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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드디어 록빨(Lok Pal)이...

인도 고홍근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교수 2014/01/13

‘록빨 법안(Lokpal Bill)’ 또는 ‘록빨과 록육따 법안(Lokpal and Lokayukta Bill)’의 역사는 한 마디로 파란만장한 것이었다. 2013년 12월 17일과 18일 상원인 라쟈  싸바(Rajya Sabha)와 하원 록 싸바(Lok Sabha)를 각각 통과하여 12월 30일 현재 대통령의 비준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처음 연방의회에 제출되었던 이래 무려 45년 만에 통과된 것이었다. 1968년을 시작으로 2011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8차례의 법률 제정의 시도가 있었지만 정부의 법안철회, 의회해산, 의회 회기만료 등의 이유로 모두 실패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1년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12월 27일 록 싸바에서 통과되었었다. 그 2일 후인 29일 라쟈 싸바로 법안이 제출되었지만 그 날은 겨울회기(Winter Session)의 종료일이었다. 12시간에 걸친 격렬한 토론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과 실속이 없는 허울뿐인 법안이라는 야당 사이에서, 벌어졌지만 회기만료로 법안은 그대로 계류되어버리고 말았다. 2012년 5월 라쟈 싸바는 특별위원회(Select Committee)를 조직하여 쟁점사항에 대한 조정을 시작하였고 무려 1년 7개월에 걸친 논쟁 끝에 수정법안을 라쟈 싸바에 다시 제출하여 현재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사실상, 록빨은 인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법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고통받고 있었던 부패 문제를 대중운동으로 만든 안나 하자레(Anna Hazare)는 국민적인 영웅이 되었고 그를 지지하는 수십만 명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반부패 시위에 참여했었다. 이 운동은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어 2011년 타임(Time)는 세계 10대 뉴스 중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었다. 만약 대중의 관심과 세계 언론들의 주목이 없었다면, 인도 정치인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록빨을 통과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록빨의 통과는 대중의 승리인 것이다.

록빨은 어원 상, 산스끄릿의 ‘록(Lok)’ 즉 국민 그리고 수호자인 ‘빨라(Pala)’의 복합어로서 ‘국민의 수호자’라는 뜻이지만,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반부패를 위한 옴부즈맨(Ombudsman)’ 1)이다. 인도에서 이와 유사한 제도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64년 중앙감시위원회(Central Vigilance Commission: CVC)의 설립이었다. 이 위원회는 반부패를 목적으로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과 조직들을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독립적인 기관이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단순한 자문기관이었을 뿐 부패를 시정할 수 있는 어떤 강제력도 가지지 못했다. 따라서 1966년 행정개혁위원회(Administrative Reforms Commission)는 연방정부에는 록빨, 각 주정부에는 록육따를 두는 이중구조(Two Tiers)의 반부패기관의 창설을 제안하였다. 이것이 45년에 걸친 지리한 논의의 시작이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친 록빨의 주요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목적: 록빨은 특정한 공무원과 그에 관련된 업무에 대해 부정이 있다는 주장(allegations)을 조사하기 위해서 설립된 것이다. 보다 풀어서 설명한다면 수상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 그리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단체나 조직들의 부패를 감시하는 목적을 가진 반부패법인 것이다. 
• 구성: 록빨은 위원 8명으로 구성되며, 그 4명은 사법위원(Judicial Member)이며 나머지 4명은 불가촉천민(Scheduled Caste), 부족민(Scheduled Tribe), 소수집단(Minority), 여성으로 임명한다. 
• 구조: 록빨의 산하에는 사무국장(Secretary), 조사부문(Investigation Wing)과 소추부문(Prosecution Wing)을 두고, 그 구성원은 관료(Officer)와 직원(Staff)으로 한다.
• 록빨 위원의 임명: 수상, 록 싸바의 야당대표, 연방대법원장, 록 싸바의 의장, 1명의 저명한 법률가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된 선임위원회(Selection Committee)에서 임명한다. 여기서 저명한 법률가는 나머지 4명의 위원들의 추천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 록육따; 각 주는 1년 또는 365일 이내에 록육따를 구성해야 하고 그 위원을 임명해야 한다. 록육따의 구성에 관한 사항은 각 주에 위임하여 주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한 것이다. 록육따에 관한 기타조항들은 록빨의 규정에 준하거나 유사하다.
• 기타주요사항: 록빨은 CBI(Central Bureau of Investigation)를 포함한 모든 조사기관에 대한 감독권한을 갖는다. 록빨의 조사와 재판은 시한(time-bound)을 갖는다. 즉, 1) 예비조사는 최대 90일 본 조사는 180일 내에 마쳐야 하며, 180일에 한해 연장될 수 있다. 2) 연방정부는 록빨의 조사를 바탕으로 다수의 특별법정(Special Court)을 구성할 수 있으며, 그 심리기간은 1년이며 최대 3개월 연장될 수 있다. 3) 록빨에 의해 일반법원에 소추된 재판의 판결은 2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4) 록빨 구성원의 부정에 대한 신고는 접수된 후 30일 내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
・부패로 취득한 재산은 소추 중에라도 압류한다.
・부패로 인해 발생한 재정상의 손실은 특별법정의 판결로 보상받는다.
・록빨의 조사관들은 록빨의 승인에 의해서만 전출된다.
・록빨 소속의 관료와 직원들은 연방법원의 조사결과에 따라 대통령에 의해 정직된다.
・수상에 대한 조사는 록빨 위원 2/3의 찬성을 얻어야만 한다.
・부정확한 그리고 경솔한 고소는 1년 이하의 징역과 10만루피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록빨의 소추에 의해 공직자는 최고 7년의 징역형을 받는다.
・종교 또는 자선기관에 대한 기부금 또는 그 기관들의 업무수행은 록빨의 관할이 아니다. NGO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록빨이 연방의회를 통과한 후, 이에 대한 인도사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록빨의 산파(産婆)이자 이번 법안심의 중에도 통과를 요구하며 9일 동안 단식을 했던 안나 하자레는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부패를 없애려는 순수한 노력보다는 교활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2011년 시민단체들이 제시했고 반부패운동을 촉발했던 ‘잔 록빨(Jan Lokpal: 국민의 록빨)’의 핵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이다. 즉,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고, 인도 최고의 조사기관인 CBI의 독립성이 부여되지 않았으며 부정부패자에 대해 록빨이 직접적인 징벌을 할 수 없으므로 ‘허약하고 아무 실속이 없는 법률’이라는 것이다. 트위터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다리도 없는 록빨을 걷게 하겠다고 통과시킨 BJP와 국민회의당의 속셈을 안나 하자레는 모르고 있다.’(Lt. Col Banwari Lal, 2013. 12.17)는 주장도 있고, 반대로 ‘록빨 법안의 통과는 변화하는 시민사회를 나타내고 민주적 압박이 의원들이 공공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Kiran Mazumdar Shaw, 2013. 12.18)라는 의견도 있다. 

인도에서 부패는 정서적인 산물(産物)이기도 하다. 인도인들은 부패에 대해 관대하고, 인간미 없는 청렴함에 공감하지 않는다. 가치판단에 있어서 그들은 도덕성의 실현보다는 어떤 행위가 가져다주는 효과에 훨씬 관심이 많다. 인도 계획위원회(Planning Commission)가 10차 경제계획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부패는 ‘생활의 방식(A way of life)’이 되어 있다. 국제투명성기구도 지난 11월 인도가 전 세계 177개국 94번째로 부패한 나라라고 발표했고, 세계금융청렴성(Global Financial Integrity)은 1947년부터 2011년까지 인도경제가 부패, 탈세, 범죄 등의 불법적인 자금 흐름으로 4,620억불의 손실을 보았다고 발표했다. 인도에서 체류하는 외국인들마저도 경찰을 포함한 인도 공무원들에게 소위 ‘박쉬쉬(Bakshish: 수고에 대해 지불하는 작은 액수의 돈)’를 요구받는 경험을 겪고 있다. 반부패활동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아 2010년에서 2011년 10월 중순까지 내부고발자 12명이 살해되었고, 40명이 신체적 공격을 받았다. 인도에서 부패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이번에 통과된 록빨이 미흡하다는 비판들도 타당성이 있고 국민회의당과 BJP가 내년의 15차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술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또 지난 12월 델리 지방의회 선거에서 ‘반부패와 정직’을 내세워 약진한 께즈리왈(Arvind Kejriwal)의 AAP(Am Aadmi Party: 보통 사람의 당) 열풍에 당황한 국민회의당과 BJP가 록빨을 서둘러 통과시켰다는 정치평론가들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록빨이, 비록 허약한 법률일지라도, 인도의 부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반 조각의 빵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1)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옴부즈맨은 1809년 스웨덴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옴부즈맨은 정부 또는 의회에 의해 임명되지만 상당한 수준의 독자성을 갖는 공직자를 뜻한다. 그의 임무는 시민이 제기한 불만을 공공의 이익에 준하여 조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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