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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말레이시아 전 총리 나집, 부패 혐의로 징역 확정되며 정치 생명 사실상 종결

말레이시아 EMERiCs - - 2022/09/02

☐ 국왕에 사면 청하는 길만 남아


◦ 나집 라작 전 총리, 형 확정으로 교도소 수감

- 2022년 8월 23일 말레이시아 대법원이 부패 혐의로 피소된 나집 라작(Najib Razak) 말레이시아 전 총리에 징역 12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재판관 5명 전원의 찬성으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또한,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나집 라작 전 총리에 2억 1,000만 링깃(한화 약 630억 원)의 과징금을 별도로 부과했다. 말레이시아 대법원의 판결은 최고 법원의 판결로서 구속력을 가지며, 이에 따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대법원 선고 직후 곧장 교도소에 수감되어 형기를 시작하게 됐다.

-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징역형이 확정됨에 따라 그는 페칸(Pekan) 지역구에서의 국회의원 직위를 상실하게 되고,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 이후에도 5년 동안은 공직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석방되기 위해서는 이제 사면권을 보유한 국왕에 사면을 간청하는 게 유일하게 남은 길이다. 말레이시아 헌법 상,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국왕에게 사면을 청할 수 있다.


◦ 국왕의 사면 여부가 변수

- 8월 24일 나집 라작(Najib Razak) 말레이시아 전 총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튀르키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알 술탄 압둘라(Al-Sultan Abdullah) 말레이시아 국왕에게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사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말레이시아 여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United Malays National Organisation) 당원이자 사면 청원 시위를 조직한 셰드 모함마드 임란 셰드 압둘 아지즈(Syed Mohammad Imran Syed Abdul Aziz)는 “나집 라작 전 총리에 대한 즉각적인 사면을 요구한다”고 발언했다.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Ismail Sabri Yaakob) 말레이시아 총리에게도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사면을 국왕에 권고하라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 말레이시아에서 국왕은 연방을 구성하는 각 지역의 술탄들 사이에서 윤번(輪番)으로 정해지는 데, 말레이시아 귀족 가문 출신인 나집 라작 전 총리는 지역 술탄들과도 친분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나집 라작 전 총리는 파항(Pahang) 출신이라 알 술탄 압둘라 말레이시아 국왕과도 동향(同鄕)이다.


☐ 나집 라작 전 총리, 정치 생명 사실상 끝


◦ 국제 공조로 혐의 입증

-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총리로 재직했으나 국부펀드(1MDB) 횡령 추문 사건이 터지면서 2018년 총선에서 패배한 후 재판을 받게 됐다.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줄곧 정권을 유지했던 집권 여당 UMNO도 마하티르 모하마드(Mahathir Mohamad)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규합한 야권 연합인 희망연대(Hope Pact)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국부펀드에서 45억 달러(한화 약 6조 367억 원)를 유용한 혐의를 받았는데, 국부펀드에서 사라진 돈 7억 달러(한화 9.415억 원)가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개인 계좌로 입금됐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의 혐의가 입증될 수 있었다. 미국 법무부도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에서 빼돌려진 자금을 집요하게 추적했고, 말레이시아 검찰을 비롯하여 싱가포르·스위스 등 6개 나라 수사기관이 수사 공조에 나선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범행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온 다국적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가 2020년 말레이시아 정부에 39억 달러(한화 약 5조 2,420억 원)를 배상하기도 했다. 


◦ 나집 라작 전 총리, 국민의 종교적 감수성에 호소

- 한편,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자신의 계좌에 들어온 돈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며 혐의 일체를 극구 부인해왔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마이문 투안 마트(Maimun Tuan Mat) 연방 대법관이 피고에 불리하게 편향된 견해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관 제척(除斥)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계속 연기하려 했으나 이러한 시도는 기각되었다. 

- 이에,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최종판결을 앞두고 신(神)에 맹세코 죄가 없다는 무슬림의 맹세(sumpah laknat) 의식을 치르는 모습을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 계정에 올리는 여론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노팅엄 대학교(University of Nottingham Malaysia)의 브리짓 웰시(Bridget Welsh) 교수는 “노련한 정치인인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말레이시아의 경건한 무슬림 유권자들이 법원 판결보다는 절대자 앞에서의 종교적 맹세를 더 신뢰한다는 점을 의식하여 자신을 순교자로 각색하려 시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현(現) 총리의 정치적 입지 강화 전망

-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정치 경력이 사실상 단절되면서 그와 경쟁 관계에 있던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Ismail Sabri Yaakob) 현(現) 총리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와 UMNO 내에서 나집 라작 전 총리를 추종하는 파벌이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이에 반대하는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 그런데,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측근 인사이자 지방 선거 연승의 여세를 몰아 조기 총선을 요구해 온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Ahmad Zahid Hamidi) UMNO 총재도 47건의 부패 혐의를 받으며 2개의 개별 송사에 휘말린 상태라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징역형 확정을 계기로 나집 라작 전 총리 파벌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아내인 로스마 만소르(Rosmah Mansor)도 독직(瀆職)과 국부펀드 공금 횡령 공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 역시 국부펀드 자금 횡령 외에도 유죄가 인정되면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여러 건의 추가 재판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Economist, A brazen kleptocrat has gone to jail in Malaysia. He must stay there, 2022.08.25.

Reuters, Najib loyalists call for royal pardon as Malaysia's ex-PM begins jail term, 2022.08.24.

The Economist, Malaysia’s disgraced former prime minister is going to prison, 2022.08.23.

Nikkei Asia, Malaysia's Najib headed to jail after losing final 1MDB appeal, 2022.08.23.



[관련 정보]

1. 말레이시아 전 총리 지지자, 국왕에 라집 라작 전 총리의 사면 요청 (2022.08.26)

2. 말레이시아 전 총리, 국부펀드 횡령 혐의로 징역 12년 형 확정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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