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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네시아 무상급식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이지혁 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2025/06/09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AIF 아세안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들어가는 말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ibianto)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신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무상급식을 올해 1월 전격적으로 시작했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빈곤으로 인해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발달 장애를 겪는 아동의 비율을 줄이는 데 있으며, 무상급식 제공으로 늘어난 가처분소득이 경제발전의 선순환 작용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취지와 시민들의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예산, 예산 집행의 효율성 및 투명성, 군부의 민간 분야 개입 등으로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무상급식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무상급식 시행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찬성과 반대가 존재해왔으며, 때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도 연출된다. 한국의 경우 2011년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을 서울 시장이 반대하면서 주민투표가 시행되었고, 결국 시장이 직을 내려놓는 일까지 발생했다. 미국의 2024년 대선에서 해리스(Kamala Devi Harris) 측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선거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만들려고 했다. 무상급식에 대한 논쟁은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의 무상급식 도입은 한국이나 미국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학교 급식이 일상화된 국가들의 무상급식 논쟁은 이미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을 무상으로 할 것인지 유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단순한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기존 학교 급식 인프라가 미흡하여 급식을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네시아의 무상급식은 단순히 끼니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많은 부처의 예산 변경을 요하는 국가의 핵심 정책일 뿐만 아니라 할당된 자원을 분배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무상급식 추진 배경

영양 불균형이 주요 원인인 아동의 영양실조와 성장지연(stunting)은 여전히 인도네시아에 만연해있다. 성장지연은 면역력 약화, 감염에 대한 취약성 증가, 그리고 인지 및 신체적 발달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 인적 자원 관리에 잠재적인 위협이자, 생산성과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코위 행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성장지연 해결을 위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88.95조 루피아(약 118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성장지연율은 여전히 기대 수준까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장지연율을 20% 이하로 낮추는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2022년 인도네시아의 성장지연율은 21.6%였으며 2023년에는 겨우 0.1% 개선된 21.5%에 그쳤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성장지연 해결을 중기계획(2020년~24년)의 우선과제로 삼고, 2021년 대통령 규정 제72호에 따라 2024년 말까지 성장지연율을 14%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수립했었다. 조코위 정부의 주요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프라보워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성장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로운 정부는 2045년까지 성장지연율을 5%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무상급식 추진 계획과 예산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 1월 2일 ‘무료영양식사(Makan Gergizi Gratis)’ 프로그램을 정식 출범하고 1월 6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정부가 발표한 원계획에 따르면 급식 대상을 3월까지 300만 명, 연내에 1천 947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초기 26개 주에서 급식을 시작하여 점차 대상을 확대하여, 2029년에는 전국 40만 개 이상의 학교에 재학 중인 8천 300만 명의 초중고생을 비롯해 영유아와 임산부 등 약 9천만 명에게 급식을 제공할 방침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상급식 첫해인 올해 71조 루피아를 편성했으며, 전국 단위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는 2029년에는 460조 루피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3월 21일 스리 물랴니(Sri Mulyani Indrawati)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무상급식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무상급식 예산을 71조 루피아에서 171조 루피아로 증액하고, 9월부터 늘어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금년 1월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2025년 국가 예산의 약 8.5%인 306조 6,900억 루피아(약 26조 원)의 삭감을 발표했으며, 올 2월 삭감 목표를 705조 루피아로 상향 조정했다. 국토건설부는 예산 효율화 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부처로, 110조 루피아의 70%가 넘는 81조 루피아가 삭감되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예산 삭감으로 최소 21개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연기되고, 다수 프로젝트가 취소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등교육 및 과학기술부를 포함한 대부분 부처가 예산 삭감에 당혹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복지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당초 올해 1월 1일부터 부가가치세율을 11%에서 12%로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인상 하루 전날 이를 철회했다. 대신 인상 품목은 주로 고소득층이 사용하는 사치품과 서비스에 한정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현재 무상급식 한 끼 도시락에 배정된 금액도 처음 1만 5천 루피아 수준이었으나 1만 루피아(한화 890원)로 대폭 삭감되었다.

일방적인 무상급식 추진에 대한 우려

‘암울한 인도네시아(Indonesia Gelap)’는 올 2월 17일부터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발생한 대학생과 시민 사회 주도의 대규모 시위다. Indonesia Gelap이라는 해시태그가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시위의 상징적인 구호가 되었다. 학생 시위는 대통령의 예산 삭감, 군의 정치 개입 확대, 경제 불평등 심화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발에서 비롯되었다. 시위대는 예산 삭감 가운데 특히 교육 분야 예산 삭감을 학습 환경과 미래 기회의 위협으로 간주했으며, 예산 삭감으로 예상되는 사회 복지와 공공 서비스 축소가 취약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정부의 예산 분배 방식이 투명하지 않아 부패와 낭비가 일어날 가능성 등 정부의 재정관리에 대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3월에는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현역 군인의 겸직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시위는 군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저항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재원 부족과 지속 가능한 재정 확보이다. 이미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복지를 위해 다른 부처에 할당되어야 할 예산의 상당 부분이 축소되었으며, 국가 주도의 인프라 사업과 각종 연구개발 사업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예산 부족과 더불어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투명성이다. 이전 정부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예산 집행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예컨대 그는 “10억 루피아가 식료품 구매에 할당되어도 실제 식품 구매에는 2억 루피아만 사용되고, 나머지는 관료들의 출장, 회의, 불명확한 개발 프로젝트 등 관련 없는 부문에 지출된다. 이런 식으로는 성장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며 관련자들을 질책했다. 관료적 복잡성은 비효율적인 자금 배분을 초래하고, 자금 집행을 지연시킨다. 내부 기관과 대중의 감독 부족은 부패와 자금 유용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예산 정보에 대한 제한된 접근은 시민 사회의 참여를 어렵게 만들어 자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감시하는 데 방해가 된다.

현 정부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군의 역할 확대도 큰 우려를 자아낸다. 취임 후 프라보워 대통령은 군을 국가의 주요 정책 수행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무상급식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군 병력을 동원할 계획이다. 군의 주요 역할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영양식 재료를 지정된 지역, 특히 원거리 지역에 배분하는 물자 지원을 담당한다. 둘째, 학교와 임산부에게 영양식을 제공하는 영양제공 시설(SPPG)을 구축한다. 셋째, 프로그램이 정부 목표에 따라 원활히 진행되도록 모니터링하고 평가한다. 

나가는 말 

무상급식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투명한 관리, 부패 방지, 그리고 효율적인 자금 배분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철저한 사전 계획과 국민적 합의도 중요하다. 인도네시아의 무상급식 프로그램은 아동의 영양 개선과 저소득 가정 지원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재정 부담, 부패 가능성, 실행의 불확실성 등 여러 부정적 요소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거대한 내각을 구성한 프라보워 대통령이 각 부처에 대폭적인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예산 삭감으로 국가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한하면서 복지를 확대하려는 정책은, 거대한 내각을 구성하고 각 부처의 예산을 삭감하는 행위만큼이나 자가당착적인 행보이다. 

사회적 합의와 예산 삭감을 강요받는 부처들의 협조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그간 프라보워에 대한 부정적인 우려가 근거 있는 합리적 추론이었음을 방증하는 듯하다. 2025년 1분기 외국인 투자자와 주식 시장은 투자 이탈과 주식 매도를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1분기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1998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으며, 3월 18일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2011년 9월 이후 최초로 장중 7%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무상급식의 효율적인 실행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통합적 전략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예산 삭감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공공 서비스 축소, 인프라 개발 지연, 투자자 신뢰 감소 등은 인도네시아 경제성장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추진 방식에서도 성숙한 접근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AIF. 2025. “[이슈트렌드] 인도네시아 대통령, 대규모 예산 삭감 추진...학생 주도 시위 등 강력 반발.” 
ASPN. 2025. “TNI Mobilises Hundreds of Military Commands for Prabowo's Free Meals Program.” January 7. 
Bloomberg. 2025. “Prabowo Slams ‘Little Kings’ as Indonesian Budget Pushback Grows.” February 11.
Farhan Rizqullah. 2024. “Indonesia’s Free Lunch Program: A Saviour or an Economic Gamble?” Medium. December 14. 
Straits Times. 2025. “Indonesia Launches Free-meal Programme to Fight Stunted Grow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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