 외에도 중국 해관의 북·중 무역통계와 북한 문헌을 사용하였다.

    연구 내용을 보면, 제2장에서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사회주의 상업체계 확립 및 시장에 대한 개입 강화를 △국가상업체계, 사회주의 상업의 한 형태로 시장을 흡수, △국영상업 발전을 통한 국가의 시장에 대한 관리와 관여 강화, △민간 유통 종사자가 얻어가는 이익을 국가로 귀속하여 국가재정 증대, △주민에 대한 상품 공급 보장 등의 의도로 해석하였다.

    제3장에서는 위성자료를 활용하여 물류지표(열차 물류지표, 차량 물류지표)를 개발하였다. 북한의 열차와 차량에 대해서 물류지표를 개발한 것은 본 연구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개발한 위성 지표의 검증을 위해 무역통계를 활용하였다. 물류지표는 시장에 얼마만큼의 소비재가 공급되었는지를 추정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열차 물류지표는 2017~22년 동안 하락하다가 2023년에 소폭 상승하였는데, 코로나19 발생 직후 소비재 수입이 급감한 것과 달리 북한 내 소비재 재고 물량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면서 열차 물류지표는 점진적으로 하락하였다. 차량 물류지표는 열차 물류지표와 상반되는 변화를 보였는데, 열차와 차량의 대체관계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차량의 고유한 특성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밝히지 못하였다. 소비재 수입과 시장 물가지수를 활용해 열차 및 차량 물류지표와 소비재 공급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열차 물류지표가 차량 물류지표보다 시장에 대한 소비재 공급을 대변하기에 적절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차량 물류지표는 추가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제4장에서는 위성자료를 활용하여 시장 활성도 지표를 개발하였다. 시장의 활성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것은 본 연구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지표를 통해 보면, 북한 주민의 시장 이용량은 연중 고르지 않고 시기별로 부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민들이 농업에 차출되는 5~6월 농번기에 시장 활성도가 감소하였으며, 여름과 가을이 될수록 시장 이용이 증가하였다. 기간별로 보면, 북한의 시장은 2017~19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가 2020~21년 감소한 뒤, 2022~23년 동안 다시 활성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개발한 시장 활성도 지표의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한국은행의 북한 서비스업 분야 GDP 추정치와 지표를 비교하였다. 비교 결과 시장 활성도 지표와 한국은행의 운수 및 통신 분야의 서비스업 GDP와의 변화 추이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활성도 지표를 시장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지표로 활용하기에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제5장에서는 수입/도매/소매 물가를 분석하여 도소매 마진을 산출하였다. 기존 연구는 소매 물가를 중심으로 분석되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도소매 마진을 구분하여 분석함으로써 시장의 정성적인 성장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시장 물가는 주로 수입 물가, 즉 상품의 원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도매 마진은 소매 마진보다 커 시장에 대한 도매상인의 영향력이 소매상인보다 컸다. 또한 시장 환경이 악화될수록 도매상인이 농산물을 중심으로 마진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시장의 가격 불안정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를 정리하면 북한은 시장에 대한 물품 공급이 원활해질수록 시장은 활성화되고 가격은 하락하였으며 도소매 마진은 감소하였다. 반대로 시장에 대한 물품 공급이 줄어들수록 시장은 둔화되고 가격은 상승하였으며 도소매 마진은 증가하였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북한의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국경봉쇄는 시장에 대한 일시적인 위축과 축소로 이어지지만, 시장의 성장과 확장을 꺾지는 못하였다. 둘째, 북한 시장은 상품 공급, 즉 물류 공급이 많아지면 시장의 물가가 하락하고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북한 당국의 국가상업체계 확대, 즉 시장에 대한 관리와 관여 강화는 시장을 축소/폐쇄하기보다는 활성화되고 있는 시장에 대한 관리와 관여를 강화하여 민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역할을 국영상점망이 일부 대체함으로써 국가재정을 증대시키고, 주민에 대한 안정적인 상품 공급을 보장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기여는 위성자료의 활용에도 있다. 본고는 조도가 아닌 다른 위성자료를 활용하여 북한경제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두 번째 연구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다만 위성자료를 활용한 북한경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후속 연구를 통해 유효성과 신뢰성을 추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자의 위성자료에 대한 관심과 연구 수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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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전망과 한-중앙아 협력 시사점

    본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조적 변동을 엄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경제협력 방향을 제시하였다. 전쟁 이후 전례 없는 강도로 지속되고 있는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가 장..

    정민현 외 발간일 2024.12.30

    경제협력, 무역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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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2. 연구 방법 및 범위

    제2장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의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1. 중앙아시아의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추이
    2.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에 대한 해석
    3. 소결 및 시사점

    제3장 외부충격이 중앙아시아 국가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분석
    1. 서론
    2. 데이터 및 계량방법론
    3. 추정결과
    4. 소결 및 시사점

    제4장 한-중앙아시아 주요 산업별 부가가치 증대를 위한 협력 방안
    1. 한-중앙아시아 경제 협력 기회 요인과 위험 요인
    2. 한-중앙아시아 주요 산업별 부가가치 증대를 위한 정책 방향

    제5장 결론
    1. 요약
    2. 정책 시사점

    참고문헌

    부록
    1. 1차산업 3개 세부산업의 중간재 수출액 추이
    2. 제조업 9개 세부산업의 중간재 수출액 추이
    3. 서비스산업 13개 세부산업의 중간재 수출액 추이
    4. 1차산업 3개 세부산업의 최종재 수출액 추이
    5. 제조업 9개 세부산업의 최종재 수출액 추이
    6. 서비스산업 13개 세부산업의 최종재 수출액 추이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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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본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조적 변동을 엄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경제협력 방향을 제시하였다. 전쟁 이후 전례 없는 강도로 지속되고 있는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므로 대러 제재가 중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중앙아시아 각국이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 경쟁력 향상에 국가적 전력을 다하고 있으므로 이를 반영하여 본고에서는 중앙아시아 수출 측면을 중심으로 대러 제재가 중앙아시아 교역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식별하였다. 한편 글로벌 교역환경의 파편화가 가일층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앙아시아 경제협력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대러 제재가 중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객관적 영향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협력 방향을 모색하여야 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중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미래 경제협력 방향을 제안하였다.

    본고의 제2장에서는 중앙아시아 각국 수출의 해외 부가가치를 시점별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였다. 구체적으로 Eora의 MRIO 데이터를 활용하여 2010~22년까지 중앙아시아 수출 측면의 부가가치를 분해하여 중앙아시아 각국의 수출에서 어느 국가의 부가가치를 어떤 산업에서 주로 사용했는지 양적으로 식별하였다. 분석 결과에 있어 특기할 만한 점은 △ 총수출의 해외 부가가치 비율, △ 산업별 수출의 해외 부가가치 비율, △ 총수출에서 해외 부가가치 측면의 변동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에 공통성 및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첫째,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수출 측면의 해외 부가가치 비율이 상승한 반면 다른 모든 나라에서 해당 비율이 하락했다. 둘째, 중앙아시아 수출에서 해외 부가가치의 산업별 비율의 추이를 살펴볼 때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모두 제조업 수출에서 해외 부가가치를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반면,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경우 제조업 수출이 아닌 서비스업의 수출에서 해외 부가가치를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였다. 중요한 사실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제조업 수출의 해외 부가가치 비율이 다른 세 중앙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하락하였다는 점이다. 셋째,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 수출 부가가치의 주요 공급 국가로서 러시아의 상대적 중요성이 2016년 이후 약화하였다. 즉 크림반도 사태 이후 중앙아시아 각국 수출에서 러시아에 의존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공통적으로 낮아졌다. 즉 2014년 크림반도 사태는 일종의 외부충격으로 기능하여 중앙아시아 수출에 구조적 변동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가 중앙아시아 수출에 구조적 변동을 야기한 외부충격으로 작동했다면 2014년 이후 시작된 서방의 대러 제재가 이러한 경제적 영향을 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직관하에 본고의 제3장에서는 서방의 대러 제재가 중앙아시아의 수출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2011~22년간 중앙아시아 5개국의 26개 산업분류의 190개의 무역상대국과의 양자 간 수출(bilateral trade) 데이터를 활용하여 전체 수출액을 중간재 수출과 최종재 수출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중앙아시아의 중간재와 최종재 수출에 미친 영향을 계량 분석을 통해 따로 식별하였다. 또한 190개의 무역상대국 중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35개국)에 대한 수출과 동참하지 않는 국가(155개국)에 대한 수출을 구분하여, 중앙아시아의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에 있어 대러 제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더욱 심층적으로 고찰하였다. 제3장의 분석을 통해 얻어낸 주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시작된 대러시아 경제 제재로 인해 2016년까지 중앙아시아의 중간재 수출은 감소하였다. 그러나 2018년까지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고,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였다. 중간재와는 달리 최종재의 경우 2014년 근방에서 큰 감소는 보이지 않으며 2015년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2019년 이후 이러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였다. 즉 대러 경제 제재는 중앙아시아 중간재와 최종재 수출에 이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와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중앙아시아 5개국의 중간재 수출 총액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다. 구체적으로 2015년 이후 제재에 동참한 국가에 대한 중간재 수출액은 감소세가 지속되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수출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중앙아시아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형태가 바뀌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특히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국가로 수출하던 중간재 수출이 그 이외의 국가로 수출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1차산업과는 달리 제조업의 경우 수출 총액 기준으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수출액이 2014년 이후 더욱 빠르게 편중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제조업 중간재 수출의 국가별 편중 현상이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더욱 심화하였음을 나타낸다. 셋째, 러시아 경제 제재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로의 수출을 제외한 중앙아시아의 중간재 수출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는 중앙아시아 5개국의 제조업 중간재 수출을 10~20%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러 경제 제재가 중앙아시아 5개국의 제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의 근거가 된다.

    본고의 제2장과 제3장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한 중앙아시아 수출의 전방 및 후방 양면에서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을 지연시키는 외부충격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전술한 것처럼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의 구조적 변동과 마찬가지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중앙아시아 제조업 수출에 유의미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본고의 제4장에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국과 중앙아시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하였다. 특히 본고 제2장의 분석 결과는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교역액은 양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되었음에도 중앙아시아 수출 부가가치에서 한국이 기여하는 상대적 중요성은 여전히 매우 미미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양자 경제협력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중앙아시아 교역환경에 가져올 구조적 변동을 반영한 새로운 협력 방향 모색이 절실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 대외 수출 확대(수출 경쟁력 확보), △ 제조업 발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협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아시아의 제조업 수출 부가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협력 방향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전략 자원의 공급망 안정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앙아시아 각국은 부존이 풍부한 광물자원의 고부가가치화 및 수출 확대를 목표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한국의 주력 수입 광종이면서 전략 광종으로 지정된 우라늄, 구리, 유연탄, 니켈 등의 광물자원이 풍부하며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리튬 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므로 핵심광물 협력 방향도 함께 모색하였다.

    이를 위해 본고의 제4장에서는 광범위한 문헌조사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제조업 및 광업 분야 발전 전략과 산업 현황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각 분야에서의 협력 기회 요인과 위험 요인을 정리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를 토대로 각 분야에서의 협력 방향을 도출하였다. 제조업 부문의 협력은 중앙아시아 5개국의 경제발전단계 및 산업구조 특성을 고려하여 국가별로 차별적인 협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등의 고부가가치 제조 부문은 △ 수도·전력 등의 산업 인프라, △ 금융 산업, △ 제도적 기반, △ 제조업 기반 등이 마련된 중앙아시아 중진국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이 기대된다. 이때 유념해야 할 점은 상술한 것처럼 대러 제재가 중앙아시아 최종재와 중간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이질적이라는 사실이다. 대러 경제 제재는 중앙아시아의 중간재 수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최종재 수출에는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미미했으므로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제조업 중간재 협력은 완제품의 현지 생산을 위한 형태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즉 우리 기업의 현지 완제품 생산 및 수출을 위한 생산재로써 우리의 중간재 생산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유도하여야 한다. 특히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EAEU 가입국으로 EAEU 역내 수출 시 관세 혜택이 있을 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EU의 일반특혜관세제도(GSP+)에 가입하여 현재 6천여 이상의 품목을 무관세로 EU에 수출할 수 있다. 따라서 제조업 상품의 현지 생산은 관세 측면에서 주변국으로의 수출에 유리한 점도 있으며 대외교역환경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물자원 협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광물 가공을 통한 고부가가치화로 요약된다.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 내륙국이라는 불리한 국제 물류 환경에서 교통·물류 인프라마저 비교적 취약한 상황이므로 고부가가치화 실현이 절실하다. 광물자원의 현지 가공은 높은 물류 단가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광물자원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광물 가공 산업 발전을 목표하는 중앙아시아의 협력 수요에 부합하는 협력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교통·물류 인프라 개선을 위해 도로, 철도 및 공항 시설 건설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통망 관리 효율화 등의 협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물류 인프라의 물리적 확충은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만큼 민간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절한 정부 대책이 필수적이다. 최근 중앙아시아에서 해당 건설사업이 많은 경우 민관합작투자사업(PPP)을 통해 진행되므로 정확한 정보 공유 및 적절한 수준의 정보 보증을 제공하여 위험을 분산하는 방안을 고려하여야 한다. 덧붙여, 교통 관리 디지털화 등의 물류망 효율화는 ODA 사업 등 공여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부패 문제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은 특히 천연자원의 탐사, 채취 및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장애 요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통 인프라의 물리적 확충과 마찬가지로 광물 분야 협력에서도 일반적으로 큰 규모의 장기 투자가 수반된다. 따라서 부패 및 정치 엘리트의 지대추구 행위에 강건한 계약이행이 될 수 있도록 정부 간 상시 대화채널을 개설하고 유지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전히 정치 엘리트의 권한이 막강한 중앙아시아의 정치적 특성을 고려할 때 문제 발생 시 정부 간 소통을 통한 중재 및 해결 노력의 중요성은 더욱 각별하다. 또한 교통·물류 인프라 확충과 마찬가지로 광물자원의 탐사, 채취 그리고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에 일정 수준의 정부 보증을 제공하여 위험을 분산하는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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