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 정부 부채 증가에도 대규모 보조금 준비

◦ 사상 최대 규모의 보조금 준비

- 조기 총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정부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조금 및 현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6월 25일 자프룰 아지즈(Zafrul Aziz) 말레이시아 재무부 장관은 2022년도에 휘발유, 전기, 식품을 포함한 소비재 보조금으로 510억 링깃(한화 약 14조 8,763억 원)을 준비하겠다고 발언했다. 말레이시아 총선은 원래대로라면 2023년 9월 14일에 열려야 하지만, 여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United Malays National Organization) 안팎에서 지방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2022년 연내 초기 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재무부 장관은 정부가 기획하고 있는 보조금 중에서 117억 링깃(한화 약 3조 4,130억 원)은 현금 지원 형태로, 146억 링깃(한화 약 4조 2,603억 원)은 기타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6월 22일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식품 물가와 생활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서 4억 달러(한화 약 5,139억 원)를 교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재무부 장관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가정하여 보조금 규모를 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2년 6월 초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덕분에 늘어난 정부 세입 증가분만으로는 2022년도 보조금 인상분을 상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저소득층에 집중 지원

-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Ismail Sabri Yaakob) 말레이시아 총리도 소득 하위 40% 가구에 현금 100링깃(한화 2만 9,470원)을 지급하고, 소득 하위 40% 개인에는 현금 50링깃(한화 1만 4,735원)을 지급하겠다고 발언했다. 또한, 말레이시아 정부는 저소득층 86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 지원을 위해 예산 6억 3,000만 링깃(한화 약 1,856억 원)을 준비하는 한편, 6월 24일에는 전기 및 수도 요금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전기 및 수도 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2022년 6월에 “말레이시아 국민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7월로 소멸할 예정이었던 닭고기 가격 상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언했다. 한편, 2022/23 회계연도 말레이시아 예산안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 국민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보편적 지원 정책에서 저소득 취약계층에 보조금 지급을 집중시키는 선별적 지원 정책으로 선회했다.

- 말레이시아 연방정부의 직접 부채(direct federal government debt)는 2022년 4월 말 기준 1조 160억 링깃(한화 약 298조 1,74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62%인데, 2022년 말에는 GDP 대비 65.8%인 1조 800억 링깃(한화 316조 9,845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2023년에 부담해야 할 채무원리금 상환 비용(debt service charges)은 460억 링깃(한화 약 13조 4,978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 중앙은행, 물가상승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

◦ 가계 경제 짓누르는 식품 물가 상승

- 치솟는 물가는 말레이시아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은 2022년 6월 기준 2.8%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지역 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식품 물가상승률이 5.2%에 달해 저소득 가구의 경제를 옥죄이고 있다. 싱가포르계 시중은행 대화은행(UOB, United Overseas Bank) 말레이시아 법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줄리아 고(Julia Goh)는 2022년 5월 말레이시아의 육류 가격 상승률이 무려 9.5%에 달한다고 밝혔다.

- 2022년 5월 기준 말레이시아의 물가상승률이 2.3%였는데, 두드러지게 나타난 식품 물가 상승세가 종합물가지수를 계속 끌어 올리고 있다. 모흐드 우지르 마히딘(Mohd Uzir Mahidin) 말레이시아 통계청장은 “말레이시아의 2022년 6월 식품 물가상승률이 2011년 11월 이래 최고 수준을 달성했고 식품 바스켓에 담긴 전체 품목 중 93%의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 2022년 5월 기준 말레이시아의 교통비는 3.9%, 외식·호텔 숙박비는 3.7%, 가구·가전제품·일상가계유지비는 2.9%, 잡화·서비스비는 1.9%, 오락·문화비는 1.8%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2022년 5월 말레이시아의 장바구니 물가를 살펴보면 채소 가격은 8.1%, 우유·치즈·계란 가격은 8%, 생산·해산물 가격은 4.3%, 유지(oils & fats) 가격은 3.7% 상승했다.

- 또한, 2022년 5월 말레이시아의 반찬을 곁들인 밥(rice with side dishes) 가격은 8.3%, 납작빵(roti canai) 가격은 7.8%, 면으로 조리한 음식(food made from noodles) 가격은 5.7%, 닭고기 요리 가격은 5.1% 올라,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 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모흐드 우지르 마히딘 말레이시아 통계청장은 말레이시아 CPI의 고기 항목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 2022년 5월 닭고기 물가지수가 전월 7.5%에서 껑충 뛰어올라 13.4%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은행, 저금리 기조에 종지부 찍어

- 7월 6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하고 기준금리를 2%에서 2.25%로 0.25%p만큼 상향 조정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022년 5월에 기준금리를 0.25%p만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2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마지막으로 나선 것은 2010년대 중반이었다.

- 로이터(Reuters) 통신이 이코노미스트 22인(人)에 의뢰한 설문 결과 응답자 전원이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2022년 7월 0.25%p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그리고, 로이터 통신의 설문에 응답한 이코노미스트 중 12명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2022년 9월에 기준금리를 0.25%p만큼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나머지 이코노미스트들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2022년 말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 노르 샴시아 모흐드 유누스(Nor Shamsiah Mohd Yunus)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나중에 한꺼번에 허겁지겁 올리는 것보다는 경제 현실에 맞춰 지금부터 기준금리를 조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노르 샴시아 모흐드 유누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2022년 연말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3%로 회복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회피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하는 동안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75%로 유지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국내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2022년 소비자물가상승률 구간이 2.2~3.2%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 현지 싱크탱크인 MIDF 리서치(MIDF Research)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견고한 내수가 근원물가(core inflation)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MIDF 리서치는 말레이시아에서 유통 매출(distributive trade sales) 증가 모멘텀이 유지되고, 2022년 4월 실업률이 3.9%로 크게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대외무역도 성장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말레이시아 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ikkei Asia, Singapore, Malaysia, Indonesia unleash cash to ease inflation bite, 2022.07.06.

Nikkei Asia, Malaysia raises key rate again to 2.25% amid COVID recovery, 2022.07.06.

Nikkei Asia, ASEAN economy to slow down in 2nd half of 2022: JCER/Nikkei survey, 2022.07.04.

Reuters, Malaysia plans record $18 billion subsidy spend in inflation fight, 2022.06.25.

The Edge Markets, Costlier food accelerates Malaysia's inflation to 2.8% in May 2022 — DOSM, 2022.06.24.

The News Straits Times, Malaysia's inflation shoots up fastest in nearly five years, 2022.06.24.

[관련 정보]

1. 말레이시아 정부, 물가 폭증에 대처하기 위한 특별대응반 설립하기로 발표 (2022.07.01)

2. 말레이시아 정부, 역대 최대 규모의 보조금 지급 계획 발표 (202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