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차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개최
2024년 아세안 의장국 라오스,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성공적 개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순회 의장국인 라오스가 7월 21일부터 27일까지 비엔티안에서 제57차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및 관련 회의를 개최하였다. 총 31개국 대표단이 참가하는 25개의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총 천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하였다. 아세안 전략 계획 및 비전 2045 개발을 통한 아세안 공동체 강화와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공동 관심사 및 우려되는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룸싸이 콤마싯(Saleumxay Kommasith) 라오스 외무장관은 본회의와 ‘리트리트(retreat)' 형식으로 각국 정상들과 만나 주요 행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제25차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아세안 국가와 호주, 중국, 한국, 일본, 인도, 뉴질랜드, 러시아, 미국이 참여하는 제14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장관회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플랫폼인 제31차 아세안지역포럼의 의장국으로 회의를 주재하였다.
한편, 유엔에 따르면 26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미얀마에서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아세안 외무장관들의 노력은 지금까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세안의 최대 회원국들은 2021년 쿠데타 이후 몇 달 만에 합의된 평화 계획의 실행 가능성과 신뢰성을 시험한 대화 의지를 지키지 않는 미얀마 군사정권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인도네시아, 라오스, 2025년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 삼자는 아세안의 5가지 평화 계획을 이행하는 방법을 논의했지만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합의되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아세안 정상회의에 외무부 고위 관료만을 파견했다. 한편, 아세안은 2002년에 구상되어 2017년부터 추진되어 온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과의 장기적인 행동 강령(COC) 체결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내용을 협상하기 위한 조건에 합의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공동 코뮤니케(Joint Communique) 채택…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명시
아세안 정상들은 공동 코뮤니케를 채택하고, 상호 신뢰와 믿음을 증진하고,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할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정상들은 2002년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C)에 언급된 활동을 포함하여 청구국과 다른 모든 국가들의 모든 활동 수행에서 비군사화와 자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정상들은 현재 진행 중인 남중국해 행동강령(COC: Code of Conduct in the South China Sea) 협상에서 지금까지 이룬 진전, 특히 COC 협상 단일문안(SDNT: Single Draft COC Negotiating Text)의 3차 독본을 환영하고 이와 관련하여 긍정적인 모멘텀이 지속되기를 장려했다.
주요국 별 다수의 양자회담 개최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왕이(Wang Yi) 중국 외교부장을 면담하였다.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는 미국과 유사입장국 31개국이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정적 조력자'라고 부르며 지원 철회를 촉구한 나토 회의 이후 처음 열리는 회담이라 눈길이 쏠린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지역 경제, 전략 및 영토 야망에 대한 교묘한 비판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홍보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두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3년 전 취임 이후 18번째로 아세안을 방문하며, 이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치열한 경쟁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i Lavrov)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동남아시아 문제에 간섭하려는 지역 외 세력의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성명을 통해 유라시아에서 ‘새로운 안보 아키텍처(a new security architecture)’를 구현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이 “러시아와 협력하여 서로를 굳건히 지지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영국 외교장관 최초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한 데이비드 라미(David Lammy) 외무장관은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건설적인 첫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중국 관계에 대한 장기적이고 일관되며 전략적인 접근에 대한 영국 정부의 비전을 설명했다. 라미 장관은 영국 정부가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협력하고, 필요한 분야에서는 경쟁하며, 도전해야 할 분야에서는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고 인권을 지지하는 데 있어 항상 확고한 입장을 견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라미 외무장관은 영국이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할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미 장관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영국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고 국제 안보와 번영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러시아 군산업단지를 지원하는 자국 기업의 지원을 중국이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양측은 장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하칸 피단(Hakan Fidan)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아세안 정상회의 부속 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났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의 상황, 시리아의 상황 및 기타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피단 장관은 모하마드 하산(Mohamad Hasan)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 별도의 회담을 가졌으며 라오스, 싱가포르, 영국, 아세안 사무총장 등과도 면담을 가졌다. 피단 장관은 2023년 7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제5차 아세안-터키 부문별 대화 파트너십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튀르키예는 2010년 아세안 창설 문서 중 하나인 우호협력조약(Treaty of Amity and Cooperation)에 서명하고 제도적 관계를 수립한 후 2017년 부문별 대화 파트너가 되었다.
한국, 한-아세안 및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등 개최…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 수립 촉진
한-아세안 관계 발전 방안 및 북핵문제를 포함한 지역/국제 정세 협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7월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AMM: ASEAN Foreign Ministers' Meeting)에서 한국은 아세안의 중심성과 통합을 위한 충실한 지지자로서 아세안의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조태열 장관은 지난 35년간 한-아세안 관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언급하며, 아세안과 더욱 실질적이고 의미 있으며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조태열 장관은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구축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하고 한반도 비핵화 등 다른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양국 고위 관리들은 자유무역지대를 통한 무역과 투자, 디지털 혁신, 사이버 안보, 청정 에너지, 지속 가능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중점 협력 분야로는 직업훈련, 교육, 재난 관리, 환경 및 기후 변화, 스마트 시티, 연결성, 문화, 인적 교류, 역량 강화 등이 거론됐다. 이에, 아세안 사무국은 공동 코뮤니케를 통하여 한-아세안 CSP 수립이 상호 관계에 이익이 되는 바 2024년 내로 수립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레트노 마르수디(Retno L.P. Marsudi)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은 한-아세안 간 전기차 생태계 협력을 장려했다. 레트노 마르수디 장관은 “미래에 더 친환경적인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세안이 최신 기술, 특히 전기 자동차를 사용하고 개발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르수디 장관은 아세안과 한국이 아세안 메커니즘, 우호협력조약 이행, 아세안 인도태평양 전망(AOIP: 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을 통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 3년만에 재개된 한-메콩 외교장관회의…그간 협력의 성과 및 현황 점검
한국과 라오스는 3년 만에 제12차 한-메콩 외교장관회의(Mekong-R. Korea Foreign Ministers' Meeting)를 비엔티안에서 개최했다. 이번 회의의 목적은 한-메콩 협력 프레임워크에 따른 진전을 점검하고, 문화 및 관광, 인적자원 개발, 농업 및 농촌 개발, 인프라, 기술 및 통신, 환경, 비전통적 안보 도전 등 7개 포괄 협력 분야를 다루는 2021-2025 행동계획에 따라 추진된 협력 사업들의 성과를 보고하는 것이었다. 한-메콩 협력기금(MKCF: Mekong-Republic of Korea Cooperation Fund)을 통해 라오스에서 270만 달러(약 35억 9,00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7개 프로젝트가 시행되었다. 속 첸다 소피아(Sok Chenda Sophea)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국제협력부 장관은 향후 메콩 국가와 대한민국 간의 협력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 기후변화 적응 및 천연자원 관리, 농업 및 농촌 개발, 비전통적 안보 문제 해결, 인적 교류 강화 5가지 핵심 분야를 선정했다.
ASEAN+3(한, 일, 중) 및 ARF 회의 참석…북핵문제에 있어 단합된 메시지의 중요성 강조
아세안과 일본, 중국, 한국 외무장관들은 통화 안전망을 강화하여 경제 및 금융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아세안+3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목적으로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에 발효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hiang Mai Initiative Multilateralization)의 운영 유연성을 이미 높인 바 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아시아 지역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질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도 회의에 참석하여 북한의 미사일 및 핵 개발, 미얀마의 인도주의적 상황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해 한반도와 역내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단합된 메시지’를 보낼 것을 촉구했다.
아세안+3 지역은 2024년에 4.4%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아세안+3 거시경제연구실(Amro: Asean+3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이 발표했다. Amro는 이러한 성장 모멘텀이 민간 소비의 회복, 수출 증가, 글로벌 여행의 지속적인 회복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Amro는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중국, 홍콩, 일본, 한국에 대한 분기별 전망 보고서에서 관광업의 부흥으로 국내 소비가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주요 수출 시장의 전망 개선과 함께 최근 몇 달 동안 기업 심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아세안 외무장관들은 아세안지역포럼(ARF: ASEAN Regional Forum) 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급증하고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 국가와 미국, 러시아, 일본 대표들이 참석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해 수많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으며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조태열 장관은 리용철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와 다른 25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ARF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반복했다.
한-아세안 관계 발전 방향…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의 중요성
2024년 한-아세안 외교관계 수립 35주년…아세안과의 협력 심화 필요
2024년은 한국과 아세안이 수교한 지 35주년이 되는 해로, 양측의 오랜 관계를 상징하는 뜻깊은 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새로운 아세안 정책인 ‘한-아세안 연대 이니셔티브(KASI: 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를 처음 소개했는데, 여기서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아세안의 중심성을 강조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대동남아 외교 정책은 동남아 지역에 대한 뚜렷한 정책보다는 한반도와 북한 안보 문제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아 큰 변동이 있었다. 2000년대 초, 햇볕정책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북아 및 동남아 지역 간 협력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아시아 비전 그룹을 구상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연구 그룹 아이디어를 제안한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글로벌 코리아(Global Korea) 정책을 선언하면서 한국의 외교 범위가 동북아시아를 넘어 다시 한번 확대되었다. 그러나 안보의 초점은 여전히 한반도와 한미동맹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지역 특화 외교 정책으로, 지역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보 의제를 간과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베트남, 싱가포르 등 특정 국가와의 경제 협력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동남아 8개 언론사에서 게재된 신남방정책 또는 KASI에 관한 모든 기사를 대상으로 질적 내용 분석을 실시한 결과, 한국의 명백한 안보 중시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동이 여전히 아세안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외교에 있어 최대 당면과제인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필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아세안은 지역 평화 구축과 대화 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하여 한국이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베트남은 북한과 오랜 기간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터라 경색된 남북관계 해소의 물꼬를 터줄 중요한 전략적 우방 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투자 대상국이며 2021~24년 아세안-한국 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할 국가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