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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베트남에서 K-Pop의 인기, 조화로운 미래 추구해야
베트남 백용훈 단국대학교 아시아중동학부 베트남학전공 조교수 2024/09/30
베트남, 한국 문화콘텐츠 높은 인기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3년 해외한류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문화콘텐츠 이용자들의 한국 문화콘텐츠 선호도는 상당히 높다. 한국 문화콘텐츠의 경우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드라마, 영화, 음악, 웹툰, 출판물, 음식, 뷰티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그림 1>참고). 영화를 제외하면 1위인 한국과 2위인 국가의 격차가 크다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별로 살펴보면,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뷰티, 음악 순으로 나타났다. 2위 국가와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문화콘텐츠는 뷰티, 드라마, 웹툰, 음악이다.
<그림 1> 베트남 내 문화콘텐츠별 인기 국가
주: Q. 귀 국가에서 인기있는 해외 문화콘텐츠는 어느 나라의 것입니까? 순서대로 3개 선택해 주십시오.
주: 조사기간 - 2022년 11월 11일 ~ 12월 9일 / 조사대상 - 만 15~59세 베트남 현지인
자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3.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
음악의 경우 2021년 기준 베트남 음악 시장 전체 소비 가운데 K-Pop은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된 계기는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삽입곡을 베트남어로 번역해서 부른 노래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린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한국 아이돌 그룹뿐만 아니라 솔로 가수들도 베트남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베트남에서는 K-Pop 팬덤(fandom) 현상과 함께 반한류에 관한 언론에서의 비판적인 시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K-Pop 산업이 중국과 일본에서의 반한류로 거부당하자 베트남으로 유입되었다는 논평이 있었으며, 한국 아이돌을 향한 젊은 층의 집착에 대한 도덕적 논란과 함께 사회적 논쟁이 제기된 바 있다. K-Pop을 좋아하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광팬 집단 증후군을 병리적 증상으로 규정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상과 같은 양상은 언론에서의 문제 제기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의 인식을 보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K-Pop 소비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인식
2023년 7월 29, 30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K-pop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당시 티켓을 판매하는 웹사이트가 오픈되자마자 10여 분간 다운되더니 공식적으로 오픈된 지 몇 분 만에 가장 저렴한 120만 동(약 6만 5,000원)과 180만 동(약 9만 7,500원) 좌석이, 이후 한 시간 만에 380만 동(약 20만 5,800원) 좌석이 매진되었다, VIP 좌석 가격은 980만 동(약 53만 1,000원)에 달했다. 다른 아이돌 그룹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 형성된 공연 티켓은 구매력을 가진 30~50대가 아닌 젊은 층에 의해 주로 소비되었다. 2023년 말 기준 1인당 GDP가 약 4,300달러(약 571만 6,000원) 수준인 베트남에서 이러한 소비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베트남 매체 VNExpress 사이트에는 블랙핑크 공연을 소개하는 기사와 블랙핑크 공연에 대한 현상을 분석한 논평의 글이 게시되었다. 공연을 소개하는 기사에는 논라(nón lá: 베트남식 모자)를 쓴 블랙핑크가 베트남어를 구사하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베트남 인기곡 씨띵(See tình)에 맞춰 블랙핑크 멤버들이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관객들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다. 논평의 글은 예술 작품에 대한 과소비 현상, 해외 아이돌의 패션과 생활 태도 등에 따른 현대적인 가치관과 전통적인 가치관 사이의 갈등 등 경제 사회적 분석을 다루었다. 기사와 논평에는 총 약 75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젊은이들의 경제 의식과 세대 간 격차 확대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루었다. 경제 의식과 관련해서는 돈, 티켓, 가격, 가치, 발전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인적 관점과 국가적 관점으로 의견이 구분되었다. 개인적인 관점의 경우 다른 베트남 가수의 콘서트와의 가격을 비교하며 최고 1,000만 동(약 54만 원)에 달하는 블랙핑크 티켓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부모 세대들은 합리적인 수준의 티켓 가격인 경우 아이(자녀)들에게 티켓을 선물해 줄 것이라는 반응과 반대로 아이들이 스스로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서 티켓을 구매해서 보게 할 것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동시에 보였다. 또한 아이들이 경제적 관념을 조기에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며 돈을 쓸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어른, 부모,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일부 청년층은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가격 자체만으로 낭비로 매도하는 사회적 풍토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이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콘서트를 관람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합리적 소비를 위하여 수입 제품보다는 베트남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K-Pop 콘서트 티켓과 관련해서 일부 소비자들은 사회적 지위 과시를 소비의 주된 목적으로 삼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국가적인 관점에서는 블랙핑크 공연이 관광, 요식업, 운송산업, 일자리 등을 포함하여 베트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다수가 동의했다. 콘서트 등의 쇼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더 유명한 스타들이 하노이를 방문하게 하는 기반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의견은 당과 정부의 문화산업정책에 대한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1986년 도이머이(Đổi Mới) 이후 베트남의 문화정책은 국제 교류 활동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후 2000년부터 외교부와 문화부에서 문화외교와 관련된 사항들이 공식적으로 논의되었고, 문화외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민족 정체성이 담긴 문화를 만들고 사회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의 임무와 함께 문화를 개발하는 것에 주목했다. 2007년에는 베트남 문화, 스포츠, 관광의 기능 및 구조를 통합하여 문화체육관광부를 설립했다.
중요한 변화의 시점은 2011년 <2020년까지의 문화외교 전략> 승인 결정(208/2011/QĐ-TTg, 2011/02/14)이다. 이 문서에서 ‘문화는 경제, 정치와 함께 베트남 외교의 3대 기둥’이라고 명시했다. 2016년 정부 수상이 발표한 <2020-2030 베트남 문화산업발전전략(1755/Qđ-TTg, 2016/09/08)>에서는 처음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문화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한 가치를 더욱 강조하고 중요시했다. 국가의 국제 통합과 사회주의 중심의 시장경제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문화발전 방향을 제시하였고, 2030년까지 문화산업의 총매출 목표를 GDP의 7%로 설정했다. 베트남의 문화산업정책은 경제발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이것이 해외 문화콘텐츠, 특히 K-Pop을 비롯한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소비와 연계되어 나타나고 있다.
K-Pop 소비와 세대 간 격차
기고문 주된 내용은 베트남 경제와 베트남 사람들의 물질 추구 현상에 대한 논평이었지만, 댓글은 통한 논쟁은 아이돌 우상화, 교육 문제 등 청년층 전반에 대한 우려로 확대되었다. 물론 청년들이 아이돌 등 스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고 우상과 함께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댓글에서는 문화콘텐츠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한 세대 간의 차이가 발견되었다. 세대 간의 차이는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학습의 의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젊은 세대에서는 한국 문화콘텐츠를 통해서 콘서트를 조직할 수 있는 여건과 성공적으로 수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베트남에서도 블랙핑크보다 더 훌륭하고 세계적 수준의 전문적인 가수 팀이 있길 희망하며, K-Pop은 경영, 조직, 공연예술, 인재 교육 등의 측면에서 전문성과 품격에 관한 훌륭한 교훈을 제공하기 때문에 V-Pop이 참고할 점이 많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주로 콘텐츠 시청을 통해 외국 문화를 받아들였던 중장년층에 비해, 베트남 청년들은 외국 문화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험을 통해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서는 차 없는 거리를, 호찌민시 응우옌후에 거리에는 광장을 조성하여 각종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대중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서도 외국 문화 수용에 대한 변화를 관찰해 볼 수 있다. 이전에는 문화외교가 베트남 문화를 해외로 알리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2014년 제9차 공산당중앙집행위원회 11차 결의 <국가 지속가능발전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베트남 문화와 사람 건설 및 발전(33-NQ/TW, 2014/06/09)>에 관한 의결 이후에는 외국 문화를 베트남에 소개하고 들여오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반한류 의견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는데, 이는 역으로 ‘베트남적인 것’ 혹은 ‘베트남류’에 대한 갈망과 문화발전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대중의 인식은 언론 기사나 대중매체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과 전략의 영향을 받아 조성된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영향을 받았든지 간에 베트남류에 대한 갈망이 한국 문화콘텐츠를 비롯하여 타문화 수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론과 시사점
베트남인들은 한국 문화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 세대 등의 측면에서 서로 다른 상반된 인식도 존재한다. 위에서 살펴본 기사와 기고문의 댓글에서는 K-Pop을 부정하는 사람들, K-Pop을 단순히 소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K-Pop 소비를 넘어서 베트남류 혹은 V-Pop의 발전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댓글의 내용은 이상의 세 유형의 인식적인 측면을 보다 세부적이고 다층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베트남에서는 GDP와 함께 꾸준히 증가한 민간 소비 지출이 2023년 기준 2,338억 달러(약 320조 4,67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베트남 가정은 부유한 국가의 평균치 대비 훨씬 적은 자원을 소비하지만, 구매력이 증가한 새로운 중산층이 존재하며 이들은 전반적으로 큰 변화의 힘을 보여준다. 경제생활의 변화는 소비 습관을 변화시키고, 기본적인 생활 필요를 보장하는 것에서 점차 소비를 통한 사회적 가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2021년 초 제13차 공산당대회 보고 문건에 ‘애국정신’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었고, 11월 전국문화회의에서 응우옌푸쫑(Nguyễn Phú Trọng) 공산당총비서는 “국가 정체성이 담긴 베트남 문화를 구축하고 발전시킨다.”고 언급했다. 구조적 제약의 측면에서 베트남의 문화정책은 외교와 경제발전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민족적 정체성이 강한 베트남 문화의 건설과 발전에 대한 기조는 여전히 변함없이 유지 및 강조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 문화콘텐츠의 소비는 도이머이, 디지털화, 베트남 사회문화 발전과 동시에 베트남 문화산업발전전략과 V-Pop의 세계화와 베트남류를 향한 열망에 대한 경합의 맥락 속에서 실천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 문화콘텐츠가 베트남 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문화적 재생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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