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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인도 수교 50년, 인도-태평양 시대 새로운 차원의 양자 관계로 거듭나야

인도 조원득 국립외교원 조교수 2023/11/30

2023년 12월 10일은 한국과 인도가 정식 외교관계를 맺은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다. 양국 관계는 수교를 맺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경제적, 외교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룩했다. 한국과 인도는 1973년 수교 당시만 해도 상호 간 교역액이 1,400만 달러(한화 약 181억 1,376만 원)에 불과했으나 2022년 기준 교역액은 278억 달러(한화 약 35조 9,687억 원)로 50년 만에 1,986배 증가하였다. 또한 인도가 경제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여 입지를 다져왔다. 한국과 인도 관계가 이처럼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2023년 9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양국 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제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추진으로 인한 전략적 접점의 확대를 계기로 한·인도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교 이후 한·인도 관계의 점진적 발전
한국과 인도는 1973년 수교 이후 여러 국내외적 제약과 도전 속에서 간헐적이고 점진적이지만 의미 있는 관계 발전을 이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래한 미소(美蘇) 간 냉전의 국제질서는 양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한국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 체계의 일부에 편입되어 있었다. 반면 인도는 1970년대 이후 소련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함은 물론 비동맹 원칙에 근거하여 전략적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냉전 기간 내내 한국과 인도는 상호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한국과 인도는 서로 다른 경제 및 산업 정책을 채택하였다. 한국은 초기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에서 수출주도 정책으로 전환하고 자유주의 경제 체제에 기반을 두었던 반면, 인도는 사회주의 경제 노선을 채택하고 내수 시장에 초점을 맞춘 산업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나마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인도가 특수 작전 의료부대를 파견하여 한국에 대한 의료 지원을 한 것이 냉전 시기 양국 관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1973년 12월에 인도가 한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도 한반도에 대한 등거리 외교 차원에 불과했다. 한국과 인도 관계는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고 인도가 경제 위기를 맞아 개혁을 추진하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발전이 없었다. 

1990년대 냉전 종식으로 인한 국제질서의 변화는 한국과 인도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인도는 소련이 해체됨에 따라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배타적 정책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들 국가와의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인도의 정치 지도자들은 1991년부터 경제개혁을 시도하였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발전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따라 인도는 한국을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로 인식하고 그 성공 비결을 배울 수 있는 협력 파트너로 간주하였다. 반면, 한국은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던 시점에서 인도의 성장 잠재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냉전 시기 한국과 북한에 대한 등거리 외교를 한 인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이후 양국은 다양한 수준의 협력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인도와 협력 관계를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였다. 1996년 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를 공식 방문하여 나라심하 라오(Narashimha Rao)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Future-Oriented Partnership)’로 구축하였다. 두 정상은 양국 교역 규모를 2000년까지 50억 달러(한화 약 6조 4,700억 원)로 늘리고 한국 기업의 인도 내 인프라 개선 사업 참여를 적극 추진하는 등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한국과 인도는 ‘한국-인도 공동위원회 설립 협정(Korea-India Joint Committee Establishment Agreement)’을 체결하고 양국 간 무역, 투자, 통신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한국과 인도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장기적 협력 동반자 관계(Long-Term Cooperative Partnership for Peace and Prosperity)’를 수립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 방문은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 이후 8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양국의 정치·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위급 교류와 외교적 노력을 약속하였다. 이러한 노력 중 하나로, 양국은 2008년까지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9,400억 원)의 무역 목표를 설정하고, 포스코의 인도 철강 사업 참여를 검토하기로 결정하였다. ‘한-인도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은 십여 차례의 협상과 회의를 거쳐 2008년 9월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했고, 2009년 8월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서명되어 2010년 1월부터 발효되었다. 2010년 한국과 인도는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하였으며, 2015년에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 인도는 상호 방문이나 다자 회의를 통해 매년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양국 외교 및 국방 차관 2+2 전략대화를 출범시켰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CEPA 개정 협상을 개시하고 한·인도 CEO 포럼을 개최하여 양국의 비즈니스 협력을 촉진하기로 합의하였다. 무엇보다도 양국 간 군사 안보 교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6억 5,000만 달러(한화 약 8,410억 원) 규모의 한국산 K9 자주포의 인도 수출 거래가 성사되었다.

인도-태평양 시대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대인도 정책 변화
한·인도 관계는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소위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당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잡힌 외교를 추구하기 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인도와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과 동일한 수준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한국은 외교 및 경제 다변화를 모색해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 평균 경제 성장률이 6~7%인 인도를 중장기적으로 다변화에 필요한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였다. 따라서 양국은 서로를 ‘미래를 위한 동반자 관계(a partnership for the future)’로 정의하고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등 제4차 산업혁명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 합의하였다.

한편 한국은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의 위상을 반영하여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했는데, 당시 미중 경쟁이 본격화되며 국제질서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을 추진하고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 안보 협의체를 발족하였다. 국제질서 패러다임이 중국의 부상을 반영한 ‘아시아태평양 시대’에서 인도의 부상을 반영하기 시작한 ‘인도-태평양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었던 것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개념을 수용하는 데에 소극적이었으며, 이는 신남방정책 추진을 통해 인도와의 관계 발전을 모색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오히려 소원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심지어 인도와 아세안을 동일한 협력 그룹에 포함하여 인도 내에서 한국의 대인도 정책에 대한 불편한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기조는 인도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평가와 인도 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일례로 인도 전문가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일본, 호주, 프랑스 등과 달리 한국은 인도의 전략적 파트너 국가 선택지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수년 사이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위상은 눈에 띄게 상승하였다. 미국 주도의 쿼드, 브릭스(BRICS), 상하이 협력 기구(SCO)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중추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G20 정상회의를 통해 다시금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부상을 각인시킨 바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중 간 경쟁이 진영화 양상으로 격화됨에 따라 다수의 국가들이 중국에 의존했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행보를 보이며 경제적 디리스킹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들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도를 완화할 대안적 파트너로 인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인식 하에 미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들은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수준의 협력 플랫폼 구축과 외교·안보 관계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한국은 변화하는 국제질서 흐름을 적절히 파악하지 못하고 인도에 대한 명확한 전략적 비전을 구상하지 못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인도와의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전략적 방향 변화는 인도 내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인도에 대한 입장을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조정하며 한·인도 관계를 긴밀한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인도와의 전략적 연대 강화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관계 설정 필요
한국과 인도의 외교관계는 50돌을 맞이하며 성숙한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거쳐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꾸준히 발전을 이어왔다. 그러나 한국과 인도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이미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며, 동반자 관계 격상 시 공유하던 전략적 인식과 협력 비전은 현재 양국이 직면한 국제정세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시대에 뒤쳐져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선진 중견국으로서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 소프트 파워 선도국, 반도체·전기차·IT·방산 분야 등 여러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인도 역시 최근 급격히 달라진 국제적 위상과 함께 21세기 세계 경제 성장의 역동성을 담당할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와 한국·인도 양국의 국제적 위상 및 국제적 역할 변화에 걸맞은 양자 관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말해 한국과 인도가 G20 회원국으로서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이라는 전략적 공간에서 어떤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협력을 강화해 나갈지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관계를 설정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협력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첫째, 2015년에 구축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정의 되는 양국 관계의 정체성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은 변화하는 국제질서에서 인도의 부상을 수용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해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양국은 동반자 관계 개념 재설정을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한국과 인도의 협력과 연대를 위한 비전과 목표를 정하고 역내 규칙기반 질서와 글로벌 사우스를 위한 역할과 기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파트너십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은 인도양과 남아시아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 인도를 지역 협력을 위한 중요한 핵심 파트너로 파트너로 고려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인도는 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서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다자 협의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한국이 다른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에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인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한국의 동맹인 미국을 포함한 주요 협력 국가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를 위해 인도와의 전략 및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인도의 가치와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한국은 더 적극적으로 인도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다른 유사입장국들과 비교하여 이미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 강화에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특히 첨단 기술, 글로벌 공급망 회복, 디지털 경제 등 경제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양자·소다자·다자 차원의 다층적 협력 체계를 통해 시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도가 중시하는 의제에 대해 한국은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인도 북동부 지역의 인프라 개선과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남아시아 국가들의 안정과 번영을 위하여  유사입장국들과의 연대를 통한 호혜적인 개발 협력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인도 간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 관계를 위해서는 한국 내 인도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인도가 자국 내 많은 정치적·사회적 문제와 도전 과제를 안고 있어 한국 내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 공유가 중요한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내에서 벌어지는 부정적 사건이나 문제점에만 집중하는 것을 지양하고, 다양성이 강한 개발도상국인 인도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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