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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몰디브 – 지구 온난화로 사라지는 신혼여행지의 민족 이주 문제

몰디브 정호영 자다푸르 대학 사회학 박사 2014/06/05

우리에게 신혼 여행지로 알려진 몰디브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30만 명의 대다수 사람들은 행복했던 적이 거의 없었다. 몰디브의 주민들은 아시아 최장 독재자인 가이움의 30년간의 독재에 저항을 계속 하였다. 가이움은 할 수 없이 2004년에 다당제를 도입하였고, 2008년 선거를 위한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지고, 2009년에는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6년간 감옥에 있었던 모하마드 나시드(Mohamed Nasheed)가 새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면 몰디브에게 새로운 미래가 시작되었는가? 그러나 그가 가이움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재정적자, 실업, 사회적으로 심각한 마약 문제만이 아니었다. 기후변화로 섬들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몰디브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로 섬들이 잠기기 전에 전 국민이 이주할 땅을 찾는 것이다. 2009년 8월 몰디브 내각은 세계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수중 내각 회의를 진행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릴 UN의 기후변화 회담에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보낸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단순명료하다. 

“우리는 더이상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는데 단결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일어나고 있고 지구의 모든 이들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보다 나은 이상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살아가야 한다는 우호적인 이해를 가지고 이를 해내야 한다. 몰디브를 구하지 못한다면 세상의 다른 지역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있진 않을 것이다.”

극점의 빙하들이 녹으면서 몰디브의 수면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2100년까지 수면이 1 미터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최고 높은 지점이 해발 2미터에 불과한 몰디브 제도의 모든 섬들이 잠기는 것이다. 2008년 10월 나시드는 주권기금(sovereign wealth fund)을 시행할 의도가 있음을 밝혔다. 2010년 4월 몰디브 정부, EU, 세계은행은 몰디브 기후변화 신뢰기금(Maldive Climate Change Trust Fund)의 MOU에 사인을 했다. EU는 880만 달러를 기부했고 세계은행이 이를 받아 몰디브 정권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처하고자 하는 것인데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몰디브를 검색하면 몰디브가 잠기고 있는 것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관광 패키지 상품들만 검색되고 있을 뿐이다.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조그만 섬나라가 잠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이곳을 신혼여행지로 방문한 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신혼의 추억만으로 기억되고 있다.

몰디브의 민족 이동은 돈을 주고 다른 나라에 땅을 사서 이주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이 이주한 나라에서도 유지되어야 한다. 몰디브 제도는 기원전 1세기경 스리랑카와 인도로부터 싱할리들이 건너와서 시작되었는데, 그래서 언어도 싱할리 계열이고, 스리랑카의 싱할리 종족처럼 불교를 믿었다. 그러나 12세기 중엽 몰디브 종족은 아랍과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이슬람의 포교활동으로 전 주민이 이슬람을 믿는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기후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인도, 스리랑카가 이주할 수 있는 지역으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으며, 땅이 넓은 호주도 고려 중이다.  

인도는 집단 난민들을 받아들인 경험이 있기는 하다. 방글라데시 해방 전쟁 때 이스트 파키스탄인들/방글라데시인들은 천만 명 가까이 인도로 피난을 와서 그중 많은 수는 웨스트 벵갈에 정착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까지는 이스트 벵갈인이었던 방글라데시인들은 웨스트 벵갈과 언어와 벵갈문화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몰디브는 무슬림 국가이다. 인도에서 힌두-무슬림 갈등은 여전히 심각하다. 현재 집권당인 BJP의 당정책은 인도로 넘어오는 무슬림 방글라데시인들의 불법이민을 필사적으로 막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몰디브의 35만 명의 무슬림 민족 공동체가 인도로 집단이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인도의 무슬림에 비해 이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무슬림이기는 하나, 이들도 결국은 수니 무슬림이니 힌두 민족주의가 강한 인도에서 이들이 정착해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 인도 무슬림들도 35만여 명의 몰디브 인들과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융화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몰디브인들은 이슬람을 믿어도 그들 고유의 문화가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보두베르라는 춤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와 몰디브화된 남자들의 춤이다. 남자들은 춤을 추면서 구애를 하고, 여자는 남자가 마음에 들면 꽃다발을 걸어주고 향수를 뿌려준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같이 춤을 추는 이런 자유로운 이슬람 문화를 인도의 무슬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스리랑카는 몰디브와 가까운 이웃나라이고, 실제로 일부 몰디브인들은 스리랑카로 건너가서 살고 있다. 그러나 스리랑카가 싱할리 종족-타밀 종족 분쟁이 있었던 나라였던 만큼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35만 명의 몰디브인들이 들어가면 또 어떤 분쟁이 시작될 지 모른다. 싱할리-타밀 분쟁을 보면 12세기부터 스리랑카에 타밀인들은 이미 살고 있었지만 분쟁은 없었다. 그러나 영국이 타밀인들을 스리랑카로 대거 이주시키면서 분쟁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호주는 인도와 스리랑카를 못 갈 경우 마지막으로 고려해보아야겠지만, 호주인들이 가지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와 충돌할 위험성을 안고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 호주는 스리랑카에서 오는 타밀 난민들도 받고 있지 않고 있기에 몰디브의 집단 이주를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몰디브 제도가 잠기는 것에 대해 35만 명의 몰디브 국민들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들은 기후변화를 가져올 만한 산업을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 것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산업으로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해수면을 상승시켜서 몰디브를 수몰되게 만드는 산업을 가진 선진국 관광객들이 해마다 80여만 명씩 찾아올 때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준 것 뿐이다. 수몰의 문제와 더불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처리 문제도 몰디브의 심각한 문제이다. 

몰디브는 한때 '기후 변화와 어머니 지구의 권리를 위한 세계 민중 대회'에 참가하여 열정적으로 선진국들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자 하였으나 지금은 이 대회에서 발을 뺐다. 냉정한 국제관계 속에서 이주할 땅을 찾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그들의 코앞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진국에 대한 비판으로는 섬의 수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정치적 불안정도 문제이다. 나시드 대통령은 임기를 못 채우고 쿠데타로 인해 2012년 2월 사임했다. 서구 언론에서는 관광객에게 스파와 마사지 서비스를 허락하는 것이 이슬람 문화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국내에서 일고 그로 인한 폭력사태로 물러났다고 보도를 했지만, 알콜과 돼지고기를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는 나라에서 이것은 사실이 아닐 것 같다. 아마도 그 이유는 정당 간의 권력 투쟁으로 보인다. 2013년 9월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나시드가 승리했지만, 대법원에 의해서 이것은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아직도 가이움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결선투표는 2014년 3월로 연기되어 치루어 졌는데, 예상과 달리 나시드는 패배하였다. 나시드는 패배를 인정했지만, 선거 과정은 불투명했다고 비판하였다. 대법원이 선거위원을 해고시키고, 선거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국론이 모이지 않고서는 집단이주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몰디브에서 민족이 집단이주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국내 정치의 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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