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의 위기를 기회로 보는 중국의 의도
미얀마 천기홍 부산외국어대학교 미얀마어과 특임교수 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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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惡化一路)의 미얀마
쿠데타 4주기에 접어든 미얀마의 첫 관문인 대도시 양곤은 입국 전 우려했던 경계심이 선입견이었다고 착각할 만큼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마치 세트장처럼 이면을 감추려는 국가행정위원회(SAC: State Administration Council)의 의도가 느껴진다. 하지만 내면은 악화일로의 상황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복합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4년간 전례 없는 침체로 해외 투자의 급격한 감소는 산업과 내부 공급망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갔다. 무엇보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은 심각한 정전이다. 천연가스와 수력발전에만 의존했던 미얀마는 굴지의 에너지 투자기업들이 철수하면서 대도시에서도 하루 12~20시간까지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타 분야 투자기업들의 철수 증가 역시 외화 부족과 현지 통화 가치 폭락으로 이어져 식료품, 생필품, 연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했다. 또한 정부 예산의 부족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탓에 24년 9월 중서부 지역을 강타했던 태풍 야기(Yagi) 피해는 미얀마 인구의 4.4%와 10%의 도로망 그리고 절반에 가까운 농업 산업에 피해를 초래했다. 쿠데타 이후 지속된 내전과 자연재해 영향으로 미얀마 현지화 짯(kyat)은 2024년 8개월 동안 달러 대비 40% 하락했고 물가지수는 23~4년도 평균 27% 상승, 세계식량기구(WFP)의 식품 가격지수는 60% 이상 상승했다. 연료 가격은 24년 동년 내 25% 상승했고 국경 지역 분쟁으로 인해 수입은 24년 동기간 전년 대비 11%나 감소했다.1)
<표 1> 미얀마 거시경제 지표-일부 선택 (연간 변동 %)
자료 https://www.worldbank.org/en/country/myanmar
하지만 현지인들은 경기침체를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중국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정상 또는 비정상 국경무역을 통해 필수품과 설비들이 공급되고 있어 그나마 고환율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과 해상을 포함한 양국 간 무역은 미얀마 총규모의 3분의 1을 차지하므로 무역 변동률은 정치, 사회, 경제 변화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SAC의 관세를 통한 재정수입과도 직결된다.2) 중국 또한 지난 30여 년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 One-Belt One-Road Initiative)의 틀 안에서 중국-미얀마 경제회랑(CMEC: China-Myanmar Economic Corridor)의 중심 지역인 인도양의 서부 짜욱퓨(Kyauk Phyu) 해안 지역을 시작으로 1,700km의 육로를 통해 윈난(운남)으로 이어지는 석유, 천연가스 라인 확보를 통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개선하고자 했다. 쿠데타 직전인 2020년 양국 외교 관계 수립 70주년을 기념으로 시진핑(Xi Jinping) 주석은 미얀마를 방문하여 33개의 양해 각서를 체결하는 등 지난 30여 년간 이어온 사업을 더욱더 활성화했다.3) 그러나 2021년 쿠데타와 내전 그리고 국경 지역에서 불거진 온라인 사기 범죄와 2023년 10월 27일 발발한 SAC와 소수민족 무장단체(EAO: Ethnic Armed Organizations)와의 충돌로 일시 정체기를 겪고 있지만 2024년과 올해, 중국은 미얀마에 대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사기 범죄와 ‘1027 작전’의 발단
미얀마의 북부 샨(Shan)과 까친(Kachin)지역은 중국과 약 2,100킬로에 달하는 국경을 접하고 5개의 무역 관문이 설치된 주요 경제지대인 만큼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정치, 경제 분야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부터 중국-미얀마-태국 국경에서 만연했던 온라인 사기 범죄로 중국인과 외국인 피해가 급증하자 중국은 2023년 5월 친강(Qin Gang) 외교부장을 특사로 파견하여 양국 간 우호와 지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온라인 사기 범죄에 대한 우려와 효과적인 단속을 촉구하였다. 당시 온라인 사기 범죄는 친중국 EAO의 리더 격인 와연합군(UWSA: United Wa State Army)의 주요 인사와 SAC 관계자 일부도 연루되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10월 초 중국이 사태 해결에 직접 개입하자 초기 미온적 태도를 보인 SAC도 적극 나서는데 이 시점을 시작으로 SAC와 해당 지역 EAO 간 마찰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눈여겨 볼 점이다.4) 해당 지역은 UWSA를 선두로 미얀마 민족민주동맹군(MNDAA: Myanmar National Democratic Alliance Army), 타앙민족해방군(TNLA: Ta’ang National Liberation Army), 아라칸군(AA: Arakan Army) 등 7개의 EAO가 활동하고 있었는데, 쿠데타 이후 SAC의 무력 진압 및 민간인 학살을 비난함과 함께 시민 방위군(PDF: People’s Defence Force)까지 가세하면서 SAC와 충돌이 더욱 잦아지게 되었다. 이런 와중 2023년 10월 27일 MNDAA, TNLA, AA는 ‘3형제 동맹(Three Brotherhood Alliance)’을 맺고 해당 지역의 온라인 사기 범죄 근절과 민주주의 회복을 천명한다는 명목으로 소위 ‘1027 작전’을 개시했다. 국경에서 불거진 10월의 두 사건으로 인해 SAC는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는데 사태의 쟁점이 ‘3형제 동맹’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이었는지 또는 이권 다툼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3형제 동맹’의 공격은 예상을 뛰어넘어 2주일 만에 샨주의 주요 도시와 150여 개에 이르는 군사 거점 그리고 중국과 연결되는 최대 교역로인 무세(Muse)와 라시오(Lashio)를 잇는 도로까지 점령했다.5) 한 달여 만에 샨 주요 지역 대부분을 점령당하고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자 북부의 까친(Kachin)주와 중부의 사가잉(Sagaing)주, 마그웨(Magway)주, 만달레이(Mandalay)주, 서부의 라카인(Rakine)주의 EAO들도 공격에 가담했다. 결국 SAC의 존립과 군부의 상징인 사관학교가 소재한 만달레이 근교 삥우륀(Pyinoolwin)까지 점령될 위기에 몰리자 12월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여 중재를 요청하게 된다.
중국의 중재와 의도
중국은 ‘1027 작전’ 초기 내정 불간섭을 기조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에 그쳤으나 급속한 열세로 인한 SAC의 중재 요청과 자국의 지정학적, 경제적 손실에도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여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4차례 쿤밍 회담을 주도, 일시적 휴전을 도출했다.6) 군사정권의 몰락이 민주화와 서방 개입의 원인이 되어 자신들이 추구하는 BRI에 걸림돌이 될 수 있었기에 중재를 통해 SAC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계기, 즉 ‘길들이기’에 나섬으로써 정치, 경제적 후원자로의 자리를 다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7) 그리고 휴전 이후 서북부 일부 지역에서 지속 중인 충돌에 대해 중국은 향후 추세를 지켜보면서도 확전 방지를 위해 친중국 EAO와 SAC에 달래기와 압박을 병행 중이다. 국경에서의 온라인 사기 범죄와 ‘1027 작전’이 일시적 소강에 들자 2024년 8월 14일 왕이(Wang Yi) 외교부장은 미얀마를 방문하여 SAC의 수장 민아웅흘라잉(Min Aung Hlaing)과 군부의 상징적 막후인 딴쉐(Than Swe)를 만나 “중국은 미얀마의 혼란과 갈등, 외부 세력의 미얀마 내정 간섭, 양국 사이에 이간질하거나 중국을 모함하는 모든 언행에 반대한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는 SAC를 지지함과 동시에 EAO의 중국 배후설을 주장해 온 SAC에 우회적 경고도 내포했다. 특히 이 회담에서 눈여겨 볼 점은 SAC가 중국의 2025년 총선 제안 수용과 춘절(春節)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나타낸 점이다. 중국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11월 쿤밍에서 개최한 에야와디-짜오프라야-메콩 경제협력전략(ACMECS) 정상회의에 민아웅흘라잉을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초청하였고 리창(Li Qiang)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지지와 후원자 역할을 공식 인정함과 함께 내전에 참여 중인 친중 EAO로는 SAC에 대한 공세를 중단하라는 의중도 담고 있었다.8)
향후 중국이 미얀마에 미칠 영향
쿠데타 이후 국경 지역의 온라인 사기 범죄와 ‘1027 작전’을 통해 드러난 SAC의 민낯으로 향후 중국은 CMEC에서 보다 주도적 활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과거 민간 정권 시절 반중 정서로 인해 정체된 활동이 현 SAC의 후원자를 자처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되었다. 예를 들어 2024년 11월 민아웅흘라잉의 중국 방문 당시 석유 및 가스파이프라인의 원활한 운영과 중국 투자기업의 안전 보장을 위해 중국 주도의 무장 보안 합작 기업 설립 제안에 대해 SAC가 주저없이 수긍하며 연내 허가 가능성을 높였다. 성사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예전 접근과 달리 매우 노골적으로 변한 점이다. 두 번째로 장기간 협의 선상에만 머물렀던 짜욱퓨-윈난(운남) 철도 프로젝트도 현실화를 앞두고 민아웅흘라잉은 올해 춘절 축하 행사를 통해 중국의 BRI 주도가 미얀마를 포함한 글로벌 국가 발전의 촉진제이며 지역적 리더라고 치켜세우면서 적극적인 호응을 나타내고 있다.9) 향후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중국은 더 많은 정치, 경제적 양보를 요구할 것이며 안보와 치안을 이유로 내정의 막후 개입을 통해 대중(對中) 견제 세력인 미국과 서방세계와의 대립 완충지로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생 위기로 우리 진출 기업 보호 필요
SAC는 정권 유지를 위한 중국과 내란 대응으로 대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민생은 관심 밖이다. 특히 2024년 2월 시행된 징병제를 피해 노동가능인구가 해외로 대거 이탈하면서 노동시장 붕괴를 초래했고 우리 기업을 포함한 대부분 제조 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미얀마 국민 평균연령은 29세로 전체 5,400만 중 노동가능인구가 3,750만 명에 이를 만큼 노동시장 붕괴는 민생과도 직결된다. 무엇보다 숙련공 부족과 생산 차질은 기업 존폐와도 연결될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30년 이상 이어진 한국 기업의 투자 진출은 민생 안정에 기여가 높았기 때문에 미얀마 정권은 항상 한국 기업의 존속과 투자 확대를 희망했다. 한국과 미얀마의 현 관계에서 우리 기업의 민생 안정 기여는 향후 미얀마 접근 부담을 최소화하고 민간 및 공공외교를 신속히 재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안정, 유지될 수 있는 특별 금융지원 및 관찰 등의 보호와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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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World Bank, “Myanmar Economic Monitor”,December, 2024 https://www.worldbank.org/en/country/myanmar/publication/myanmar-economic-monitor-reports
2) ISP Myanmar, “Myanmar and China’s Economic Interests”,2022,1,18 https://ispmyanmar.com/myanmar-and-chinas-economic-interests/
3) Asia Dispatches, “The China-Myanmar Economic Corridor and China’s Determination to See It Through”, 2020, 5, 26 https://www.wilsoncenter.org/blog-post/china-myanmar-economic-corridor-and-chinas-determination-see-it-through
4) The Irrawaddy, “Myanmar Junta Boss Has Well Documented Ties to Cyber Scam Kingpins”, 2025,2,28 https://www.irrawaddy.com/news/burma/myanmar-junta-boss-has-well-documented-ties-to-cyber-scam-kingpins.html
5) Myanmar Conflict map, “Operation 1027 reshapes Myanmar’s post-coup war” 2023.11 https://myanmar.iiss.org/updates/2023-11
6) United State Institute of Peace, “Myanmar’s Collapsing Military Creates a Crisis on China’s Border”, 2024, 4, 11 https://www.usip.org/publications/2024/04/myanmars-collapsing-military-creates-crisis-chinas-border?utm_source
7)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China’s Influence Increases amid Myanmar’s Instability” 2023, 12, 20 https://www.usip.org/publications/2023/12/chinas-influence-increases-amid-myanmars-instability
8) The Irrawaddy, “Min Aung Hlaing Goes to China:From Pariah to Legitimacy For Now” 2024, 11, 6 https://www.irrawaddy.com/opinion/commentary/min-aung-hlaing-goes-to-china-from-pariah-to-legitimacy-for-now.html
9) The Irrawaddy, “Myanamr Junta Shamelessly Dancing to Beijing’s Tune”, 2025, 2,26 https://www.irrawaddy.com/opinion/commentary/myanmar-junta-shamelessly-dancing-to-beijings-tun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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