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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태국 개헌 국민투표 결과 분석과 향후 전망

태국 김홍구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2016/08/30

지난 8월 7일,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헌과 관련한 국민 투표에서 찬성이 61.35%, 반대가 38.65%로 최종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선관위는 개헌안을 확정하고 후속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위와 관련하여, 부산외국어대학교 김홍구 교수에게 태국 개헌 국민투표 결과 분석과 향후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태국에서 개헌 및 국민투표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2011년 총선에서 집권한 탁씬 친나왓의 막내 여동생 잉락 친나왓 총리는 2008년 대법원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되었다. 이후 친 탁씬 세력은 형 집행을 피해 망명 중인 탁씬의 귀국과 사면법안 국회 통과를 추진해왔다.
이를 둘러싸고 친 탁씬, 반 탁씬 세력들의 정치적 갈등이 첨예화한 가운데 2014년 5월 22일 쁘라윳 짠오차 육군 사령관은 정치적 대립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는 최고권력 기구인 국가평화질서 유지위원회 의장직과 함께 총리직을 겸직하며 과도내각을 이끌게 되었다.
이어서 임시헌법이 제정되고, 국가입법회의와 국가개혁작업을 담당할 국가 개혁위원회가 임명되었으며, 국가개혁위원회에서는 헌법초안위원회를 임명해 헌법개정작업을 추진했다. 헌법초안위원회가 첫 번째로 기초한 개정안은,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총리를 임명할 수 있고, 상원의원 일부도 임명하게 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 위기 시에 최고사령관, 육·해·공 3군 사령관, 경찰청장 등이 포함된 국가 개혁과 화해 전략위원회 위기관리위원회가 행정, 입법권을 장악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도 담겨 있었다.
군사정권이 헌법 개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노렸던 점은 한마디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강화하고 탁씬 전 총리 세력의 재집권을 무력화시키거나 봉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민주적인 헌법 개정안은 2015년 9월 6일 국가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결되었다. 개헌안이 부결됨에 따라 다시 헌법초안위원회가 구성돼 새로운 헌법 초안을 만들어 이에 대한 국민의 찬반을 묻기 위해 올해 8월 7일 국민투표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Q2. 개헌안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번 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부결되었던 첫 번째 개정안보다도 권력구조 측면에서는 더욱 비민주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정안은 완전한 문민 통치가 복원되기까지 잠정적으로 5년 동안 민정 이양기를 인정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상원을 250명으로 정하되 244명은 군부가 주도하는 국가평화질서 유지위원회가 선발위원회를 통해서 임명하게 된다. 이 중 194명은 직접 임명하고, 50명은 20개 직능단체에서 간접 선출된 후보자 군 중 선발하게 된다. 나머지 6명은 고위직 군과 경찰에서 임명되는데, 사실상 군 최고사령관과 육·해·공군 사령관, 국방담당 사무차관, 경찰청장 등의 군부 지도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상원은 확실히 군부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이다. 총리 선출과 관해서도 상원은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하원에서 적어도 5% 이상의 의석(하원 전체 의석수 500석)을 얻은 각 정당은 3명의 총리 후보를 추천할 수 있으며(선출의원 또는 아닌 자도 가능), 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리를 선출한다. 하지만 민정 이양기 동안에는 어떤 후보도 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 상원과의 합동 회의를 개최해 양원 3분의 2 찬성으로 3명의 리스트를 무효화시키고, 리스트 외의 인사를 총리로 선출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원 총 500석 중 350석은 지역구 의원, 150석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비례대표의원 선출 방식은 일반적인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는 다른 변형된 비례대표제도(Mixed Member Apportionment, MMA)를 도입했다. 유권자는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에게 한 표만을 행사하게 되며, 낙선자의 득표수도 모두 비례대표 의석수로 환산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새 헌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강화해 행정부를 과도하게 견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통치불능 상태에 빠져 국가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하원의장, 야당대표, 상원의장, 총리, 대법원장, 최고행정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준 사법독립기구의 장들을 소집해서 위기해결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은 선거관리위원회, 반부패위원회, 금융감독원 같은 준사법적 독립기구에 정부 정책이 국가에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경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정부가 그 경고를 무시해 후일 손해가 초래됐을 때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Q3. 이번 개헌안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의 주장과 근거는 무엇이었나?
개헌안에 찬성하는 입장은 정치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2006년 9월 쿠데타로 탁씬 정권이 무너진 후 친 탁씬과 반 탁씬 세력 간의 첨예한 정치적 대립으로 지금까지 정치적 불안이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잉락 정권 집권 시기인 2013년 11월 초부터는 거의 반년 넘게 끌어온 정치 불안으로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들은 이러한 만성적인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고 정치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 헌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입장은 이런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군부지도자(비선출 임명 총리) 또는 군부가 지명한 인사들(상원의원)로 하여금 정쟁으로 정치 불안을 조장하는 선출직 하원의원의 활동을 견제하겠다는 것이지만, 군부의 집권 연장 수단일 뿐이라고 비난한다.
해외 망명 중인 탁씬 전 총리는 국민투표에 대해 견해를 묻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 초안 위원들이 쿠데타 세력의 절대 권한을 영속화하는 헌법을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개정안은 “모순과 혼란의 악몽”이라고 언급했다. 군부에 우호적이었던 민주당 소속 아피씻 웻차치와 전 총리마저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군부가 상원의원 선출권을 갖도록 하는 개헌안의 규정은 정치적 대립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국민투표에서도 예상을 깨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Q4. 이번 국민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으며, 해당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투표율 59.40%, 찬성률 61.35%, 반대율은 38.65%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탁씬-잉락을 지지하는 동북부 지역에서는 반대율 51.34%, 찬성률 48.66%로 반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2007년 국민투표 때 반대율 보다는 적은 것이었다. (반대율 62.80%, 찬성률 37.20%)
상원과 하원이 함께 총리를 선출하도록 하는 개헌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는 찬성률 58.07%, 반대율은 41.39%였다. 이 항목에서도 동북부 지역은 반대가 55.32%, 찬성이 44.68%로 나타났다.
투표 결과만을 놓고 보면 태국 유권자는 지난 2년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군부를 지지함으로써 완전한 민주주의의 보장보다 정치적 안정이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여기에는 태국 국민이 계속된 정치적 갈등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태국 군부가 이번에 시행된 국민투표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도 이번 선거 결과의 또 다른 이유이다. 실제 군부는 국민투표와 관련된 야당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한 채 정부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했다. 유권자 중 상당수는 헌법 초안의 내용을 제대로 몰랐다. 국민투표가 통과되어야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군정을 끝내고 내년에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논리도 먹혔던 것으로 보인다.


Q5.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주요 정계 인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민주당의 아피씻 전 총리는 국민투표 전만 해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국민투표가 통과되자 그 결과를 인정하겠으며, 앞으로 정치 로드맵대로 내년에 총선이 치러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친 탁씬 푸어타이당도 투표결과는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투표가 통과된 원인은 개정안의 내용에 찬동했다기보다는 국민들이 조속한 선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잉락 전 총리는 선거의 결과는 받아들이되 이번 국민투표 과정에서 개헌안의 내용을 비판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한 문제점을 다시 지적하고, 그 내용의 비민주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비판하고 나섰다.
푸어타이당과 외곽조직인 독재저항민주전선연합의 지도자 짯뚜펀 프롬판은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나는 민주주의자들이 낙담하거나 그들이 패배했다고 느끼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당신들은 진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 정치학자는 군(Military), 관료제(Bureaucracy), 권위주의(Authoritarianism)의 약자인 MBA의 철저한 통제가 있었기 때문에 군부가 지지하는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Q6. 이번 개헌 국민 투표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민심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라도 정치적 안정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태국 군부는 이번에 시행된 국민투표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야당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한 채 정부의 일방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했다. 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자는 체포 및 구금되고 군사법정에서 처벌받아야 했다. 투표 하루 전 쁘라윳 총리가 자신은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공공연히 발표한 것도 부동층의 향배에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주요 학자들의 의미 있는 평가를 소개하면, 군부 정치와 관련한 유명 학자인 쑤라찻 밤룽쑥은 국민투표의 통과는 “군부의 승리가 아니라 정치인과 선거를 혐오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쭐라롱껀대학교 정치학과의 한 여교수는 “(선거결과의 원인을) 무질서를 싫어하고 항상 국가의 명령에 따르는 복종적인 보수주의자들에 의해서 지배되는 정치문화에서 찾고 있다.”며 이러한 국민의 특성으로 태국에서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때마다 국가가 이긴다고 언급했다.

Q7. 이번 투표 결과가 민간 정부 구성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가?
국민투표 결과는 민간정부 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민투표가 끝나고 나서 헌법초안위원회가 다음에 할 일은 정당법 등 통치조직법을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정당은 해산되고, 군소정당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 새 투표시스템은 대 정당이 의회 과반수를 획득하기 어렵도록 만들고 연정의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 선거는 2017년 말에 치러질 것이다. 새 정부는 군부가 임명하는 임명직 상원과 준사법적 독립기구의 영향 하에 놓이게 될 것이다. 정부에 대한 탄핵은 더욱 손쉬워질 것이고 하원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하원 의원이 아닌 자가 총리에 선출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래서 쑤라찻 밤룽쑥은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인해 태국은 과거의 “하이브리드 민주주의(hybrid democracy)"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브리드 민주주의는 태국 정치에서 오랫동안 나타났던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혼합된 형태의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는 1980~1988년 당시 쁘렘 띤쑬라론 전 총리 집권 시기에 군부, 임명직 상원, 민간 정치인들이 권력을 공유했던 절반의 민주주의(half-baked democracy, quasi-democracy)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Q8. 이번 투표로 정계에서 군부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개헌안이 승인됨에 따라 군부는 내년 하반기에 치러질 총선 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 동안 정치에 깊이 관여할 명분을 얻게 됐다. 상원의원을 지목할 권한(군부도 스스로 상원에 진출)과 사실상 다수당의 총리 배출을 막고, 총리를 임명할 권한(비선출 총리직은 1992년 5월 민주화운동이 성공한 이래 사라졌던 제도이다.)까지 갖게 된 것이다. 군부는 개헌안을 토대로 한 헌법 조문 개정작업과 관련법 정비 등의 후속 절차를 내년 10월까지는 마무리하고, 내년 11월~12월 중에는 총선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국민투표 결과를 등에 업은 군부가 향후 새 정당을 창당해 총선에 참여하거나 총리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미 가칭 국민개혁당(People's Reform Party)이라고 명명하는 친 군부 정당의 창당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으며, 쁘라윳 총리 자신도 차기 총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Q9. 한편 친 탁씬계는 이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우선 내년 말 총신이 치러질 EO까지 친 탁씬계 세력은 군부에 의해 제기되는 끊임없는 정치적 탄압공세에 대처하면서, 정치세력을 규합하고 총선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며칠 전 푸껫과 후아힌 등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사제폭탄 폭발과 방화공격)를 두고 탁씬 전 총리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축출된 잉락 전 총리는 지난해 1월 재임 중 쌀 수매와 관련된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당해 5년간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다. 특히 군부정권(태국 재무부 조사위원회)은 잉락 총리가 고가의 쌀수매 정책을 통해 유발한 재정손실의 규모가 약 9조5천억 원에 이른다고 대법원 형사부에 통보했고, 이 사건은 현재 재판 중에 있다. 군부는 재정손실을 메우기 위해서 행정명령을 발동해 잉락의 재산압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투표가 있기 직전인 8월 5일에는 반부패위원회가 2014년 쿠데타 이전 이를 유발한 사면법 입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푸어타이당 국회의원 40명에 대해 권력남용을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권력남용이 인정되면 해당 의원들은 당분간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친 탁씬계 정치 세력에게 닥칠 무엇보다 중요한 시련은 정계개편이다. 헌법초안위원회는 향후 8개월 이내에 총선법과 정당법 등을 다시 만들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당을 해산시키고 정치권의 새 판짜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된다. 새 정당법은 어떤 정당도 의회 과반수를 차지할 수 없도록 하고, 다당제를 유도하려 할 것이다.
친 탁씬계는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확고한 지지 세력을 규합해 또 다시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력투구 할 것이다. 사실상 2006년 쿠데타 이후 절대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2007년 헌법에 따라 두 차례 선거(2007년과 2011년)를 치렀으나, 친 탁씬계 세력은 선거 때마다 압승한 경험이 있다. 탄탄한 지역 기반(동북부와 북부)과 지지기반(농민 및 도시빈민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정당이 해산되고 친 탁씬계에 불리한 정당의 이합집산이 실제로 발생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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