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베트남-CPTPP 무역∙투자 관계의 현재와 미래
베트남 Truong Quang Hoan Institute for Southeast Asian Studies, Vietnam Academy of Social Sciences Research Fellow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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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The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은 무역 증진과 경제적 통합이라는 목표 아래 현재까지 총 11개국이1) 정식으로 가입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8년 3월 8일에 칠레 산티아고에서 체결된 CPTPP 협약은 2018년 12월 30일에 호주, 캐나다, 일본, 멕시코,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6개 창설국에서 공식 발효되었고, 베트남은 2019년 1월 14일자로 협정에 가입했다. 베트남은 △수출액 및 해외직접투자(FDI) 유치액 증대 △경제성장 진작 △경제구조의 저변 확대 △시장경제 지향형 제도 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하며 CPTPP에 가입하였고, 실제로 지난 수년간 베트남과 여타 회원국 사이의 무역∙투자액이 대폭 증가하며 이러한 기대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였다.
본고에서는 베트남이 CPTPP 회원국과 맺고 있는 경제관계를 무역 및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CPTPP의 상세 내용 및 베트남과 여타 회원국의 무역∙투자관계를 개괄하고, 한국이 CPTPP에 참여하게 될 경우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적 연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예측해본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CPTPP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한 베트남의 정책적 노력 방향을 짚어 보기로 한다.
CPTPP의 기본 내용
미국의 불참에도 불구하고2) CPTPP 회원국의 합산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13.3%를 차지한다.3) 최근 가입을 비준한 영국은 2024년 내로 공식 회원국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영국이 합류한 CPTPP 회원국의 총 GDP는 전 세계 GDP의 15%에 달한다.
국제통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대응하며, 다양한 부문의 격차와 공급망 교란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대응하는 것을 기본 취지로 삼는 CPTPP의 주요 지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품, 서비스, 자본의 이동을 저해하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시장 접근성을 확대한다. 둘째, 회원국들의 생산량 증대와 상호간 공급망 참여를 촉진해 역내 화합을 도모한다. 셋째,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기타 포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무역에 대한 다방면적 접근법을 채택하고, △규제 일관성 △경쟁 및 기업활동 촉진 △중소기업 지원 △개발 지원 등 4대 신규 중점분야에 대한 내용을 추가로 다룬다. 넷째, 기술의 진보 등이 가져오는 무역분야의 새로운 도전과제에 대응한다. 마지막 다섯째, 미래의 무역 이슈 대응을 위한 내용 개정이나 참여국 확대에 열린 자세를 취함으로써 협정의 유연성을 보장한다.4)
CPTPP 회원국들이 공약한 상호 관세 철폐는 △협정 발효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즉시 철폐 △일정 유예기간을 설정한 시한부 철폐 △상한선 내 수입액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하는 관세 쿼터제 등 3가지의 형태로 진행된다. △CPTPP 내부에서 조달된 상품 △CPTPP 내부에서 조달한 원자재로 제조한 상품 △기타 상품별 원산지 규정을 만족하는 상품이 원산지 관련 특혜를 받을 수 있다.
베트남-CPTPP 무역관계
CPTPP는 베트남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97~100% 인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협정 발효와 동시에 CPTPP 회원국으로 수출되는 베트남산 상품의 대부분에는 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그 대신 베트남도 공공조달 절차의 대외 개방성을 강화할 의무를 지지만, 협정 발효 후 10년간은 조달기업 선정 과정에서 자국 내 사업자에게 일정 수준의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다.5)
<표 1>에 따르면 베트남과 CPTPP 회원국의 상품 무역액은 상당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과 CPTPP 가입국 전체의 무역액은 2010년의 353억 달러(약 49조 원)에서 2015년에는 571억 달러(약 79조 원), 2020년에는 762억 달러(약 106조 원)로 꾸준히 늘어났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는 955억 달러(약 132조 원)까지 성장했다.
다만 <표 2>를 살펴보면 베트남의 무역액에서 CPTPP 회원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2.5%에서 2015년 17.45%, 2020년에는 14.05%로 점차 감소했고, 이후 2023년까지는 횡보세를 보였다. 이 통계는 지난 10여 년간 CPTPP 회원국과의 무역액 규모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국, 중국 등 CPTPP 비회원국과의 무역액이 이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가별 무역액 비중에서는 일본이 2010~2023년간 베트남-CPTPP 무역액의 거의 50%를 점유하는 핵심 교역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3년 통계를 기준으로는 호주(14.47%), 말레이시아(13.26%), 싱가포르(9.42%)가6) 일본의 뒤를 잇는 주요 교역국이었고, 이외에 캐나다 및 멕시코와의 무역액도 지난 10여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다음으로 <표 3>은 베트남이 과거에 CPTPP 회원국과의 무역에서 기록하던 적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흑자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며, 특히 47억 1,000만 달러(약 6조 5,000억 원) 선에서 형성된 2023년도의 흑자액은 괄목할 만하다. 베트남은 CPTPP 회원국 중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으로 가장 큰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호주와 말레이시아 무역에서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표 1> 베트남과 CPTPP 회원국의 상품 무역액(단위: 10억 달러)
<표 2> CPTPP 회원국이 베트남의 무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단위: %)
<표 3> CPTPP 회원국에 대한 베트남의 무역수지(단위: 10억 달러)
* <표 1~3> 자료: 아세안 통계청 자료 기반 저자 계산
베트남-CPTPP 투자관계
베트남에서는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무역과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7) 따라서 베트남과 CPTPP의 경제관계에서도 투자 분야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산하 해외투자청(FIA)이 제공하는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표 4>와 <그림 1>을 통해 CPTPP 회원국들의 베트남 FDI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8)
<표 4>에 의하면 CPTPP 회원국의 베트남 내 투자사업 건수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증가하다가 2020년과 2021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다국적기업들의 투자활동에 큰 악영향을 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2022년과 2023년에는 투자사업 건수가 각각 577건과 817건을 기록하며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일본이 CPTPP 가입국 중에서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투자사업을 진행한 국가였으며, 주요 투자기업에는 캐논(사진∙광학제품), 이온(소매유통), 미쓰비시(발전, 인프라, 금융) 등이 있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싱가포르가 일본을 제치고 투자건수에서 1위로 올라섰는데, 이는 양국의 지리적 인접성, 양자무역 확대, 양국 간 전략적 협력 증대 등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9)
<표 4> CPTPP 회원국의 베트남 내 FDI 투자사업 신규 등록건수
자료: 베트남 해외투자청 자료 기반 저자 계산
한편 <그림 1>에서는 베트남에서 진행되는 FDI 사업의 수에서 CPTPP 회원국이 점유하는 비중이 2015년의 60.1%에서 2016년에는 26.1%로 급감한 후 2023년까지 대체로 횡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단, 2016년의 비중 급락은 CPTPP의 투자가 감소해서가 아닌,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외부 파트너들과의 투자협력이 상대적으로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한 데에서 기인한다.
<그림 1> 베트남 내 FDI 투자사업 신규 등록건수 중 CPTPP 회원국의 비중
자료: Ministry of Planning and Investment, Vietnam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CPTPP 회원국의 투자는 액수를 기준으로도 2015년의 67억 7,000만 달러(약 9조 4,000억 원)에서 2020년에는 115억 8,000만 달러(약 16조 원), 2023년에는 144억 9,000만 달러(약 20조 1,000억 원)로 증가했다. 특히 2019년 이후로 베트남으로의 FDI 유입이 가속화된 점은 CPTPP 가입에 따른 무역∙투자 자유화가 FDI 유치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표 5>에 의하면 베트남의 FDI 유치액 중 CPTPP 회원국이 점유하는 비중은 2015년의 26.02%에서 2023년에는 39.59%로 성장했고, 국가별로는 2023년을 기준으로 싱가포르(18.58%)와 일본(17.94%)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각국의 투자분야를 살펴보면 싱가포르의 경우 주로 산업지구 인프라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일본은 전자제품과 같은 중∙고급기술 산업이나 소매, 금융, 생명보험 분야를 주력으로 삼는다. 한편 현재 말레이시아가 베트남에 투자하는 금액은 2015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는 베트남 시장에서의 투자경쟁 심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표 5> 베트남의 FDI 유치액 중 CPTPP 회원국의 비중
자료: 베트남 해외투자청 자료 기반 저자 계산
한국의 CPTPP 가입이 한국-베트남 경제관계에 가져올 영향
한국은 지난 2013년 CPTPP 가입을 검토한 바 있다.10) 한국의 CPTPP 가입이 현실화되면 베트남과 한국의 경제관계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CPTPP가 한국-베트남 FTA와 함께 농업, 무역, 디지털 기술을 위시한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많은 혜택을 가져오면서 양자무역의 성장 잠재력이 증대된다. 둘째, 베트남이 시장경제적 성격을 강화하면서 반덤핑 조치를11) 비롯한 무역보호기제가 약화되어 한국-베트남 경제관계의 지속가능성이 신장된다. 셋째, 베트남의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이미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전자기기나 자동차 등 보다 다양한 유망분야에서 베트남 기업과 협력할 기회가 늘어난다. 넷째, 한국의 가입은 다른 국가들의 CPTPP 참여를 촉진해 베트남산 상품의 해외시장 접근성과 베트남의 투자 매력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결론: 베트남의 향후 정책적 노력방향
베트남이 CPTPP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여타 회원국과의 조율을 강화해 모든 국가들이 CPTPP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저조한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 창출액, 국내-국외 부문 사이의 연계 부족과 같은 구조적 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이를 바탕으로 CPTPP와의 경제적 통합을 최적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셋째, 베트남 국내 제조역량과 물류체계, 지원산업을 강화함으로써 현지 기업체 및 다양한 경제부문이 CPTPP 회원국과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은 베트남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얻는 기술적 진보나 생산성 증대와 같은 혜택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내 핵심 인프라 개선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CPTPP 회원국으로부터 대규모 인프라 투자사업을 유치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 각주
1)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페루,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
2)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CPTPP가 미국 경제와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논리로 가입을 거부했다. 참조: Miller, S.A. (2016), Donald Trump vows to cancel Trans-Pacific Partnership as president, puts NAFTA on notice, The Washington Times, June 28, 2016, https://www.washingtontimes.com/news/2016/jun/28/donald-trump-vows-to-cancel-trans-pacific-partners/
3) Ministry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of New Zealand, The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 https://www.mfat.govt.nz/en/trade/free-trade-agreements/free-trade-agreements-in-force/cptpp/cptpp-overview/, accessed on 25 September 2024.
4) Hoang, N. H., & Truong, H. Q. (2019), Vietnam and the CPTPP: Achievements and Challenges, ISEAS Perspective, ISEAS Yusof Ishak Institute, No. 41, pp. 1-8.
5) Ministry of Industry and Trade of Vietnam,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 https://vntr.moit.gov.vn/fta/29/2, accessed on 25 September 2024.
6) 아세안 통계청 자료 기반 저자 계산
7) 일례로 삼성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은 베트남의 2022년도 상품 수출액 전체의 거의 20%를 점유했다. 참조: https://viettimes.vn/samsung-dong-gop-bao-nhieu-trong-tong-kim-ngach-xuat-khau-cua-viet-nam-nam-2022-post163370.html
8) 분석기간 내 베트남에 투자한 이력이 없는 페루의 경우 자료에서 제외되었다.
9) Anisha Sharma and Ayman Falak Medina (2024), Singapore’s Growing Investments in Vietnam: Key Sectors, ASEAN Briefing, July 27, 2024, https://www.aseanbriefing.com/news/singapores-growing-investments-in-vietnam-key-sectors/#:~:text=Singapore's%20investments%20in%20Vietnam%20illustrate,strong%20foundation%20for%20ongoing%20investment
10) Peter A. Petri and Michael Plummer (2021), Why South Korea should join the CPTPP, December 2, 2021, https://www.brookings.edu/articles/why-south-korea-should-join-the-cptpp/
11) 교역국의 덤핑(인위적으로 낮춘 가격에 대량의 상품을 공급하는 행위)으로 인해 유사상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나 제3국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피해기업의 고발 혹은 감독기관의 자체적 판단에 따라 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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