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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도네시아 2012년 최저임금 대폭인상의 배경

인도네시아 전제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2012/04/02

지난 2월초에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 버까시(Bekasi)와 반뗀(Banten)주 땅거랑(Tangerang)에서 올해 지역별최저임금의 15% 이상 인상이 최종적으로 인정되었다. 그래서 버까시 지역 노동자들은 149만루삐아(미화167달러)이상의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주가 여덟 개로 늘어났고, 버까시와 같은 수준의 지역 업종별 최저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자카르타 노동자들처럼, 다른 지역의 노동자들도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지역별최저임금은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직종에서 1년 미만을 근무한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이다. 따라서 지역직종별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저기준임금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될 수 있다. 이번 인상은 오랜 갈등과 번복의 산물인데다가 조직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던 자본진영이 노동진영에 패배하였다는 점에서 또한 특별하다.


지역별 임금위원회에서 합의된 최저임금인상안을 상회하는 추가적인 인상조치가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령으로 발동되자, 인도네시아경영자총협회(Apindo)가 행정법원에 일방적 결정의 문제를 제소하는 법적 절차를 밟아서 승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 측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추가인상을 수용해야 했다. 1월 27일에 서부자바주 버까시에서는 3백여 개 기업의 노동자 수만 명이 파업에 돌입하고 수천의 노동자들이 자카르타-찌깜뻭(Cikampek) 간 고속도로를 여덟 시간이나 점거하는 시위를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작년에 리아우주 바땀에서 벌어진 최저임금관련 노동자시위는 열다섯 명의 부상자를 낸 반면에 버까시 시위는 폭력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견고한 조직적 기반에 입각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결국 경영자총협회는 비상회의를 열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호황경제를 함께 누리자는 저임노동자들의 요구

이번 임금인상은 호황경제 인도네시아의 한 현상이다. 인도네시아는 미국 발 경제위기나 유럽 발 경제위기 같은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타격을 받지 않고 호황을 누려왔다. 재작년에는 중국과 함께 아시아 최고의 성장률을 자랑하고 작년에도 6.5%의 성장률을 기록하여 이제는 GDP가 세계 17위인 나라로 떠올랐다. 지속적 경상수지흑자와 대외부채 감소로 국제적 평가기관의 신용도 평가도 상승하였다. 세계은행은 일찍이 재정흑자를 경제하부구조(infrastructure) 확충과 빈곤층구제를 위해 적극 사용할 것을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권고한 바 있다.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직접투자도 날로 증대하고 있으며 다국적기업들의 기존투자에 대한 수익이나 신규투자에 관한 소식들이 파다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호황경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배요구가 거세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노동자들의 기존 임금이 중국,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 이웃 동아시아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졌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2011년도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제조업 노동자들이 한 달에 미화 200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아서 중국(303불), 말레이시아(298불), 인도(269불), 태국(263불), 필리핀(212불) 노동자들보다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황경제로 중산층이 늘고 있는 국내현실뿐만 아니라 인접한 경쟁상대국 임금비교라는 국제적 측면에서도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가중되고 그들의 더 많은 분배요구는 여론의 동조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파푸아의 미국계 거대 금광 및 동광회사 프리포트(Freeport)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작년 12월에 끝난 석 달간의 긴 파업을 통하여 최저수준 노동자 임금을 37%나 인상시키는 성과를 쟁취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노동자들은 알고 있다. 이러한 소식은 ‘최저임금=최대임금’이라는 실상을 깨고 노동자들에게 열심히 투쟁하면 더 많이 얻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전망을 열어주었을 것이다. 


  선거민주주의 시대의 정치적 요인들

이번 사태는 민주화 이후 10여 년간 추진된 민주주의의 결과이기도 하다. 민주화는 노동정책의 변화와 노동조합 자유화를 수반하였다. 분열적 복수노조연맹의 시위경쟁도 그 연장선 속에 있다. 더 상위의 정치로서는 부패문제와 리더십 결함으로 인한 현 유도요노 대통령의 때이른 레임덕 현상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더욱 온정주의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유도요노 대통령은 심지어 화인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게 더 베풀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모두 선거민주주의의 귀결이다. 그런데 더 중요하고 직접적인 요인은 중앙정치보다는 지방정치의 동학이다. 최저임금결정은 지방정부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임금위원회에서 노사정 3자 합의로 결정된 인상안을 훨씬 웃도는 추가인상결정이 주지사명령서 형식으로 발표된 반뗀주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주지사인 아뚯(Ratu Atut Chosiyah) 지사는 스스로를 ‘이부’(ibu: 어머니)라 칭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작년 선거에서 재선된 그녀는 자신의 이번 결정이 노동자들의 생활실태를 어머니처럼 염려하는 마음에서 취해진 보호조치의 일환이라면서 경영자 측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경총의 소송에 대해서는 명령서발동에 따른 어떠한 위험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대응했었다. 이 과감하면서도 ‘온정적인’ 여성주지사의 결정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노동조합 측에게 공약되었던 사항의 이행으로서 이미 예견되었던 조치라고 사람들은 전한다. 서부자바주 버까시군의 경우도 임금위원회의 인상안을 웃도는 지방정부의 인상결정이 발표되었는데, 이 역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군수의 정치전략 때문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한국투자자들의 대안?

 

한인투자가 집중된 지역에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데 좌절감을 표출하고 있는 한국투자자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노동문제는 정치적 고려대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임금인상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이번처럼 법적 승리와 정치적 패배로 인하여 조직적 대응이 결국 수포로 돌아간 마당에는 더더욱 노동비용을 예상보다 높여 잡을 수밖에 없다. 만약 경영상 자금압박을 겪는 사업가들이라면 노사정 삼자교섭의 결과를 개별기업 차원에서 반영하는 노사 양자교섭과정을 활용하여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인내를 요청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결정과정에 관한 세밀한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최저임금결정은 최저생활비를 산정하는 법정 물품의 목록 및 수량에 기초하여, 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각 진영이 물품 가격을 조사하여 최저생활비를 산청한 뒤에, 노사정 3자 협상과 합의를 거쳐 인상안을 제출하면, 시군단위 지방정부와 주단위 지방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막판에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병행되고 지방정부의 정치적 결정이 작용한다. 그렇지만 그 이전의 최저생활비목에 대한 가격조사와 교섭과정은 성실하고 진지하게 임한다면 자본 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여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본진영의 대표 즉 인도네시아경총의 각 지부는 초동교섭에 있어서 그다지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저임금교섭에 있어서 노동의 집단행동보다 자본의 집단행동이 뒤떨어지고 있는 것이며, 이는 정부나 노동 측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진영 내부의 문제인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노동문제가 상당히 온정적인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한인자본이 노동에게 양보하는 대신에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다른 보상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세금과 투자제한에 관한 쟁점들도 있지만 현지여론의 요구와 부합할 수 있는 사안은 경제하부구조의 개선과 행정개선 요구일 것이다. 물류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항만과 도로에 대한 정부의 계속투자가 절실하고 인허가와 각종 행정과정에서 발생하는 관료들의 처리지연과 부패가 늘 제기되는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임금문제를 넘어서는 투자환경개선에 관한 논의를 다시 강하게 제기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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