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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스리랑카, 출구 보이지 않는 외환 위기 속에 초인플레이션 위기 현실화

스리랑카 EMERiCs - - 2022/07/08

☐ 고삐 풀려버린 물가


◦ 초인플레이션 접어들어

- 스리랑카 인구통계청은 2022년 6월 스리랑카의 물가상승률이 심리적 저지선인 50%를 넘어선 54.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콜롬보 소비자물가지수(CCPI, Colombo 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이 50%선을 넘어 초(超)인플레이션에 돌입한 것은 1948년 스리랑카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에 따르면 대부분 경제학자는 물가상승률 50%선을 초인플레이션의 기준점으로 잡고 있다.

- 스리랑카 인구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6월 식품과 연료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core inflation)도 5월 28.4%에서 39.9%로 큰 폭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6월 스리랑카의 연간 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연간 식품 물가 상승률인 57.4%보다 높은 80.1%를, 같은 달 연간교통비 상승률은 5월 91.5%보다 높은 128%를 기록했다


◦ 통화 가치 급락으로 물가 오름세 이어져

- 2021년 10월만 하더라도 CCPI 상승률은 7.6%에 머물렀으나, 스리랑카 정부가 510억 달러(한화 약 66조 2,409억 원)에 달하는 대외 채무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한 직후 2022년 5월에 CCPI가 39.1%로 껑충 뛰어오르는 등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 2022년 6월 기준 미국달러 표시 스리랑카 루피화 가치도 2022년 초 대비 50% 이상 평가절하하면서 연료를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스리랑카 경제 구조의 특성상 소비자 물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민간단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스리랑카의 실제 소비자 물가는 정부 통계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브 행크(Steve Hanke)는 2022년 6월 스리랑카의 실제 물가상승률이 128%이며, 같은 달 물가상승률이 365%를 기록한 짐바브웨에 이어 세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두 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 연료 공급 대란에 기간 산업인 석유 시장 개방


◦ 연료 수입 대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 7월 3일 칸차나 위제세케라(Kanchana Wijesekera) 스리랑카 전력에너지부 장관은 정부가 유조선 6척 분량의 연료 수입 대금 5억 8,700만 달러(한화 약 7,624억 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시인했다. 칸차나 위제세케라 장관은 연료를 실은 유조선이 하역을 기다리고 있으나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1억 2,500만 달러(한화 약 1,623억 원)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7월 3일 기준 스리랑카 정부의 경유와 휘발유 재고량이 각각 1만 2,774톤과 4,061톤에 불과하여 연료 공급이 시급하지만 당장 7월 첫째 주에 연료 수입 대금을 치를 3억 1,600만 달러(한화 약 4,104억 원)조차 마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 스리랑카 정부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Dubai) 소재 에너지 판매 중개기업 코럴 에너지(Coral Energy)를 통해서 들여오기로 한 경유 4만 톤이 7월 9일에 도착할 예정이며, 두 번째 연료 선적분 구매를 위해서는 네덜란드계 무역회사 비톨(Vitol)에 7월 7일까지는 4,900만 달러(한화 약 636억 원)를 결제해야 한다. 

- 한편,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부 장관은 정부가 7곳의 연료 공급업체에 지고 있는 외상거래 부채 8만 달러(한화 약 1조 391억 원)를 상환할 방도를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리랑카 정부는 연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하여 7월 1일부터 2주 동안 공공기관, 학교를 폐쇄하여 공무원들의 재택근무를 종용하고, 소방·경찰·병원 등 필수 공공서비스 부문에만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 스리랑카 정부, 석유 시장 사실상 개방

-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부 장관은 산유국의 업체에 연료 수입과 소매 영업을 개방하는 안이 내각에 승인됐다고 밝혔다. 보유 외환이 고갈되어 석유 수입이 어려워지자 스리랑카 정부가 국가 기간 산업으로 여겨 개방을 꺼려왔던 석유 시장마저 외국에 개방한 셈이다. 

- 스리랑카의 석유 시장 점유율은 국영 실론석유공사(CPC, Ceylon Petroleum Corporation)가 80%, 나머지 20%는 인도석유공사(IOC, Indian Oil Corporation)의 스리랑카 현지 법인인 랑카IOC(Lanka IOC)가 차지해왔다.

- 스리랑카 내각은 선박이나 항공기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스리랑카 국내에 법인으로 등록된 외국계 벙커링(bungkering) 기업들이 국내 공항이나 항만에서 항공유나 중유를 수입·판매하는 것을 허용했다. 스리랑카는 매일 A1 제트유(jet fuel) 120만 리터가 필요한데, 외화가 바닥난 CPC는 항공사들에 공급할 항공유를 구매할 수 없어 스리랑카 공항에서는 항공유 공급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 외환 위기 탈출 작업은 난항


◦ 해외 노동자 송금액도 급감

- 스리랑카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부 장관은 평상시에 스리랑카 해외 노동자들의 월간 송금액이 6억 달러(한화 약 7,793억 원)인데, 2022년 6월 해외 노동자 송금액이 3억 1,800만 달러(한화 약 4,130억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 스리랑카 중앙은행도 2021년 1~6월 사이에 28억 달러(한화 약 3조 6,368억 원)에 달했던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액이 2022년 1~6월 사이에는 13억 달러(한화 약 1조 6,885억 원)로 급격히 추락했다고 덧붙였다.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부 장관은 200만 명가량의 해외 노동자들에게 비공식 경로로의 송금을 자제하고 반드시 은행을 통해 송금할 것을 당부했다.

- 한편, 스리랑카 정부는 공식 환율보다 환율이 높은 암시장에서 외화를 거래할 목적으로 외화를 비축하는 투기세력이 국내에 있다고 보고, 2021년에 민간이 소지한 외화를 스리랑카 루피화로 환전할 것을 의무화한 바 있다.


◦ IMF와 구제금융 조기 협상 타결에는 실패

- 국제통화기금(IMF)은 스리랑카 정부 대표단과의 열흘간 이어진 구제금융 프로그램 초기 협상을 6월 30일에 합의 도출 없이 종료했다. 샨타 데바라잔(Shanta Devarajan)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교수가 “IMF와 스리랑카 간의 구제금융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발언하여 양측의 협상이 조기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으나 예상이 빗나가고 말았다.

- IMF 측은 집행위원회(Executive Board)가 스리랑카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승인하기 위해서는 스리랑카 정부가 부채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고 광범위한 세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IMF는 앞으로 스리랑카 정부와의 협상은 스리랑카의 거시경제적 불균형을 수정하기 위한 포괄적인 경제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실제 구제금융 제공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 IMF 측 협상 대표단은 스리랑카 정부 측과 스리랑카 경제 정책·개혁 문제와 관련하여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밝히고, 확대신용제공(EFF, extended fund facility)을 위한 실무급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스리랑카 정부와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FF는 매우 심각한 수지 불균형(payment imbalances)에 빠진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수단이라는 게 IMF의 입장이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BC, With no fuel and no cash, Sri Lanka keeps schools closed, 2022.07.03.

Reuters, Sri Lanka struggling to pay for fuel shipments, minister says, 2022.07.03.

Channel News Asia, Bankrupt Sri Lanka's inflation jumps beyond 50%, 2022.07.01.

Bloomberg, Sri Lanka Breaks Into Hyperinflation Zone Amid Dollar Crunch, 2022.06.30.

CNBC, IMF-Sri Lanka bailout talks end without a deal, 2022.06.30.

The Straits Times, Cash-starved Sri Lanka to end fuel duopoly to ease shortages, 2022.06.28.



[관련 정보]

1. 스리랑카, 6월 물가상승률 50%선 돌파 (2022.07.05)

2. 스리랑카 정부, IMF 대표단과의 초기 협상에서 구제금융 합의에 실패 (2022.07.04)

3. 스리랑카, 2022년 1/4분기 성장률 -1.6% 기록 (2022.07.01)

4. 스리랑카, 외국계 법인 등록 기업에 휘발유 수입·판매 허용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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