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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시행을 앞둔 CSR 의무화 인도 기업법, 그에 따른 변화의 바람

인도 신진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북벵골만 연구사업단 전임연구원 2014/01/14

작년 이맘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의무화가 포함된 인도 기업법은 언론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인도 기업법안은 2009년에 마련되었다. 인도 정부는 2012년 말까지 CSR 활동에 대한 무리한 요구는 없을 것이라고 표명했으나, 이와 달리 개정 기업법안에는 CSR 의무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것이 2012년 12월 하원을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기업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작년 8월 8일 상원을 통과하였고, 이후 대통령 승인을 받아 2013년 8월 30일 개정 기업법 발효가 확정되었다. 개정 기업법은 최종적으로 올 1월에 완결되어, 4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의 핵심은 자산 규모 50억 루피(약 USD 8천만), 연 매출 100억 루피, 연순익 5천만 루피 이상의 기업은 회계년 기준 최근 3년 평균 순수익(net profits)의 2%를 기업의 사회적 활동 CSR에 투자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다.

이 법은 초안 통과 이후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조정되고 구체화 되었다. 인도 정부는 기업들의 CSR 활동 추진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여 추진기구나 활동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재정적 부담을 기업이 한다는 전제로 CSR 활동 주체에 대해서는 다소 완화 시켰다. 기업은 인도의 각종 협회나 신탁을 통해 CSR 활동을 전개할 수 있으며, 타사와 공동 재원을 조성하고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법에서 인정하는 CSR 활동 10가지 중 특정 CSR 활동을 강요하지 않고, 분야별 투자 비율에 대해서 기업의 자율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CSR 활동에 대한 투명화와 보고 시스템은 강화되었다.

CSR 의무화 규정은 법안 초안에서부터 기업인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후 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기업의 재정적 부담은 덜어지지 않았다. 현재 CSR 의무화 규정이 적용되는 기업은 약 8,000개 사로 중견 기업과 대기업이 해당한다. 그러나 대기업이라고 하여 CSR 투자가 부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3년 포브스 인디아가 인도 100대 기업을 조사한 바로는, 이들 기업은 2012년 총 177억 루피를 CSR 활동에 투자했다. 반면, 개정 기업법에 따라 수익의 2% 규정을 적용할 경우 100대 기업들이 투자해야 할 비용은 561억 루피로, 현재의 3배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CSR 위원회 운영비용을 차지하더라도 부담이 되는 규모이다.

그러나 개정 기업법에 대한 인도 정부의 태도는 확고부동하다. ‘물론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CSR 활동에 규정보다 큰 비용을 투자하는 기업들도 있다. 따라서 해당 법률에 적용을 받는 기업들도 어쨌든 잘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이는 각종 비합리적인 규정이나 규제에 항의하는 기업에 대한 한결같은 인도 정부의 대응이다. 결국, 인도를 떠나거나, 바뀐 기업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인도 정부의 각종 불합리한 규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아왔고,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 인도 정부를 체험한 터라 이 정도로 놀라 짐을 챙길 기업들은 인도에 없을 것이다. 대신 기업들은 바뀐 기업법에 대응할 길을 찾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기업법의 규정에 부응하도록 CSR 관련 부서 및 기관을 편성하고, 홈페이지 운영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기업법의 CSR 활동에는 포함되어있으나 그동안 하지 않았던 CSR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2013년부터 인도 석탄(Coal India)과 인포시스(Infosys)가 정부 자선 단체에 기부를 시작했다. 기업들이 민간단체가 아닌 정부 자선 단체에 거액의 금액을 기부한 일은 드문 일이었으나, 기업법 CSR 활동 내용 중 정부 자선 단체 기부 내용이 포함되면서, 이들 단체에 기부를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변화는 기업들의 CSR 컨설팅과 NGO 단체와의 연계활동이다. CSR 의무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CSR 컨설팅이 폭주하고 있다. CSR India나 소셜 벤쳐 파트너(Social Venture Partner India) 등의 컨설팅 업체들은 각종 교육과 전략 과정 컨설팅을 제공하고, 교육 과정도 신설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하기 좋은 NGO 단체를 주선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NGO 단체들은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 NGO 단체들은 항상 자금 부족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CSR 의무화로 기업의 자금줄을 얻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영국계 헬스케어 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영유아 구강 소독제 보급 활동을 시행하게 되었다.

주 정부도 좋은 기회를 만났다. 지방정부는 기업의 CSR 투자비용을 지방 정부에 필요한 사업으로 유도하는 데 적극적이다. 일례로 마하라슈트라 주 정부 교육부는 기업들에 ‘교육 분야에서 CSR 활동’이라는 소책자를 배포하고 교육 분야 CSR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소책자의 주요 내용은 마하라슈트라 주 교육 예산의 70~80%는 교사 및 행정직 임금으로 지급되고 있어 필요한 기자재와 각종 인프라에 투자되지 못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기업들이 각종 기자재 공급이나 교육 인프라 지원 활동을 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비록 마하라슈트라 주가 선두로 기업의 CSR 투자 유지에 나섰지만, 예산이 부족한 다른 주들도 각 주에 필요한 복지 분야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지금은 인도 기업법의 영향을 정확하게 판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CSR 의무 대상 기업들이 수익의 2%를 투자할 경우 매해 1,500억~2,000억 루피에 달하는 금액이 지역사회 개발을 위해 쓰일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지역사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부패한 인도 정부가 국가 예산으로 시행하는 복지 사업보다 CSR 활동을 통한 사회 개발을 훨씬 더 효율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CSR 의무화 규정은 분명 부담이 되는 법률이다. 그러나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사회 복지에 대한 부담을 기업과 나누려는 국가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인도 기업법이 전적으로 생뚱맞은 발상도 아니다. 달리 생각하면 중소기업에는 관대한 인도 정부가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이 법을 시행한다는 것이 다행일 수 있다. 또 어쩌면 이 법이 의도대로 추진되고 CSR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을 높일 수 있다면 기업과 지역사회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이상적인 법으로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길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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