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물
중국종합연구
김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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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분야 한·중 공동연구
본 연구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국제 정치·경제 질서와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하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중국 거시경제연구원(CAMR)이 디지털 ..
정지현 외 발간일 2026.02.27
경제협력, 디지털무역, 디지털전환 중국목차국문요약닫기
머리말 연구 배경 및 특징
제1장 디지털 전환의 미래
1. (韓) 국제질서의 변화와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분야를 중심으로
2. (中) 글로벌 디지털 전환의 트렌드 전망 및 한·중 협력
제2장 디지털 기술 및 산업 혁신
1. (韓) 디지털 기술과 산업혁신 시스템의 재구성
2. (中) 디지털 기술 기반 기술과 산업의 협력적 혁신
제3장 디지털 무역
1. (韓) 한·중 디지털 무역과 한·중 협력
2. (中) 한·중의 데이터 국경 간 이동 규칙과 거버넌스 모델 비교 및 협력 방안
제4장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1. (中) 제조업 디지털·지능화 전환의 일반 경로, 제약 요인 및 추진 전략
2. (韓) 한·중 스마트 제조 발전과 사례 연구
제5장 서비스업의 디지털 전환
1. (中) 중국 서비스업 디지털 전환의 트렌드 전망과 한·중 협력
2. (韓) 한·중 의료 인공지능(AI) 발전과 협력 방안
참고문헌
부록국문요약본 연구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국제 정치·경제 질서와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하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중국 거시경제연구원(CAMR)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상호 인식과 입장을 파악하고 이해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이다. 한·중 연구진은 디지털 전환의 미래, 디지털 기술 및 산업 혁신, 디지털 무역,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디지털 전환 등 5개 핵심 분야를 선정하여 양국의 현황 및 특징(차이점)을 심층 분석하고, 한·중 양국이 상호 이해와 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닫기
제1장 1절(韓)에서는 인공지능(AI)이 촉발한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국가 책략을 다루었다.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안보 자산이자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 전장이 되었다. 현재 미·중 경쟁은 기술 우위 확보를 넘어 표준, 플랫폼, 규범, 군사 안보 등 다차원적으로 전개되며 국제질서를 폐쇄적 진영 경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견국인 한국은 ‘규모(Scale)’, ‘위치(Position)’, ‘역할(Role)’이라는 세 가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는 독자 모델 개발과 특화 전략 간의 자원 배분, 미·중 생태계 사이의 전략적 포지셔닝, 그리고 경제적 실익과 안보 위협 사이의 균형 문제를 의미한다. 이에 한국은 ‘소버린 AI(Sovereign AI)’ 담론을 바탕으로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국제 규범 형성을 주도하는 복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제1장 2절(中)에서는 글로벌 디지털 전환 트렌드와 중국의 대응, 그리고 한·중 협력 방향을 제시하였다. 디지털 기술은 국가 간 경쟁력 격차를 심화하고 산업 융합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대응하여 ‘4대 사슬(혁신·산업·자금·인재)’ 융합 전략을 통해 디지털 경제의 내생적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중 양국은 기술과 산업 구조 측면에서 상호 보완성이 높으므로, 단순 교역을 넘어선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기후 변화나 재난 안전 등 비민감 분야의 공동 R&D를 확대하고, 기술 표준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여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공동 대응하는 미래지향적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제2장 1절(韓)에서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산업혁신 시스템의 재구성을 분석하였다. 디지털 기술은 ‘수확체증의 법칙’과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기존의 선형적 가치사슬을 해체하여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제 기업 경쟁력은 단일 제품의 효율성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가치 네트워크 구축 능력에 달려 있다. 중국은 ‘디지털 중국’ 전략하에 알리바바, 샤오미 등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생태계를 구축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 대기업 중심의 효율화에 강점이 있으나 중소기업의 디지털 격차와 규제 경직성이 혁신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혁신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은 경쟁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미래 기술 탐색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분담해야 하는 협력의 유인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은 ‘한·중·일 ICT 장관회의’와 같은 정책 채널을 활성화하여 불확실한 미래 기술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고, 기술 표준 및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적 균형’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인간과 AI의 창의적 협업 모델을 정립하고 플랫폼 생태계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제2장 2절(中)에서는 중국의 디지털 기술 기반 산업 혁신 경로를 고찰하였다. 중국은 거대 내수 시장과 정부의 일관된 거시 정책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산업 혁신의 심층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선도 기업이 주도하고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중 양국은 반도체, 신에너지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협력 잠재력이 크다. 따라서 양국은 공동 R&D 펀드 조성이나 기술 표준 상호 인정 등을 통해 기술 협력의 범위를 확장하고, 국경 간 협력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제3장 1절(韓)에서는 한·중 디지털 무역의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였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교역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재와 콘텐츠 중심으로 교역 구조가 다변화하고 있으나, 소비자 피해와 지식재산권(IP) 침해 문제 또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플랫폼의 공세 속에 배송 지연, 품질 불량 등의 소비자 불만과 K-콘텐츠의 불법 유통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를 위해 한·중 FTA 및 RCEP 등 통상 협정의 규범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양국 정부는 핫라인 구축, 분쟁 해결 절차 구체화, 불법 콘텐츠 단속 공조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환경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디지털 단일 시장을 목표로 제도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
제3장 2절(中)에서는 데이터 국경 간 이동 규칙과 거버넌스 협력 방안을 논의하였다. 데이터 안보에 대한 양국의 상이한 규제 접근(중국의 데이터 지역화 vs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은 디지털 무역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양국은 서로의 법적 차이를 인정하되 보호 수준을 상호 인정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투트랙 대화를 통해 규제 호환성을 연구하고, RCEP 등 다자 틀을 활용해 국제 표준 수립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전자상거래 등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시범 사업을 추진하여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유통 모델을 단계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제4장 1절(中)에서는 중국의 제조업 디지털·지능화 전환이 기업의 가치 창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임을 규명하고 한·중 협력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중국은 자원 배치 최적화, 기술 혁신 주도, 조직 역량 제고, 공급망 협업이라는 4대 핵심 메커니즘을 가동하여 제조 강국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5G와 ‘동수서산’ 프로젝트 등 신형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대기업의 플랫폼 역량을 중소기업으로 확산시키는 상생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원천 기술의 대외 의존도와 중소기업의 디지털 격차,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제약 요인이 존재하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앞선 제조 기술 및 공정 노하우와 중국의 데이터 자원을 결합하는 기술 혁신 공동 수행, 산업 표준 및 인증 체계의 상호 연계, 기업 간 실질적 교류 확대, 그리고 정책 대화의 상설화라는 4대 협력 과제를 통해 한·중 양국이 상호 보완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동반 상승시켜야 한다.
제4장 2절(韓)에서는 글로벌 스마트 제조의 발전 단계 속에서 한국과 중국의 현황 및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협력 방안 및 제약요인을 제시하였다. 한국은 공정의 정밀도와 기술적 깊이를 중시하는 ‘AI 자율제조’ 중심의 질적 고도화 전략을 추구하는 반면 중국은 거대 내수시장과 데이터 자원을 바탕으로 피지컬 AI와 지능형 단말기를 대량 보급하는 양적 확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포스코와 샤오미·하이얼 등 양국 선도기업의 혁신 사례를 분석하여 양국의 이러한 전략적 차이를 규명하였다. 양국의 상이한 경쟁력을 상호 보완 기제로 활용하여(중국의 하드웨어 인프라 및 가격 경쟁력과 한국의 운영 솔루션 및 공정 기술을 결합 등)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급망 안정성을 위한 한·중 디지털 공급망 플랫폼 구축, 산업용 인터넷과 디지털 트윈 등 핵심 기술의 표준 연계 연구, 제조 데이터와 AI 기술의 교차 실증을 통한 협력이 요구되면 불공정·과잉 경쟁 지양 및 미래지향적 공생 관계 모색이 중요하다.
제5장 1절(中)에서는 중국 서비스업의 디지털 전환과 한·중 협력 방안을 다루었다. 중국은 플랫폼 경제와 O2O 모델을 통해 서비스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향후 한·중 서비스업 협력은 디지털 의료, 스마트 물류, 핀테크 등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양국은 ‘한·중 디지털 경제 협력 단지’와 같은 거점을 조성하여 기업 간 실증 사업을 지원하고, 정책 소통 채널을 정례화해야 한다. 아울러 융복합형 인재를 공동 양성하고 제3국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등 협력의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5장 2절(韓)에서는 한·중 의료 인공지능(Medical AI) 분야의 협력 모델을 제시하였다. 한국의 우수한 알고리즘 기술력과 중국의 방대한 임상 데이터 자본은 상호 보완적 시너지가 매우 큰 분야이다. 그러나 민감한 의료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 제한이 걸림돌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고 학습된 모델 파라미터만 공유하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을 활용한 공동 연구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또한 양국 기업이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동남아 등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하거나, 양국 정부가 공인하는 데이터 안심 구역(Sandbox)을 운영하여 안전한 실증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
미중 전략경쟁 시대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
본 연구는 크게 세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의 내용 및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둘째, 산업별로 글로벌 공급망의 현황을 탐구하는 것인데, 특히 최근 중시되고 있..
허재철 외 발간일 2022.10.30
경제협력, 국제안보목차닫기국문요약제1장 서론1. 문제제기2. 연구의 배경3. 경제안보의 개념4. 연구의 내용과 범위제2장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1. 미중 전략경쟁2. 경제-안보 연계와 21세기 경제적 통치술3. 글로벌 공급망의 탈동조화제3장 산업별 공급망 사례1. 반도체 산업의 지경학적 경쟁2.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과 핵심광물 쟁탈전제4장 국가별 사례1. 일본의 경제안보 전략: 리스크 관리와 경제성장2. EU의 경제안보 전략: 전략적 자율성을 위한 주권의 부활3. 중국의 경제안보 전략: 경제적 통치술과 경제회복력의 강화제5장 결론1. 요약2. 시사점 및 정책 제언참고문헌Executive Summary국문요약닫기본 연구는 크게 세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의 내용 및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둘째, 산업별로 글로벌 공급망의 현황을 탐구하는 것인데, 특히 최근 중시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및 희토류 분야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다. 셋째,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안보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한국이 경제안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 것인지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고자 했다.먼저 본 연구는 최근의 경제안보 이슈를 과거의 현실주의적 고전지정학이 아니라 자유주의, 구성주의 등을 포괄하는 ‘복합지정학(Complex Geopolitics)’ 의 시각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경제안보 개념이 크게 경제적 통치술(economic statecraft)과 경제회복력(economy resilience), 그리고 상호신뢰(mutual trust) 구축이라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경제적 통치술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 또는 상대국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무역과 투자, 금융 등 분야의 경제적 수단을 힘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리고 경제회복력은 경제 영역과 관련한 국가이익이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령 물리적으로 위협을 받더라도 곧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회복력은 민감성(sensitivity)과 취약성(vulnerability)에 대한 대응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의존성을 낮춰 민감성을 낮추고, 유사시에 대비한 대안을 마련하여 취약성을 낮출 때 경제회복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상호신뢰는 경제안보의 심리적 측면을 설명한 것으로, 결국 국가 간 신뢰 구축 없이는 안정적인 경제안보 환경을 조성할 수 없다고 보았다.이러한 바탕 위에 제2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를 검토했다. 최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코로나19 감염 확산,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반도체와 의약품, 식량, 에너지 등의 공급 불안은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은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안보가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냉전 시대 미국은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자본주의 진영 국가를 대상으로는 통상과 원조를, 그리고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에는 제재와 통제를 시행했다. 다만 1980년대 이후 시장 메커니즘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유행했고, 1990년대 소련 해체 이후 사회주의 경제가 자본주의 경제로 이행하면서, 경제-안보 연계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2017년 취임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일으킨 이후 경제안보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미중 전략경쟁이 경제안보를 다시 부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경제안보의 핵심은 미중 전략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탈냉전기에 느슨해졌던 경제-안보 간 연계를 다시 조이고 있는 것이다.한편 냉전기와 탈냉전기의 차이점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과 영향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말 개혁개방을 통해 산업화를 가속화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는데, 그 결과 세계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과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 아직 첨단산업에서는 미국과 큰 격차가 남아 있지만, 비첨단산업에서 중국은 세계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의 영역이 실물 공간이 아니라 사이버·디지털 공간으로 확대되는 추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중국은 미국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빠른 속도로 발전시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의 강도와 범위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경제적 통치술로는 미국이 중국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새로운 경제적 통치술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자국이 받는 피해를 극소화하기 위해 상호의존에 따른 취약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 나아가 규범과 가치를 활용한 경제적 통치술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경제적 통치술을 미국과 EU, 일본 등 경제적으로 발전한 선진국이 주로 사용해왔던 것과 달리, 최근 중국과 러시아도 반제재(counter-sanction)를 통해 서방에 맞대응하고 있으며, 그 수단도 네거티브(negative) 제재와 포지티브(positive) 제재를 모두 구사하고, 네트워크에 기반한 수단을 결합하는 등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이와 함께 제2장에서는 경제회복력의 민감성과 직결되어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탈·재동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탐색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글로벌 공급망의 발전으로 상호의존이 증대되었으며 그 구조가 복잡하고 불균등하다. 이런 특징은 공급망에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에 상호의존을 무기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의도적으로 공급망을 탈·재동조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다국적기업이 수십 년 동안 중층적으로 구성한 공급망을 간단하게 재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제3장에서는 최근 경제안보의 중요한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검토했다. 경제안보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상호의존성과 관련된 민감성 문제이고, 이는 곧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후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반도체 산업 공급망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설계와 장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에서는 우리나라 및 대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국내 생산을 늘리고자 하며, 이를 위해 반도체법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TSMC에 직접투자를 요구했다. 중국도 반도체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산업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의 수출을 미국이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한편 일본도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목표로 산업정책을 재개했다. 일본기업만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미국, 대만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ASML을 보유한 EU는 미국과 유사한 반도체법을 논의하고 있다.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이 단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EU도 해외투자 유치를 모색하고 있다.한편 배터리 산업은 4차 산업혁명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배터리 공급망을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기업은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에 있어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CATL은 이미 생산규모에서 세계 최대 기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중국의 비중과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계 최고의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배터리 생산에서 후발 추격자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는 독자적인 개발보다는 해외 배터리 기업과 합작을 선호하고 있다.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의 시각에서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하며 배터리 공장 증설과 기술개발을 21세기형 ‘군비경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배터리 관련 공급망 재편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배터리 원자재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배터리 원자재 확보 위기로 제2의 반도체 대란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배터리 원자재 수급에서 취약성을 보이는 우리로서는 배터리 주요 원자재 ‘확보-비축-순환’의 3중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제4장에서는 주요국의 경제안보 전략에 대해서 살펴봤다.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주요국의 입장은 다양하다. 정치경제적 여건과 대외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국은 자국이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안보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할 수 있다.먼저 미국이 추구하는 경제안보의 목표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있다. 이러한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은 현재 글로벌 경제안보 이슈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한편 미중 전략경쟁 등 국제질서의 급변 속에서 2021년 10월에 출범한 일본의 기시다 내각은 경제안전보장(경제안보) 추진을 최우선 정책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일본 경제안보 전략의 목표는 크게 외부 위협에 따른 리스크 관리(안보 측면)와 경제성장(경제 측면)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일본은 외국과의 상호의존 관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응하는 등 방어적인 대응을 하면서도, 안보와 성장의 두 측면에서 동시에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전략적 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경제안보를 추진하는 일본의 법적 기반은 크게 외환법과 「경제안전보장추진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외환법 개정을 통해 ‘간주수출’ 규제를 강화하여 기술유출과 관련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의 공급망 강화, 인프라 안전성 확보, 첨단기술 관민협력, 특허 비공개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경제성장에 대해 고려하면서 ‘새로운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적인 대상기술로 간주하며 안보와 경제성장의 두 가지 측면에서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EU의 경제안보 전략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EU가 자율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미국 및 중국과는 다른 이익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과 달리 EU는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안보적 차원에서 EU의 가장 큰 대외 위협은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 차원에서 EU는 중국과 교역·투자를 통해 상호의존을 심화시켜왔다. 더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EU는 기후변화와 디지털 경제 등에서 새로운 규범과 제도의 제정자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EU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편승보다는 이익 균형(balance of interests)에 입각한 헤징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EU는 미중의 양극체제가 아니라 미·중·EU의 삼극체제를 지향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미국 및 중국과 차별화된 EU의 이러한 경제안보 전략은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와 반도체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더 나은 세계 재건(B3W: Build Back Better World)’에 대응하는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디지털 경제, 공급망 복원력 등에 대해서 독자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또한 역내에서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한 반도체 생산을 증대하기 위해 반도체법(Chips Act)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EU는 반도체 자급률을 향상시켜 자연재해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복원력을 증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EU의 경제안보 전략은 미중 경쟁에서 편승과 헤징 이외에 제3의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경제안보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중국의 경제안보 전략에 대해서는 역사적 고찰과 함께 경제적 통치술 및 경제회복력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중국에서 경제안보가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1980년대 덩샤오핑 시기이다. 당시의 경제안보에 대한 인식은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곧 경제안보를 지키는 것’이라고 하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경제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관련 논의도 활발해지면서 시진핑 체제에 들어서 경제안보와 관련한 정책 및 전략이 보다 체계적으로 수립·시행되고 있다. 특히 2018년 무역마찰을 계기로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경제안보 전략 및 정책은 보다 체계적이고 공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먼저 중국은 급격히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적 통치술을 구사하고 있다. 경제력을 상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네거티브 경제제재뿐만이 아니라 상대에게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유인하는 포지티브 경제제재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네커티브 제재와 포지티브 제재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경제적 통치술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한편 경제안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제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공급망과 산업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각종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역을 다변화하고 에너지와 자원 등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자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적극 활용하여 공급망의 내부화를 모색하는 등 쌍순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의 국가급 대외협력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또한 중국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첨단산업과 미래 전략기술에 대한 육성 및 보호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산업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안보의 또 다른 요소인 정태적 안정, 즉 상호신뢰 구축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무역 다변화와 공급망 강화, 그리고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경제안보를 위한 물리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국제사회와의 신뢰 구축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이상의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 및 정책적 제언을 제시했다. 첫째, 경제안보 전략을 설계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구조적 위치(structural position)’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분석해야만 미중 전략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둘째, 글로벌 차원의 전략경쟁과 개별 분야의 경쟁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모든 분야에서 한쪽이 완전히 압도하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는 이상 양쪽과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분야별 ‘개별전략’을 포괄하는 ‘메타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는가가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도 자국의 능력에 따라 개별 분야에서 상이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사안에 따라 적합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셋째,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변화와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다변화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또한 중국의 부당한 요구에는 굴복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중국과 협력을 통해 국익을 확대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중국과 적극적인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 유연성이 우리의 경제안보 전략에서 요구된다.넷째, 개방적 호환성을 유지하는 경제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며 국익을 극대화해왔기에, 보호주의는 우리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어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양쪽을 잇는 ‘중개의 호환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가 어느 공급망에나 들어갈 수 있다면 미중 전략경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다섯째,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제안보 환경을 가진 주요 국가들과 정책 협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이 네트워크를 양자간 1.5트랙 대화로 발전시켜 국제무대에서 공동 대응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이렇게 유사입장국이 단합을 한다면, 있을 수 있는 미중의 과도한 요구와 강압적 방식은 어느 정도 제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EU와 호주는 우리나라를 유사입장국으로 중시하면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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