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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11년 태국 대홍수가 남긴 정치적 숙제

태국 송경아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2012/02/01

□홍수피해 개괄

 

-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11년 태국 홍수사태의 피해규모는 2011년 일본 지진 및 쓰나미, 1995년 일본 고베지진,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크다고 함.
- 화폐가치로 환산된 피해규모: 태국산업연합(Federation of Thai Industry)의 집계에 따르면, 최대 1,850억 바트에 해당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음. 이 중 95억 바트는 태국 제조업분야에서, 25억 바트는 농업분야에서, 65억 바트는 주거분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됨.
- 인구학적 피해규모: 2011년 11월 6일 현재, 506명의 사망자, 약 315만 명(약115만 가구)의 수해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음.



□주요 산업피해

 

○농업부문 피해
- 태국은 전 세계 최대 쌀 수출국임. 2011년 홍수로 인해 태국 농경지의 12.5%가 침수피해를 입었고, 태국 쌀 수확량 중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300만 톤 정도의 손실을 입었음. 이로 인해 쌀 선물가격은 10월 중순 경에 9%나 급등했음.

 

○제조업부문 피해
- 자동차 산업의 경우, 태국은 연간 자동차 생산규모가 약 146만 대(2012년 기준)로 세계 12위, 동남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임. 특히 동남아 역내에서 일본 자동차업체의 완성차 및 부품생산 네트워크의 중심적 역할을 해옴. 이번 홍수로 인해 태국 중부지역에 위치한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 생산업체의 조업이 전면 중단되었고, 태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역내 외 일본산 자동차 공장까지 피해가 확산됨.
-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태국 전체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산업으로 이번 대홍수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짐. 특히 태국 중부지역은 일본 및 구미의 전기전자 업체들이 밀집해 있고, 이들 외국기업이 최종 제품생산은 물론 역내 외 부품공급까지 담당하고 있어 침수로 인한 생산중단은 물론 부품공급 지연으로 인한 추가피해가 확산되고 있음.



□태국에서 치수(治水)사업이 갖는 위상

 

- 태국은 전 세계 최대 쌀 수출국으로서 국제 쌀시장 수출비중이 26.7%(2009년)에 이르고 있음.
-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산업구조에서 농업이 갖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임. 구체적으로는 23.2%(1980년), 15.8%(1985년), 12.5%(1990년), 11.0%(1995년), 8.6%(2001년)로 전체 산업대비 농업의 비중이 10% 내외로 축소되었음.
- 이처럼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인구 중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음. 즉, 태국의 농업인구는 전체 노동인구의 37%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태국 인민이 자신들의 생계를 농업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함.
- 따라서 치수사업은 태국 인민의 후생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 치수사업이 추구하는 정책목표는 두 가지로 분류됨. ①#45453;업용수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수자원을 인공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동시에, ②#54861;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양의 수자원을 바다로 흘려보내야 필요도 있음.
- 결국 태국의 경우 치수는 정치의 장(場)에서 다루어져야 할 핵심적 문제로 부상하며, 이에 따라 주요 정치행위자들은 농업용수의 안정적 관리와 홍수피해의 최소화라는 정책목표를 함께 달성시켜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음.



□왕실의 치수사업

 

- 여타 입헌군주국과 비교할 때, 태국의 국왕이 갖는 힘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막강하다는 견해가 국내외 태국전문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됨. 이러한 국왕의 영향력은 태국의 독특한 문화로부터 비롯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왕실주도의 여러 프로젝트를 간과할 할 수 없음.
- 1946년 즉위 후 65년의 재위기간을 자랑하는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은 치수사업과 빈민구제사업을 통해 왕실의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해옴.
- 푸미폰 국왕이 실행한 왕실주도 사업은 4,300개를 넘는데, 그 중 40%가 수자원과 관련된 사업일 정도로 왕실이 치수에 쏟는 노력은 각별함. 실제로 푸미폰 국왕의 최초 개발 사업이 1963년 후아 힌(Hua Hin) 해변에 저수지를 건설하는 것이었음.
- 특히 1995년 수도 방콕이 잠기는 홍수를 경험한 후, 푸미폰 국왕은 “원숭이 볼 프로젝트(Monkey Cheeks Project, 이하 MCP)”라 불리는 치수사업을 제안했음. 이는 여러 개의 운하(canals)를 파고 이것들을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아이디어임.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이후 정부에서 시행되지 않음.
- MCP란?
  사람들이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주면 원숭이는 바나나 껍질을 재빠르게 벗겨서 입으로 넣은 후 자신의 볼주머니에 바나나를 저장함. 그 후에 원숭이는 자신이 원할 때 바나나를 조금씩 씹어서 삼킴. 이처럼 원숭이가 바나나를 저장하는 원리가 치수에도 동일하게 사용될 수 있음. 즉, 우기(雨期)에 차오프라야 강(Chao Phraya River)의 범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수시설이 필요하며, 도랑이나 운하와 같은 수로를 정비하고 이를 통해 작은 저수지로 지표수를 흘려보내는 것 이 점이 원숭이가 자신의 볼에 바나나를 저장하는 원리와 같음. 이후 해수면이 내려갈 때 다시 저수지에 저장된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게 됨.
- 푸미폰 국왕은 태국이 홍수피해로 고통을 받던 시기인 12월 5일에 자신의 84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냄. 당시 국왕은 홍수와 관련된 정치적 논쟁을 중단하고 수재민들을 돕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함.
- 국왕은 생일 연설에서 “내가 고려했던 치수프로젝트는 단지 제안일 뿐, 명령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들은 비용측면에서 효과적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하니 집행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촉구했음. 즉, 대홍수 기간에 국왕은 홍수방지 해법으로 이전에 자신이 제시했던 MCP를 재차 제안함.



□잉락 내각의 치수방안

 

- 잉락(Yingluck Shinawatra) 총리는 이후의 홍수사태를 예방할 수자원 관리체계를 고안하려 함. 그리고 푸미폰 국왕 주도의 치수사업에 자문 역할을 담당했던 전문가들을 수자원 관련 위원회에 합류시킴.
- 사실 국왕이 제안했던 MCP는 수도 방콕을 지키기 위해 방콕 주변지역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라 평가됨. 게다가 관료들은 때때로 물을 저수지로 보내기보다는 농장으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MCP가 의도한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음.
- MCP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잉락이 국왕의 치수사업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수자원 관련 위원회로 흡수한 것에는 잉락 자신의 오빠인 탁신 치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의 사면을 원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판단됨.
- 국왕은 이전과 같은 관행대로 자신의 생일을 맞이하여 26,000명의 죄수들을 사면대상에 올렸으나, 전 총리는 포함되지 않음. 2011년 11월 말 잉락 내각은 탁신을 사면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내용을 서신을 왕실에 보내려 했으나,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여 좌절됨.
- 이와 같이 친왕실적 여론이 강한 이면에는 엄격한 국왕모독법의 존재, 군주제를 자신들의 문화적 유산으로 받아들이는 태국민의 정서, 국왕 주도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존재하기 때문임.
- 태국의 수자원관리전략위원회(Strategic Committee for Water Resource
  Management, 이하SCWRM, 위원장: 잉락 치나왓 총리)는 홍수방지를 댐 관리의
  최우선순위로 선택했고, 그 다음 순위에 농업용수 공급을 올려놓았음.
- 이는 폭우로 인해 댐 수위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보유량을 방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 이렇게 되면 저지대 혹은 댐 주변 지역은 지표수량의 증가로 인해 침수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
- 그러나 이번 홍수사태와 같이 대규모 면적의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정 소수지역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SCWRM의 판단임. 따라서 침수예상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를 위한 재원을 편성했다고 잉락 총리가 밝혔음.



□치수사업을 둘러싼 왕실파 대 탁신파

 

- 태국의 경우 다른 여러 정치적 의제와 마찬가지로, 수자원 관리방안에 있어서도 주요 정치행위자는 이른바 ‘탁신파’와 ‘왕실파’로 분류됨.
- 수자원 관리에 있어 탁신파와 왕실파를 대변하는 정부기관은 각각 SCWRM과 관개부(Royal Irrigation Department)로 판단됨.
- 현재 태국 정부는 350십억 바트의 수자원예산을 승인한 상태이며, 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홍수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인지를 두고 위 두 정부기관이 대립하는 형국으로 보임.
- 결국 수자원 관리정책의 방향과 내용은 탁신파와 왕실파의 정치적 경쟁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됨.
- 특히, 치수사업과 관련하여 잉락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됨. SCWRM 결정의 핵심은 모두가 홍수피해를 입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소수의 피해자를 미리 지정하고 이들에 대한 보상을 제도화한다는 것임. 이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결정에 해당하므로 절차적, 실질적 정당성의 획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사안임.
- 그러나 잉락 총리는 그 보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침수피해보상예산이 얼마동안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음.
- 결국 잉락이 치수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할지 여부는 두 가지 의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 판단됨. ①#52840;수피해예상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민주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고, ②#54588;해보상에 필요한 재원을 누구로부터 어떻게 추출하여 관리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지급할 것인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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