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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필리핀, 인권 탄압국으로 지목 받아

필리핀 EMERiCs - - 2020/12/24

☐ 국제형사재판소, ‘두테르테 대통령은 범죄 용의자’   
- 인권 탄압 혐의를 담은 조사 보고서 발표
ㅇ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에 소재한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가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범죄 소탕 명목으로 공공연한 인권 유린 행위를 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예비(preliminary) 보고서를 발간했음.
ㅇ 해당 보고서는 ICC가 2018년부터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한 지 약 2년 6개월 만에 나온 것임.
ㅇ 지난 2017년 4월 필리핀 다바오(Davao)시의 주드 사비오(Jude Sabio) 변호사가 두테르테 대통령과 측근 11명이 범죄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살인 등 사적 제재를 가하였다고 ICC에 조사를 요구했으며, 이에 ICC는 요구서를 접수한 이듬해인 2018년 4월에 예비 조사를 시작했음.
ㅇ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를 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식으로 대통령직에 취임한 2016년에 ‘마약과의 전쟁(war of drug)’을 선포하면서 별도의 무력 진압팀을 구성하는 등 강경 진압을 예고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용의자를 처형한 혐의가 있음.
ㅇ 한편, ICC가 이번에 공개한 보고서는 예비 보고서로, ICC는 가까운 시일 내 본 수사에 착수하여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혐의 내용을 보다 더 심도 있게 조사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임.
ㅇ 만약 ICC가 본 수사를 시작할 경우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을 기소할 가능성도 있음.
-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
ㅇ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필리핀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마약 문제를 완전히 소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실제로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법 집행을 예고했음.
ㅇ 이와 같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에 초기 필리핀 국민의 지지율은 매우 높았음. 각종 설문 조사에서 두테르테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90%를 넘었으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와 같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마약 범죄 용의자에 대한 무력 진압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음.
ㅇ 그러나 한편으로는 각종 인권 단체와 일부 법조인 사이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초법적인 공권력 집행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나친 처벌을 받는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음. 더불어 마약과의 전쟁을 빌미로 정적을 제거하거나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음.
ㅇ 이와 같은 우려가 있었던 것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출마 전 다바오 시장을 맡고 있었을 때부터 범죄 용의자에 대해 과격하고 무자비한 공권력을 행사한 전례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경찰력 외 별도의 사병 집단을 조직하는 등 탈법적인 행위를 했기 때문임.
ㅇ 다바오 시장 시절 두테르테 대통령은 약 2,000명에 가까운 범죄자를 처형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범죄자를 직접 처형했다고 공식 석상에서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음. 이러한 전력 때문에 대통령 취임 후 실행하는 마약과의 전쟁에서도 유혈 사태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음.
ㅇ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초기 대중의 지지가 매우 높았고 마약과의 전쟁도 필리핀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던 정책이었기에 그와 같은 반론은 큰 힘을 얻지 못했음.
ㅇ 그러나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했던 대로 과잉 진압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음.
ㅇ 마약상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담당 병력의 발포로 만 5세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실제 마약 거래 행위가 없었는데도 구체적인 조사 없이 무분별하게 용의 선상에 오른 대상자에게 총격을 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음.
ㅇ 이와 같은 논란이 계속되던 와중, 마약 범죄 혐의를 받은 만 17세 소년이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총격에 숨을 거두는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은 용의자가 경찰에 위협을 가했기에 불가피하게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는 사건이 있었음.
ㅇ 그러나 인근 CCTV 자료를 공개한 결과, 해당 용의자는 이미 경찰에 진압된 상태였고 신병을 구속당한 채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음. 이 사건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경찰이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해당 인원에게 징계를 가한 첫 사례이자, 그동안 많은 비판을 샀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큰 반감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음.

☐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의 의견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음.
-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의 예비 보고서에 대하여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음. 
ㅇ ICC의 예비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자신의 혐의를 주장한 ICC 보고서에 대하여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혀 사실에 맞지 않는 날조로 가득하다고 일축했음.
ㅇ 또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몇몇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자신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공권력을 집행하도록 지시했으며 정적 제거의 목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했음.
ㅇ 이와 동시에 ICC 법정에 서는 것은 무섭지 않고 또한 그럴 생각도 없으며, 마약과의 전쟁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음.
ㅇ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20년 7월 필리핀에서 사형제를 부활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의회에 요청하면서, 사형제를 다시 시행하면 강력 범죄와 마약 범죄를 뿌리 뽑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음.
ㅇ 이와 같은 발언은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마약 범죄자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에 변함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으로 판단됨.
- 필리핀은 ICC를 탈퇴했으며 정권에 비판적인 여러 집단을 강력히 제재하고 있음.
ㅇ 주드 사비오 변호사의 요구로 ICC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필리핀은 ICC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ICC에서 탈퇴했음. ICC 가입국이 ICC에서 탈퇴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임.
ㅇ 한편, 지난 2020년 5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를 계속 보였던 필리핀 최대 방송사 ABS-CBN의 방송 면허 갱신을 거부함. 
ㅇ 더불어, 필리핀 당국은 그보다 앞선 2019년에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기자를 구속한 바 있으며, 해당 소식은 미국 뉴스 방송사인 CNN을 통해 보도되었음.
ㅇ 이에 더해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포스팅을 자체 검열하지 않은 페이스북에 대하여 필리핀에서 계속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경영 지침을 내려야 한다면서 페이스북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기도 했음.
ㅇ 이처럼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정책을 주변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음.
ㅇ 또한 언론이건 글로벌 SNS 기업이건 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을 표시하거나 혹은 이를 방관하는 주체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비판 의견을 밝힘.
ㅇ 두테르테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감안 시 마약과의 전쟁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일어났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임. 그러나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의 성향을 볼 때 앞으로 자신의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인 지지율도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음.
ㅇ 이러한 점을 감안 시, ICC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본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낮지 않아 보이며 앞으로 ICC의 본 조사 착수 여부와 본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ICC 및 필리핀 국내외 인권 단체와 두테르테 대통령 사이의 마찰과 감정의 골이 계속 깊어질 것으로 예상됨.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ew York Times, Court Finds Evidence of Crimes Against Humanity in the Philippines, 2020.12.15.
CNN Philippines, Duterte hits back at Trillanes, says he’s not afraid of ICC arrest, 2020.12.17.
South China Morning Post, Duterte’s war on drugs: ICC sees ‘reasonable basis’ for crime against humanity probe in Philippines, 2020.12.15.
Washington Post, In Philippines drug war, ICC sees ‘reasonable basis’ for crimes against humanity, 2020.12.16.
ABS-CBN, ICC report 'significant' step to continue Duterte drug war probe – lawyer, 202012.17.
Human Rights Watch, Another Spike in Philippines’ ‘Drug War’ Deaths, 2020.09.28.
Inquirer.net, Lawyer withdraws ICC complaint vs Duterte, saying it’s just ‘propaganda’, 2020.01.15.
Manila Times, No ICC ruling vs Duterte, 2020.12.21.
BBC, Philippines death penalty: A fight to stop the return of capital punishment, 2020.08.15.
Human Rights Watch, Death Penalty Danger in the Philippines, 2020.08.05.
CNN Philippines, Duterte calls for revival of death penalty by lethal injection for drug-related crimes, 2020.07.27.
Reuters, Philippines' Duterte calls out Facebook after accounts taken down, 2020.09.29.
South China Morning Post, Duterte’s war on drugs: global human rights coalition to aid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n Philippines inquiry,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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