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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태국 총선 후 정국 전망

태국 김홍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동양어대학 태국어과 교수 겸 학과장 2011/07/12

프어타이당과 잉락


7월 3일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잉락 친나왓이 이끄는 프어타이당이 265석을 확보해 의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제 2당인 민주당보다 무려 100여석을 앞선 것이다. 하지만 프어타이당은 정권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몇 개 군소정당들과 연립내각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새 총리는 최초의 의회가 소집된 후 30일내에 국회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추천과 재적 과반수이상 찬성으로 국왕이 임명하게 된다.


잉락은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후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다.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여성의 사회활동 비율이 높지만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1%(2011년 7월 총선 이전 국회 480석 중 57석)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방자체단체의 여성의원 비율은 그보다 1-2% 높은 수준이다. 태국 여성계에서는 잉락의 총리 취임이 여성의 정치참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그녀가 여성계를 대표해서 출마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아무래도 잉락의 새 총리 임명은 탁씬의 막내 여동생이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잉락은 태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어드밴스드 인포서비스(AIS)의 사장과 부동산개발업체 에스시애셋의 대표를 맡았던 기업인 출신으로 탁씬의 대리인격으로 총선에 출마했다. 탁씬은 그녀를 자신의 클론(Clon)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녀를 내세운 프어타이당이 선거 모토를 “탁씬 킷(탁씬이 생각하고), 프어타이 탐(프어타이당이 행동한다)”이라고 정할 정도로 이번 선거는 탁씬의 대리전 성격을 띤 것이었다. 잉락의 프어타이당은 일단은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그 앞에는 수많은 정국 불안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계층간, 지역간 갈등과 포퓰리즘 정책


이번 선거를 통해서 다시 한번 계층간, 지역간 갈등이 확인되었다. 프어타이당은 계층적으로 도시빈민과 농민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으며 지역적으로는 동북부와 북부의 지지를 받았다(동북부 126석 중 101석, 북부 67석 중 49석). 민주당은 방콕 중산층과 남부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적어도 이 지역에서만은 여당이 된 셈이다(방콕 33석 중 23석, 남부 53석 중 50석). 이 같은 선거결과는 정국불안 요인으로 상존할 것이며 잉락 정부가 해결해야할 제1의 과제가 될 것이다.


프어타이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선거기간 중 남발되었던 포퓰리즘 정책에도 있다. 이의 실행여부도 정국불안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어타이당의 대표적인 공약은 법인세 인하, 7만 여개 농가 마을에 각각 200만바트(7천만원)지급, 최저임금 40% 인상, 농민 전용 신용카드 발급, 학생들 80만명에게 태블릿 PC 지급 등이다. 하지만 공약한 모든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3조-4조 바트의 예산이 필요하며 최소 1조 바트의 공공부채를 증가시켜 총 국가부채가 현 GDP의 41%에서 50%로 증가하고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학계에서는 프어타이당의 포퓰리즘 정책실행이 물가상승, 공공부채 증가, 국가 경쟁력 저하 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새 정부가 정책실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군부와의 갈등


군부와의 갈등 관계는 또 다른 정국불안 요인이 된다. 군부는 선거기간 내내 프어타이당에 대해서 적대적 태도를 보였으며 쿠데타 설도 끊이지 않았다. 군부는 국왕모독죄 위반혐의로 탁씬의 측근인 현역 국회의원을 고발했으며 국내 치안작전사령부(ISOC)를 통해 선거 부정행위 증거를 수집하는 등 잉락 집권 후 수세에 몰린 군부가 유력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치적 카드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쿠데타 후 치러진 2007년 12월 총선에서 탁씬을 지지하는 팔랑쁘라차촌당 집권 후 한 명의 총리는 사소한 개인 비리로 사임하고, 또 한 명의 총리는 선거부정 혐의로 정당이 해산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보다 일찍 2007년 5월에는 탁씬이 만든 타이락타이당도 선거부정혐의로 해산 당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사건의 배후에는 군부를 중심으로 한 반 탁씬 보수기득권층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정국불안의 빌미만 주어지면 쿠데타는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태국에는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이를 의식한 프어타이당은 선거기간 중 군부에 대한 보복이 없을 것임을 수차 강조했지만 군부는 작년 5월사태 당시 진압과정에서 100명 가까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그 책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권교체 후 군부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우선 프어타이당이 기대이상의 승리를 거둠으로써 군부가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프어타이당과 군부 사이의 모종의 밀약설도 떠돌고 있다. 다시 말하면 프어타이당의 승리를 인정하는 대신에 5월 사태 당시 군부의 무력진압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군부 내 탁씬 파벌의 부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른바 워터멜론(Water Melon)군인, 즉 겉과 달리 속은 붉은 색(Red Shirts) 친 탁씬 군부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방콕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한 가운데 군인 주거 밀집지역인 두씻에서 프어타이당 국회의원이 당선된 결과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친 탁씬 군부가 현 군부 지도부를 견제할 수 있을 지 눈여겨 볼 점이다. 

 

탁씬의 사면과 잉락 문제


무엇보다 정국의 가장 중요한 불안 요인은 탁씬과 잉락 개인문제에 있다. 탁씬의 귀국과 사면문제는 정국불안의 핵심이 될 것이다. 탁씬이 가진 마지막 카드로도 불리는 잉락의 총리 선출은 탁씬의 사면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사면을 추진할 경우 정치혼란 상황이 재발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잉락은 선거기간 중 국민화합을 위한 차원에서 정치인 사면이라는 큰 틀로 포장된 탁씬 사면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반대편, 특히 탁씬이 복귀할 경우 보복을 우려하고 있는 군부의 반발이 심하다. 탁씬은 현재 본인 신상 문제 해결보다는 국가화합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귀국과 사면에 대해 여론과 정치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탁씬이 당분간 귀국하지 않은 채 해외를 순회하는 통상대사(Trade Ambassador)의 직을 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여론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탁씬과 잉락이 관련된 중요사건 처리도 정국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옐로 셔츠로 상징되는 PAD(People's Alliance for Democracy)측은 선거관리위원회에 프어타이당 해산 청원서를 제출했다. 범법행위로 정치활동이 금지된 탁씬의 선거기간 중의 실질적인 정치활동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또 잉락의 탁씬 재산몰수와 관련한 위증혐의도 불거져 나오고 있는 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무부 특수수사국(DSI)측은 민간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잉락 위증혐의 조사 청원서에 따라 진상조사 패널을 구성하여 1차 조사를 거친 이후 전면조사 착수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유산위원회 탈퇴 문제


잉락 정부가 조만간 당면할 문제 중 한 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회원국 탈퇴 결정이다. 현재 캄보디아가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안한 쁘레아 위히어(Preah Vihear) 신전 관리계획에 불만을 품은 아피씻 내각은  회원국 탈퇴를 내부적으로는 결정하였지만 최종결정은 차기정부로 위임한 상태이다. 태국은 세계유산위원회가 캄보디아가 제안한 쁘레아 위히어 신전관리 계획을 논의안건으로 상정하고 신전관리 활동에 전문가  파견을 요청하는 것은 쁘레아 위히어 신전 인접지역에 대한 캄보디아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하고 탈퇴를 결정한 것이다. 아피씻은 선거 기간 중 탁씬과 프어타이당이 캄보디아의 쁘레아 위히어 신전 관리계획을 지지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문제는 친 캄보디아파인 탁씬과 캄보디아의 훈쎈 총리, 이제는 야당이 된 민주당과의 정치적 전략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심각한 정국 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사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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