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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몬산토 반대 운동은 인도 농업의 나아갈 길인가_반다나 시바 비판

인도 정호영 자다푸르대 박사과정 2014/01/12


2014년 1월 9일 외신은 아르헨티나 법원이 몬산토의 GMO 종자 생산공장을 코르도바 주에 건설하지 못하도록 판결난 것을 보도하였다. 뉴욕에 본사를 둔 AP 통신사의 조사에서 몬산토에서 만든 살충제가 기형아 출산과 암 환자 증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밝혀졌다. 활동가들은 113일간 몬산토 공장 부지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도 법정 소송은 법정 소송대로 진행해서 몬산토를 추방시켰다. 몬산토 종자는 남미 대륙의 경우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에 이어 아르헨티나에서도 추방된 것이다. 몬산토 반대운동은 전 세계 52개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 운동의 세계적인 스타는 인도의 여성생태주의자 반다나 시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몬산토 반대운동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인도의 여성생태주의자인 반다나 시바이다. 그녀의 책이 국내에서도 괘 번역출판되었고 국내 언론들도 그녀와의 인터뷰를 싣는 등 보도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남미보다는 인도를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도에 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상식선’에서 한번 더 재점검해보아야 할 것이 많이 있다. 반다나 시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에서는 반다나 시바의 ‘GMO 종자 vs 인도의 토종 종자’의 문제 제기 틀에서 가려져 있는 것들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1.  ‘GMO 종자 vs 인도의 토종 종자’ 혹은 ‘녹색혁명’ vs ‘나브다야 운동’

 반다나 시바가 쓴 책 중 처음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책은 1992년 출판된 [인도 녹색혁명의 폐해를 담은 녹색혁명의 폭력: 3세계 농업, 생태학, 정치학(The Violence of Green Revolution: Third World Agriculture, Ecology and Politics)]이다. 생태를 무시하는 기술 만능주의로 진행된 녹색혁명이 인도에 어떤 재앙을 가져다 주는지 그녀는 이 책에서 밝혔고 이후에는 다국적 농업기업들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유기농 농업을 제시하였다. 2005년 그녀의 생태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소똥(bullshit)]은 녹색혁명 비판으로 당시 무분별한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땅이 마른 채 쩍쩍 갈라져 완전히 파괴되어되어버린 농토를 보여주었으며,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비판으로는 인도 농민들의 자살을 보여주었다. 그녀가 반대하는 것은 GMO 종자를 쓰고 그 종자에 맞는 농약을 뿌리고 화학비료를 대거 투입하고 계획 없이 지하수를 마구 끌어올려 땅을 파괴시켜버리는 녹색혁명과 다국적 기업의 농업이다. 녹색혁명의 특혜지였던 펀잡에서 녹색혁명으로 파괴되어버린 농토 때문에 1984년에는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녀의 녹색혁명에 대한 비판은 1987년 운동으로 구체화된다. 그녀가 녹색혁명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나브다냐 운동이다. 나브다냐 운동은 유기농을 기본으로 한 '종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사라져가는 토종 종자를 보존하고 이를 농민과 공유하고, 유기농법을 보급하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농작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 판매하는 운동이다.(소비자에게 직접 연결, 판매하는 부분은 지면상 논의하지 않겠다.) 나브다야 운동의 농법 자체만을 한번 생각해보면 우리가 해볼 질문이 하나 있다. 녹색혁명 이전의 인도 농업은 어떤 농법으로 농작물을 키웠는가? 유기농법이다. 토종 종자를 쓰고 소똥을 비료로 사용했다. 녹색혁명 이전의 인도 농업은 나브다야 운동이 주창하는 유기농법이다. 왜 인드라 간디 정권은 이렇게 좋은 유기농법을 버리고 녹색혁명을 시작했는가? 그것은 반몬산토 운동에서 주장하는 다국적 기업의 이윤 추구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전통적인 농업 생산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식량 부족 문제로 인해 인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던 농민들의 불만 폭발 때문이었다. 인도 마오이스트의 출발이 된 낙살바리 봉기도 이런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녹색혁명은 장기적으로는 지속 불가능한 농작물 생산방법이었지만, 단기간의 식량 증산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었고, 그 덕에 인도는 식량 자급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다.
 
 현재 농토를 파괴해버리는 녹색혁명의 폐해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브다냐 운동이 주장하는 전통적인 유기농법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다른 말로 녹색혁명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식량 자급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반다나 시바는 국내 언론에서 그동안 아무런 비판 없이 계속 보도되었고, 여성생태주의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한국에서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현실과 그녀의 주장을 비교해본 후 반나다 시바의 사고를 우리는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되지 않을까?

2. 반다나 시바는 인도의 천수답 문제를 논하지 않는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종자와 비료 이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다. 땅이다. 반다나 시바는 인도의 농토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천수답 문제를 논하지 않는다. 인도에서 경작 가능한 땅의 60%는 천수답이기에 관개시설의 도입이 없으면 이 60%는 하늘만 쳐다보고 살아야한다. 이 천수답에는 GMO 종자를 심던지 인도의 토종 종자를 심던지 심한 가뭄이 오면 생산은 거의 없다. 녹색혁명은 이 인도의 천수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양수기를 설치해서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려서 천수답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체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과 토지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부농이나 중농들에게 양수기 설치 비용을 저리로 빌려주었고, 이는 무정부주의처럼 개별적으로 마구 지하수를 파게 하여 토지의 황폐화를 가져왔다. 녹색혁명 당시의 정책 오류를 피하려면 국가가 인도의 풍부한 강물을 대규모 관개 사업을 통해 농지로 수자원을 보급하거나 지하수를 파더라도 연구 조사 이후에 계획적으로 지하수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 대규모 관개 사업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처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소유자가 복수인 곳의 땅을 일관된 계획 아래 공공자산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천수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계획된 개입과 과학기술의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3. 간디주의자 반다나 시바의 비판적 수용

 반다나 시바는 간디주의자이다. 그녀가 다국적 기업에 반대할 때 사용하는 용어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인도와 대척점에 있는) “서구”, (기계적으로만 세상을 보는 유럽인들의) “환원주의(reductionist)”이다. 이 용어들은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BJP의 정치 캠페인 용어로 자주 사용되는 것들이다. 반다나 시바는 한국에서 흔히 알려져 있듯이 ‘좌파’가 아니라 힌두민족주의자이다. 본인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간디이고, 간디의 책 [힌두 스와라지]는 그녀 주장의 기본 근거이다. 물레를 돌려서 직접 옷을 만들어서 기계로 옷을 짜는 영국 제국주의의 문화를 막자는 간디의 사상이 그녀의 여성생태주의의 핵심이다. 간디는 물레를 돌리는 상징적인 행위를 했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 인도인들은 간디가 권장한 것처럼 물레를 돌려서 옷을 만들어 입지는 않았다. 스와라지 운동이 가져온 영국 상품을 배척한 결과는 간디가 원하던 영국 침략 이전의 사회로의 회귀가 아니었다. 간디 생전에도 ‘간디의 물레’는 낭만적인 이야기였다. 스와라지 운동은 물레가 아닌 기계로 옷을 짜는 인도 섬유산업의 발전을 가져왔고, 인도 토착 자본가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반다나 시바는 간디의 사상을 이어받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나 지금 인도에서 ‘반다나 시바의 토종 종자와 소똥’이 간디 시기의 ‘간디의 물레’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는 차분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필자는 반다나 시바가 유기농법을 지지하듯이 유기농법을 지지한다. 유기 농법을 장기적으로 토지를 회복시켜가면서 실시하면 생산량이 결코 낮지 않고 건강에도 훨씬 좋다는 것은 한국의 귀농 사례나 한 때 식량 위기를 겪었던 쿠바의 성공 사례 등이 한국의 지상파에서도 여러 차례 방영이 될 만큼 이제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몬산토에서 만든 종자와 그 종자에 맞추어 사용해야 하는 살충제가 기형아 출산과 암 환자 증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면 우리도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기농법에 찬성한다는 것과 반나다 시바의 사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우리는 반다나 시바의 낭만적인 시각에서 나온 것 중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더라도, 총체적인 시각에서 반다나 시바가 놓치고 있는 것들도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반다나 시바가 찬양하는 ‘토종 종자와 소똥’만으로는 인도의 천수답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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